“어이! 부소장, 아이고 오랜만이구먼. 아니지...... 진급을 했으니까 이제 소장님이지.”
“아이고, 형님
아닙니까? 예, 오랜만입니다. 여긴 도대체 어쩐 일입니까?”
“동생 보러 왔지. 지금 시간 있는가? 대포나 한 잔
하자고.”
부소장 당시, 근무하던 매장 옆에서 떡집을 운영하던 사장님인데 술을 좋아하여 형님, 아우하며 가까이 지내던
분이었다.
아무래도 멀리까지 찾아오셨는데 한 잔 해야 할 것 같아 시간은 많이 남았지만 부소장에게 매장을 맡기고 퇴근을 해
버렸다.
“형님, 저분은 누구요? 형수 아니잖아?”
같이 온 젊은 여자가 보여 새끼손가락을
펴 보이며 애인이냐고 물었다.
“어어 참, 자네 모르지? 내 동생이야. 어이,
인사해라.”
“아 네,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예,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아유, 미인이시네요.”
“야야, 쓸 데 없는 소리들 말고 어디 조용한 데로 안내 좀
해봐.”
“어이구, 소장님 어서 오십시오.”
“예, 장사 잘
되시죠?”
“이렇게 일찍 한 잔 하시게요?”
“예, 멀리서 손님이
오셔서요.”
신도시 중심상가 주변 어지간한 곳에선 모두 얼굴을 알아보니 이쯤 되면 지역유지 부럽지 않을 것
같다.
술이 거나하게 취기가 오르자 본론이 나온다.
“자네, 나 좀
도와주게.”
“예? 무슨 말씀이에요? 뜬금없이 도와 달라니......”
“이 애가 내
사촌동생인데...... 우리 어머니가 나를 달달 볶아서 내가 도저히 못살겠다. 한 반년 전에 사고로 제 서방이 잘못되고...... 그놈이
폐타이어 갖고 재생인가 뭔가 하는, 하여튼 뭐 고물상도 아니고 그런 일을 했는데, 트럭에 타이어 잔뜩 싣고 가다가 사고가 나서 그만 한 방에
저세상으로 가 버렸어.”
“아! 저런......”
“그래도 보상비하고 모아 둔 돈은
있어서 당장 애들 키우는 거야 별 문제 아니지만, 앞으로가 문제란 말이지. 곶감 빼먹듯 까먹고 앉아 있으니...... 그래서 슈퍼라도 하나
열어줬음 하는데 어디 믿을 만 한 놈도 없고, 자네가 이 방면에 도사니까 한 번 물어보러 온 거야.”
“아유, 그런데
이 일이 그리 간단한 게 아니에요. 돈도 많이 들고...... 게다가 요즘은 매장들이 대형화 추세라서 어지간하게 해서는 표도
안나요.”
“그러니까, 자네들 둘이서 입을 한 번 맞춰보라는 것이지. 복잡한 거 말해줘 봐야 난
모르겠고......”
“예, 알겠습니다. 그럼, 어디 봐 둔 매장이라도
있으세요?”
“아니요, 전 오빠가 좋은 분 소개해 준다고 무조건 따라오라고
해서......”
“아니, 그럼 어디서 장사를 하실 건데요?”
“의왕시에 우리 애 아빠가
하던 공장이 있는데 거긴 안 될까요?”
“몇 평이나 되는데요? 그리고 본인
땅입니까?”
“예. 잘은 모르지만 한 천 평은 될 거예요.”
“천 평이요? 와우......
집은?”
“천 평이라도 쓸 수 있는 땅은 얼마 안 될 거예요. 산자락을 끼고 있어서 평지는 한 삼, 사백 평정도도 안
될 거예요. 집도 제 앞으로 돼 있긴 하지만......”
“어이구, 알부자시네. 유동 가능한 현찰은
얼마나......”
“이것, 저것 하면 아마 이억은 맞출 수 있을 거예요.”
“아니, 그쯤
되면 그냥 일 안 해도 애들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데 뭐 하러 머리 복잡하게 슈퍼를 하려고 하세요?”
“아아,
동생...... 그깟 게 언제까지 간다고 보장 하겠는가? 장차 살 길을 마련해 둬야지.”
“하긴 그 말씀도......
그럼 제가 어떻게 도와 드리면 되겠습니까?”
“자네 이참에 그만두고 이 애하고 같이 일하면 안
되겠는가?”
“에이, 그건 어렵고요. 제가 개점할 수 있도록 원격지원을 해 드리는 정도는 가능하겠지요. 형님, 너무
걱정 마세요. 자세한 것은 자리도 한 번 둘러보고 해야 알겠지만, 제가 직원도 다 뽑아 드리고 개점 할 수 있도록 거래처 선정도 다 해 드릴
테니까요.”
“야야, 그러면 너 할 수 있겠냐?”
“글쎄요, 여기 소장님에게 잘
배워야지요. 아직은 뭐가 뭔지 모르니......”
“걱정 마세요. 그 후로도 탈 없도록 한 일 년 정도는 제가 관리
해 드릴게요.”
“어머, 그래 주실 수 있으세요?”
“아 그럼, 그렇게 해 드려야지요.
여기 우리 형님 부탁이신데......”
“이봐, 동생. 그럼 자네 월급은 어찌 해야
되겠나?”
“아, 뭘 벌써 돈 걱정이요? 형님은 참......”
“그래도 그런 것이
아니야. 친한 사이일수록 확실히 해야 하는 것이지.”
“보통 계약직이라면 계약금 얼마에 월급 얼마...... 뭐 이런
식으로 정합니다.”
“아, 그러니까 얼마를 줘야 하냐고?”
“아, 참 곤란하게시리 어떻게
내 입으로...... 뭐, 좋습니다. 처음 하시는 일이니까 제가 말씀 드리죠. 보통 계약금 천에서 이천만 원 정도에 월급은 이백에서 삼백 정도로
잡습니다. 그렇지만 형님 일이고 또 제가 상주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니까, 뚝 꺾어서 차로 합시다. 차.”
“
차라면
자동차 말씀이세요?”
“네, 어차피 물건을 이쪽에서 공수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고, 제가 왔다 갔다 하려면 관리 상
차가 필요하기도 하구요.”
“응, 그러지. 그럼 어떤 차를 사야 하는가?”
“짐도 실어야
하니까 벤이 좋겠네요. 6인승 정도......”
“그렇게만 하면 자네 섭섭하지 않겠는가? 그 일 아니라도 짐 싣는
차는 별도로 사야 할 것인데...... 차라리 승용차로 한 대 빼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아닙니다. 형님.
그냥이라도 해 드려야 하는데...... 기름 값이나 가끔 형님이 찔러줘요.”
“아 그러지. 그러지. 그러면 되었네.
아! 그럼 그러지 말고 자네 통장 번호부터 불러 봐. 당장 차부터 빼라고...... 야야, 네가 얼른 받아 적어라. 그럼 인제 술이나
마시고......”
“아, 참 성질하곤...... 하하하...... 그리고 성함이...... 제 명함은 여기
있습니다.”
“아 네, 박진정입니다.”
“예, 그럼 제가 조만간 전화 드리고
방문하겠습니다. 늦더라도 욕하진 마십시오.”
“아까 소장님 출근하시기 전에 어제 만난 분이라면서 어떤 여자 분이 전화
하셨는데 송금할 거라고 통장번호 확인하셔서 불러 드렸거든요. 입금 됐는가 보시죠?”
“그랬어? 사람들 누가 오누이
아니랄까 봐 성질은...... 거기 전화기 좀 줘 봐라.”
“네, 최소장입니다.”
“아!
소장님 안녕하세요? 오빠가 아침부터 전화해서 소장님께서 차를 직접 사시게 빨리 송금해 드리라고 난리를 쳐서요. 전화 드렸더니 아직 안 나오셨다고
하기에 할 수 없이...... 그 정도면 구입할 수 있을지......”
“차는 급한 것도 아니고 매장 자리도 한 번
안가 봤는데......” 아, 이거 꼼짝없이 코 꿰인 기분이네요.
“어머,
호호호......”
“아무튼 알겠습니다.”
“소장님, 통장에 벌써 삼천만원이 다 돼
가던데요.”
강주의 비자금 통장이 몹시 부러운 듯 미쓰김이 자리에서 돌아보며
묻는다.
“그러게...... 죽으라는 법은 없는가 보다. 창고도 얻어야 되고...... 차도 사야 되는데......
너, 혹시 우리 회사 경리 하다가 놀고 있는 애들 중에 아는 애 없니?”
“왜요? 어디 취직 시켜
주시게요?”
“그래. 너랑 잘 아는 애였으면 좋겠는데......계산원들도
필요하고......”
“어머, 누가 매장 오픈하나 보죠? 있어요. 반포영업소에 있던 희숙 언니...... 소장님도
보시면 아실 텐데요.”
“그 애는 결혼한다고 그만둔 거 아니었어?”
“아니에요.
저...... 이건 비밀인데요. 경리 회의 가보면 그 언니 남자관계가 좀 복잡하다는 소문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언니 그만 둘 무렵에 반포
남직원들 사이에 큰 싸움이 있었대요. 그래서 여러 명이 한꺼번에 그만뒀었는데......”
“그래, 그건 나도 알지.
그럼 그 일이......”
“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소문은 그렇게 났어요. 그리고 그 언니 시집 간 것도
아니니까......”
“흠...... 그래? 그럼 한 번 오라고 해. 내가 보자고 한다고...... 음, 잘 되면
미쓰김 옷이라도 한 벌 사 주지.”
“어머, 정말요?”
“그럼, 어디 치수 한 번 재볼까?
치수를 재려면 내가 한 번 안아봐야 되는데......”
“어머! 소장님,
엉큼해요.”
사무실 밖으로 뛰어나가는 미쓰김 뒤로 소리친다.
“미쓰정 좀 들어오라고
해.”
“소장님, 부르셨어요?”
거래처 파견사원 미쓰정은 요즘 강주가 죽으라면, 맨 바닥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 뒹구는 시늉이라도 할 것이다.
서러운 마음에 창고에 숨어 눈물을 흘린 일로, 평소에는 무섭기만 했던 영업소장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파격적인 주문을 해주며 놀라운 매출신장을 일으켜, 지점에서도 지점장이 수차례 다녀가는 등, 대우가 달라지고 심지어는 지점교육이 있는
날에는 타 매장에 근무하는 사원들까지 전체 견학 삼아 다녀가니 이런 봄날이 따로 없다.
덕분에 경쟁업체 여직원 입이 잔뜩 늘어졌지만, 딱히
자기네 매출이 떨어진 것도 아니고 진열 스페이스가 준 것도 아니니 영업소장에게 뭐라고 불평할 일도 아닐
터이다.
“그래, 너희 물건이 조만간 대량으로 들어 올 텐데, 창고 공간이 전혀
없지?”
“예, 그래서 걱정이에요.”
“나하고 좀
나가보자.”
“네.”
맞은 편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들어가 관리소장을 만나니 지하에 공간은
있으나 부녀회에서 관리한다며 부녀회장 전화번호를 불러준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 슈퍼 손님일 터,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건다.
“안녕하십니까? 부녀회장님이시죠? 저는 아파트 앞에 있는 슈퍼마켓
영업소장입니다.”
“네, 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시죠?”
이유를 설명하자 협조를 약속하며
총무가 전담하니 총무와 함께 매장으로 방문하겠다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야! 미쓰정 그나마 다행이다. 자리를
구했으니......그나저나 생돈이 들게 생겼으니 어쩌면 좋으냐?”
“소장님, 그럼 어떻게 하죠? 제가 담당에게 한 번
말해볼까요?”
담당에게야 이미 덤핑을 지시해 뒀으니 푼돈 가지고 말하면 치사해서 될 일이
아니다.
“담당? 담당 선에서 될 일이 아니고, 혹시라도 지점장님 뵐 기회가 있으면 넌지시 말씀 드려 봐. 뭐, 안
되면 말고...... 몇 푼 들기야 하겠어?”
“예, 제가 일단 말씀은 드려
보겠습니다.”
정육코너에서 어슬렁거리며 주부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인터폰이 울리며 강주를
찾는다.
“소장님, 저 부소장입니다.”
“그래, 왜?”
“손님이
오셨습니다. 부녀회에서 오셨다는데요.”
“오! 그래. 곧 가지.”
인간들이 꼭 돈 들게
점심시간에 맞춰서 사람을 찾아온다. 기왕 돈 쓰는 거 미쓰정에게 보여줘야 작업이 원활할 테니 함께 데리고 가기로
한다.
“미쓰정, 부녀회에서 왔다는데, 네가 물건 관리를 해야 하니까 함께 가서
만나보자.”
“네.”
사무실에 들어가서 자칫하면 놀라 쓰러질 뻔하였다. 풍채 좋은
아주머니와 함께 늘씬하고 시원스런 미녀가 함께 서 있는데, 액세서리를 하는 숙희가 주부 모니터 사원이라고 알려준 그 여자였다. 가까이서 보니
안경 뒤 눈빛이 밉지 않다.
“아유,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소장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아까 전화통화 한 부녀회장입니다.”
풍채 좋은 여자가
대답한다.
“아, 네. 그러시면 총무님이시고요?”
“네,
안녕하세요?”
“예, 여기 총무님은 제가 간혹 뵌 기억이 있네요. 헌데 회장님은 저희 매장엔 잘 안 오시나 보죠?
별로 안면이 없으신데......”
“어머, 아니에요. 저희 집은 장 보는 아이가 따로 있어요. 그래도 가끔은 직접
오는데, 어머, 서운해라.”
“아! 그러시군요.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자, 이럴 게 아니라 식사시간도 다 되어
가는데, 어디 가셔서 식사라도 하시면서 말씀 하실까요?”
기왕 쓰는 것, 일식집을 찾아갔다. 미쓰정도 덩달아 대접을
받는 기분인지 행복한 표정이다.
“계속 사용할 것은 아니고, 한시적으로 필요한데 그때그때 사용료를 드려도
될까요?"
“그건 좀 곤란하구요. 한 달에 얼마, 이런 식으로 계산을 해 주셔야 저희도 관리하기가 좋은데요. 안
그래도 지금 저희들이 불우이웃돕기 풍물시장을 준비하고 있는 터라 공간이 별로 없거든요.”
“아! 그러세요? 그러시다면
그렇게 해야죠. 한 달에 얼마를 드려야 할까요? 저렴하게 빌려주시면 오래 쓰도록 하지요. 게다가 불우이웃 돕기를 하신다니 제가 개인자격으로
얼마간 지원을 약속하겠습니다. 아니, 아예 제가 부녀회 후원회원으로 가입을 할까요? 허허, 남자도 가입할 수
있나요?”
“어머, 정말이세요?”
모니터 주부, 총무라는 그녀가 반색을 하며 부녀회장을
바라본다.
강주는 이 기회에 모니터 마음에 들 수 있도록 무리이긴 하지만 밀어붙이기로 작정을 한다. 후원회비를 날리는 대신 골칫거리인
모니터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면 남는 장사 아니겠는가?
“어머, 호호호. 후원회원이시라면 안될 것도 없지
않겠어요?”
“아유, 회장님. 그러면 관리소 지하보다 우리 103동 앞에 기계실 옆 공간이 더 안 좋겠어요? 거기가
슈퍼에서도 훨씬 더 가깝고 일층이라서 일하시기도 좋을 텐데요. 입구도 따로 되어 있고......”
“그래도 거기는
초상이 나면 한 번씩 써야 하는데......”
“아유, 요즘 누가 거기서 상을 치러요. 전부 영안실로
가던데...... 뭐 굳이 사용하겠다면 관리소 지하를 쓰라고 해도 되지 않겠어요?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니고 부녀회 수익사업인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어쩐 일인지 총무가 밀어주는 분위기다.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녀도 일종의 소속감 같은 것이 작용하는지도
모르겠다.
“아, 그렇게만 해주시면 고맙지요. 회장님도 좀 도와주십시오.”
“아유, 그럼
그렇게 하세요. 실무야 뭐...... 다 우리 총무님이 알아서 하시는데......저는 말만 회장이지. 실제론 힘도 없어요.
호호호.”
“에이, 뭐 그러실 리가...... 그럼 월세는 얼마를 드려야
하겠습니까?”
“거기는 좀 더 주셔야 하는데...... 이십만 원 어떠세요?”
다른 곳이
거론되고 강주가 반색을 하자 값을 올린 눈치였다. 부녀회장은 말을 던져놓고 좀 많이 불렀다고 생각이 드는지 총무와 감자의 눈치를 번갈아 본다.
“뭐, 솔직히 말씀 드려서 조금 저렴한 편은 아닌 것 같지만 좋은 일에 쓰시는 거니까, 그렇게 하지요. 그리고
이것은 회사의 공식적인 필요에 의해서 빌리는 것이 아니라, 거래처 부탁으로 제가 대신 책임지고 빌리는 것이니까 제 개인자격으로 부녀회와 계약을
해도 되겠습니까?”
“네, 그건 뭐 아무래도 상관없죠.”
“그럼 그렇게 하시고 제가 첫 달
임대료 외에 개인 후원금을 함께 입금시켜 드리겠습니다.”
“어머, 얼마나 주실
거죠?”
“아! 글쎄요. 총무님께서 팍팍 밀어주시는데, 한 오십만 원 정도면
되겠습니까?”
강주는 은근히 총무를 띄워준다.
“어머, 그렇게나
많이요?”
“마음은 더 해드리고 싶지만 저도 월급쟁이라서 우선은 그렇게 해 드리겠습니다.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금액은 전혀 없거든요. 추후에 운영의 묘를 발휘해서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수시로 또 지원해 드리는 걸로
하겠습니다.”
모니터 요원을 강주 손 안에서 움직이기에 이 정도 밑밥이면 충분할 것이고, 더불어서 미쓰정은 자기
매출을 위해서 발 벗고 나서주며 큰 돈을 서슴없이 쓰는 소장에게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여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강주는 어차피 개인매장을
관리해 주기로 한 마당에 별도의 창고가 필요하기도 하였고 자기 돈은 십 원 한 장 들이지 않고 여러 가지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것이니 어찌 됐든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자, 그러면 그렇게 약속 하는 걸로 하시고 제가 한 번 가 봤으면 싶은데...... 열쇠는
어느 분이 갖고 계시죠?”
“네. 관리사무소에 가셔서 달라고 하세요. 제가 전화 해 놓을
테니까요.”
“네, 그럼 먼저 일어서겠습니다. 미쓰정, 가자.”
강주는 부녀회장 일행과
헤어져 식당을 나서며 미쓰정의 어깨에 팔을 걸쳐 어깨동무를 하듯이 끌어당긴다.
“미쓰정이 지금 몇
살이지?”
“스무 살이요.”
“그럼 학교 졸업하고 바로 그 회사에 들어간
거야?”
“네, 그런데 회사에서는 교육만 받고 실제 일은 여기서만 했으니까 여기가 첫 직장인 셈이죠. 호호......
우리 회사 사람들은 누가 누군지 잘 알지도 못해요.”
“응...... 그렇겠네. 그래, 매장에서 일 하면서 힘은 들지
않고?”
“아니에요. 힘 든 거 없어요. 요즘은 특히 물건도 잘 나가고...... 다른 데 일하는 언니들도 구경하러
오고, 그러니까 너무 재미있어요. 호호...... 소장님, 저희들 교육 들어가면 매달 목표를 주거든요. 그런데, 지난 번 교육에 갔더니
글쎄...... 저는 목표가 없더라고요.”
“왜?”
“호호호...... 그래서 물어 봤더니
너는 예상 목표가 없으니까 팔고 싶은 대로 맘대로 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 열심히 해라. 앞으로 더 많이 팔아
줄 테니까......”
“고맙습니다. 소장님.”
미쓰정은 무섭기만 하던 소장이 오늘은 마치
큰 오빠처럼 다정하게 대해주니 너무 기분이 좋고, 매일 매출 걱정을 하던 것을 생각하면 소장이 너무 고마웠다.
강주는 미쓰정을 가까이에서
보니 보슬보슬 콧등에 솜털도 가시지 않은 것이 너무 귀여워 장난을 친다.
“그런데, 우리 매장에서 일을 하면 퇴근이
너무 늦어서 남자친구도 잘 못 만나겠네? 다른 매장들은 일찍 보내주는 데도 많을 거 아냐? 내가 미쓰정, 다른 데로 보내줄까? 좀 일 하기 쉬운
데로?”
“어머! 아니에요. 소장님...... 싫어요...... 저 여기서 일 할래요. 다른 데 보내지
마세요.”
미쓰정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깜짝 놀라 강주의 팔을 붙잡고 매달려 발을 구르며 사정을 한다. 매출걱정이
주는 스트레스 없이 일 하는 것이 소원인 판촉사원 입장에서 이런 매장처럼 조건 좋은 매장이 또 어디 있겠는가? 또, 선배언니들에게 들은 말로는
있던 매장에서 미움을 사 쫓겨나면 당장 보직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여기저기 쎄일조에 끌려 다니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다는데......
강주는 미쓰정이 붙잡고 흔드는 팔 끝에 스치듯이 와 닿는 아랫배를 느끼곤 음심이
발동한다.
“어어...... 그래, 그래...... 내가 장난 한 번 해 봤어. 걱정하지 마.
하하하......”
“피...... 뭐예요? 소장님...... 깜짝 놀랐잖아요.
키힝......”
정말 미쓰정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다. 장난이라는 말에 안심이 되어 흘린 눈물일
것이다.
“자식...... 울기는? 자, 어서 가자.”
미쓰정은 어느새 길 잃을까 걱정하는
어린아이처럼 강주의 팔을 꼭 쥐고 놓지 않는다. 장난이라고 말을 했지만 행여 다른 매장으로 보내 버릴까 봐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것 좀 놓고 가. 이 녀석아. 더워.”
“키힝...... 싫어요. 잡고
갈래요.”
“하하하...... 다른 매장으로 안 보낸다니까......”
“몰라요. 잡고
갈래요. 소장님, 나빠요.”
“하하하......”
열쇠를 받아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무척
넓은 공간이어서 창고로 쓰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곳곳에 장례 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병풍과 돗자리들이 보이고 여기저기 커다란 대야에는 음식을
담는 빈 그릇과 접시들이 널려 있었다. 오래도록 사용을 하지 않아 그런지 별로 청소할 것도 없이 물건들만 치우면 바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머! 소장님, 여기 무서워요.”
“뭐가 무서워? 괜히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렇지...... 아이고, 좀 쉬었다 가야겠다.”
강주는 돗자리 몇 개를 풀어 바닥에 깔고 벌렁 누워버린다. 미쓰정은
바로 옆에 서 있다가 강주가 바닥에 누워 버리자 얼른 치마를 단속하며 뒤로 물러선다.
“소장님, 그럼 저 먼저
들어갈까요? 여기서 주무실 거예요?”
“아니야. 금방 갈 거야. 이리 와. 너도 좀 쉬어. 조금만 있다가 같이
가야지. 자식이 의리도 없이 혼자 가려고......”
“피...... 다른 데에 보내 버린다면서 무슨 의리예요?
의리는......”
“하하하...... 너...... 말 안 들으면 진짜 보내
버린다.”
“어머! 아니에요. 아니에요. 싫어요.”
미쓰정은 후다닥 달려와 냉큼 돗자리
위로 올라선다.
“자식이 신도 안 벗고......
”
“엄마야......”
신을 벗고 강주의 발치에 앉아있는 뒷모습을 보며 크게 기지개를
켠다. 서늘한 실내공기가 몇 시간만 잠을 잤으면 싶을 정도로 쾌적하다.
강주는 큰 대자로 누워 미쓰정을
부른다.
“미쓰정, 이리 와서 잠깐 누워. 여기 너무 시원하고 좋다.
야......”
“어머! 싫어요. 미쳤어요?”
“왜? 내가 너 잡아먹을까
봐?”
“어머! 소장님은? 누가 그렇대요? 그리고 뭐 소장님이 식인종이에요?
잡아먹게......”
미쓰정은 안 그래도 조마조마한 심정인데 느닷없는 소장의 말에 자기 마음을 들킨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려 되지도 않는 말로 받아친다.
강주는 얼른 몸을 일으켜 미쓰정의 어깨를 잡아 옆에 눕힌다.
“그러니까
잠깐 이리 와.”
“엄마야!”
“자, 이렇게 팔을 베고......
”
“아유...... 참......”
“자식이...... 좋잖아. 이러고 조금만 누워
있다가 가자. 아함......”
조용한 실내에서 두 사람의 숨소리와 긴장한 듯 미쓰정의 침 삼키는 소리만
들린다.
“미쓰정, 나는 잠들어도 너는 자면 안 된다. 우리 같이 잠들면 동침하는
거니까......”
“어머! 쿡쿡...... 정말 그러네요?”
“너는 한창 남자친구 만나서
놀러 다니고 할 나인데, 졸업하자마자 취직을 해서 어떻게 하니?”
“뭐, 친구들은 쉬는 날 만나니까
상관없어요.”
“남자친구가 백순가 보네?”
“쿡...... 뭐 백수라기보다는......
아직 재수생이니까요.”
강주는 몸을 돌려 미쓰정을 바라보고 눕는다.
“그럼 데이트 비용은
다 네가 부담하겠네?”
“칫...... 미쳤어요? 소장님은......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야지요.”
“하하하...... 그래,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래, 만나면 주로 어디
가니?”
“뭐...... 밥이나 술 먹고, 어쩌다가 영화도 보고...... 노래방도 가고...... 뭐, 보통
그렇죠.”
“같이 여관은 안 가 봤어?”
“어머! 소장님! 뭐 그런 걸 물어보고
그러세요?”
황급히 일어나려는 미쓰정을 붙잡아 다시 눕힌다.
“그래, 그래.
알았어...... 자식...... 뭐, 큰 오빠 같으니까 물어보는 거지.”
“아유, 엉큼한 거 같아요.
소장님.”
“쿡쿡...... 자식, 요새 여고생들만 해도 숫처녀가 없다고 하니까 물어 본 거지? 너도 남자 경험은
있을 거 아냐?”
“아유, 소장님......”
강주가 계속 짓궂게 색스러운 질문만 하니까
제법 어른 흉내를 내려는지 이 번에는 일어나지도 않는다.
“말해봐. 뭐 어때...... 우리만 있는데...... 너는
언제 처음 남자랑 자 봤는데?”
“아이, 참......”
“말해
보라니깐......”
“저...... 지금 사귀는 친구는 아니고요. 저 고등학교 이학년 때 교회 다니는 대학생 오빠를
좋아했었어요.”
“응, 그래서?”
강주는 은근히 질문을 계속 하면서 오른 팔로 미쓰정의
가슴을 지나 왼쪽 어깨의 검불을 치워 주는 척 만져 주니 마치 끌어안고 있는 형국이다.
“크리스마스 때 올나이트
파티를 한다고 해서 그 오빠 집에 갔다가, 거기서......”
“다른 사람도 많았을 거
아냐?”
“다들 술 마시고...... 그리고 다른 방도 있잖아요. 어머! 아유...... 소장님, 왜 끌어안고
그러세요? 은근히......”
이제야 눈치를 채고 앙탈을 부리지만 힘은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 어쨌든 이성과 이런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선을 넘어 선 것이라는 것은 미쓰정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장난이라고는 했지만 다른 곳으로 보낼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무언가 보장 받고 싶은 마음도 작용하는지 모르겠다.
“하하하...... 내가 미쓰정 귀여워서 그러지. 그리고는
또 다른 사람은 없어? 전혀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고 너도 남자 생각이 날 때가 있을 거 아냐?”
“다른 사람은
없어요. 그리고 그럴 땐 해결하는 방법이 있잖아요.”
“어떻게?”
“아이...... 다
아시면서 뭘 물어보세요?”
“하하하...... 그래, 알았다. 자식...... 좀 말해 주면
어때서......”
“소장님, 너무 짓궂은 것 같아요. 어린애한테......”
강주는 계속
미쓰정의 어깨와 팔을 쓰다듬어 준다.
“그래, 지금은
어때?”
“뭐가요?”
“지금은 남자 생각 안 나냐고?”
“아이
참...... 비키세요. 갈 거예요. 끄흥...... 아유, 소장님...... 놓아주세요...... 으흡, 흡,
으응......”
강주는 다리로 미쓰정의 몸을 감고 팔로는 머리를 고정시키며 미쓰정과 입을 맞춘다. 이미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달아오른 두 사람은 몸싸움도 없이 하나가 된다.
“음...... 하...... 것 봐...... 내가
소장님 이럴 줄 알았어요.”
“하하하...... 야, 미쓰정 입에선 딸기 맛이
나네?”
“아유, 순...... 소장님...... 바람둥이죠?”
“그래, 누가 아니라니?
자 이리와 봐.”
“음...... 흐룹...... 쭙......”
“아이,
소장님...... 옷은 벗기지 마세요.”
“가만히 있어 봐.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너 옷 구겨지면 이따가 매장에
어떻게 들어갈 거야?”
강주는 서둘러 일어서 옷을 모두 벗어 버리고 미쓰정은 돌아선 채 아직도 부끄러운지 상의만 벗은
채 브라도 그대로 두고 꾸물거리고 있다. 강주는 미쓰정을 끌어안고 팔을 뒤로 돌려 브라를 풀어준 뒤 치마와 팬티도 내려버린다. 고슬고슬한 털이
무척이나 앙증맞다. 미쓰정은 부끄러워 강주의 맨 몸을 끌어안지도 못하고 어색하게 마주 서 있다.
“자, 이리 누워
봐.”
“아항...... 소장님, 어떻게 해요? 창피해......”
“뭐가 창피해? 우리만
있는데......”
“엄마야! 아이...... 거기를 입으로...... 더럽지 않아요? 헉, 흐......
윽,”
“흐룹...... 쭙쭙...... 원래...... 후루룩...... 이러는...... 거야......
쭙.”
“아...... 학, 아야...... 아......파요.”
핑크빛 예쁜 속살을
가진 아이다. 약간의 지린내는 오히려 자극이어서 좋다.
주변을 다시 둘러보고 구석에서 낡은 책상을 끌고 와 돗자리를 까니 영락없는
침상이다.
“자, 이리 올라가서 누워 봐. 맨 바닥에서는 무릎이 아파 죽겠다. 이게 허리 높이라서 딱
좋은데......”
“아이 참, 소장님...... 살살 하세요. 네?”
“그래, 알았어.
자, 들어간다. 흐...... 윽.”
“아아...... 하아......악.”
너무 좁은
구멍에 바짝 긴장을 하여 더욱 힘이 든다. 침을 뱉어 손바닥으로 여러 번 문질러 주니 약간 부드러워진다. 가슴 위로 엎드려 조그만 가슴을 입으로
물어준다.
“아야, 소장님...... 자국 남으면 어떻게 해요? 목욕탕도 못
가게......”
“후후...... 여기서 하면 되겠네. 저기 화장실에서...... 자,
다시......”
“훅.”
“아악!”
좆 끝으로 몇 번
문지르다가 단 번에 밀어 넣으니 비명 소리가 빈 건물을 울릴 정도다. 미쓰정은 비명을 질러놓고 자기도 놀랐는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헉헉거린다.
“단 번에 이러는 게 더 낳을 거야. 조금만 참아.”
“으으응......
아...... 파...... 아하아......”
“훅, 훅, 훅, 훅, 훅.”
"아학,
아야...... 아야...... 아악, 아학, 아아아학,“
날이 무덥더니 후두둑 소나기가 떨어지는 소리와 매캐한 먼지
냄새가 코로 들어온다.
미쓰정 가슴에는 마치 인주를 발라놓은 듯 여기저기 붉게 잇자국이 나 있다.
미쓰정은 이제 조금 익숙한지
소장에게 아랫도리를 내맡기고 콧소리를 내면서도 가슴을 걱정하고 있다.
강주는 마치 경운기를 운전하는 사람처럼 미쓰정의 허벅지를 접어 양손으로 잡고
밀어붙인다.
“아학, 아아...... 흑, 억, 어헉, 아하앙...... 어떻게...... 해......
아하앙......”
“훅, 훅, 뿌적, 부적, 훅, 흑, 흑, 훅.”
“난......
몰라...... 아하앙...... 학, 아학, 아악.”
“훅, 훅, 훅,훅.”
“하악,
하악, 하악, 아하악, 어떻게...... 해...... 소장님......”
“훅, 훅, 왜...... 훅,
훅.”
“나...... 하악, 오줌...... 하악, 쌀 것 가, 같아요......
하악.”
“그냥...... 싸...... 훅, 훅, 훅, 훅.”
“싫어......
요....... 흐응...... 잠깐...... 만...... 흐응......”
“훅, 훅,
싸라니까......”
“하악, 악,아아아아아악. 난...... 몰라...... 흐으으응...... 아항......
창피해......”
“뿌적 뿌적 뿌적...... 나도 싼다...... 으흐흐흑.”
강주는
미쓰정의 배 위에 엎어져 거친 숨을 헐떡이고 미쓰정은 아직도 자신이 오줌을 싼 줄 알고 부끄러워하고 있다. 사정을 하고 난 뒤에도 여전히 속에서
꿈틀 대고 있는지 아직도 미쓰정은 몽롱한 표정이다.
“헉...... 헉...... 그래...... 쉬 하고
나니까...... 시원해?”
“아학, 아학, 몰라...... 요...... 보지 마요. 창피하......
게......”
미쓰정의 몸에서 떨어져 나오니 강주의 좆에는 피가 흥건하다. 처음은 아니라지만 워낙 좁은 구멍에
무리하게 진입해 찢어진 모양이었다.
얼른 미쓰정을 들어 안고 화장실로 가 수도꼭지를 돌린다.
“엄마야, 피
나...... 아유, 소장님...... 나 어떻게 해요......”
“그러게...... 큰일 났네...... 너,
이제 곧 죽겠다. 어떻게 하니? 하하하......”
“아유, 장난치지 마세요. 남은 아파
죽겠는데......”
“하하하...... 자식이...... 좋아서 오줌 쌀 땐 언제고...... 바깥에 내 셔츠를
찢어 줄 테니까, 팬티 속에 덧대고 가...... 매장에 가서 생리대로 갈아 차고......”
강주의 말에 미쓰정이
씻다말고 허리춤에 양손을 걸치며 제법 협박조로 애교를 부린다.
“알았어요. 빨리 주세요. 그리고 소장님도 이제 의리
지키세요.”
“의리? 갑자기 무슨 의리?”
“저, 이제 다른 데 안 보낸다고 빨리
약속하세요......빨리요.”
“아항...... 그럼 당연하지...... 마누라를 보내 버리면 쓰나?
하하하......”
“피...... 누가 소장님 마누라 한다고 했어요?
“자,
자...... 얼른 씻고 나가자. 시간 많이 지났잖아.”
“그럼 약속하신
거예요.”
“그래, 알았다니까...... 하하하......”
보름쯤 후, 차가 나왔다. 점심 든든히 먹고 시운전도 해볼 겸 부소장에게 매장을
맡기고 개점 예정지인 의왕으로 차를 몰아간다. 산업도로를 부리나케 밟으니 사십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폐타이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한
구석에 각종 기자재와 낡은 양철지붕 건물이 늘어서 있는 것이 아마 사무실로 사용했던 것처럼 보인다.
“아! 진정씨,
저 지금 의왕에 와 있는데 나오실 수 있습니까?”
“네, 금방 갈 수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네, 알았습니다.”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철조망 옆 조그만 개구멍이
보여 몸을 밀어 넣는다. 울퉁불퉁한 바닥에 군데군데 쓰레기 더미와 잡초가 무성하다.
이곳도 신도시 바람이 불고 있는데, 비록 산등성이를
끼고 있지만 사거리에 이런 좋은 터가 버려져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아마 부동산업자들이 무수히 다녀갔겠지만, 오로지 페타이어 재생을
업으로 했던 그는 한 우물만 팠던 모양이다. 모양새가 반듯하지 않아서 그렇지, 눈짐작으로 봐도 평지가 약 사백 평은 됨직한 넓은
땅이었다.
신도시 상권, 이 정도 자리에 규모 있는 매장이 들어서면 지금 강주가 관리하는 수원매장 이상의 좋은 실적이 불을 보듯 당연한
일이었다.
하물며, 두 군데 매장에서 서로 유리한 상품을 밀어준다면, 게다가 방대한 물량을 한꺼번에 소화해 낼 수 있는 판매력이 갖춰진다면
강주의 입지는 날로 커질 것이다.
“아유, 소장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해요. 많이
기다리셨죠?”
“아니에요. 빨리 오셨네요. 집이 어디세요?”
“네, 여기서 멀지 않아요.
군포예요”
“버스 타고 오셨어요?”
“아니오, 기다리실까봐 택시 타고
왔어요.”
“아니, 차 없으시냐고요?”
“아, 네. 전 운전 할 줄
몰라요.”
“아! 그러시군요.”
보아하니 전형적으로 살림만 했던 사람인 것
같다.
“혹시 남편 생전에 같은 업에 종사하는 분들, 뭐...... 친하게 지냈던 분들...... 연락 되는 분들 안
계신가요?”
“네, 있긴 있지만...... 왜요?”
“제가 저 타이어라든지, 기타 비품들
재산가치가 어떻게 되는지 알 길이 없어서 그러는데, 누가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이 있으면 소개를 받았으면 해서요. 아니면 어려운 일이 아니니
진정씨가 마무리 지으실 수 있는지......”
“네, 소장님 바쁘신데 제가 할 수 있는 건 제가 해야지요. 어떻게
하면 되죠?”
“다른 거 없습니다. 이 자리에 철골을 올려서 조립식으로 매장을 들이는 게 가장 저렴하고 빠를 것
같은데 그러자면 이 일대를 전부 치워야 하거든요. 한 번 알아보시고 재산가치가 있으면 파시고, 아니면 그냥이라도 가져갈 사람 있으면 줘
버려야지요.”
“예, 그렇게 할게요.”
“참, 그리고 차 나왔습니다. 타세요. 집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돌아서는데 덥석 손을 잡아 양손에 모아잡고 사정을
한다.
“소장님...... 정말 하늘처럼 알고 모실게요.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뭐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정말 막막해서 울기도 많이 했어요.”
하소연 하는 그녀를 보니 왜소한 체격에 빼빼 마른 몸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
보여 동정심을 자극한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관리하고 있는 매장 못지않은 그런 매장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런 매장 몇 개쯤 되는 체인 사장님으로 만들어 드릴게요. 여기 터가 제법 넓어서 제가 기거할 수 있는 공간도 나올 것 같네요. 가끔
여기서 자며 출퇴근도 하고 집중관리 해 드릴 테니까 마음 푹 놓으셔도 됩니다. 저도 일 년 정도만 관리해 드리려고 했는데, 그러려면 일 년
갖고는 안 되겠네요. 그렇죠? 그러니 느긋하게 맘 편히 가지세요. 참, 그리고 실제 평수도 알아야 하니까 시청에 가셔서 토지대장 한 부 발급
받으시고 측량도 부탁해 놓으세요.”
“네, 알았어요. 그리고 돈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네...... 네, 돈 걱정은 하실 필요 없습니다. 필요할 땐 제가 미리 말씀을
드릴게요.”
집도 알아둘 겸, 굳이 식사대접을 한다는 걸 사양하지 못하고 집으로 가서 앉아 있는데 전화가
온다.
“어, 왜?”
“저기......미쓰정네 담당하고 지점장님 와 계신데요. 볼일 보러
나가셨다니까 기다린다고 안 가고 계시거든요. 참, 물건도 엄청나게 들어왔고요.”
“어, 그래? 창고 키는 미쓰정한테
맡겨 뒀으니까 달라고 하고 그 양반 좀 바꿔줘 봐.”
“네.”
“아, 소장님이십니까. 저
박입니다.”
“아이구, 지점장님 언제 오셨습니까?”
“아유, 우리 부소장님께서 연락드린
모양입니다. 그저 기다리겠다고 말씀 드렸는데...... 저 신경 쓰지 마시고 볼일 보시고 천천히 오십시오. 매장이나 둘러보고
있겠습니다.”
“아닙니다. 이거 어르신을 기다리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제가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아, 예. 천천히 오십시오.”
통화내용을 듣고는
그냥 가야 할 걸 예감했는지 옆에 와 서있다.
“아유, 진정씨. 그만 일어서야
하겠습니다.”
“예, 가셔야겠네요. 식사를 꼭 대접하고 싶었는데......”
“다음에 또
기회가 많지 않겠습니까? 다음에 맛있게 먹지요.”
“저, 이거......”
“아니, 이게
뭡니까?”
“이백만 원이예요.”
“아니, 무슨 돈을? 필요하면 제가 말씀
드린다니까요.”
“아니요. 오빠랑 약속하신 거 상관하지 말구요. 이미 일 시작하신 거나 다름없으니까 매 달 이렇게
드리고 싶어요. 제발 받으세요. 그 대신 제가 자리 잡고 살 수 있게 해 주시면 되잖아요.”
“아 참, 그럼
알겠습니다. 받지요. 사장니...... 임.”
장난스럽게 말꼬리를 올리니 그제야 표정이
밝아진다.
“어머, 사장님이 뭐예요? 참...... 그냥 이름 불러 주세요. 그게
좋아요.”
“예, 그럼 이만 가볼 테니 마무리 짓는 대로 연락 주세요. 저도 틈나는 대로 와 볼
테니까요.”
“네, 조심해서 가세요.”
어느새 저녁시간이 되어 출출하기도 하였으나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 할 수 없이 매장으로 들어간다.
“아유, 오래 기다리셨지요.”
“아닙니다.
볼일은 잘 보셨는지요?”
“네, 자 어디 식사라도 가시죠.”
“아니, 기왕 기다린 거 업무
마치고 부소장님하고 식품담당님 모시고 함께 나가면 어떻겠습니까? 아니, 아예 전 직원 회식하시죠. 오늘은 제가
모시겠습니다.”
“아! 그렇게 하셔도 되겠습니까? 이거 제가 모셔야 하는데...... 그럼 마무리
짓겠습니다.”
마감결재를 하고 있는데 미쓰정네 담당영업사원이 쑤욱 고개를 내밀고 사무실로
들어온다.
“소장님, 다녀오셨습니까?”
“오 오, 그래. 많이 기다렸는가? 아니, 지점장님
모시고 올 거면 미리 전화라도 주지 그랬어?”
“아니요. 저도 몰랐습니다. 이런 경우 잘 없거든요. 배송 마치고
들어갔는데, 갑자기 가자고 하시는 바람에...... 참 그리고 저 계장으로 진급했습니다. 다 소장님 덕분입니다.”
“오우, 축하해요. 그리고 그게 무슨 내 덕이야. 다 자네 복이지. 야! 오늘 술은 자네가
내야겠는데......”
미쓰김도 한 마디 거든다.
“어머, 아저씨. 한 턱
내세요.”
“네, 오늘은 저희 지점장님이 내실 모양이니까 전 다음에 한 턱
내지요.”
“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미쓰김의 목소리가 짜랑짜랑하다.
상가 3층에
갈비집으로 자리를 잡았다. 정직원들만 데리고 가려 했으나 지점장이 고집하여 거래처 파견사원들도 모두 함께 참석하였다. 나름대로 미쓰정의 위상을
살려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자! 위하여!”
소리와 함께 취기가
오른다.
미쓰정은 지점장 옆에 앉아 연신 애교스런 모습으로 대접을 하고 직원들은 사이사이 끼어 앉아 모두들 즐거워한다.
강주의
옆자리는 좌청룡 우백호가 아니라 좌 미쓰김 우 미쓰오다.
그사이를 헤집고 영업사원이 들어와 친한 척을
한다.
“소장님, 제 잔 한 잔 받으십시오.”
“오! 그래. 진급한 것 정말 축하합니다. 열심히
했어요. 앞으로도 많이 도와주시고......”
“아유, 갑자기 웬 존댓말을 하세요? 소름
돋게......”
“아이구, 사석에서야 당연히 존대를 해드려야지. 우리 계장님이 나보다도 연배이실 텐데......
왜? 이상해요? 그럼 다시 반말 할까?”
놀란 척 다시 바라보며 아부를 늘어놓는다.
“아!
역시 저희 지점장님이 반하신 이유가 매출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저희 지점장님이 한 번씩 매장 순회하실 때마다, 조그만 매장 일선
담당들도 저희 영업사원 대하듯 함부로 구는 것이 보통이거든요. 큰소리나 빵빵 치고......”
“어른들에게 그러면
쓰나...... 다 제 그릇이 그거 밖에 아니라 그렇지. 소속이 다를 뿐이지, 나도 우리 회사 부장님 앞에선 고개도 바로 못 펴는데......
자, 술이나 합시다.”
“예, 많이 드십시오.”
“지점장님, 이거 정말 폐가 많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저희들 이 달 회식은 잊어버렸습니다.”
말 끝나기가 무섭게 직원들이 벌떼처럼
들이댄다.
“싫어요. 소장님. 그런 게 어디 있어요.”
“허허허, 그럼요. 또 해
주셔야지요. 아니면 제가 욕을 먹겠습니다.”
“하하, 그런가요?”
“네, 소장님.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번에 창고도 별도로 얻으시면서 돈도 많이 쓰셨다고 들었는데...... 고맙습니다. 뒷일은 저희 담당이 모실
겁니다.”
“아, 예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다음엔 제가 한 번 모시겠습니다.”
직원들은
매장 앞 한 쪽에 모여 이차모임을 기대하며 웅성거리고, 잠시 후 영업사원이 놀란 얼굴로 강주에게
다가왔다.
“저기...... 소장님.”
“예, 왜요?”
“저희
지점장님이 법인카드를 주고 가셨는데요.”
“그런데......”
“저기......천만 원
범위 안에서 쓰라는데요.”
“뭐요? 천만 원? 에이, 농담이겠지...... 자, 어디 이차 가서 맥주나 한 잔 더
합시다.”
“아니에요. 제가 재차 여쭤봤어요. 분명히 천만 원이라고 못을 박더라고요. 저기...... 간혹 저희
지점에서 업체 간부들 회의가 열리거나 하면 호텔을 며칠씩 이용하기도 하니까 그 정도 지출이 있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요? 그야 그럴 수 있겠지. 야...... 이거 무슨 뜻일까?”
“소장님, 저희 지점장님이 소장님 밀어드리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일 한 번 저질러 보죠? 우선 직원들 남문 쪽으로
이차 보내놓고 제가 아는 술집에 가서 현금을 한 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까짓 거 아니면 내일 다시 찾아서 입금 시키면 되지
않을까요?”
“야...... 이거 고민 되는데...... 이거 괜히 개망신 하는 거
아닐까?”
“그러면 작업 다 해놓고 제가 먼저 저희 지점장님께 보고하고 나서 아무 일 없이 넘어가면 전화 드릴
테니까, 그때 소장님이 인사치레 전화라도 넣어주시고, 만일 아니라면 지점장님 뜻을 잘 몰라서 제가 보관하고 있었다고 하고 반납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게...... 그게 낫겠는데...... 일단은 나 개입시키지 말고, 혹시라도 모르니 영수증 처리는
분명히 하시고...... 아이고, 난 생각만 해도 골 아파서 들어갈 테니, 그럼 당신이 우리 애들 좀 책임 져
주쇼.”
“아, 예. 그럼 내일 뵙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업체에서야 판매방식의 일대
혁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사건인 것은 분명하지만 업체 지점장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입장에 섣불리 휩쓸릴 수는
없는 일이다.
강주는 부소장과 거래처 담당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택시를 기다리기 위해 상가 주차장 앞으로 걸음을 옮긴다.
길 건너편을
바라보니 젊은 부부가 아이를 한 명 데리고 막 찻길을 건너오는데 안면이 있어 보인다.스치듯 지나치는데 강주를 본 여자가 흠칫
놀란다.
“누구더라?”
혼자 속으로 생각해 보지만 금방 떠오르질 않는다. 매장에 찾아오는
손님이겠거니 생각을 하며 뒤를 돌아보는데 남자와 아이를 먼저 보내고 다시 돌아온다.
“누구지? 아...... 이거,
씨바...... 술을 끊든지 해야지. 벌써 치매도 아니고......”
혹시나 했던 여자는 역시나 강주에게 다가와서
다시 뒤를 돌아보곤 남편과 아이가 아파트로 사라지자 비로소 안심한 듯 말을 꺼낸다.
“저......
안녕하셨어요?”
“아, 네...... 누구...... 시더라?”
“어머! 저 기억 못
하시겠어요?”
“아...... 제가 지금 술이 많이 돼서...... 아!
혹시......”
“네, 저...... 잠깐만 시간 좀 내 주시겠어요?”
여자는 일전에
매장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려서 강주에게 강간을 당하고 돈을 빼앗긴 적이 있는 여자였다. 대수롭지 않게 워낙 많은 주부들을 강간하고 주로 뒤치기를
해서인지 아니면 타고난 품성이 무관심해서인지 여자의 얼굴을 금방 기억해 내지 못하였으니 여자는 너무나 당황스럽고 몹시 부끄러워 목덜미까지 발갛게
물 들어간다.
“어어...... 그래 어디로 갈까?”
“저기...... 혹시 남편이 다시
나올지 모르니까 우선 저 쪽으로 아무데나......”
“그래, 가지.”
강주는 여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아파트 단지 반대쪽으로 상가의 조명을 피해 어두운 길로 들어선다.
한 번 강간을 당하고 다시 찾아오는 일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서 강주도 내심 이유가 궁금하였다.
“그래, 무슨 일인데......”
“저......
소장님. 저, 돈 좀 빌려 주시면 안 될까요?”
“돈? 돈은 왜?”
“아......
지난번에 그렇게 돈을 드리고 나서 돈을 구할 길이 없어 가지고...... 제가 사채를 조금 얻어 썼거든요.”
“아!
그랬어? 그거 굉장히 위험하다고 하는 것 같던데......”
“네, 전...... 그런 것도 모르고, 우선
급해서...... 이자도 많이 비싸고......”
“그래, 얼마나? 그리고 빌려주면 어떻게 갚을
건데?”
“네, 오백정도만...... 그때 소장님께서 저 취직 시켜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일 해서 갚아
드릴게요. 네?”
“뭐 하는데...... 오백씩이나? 내가 너한테 그렇게 많이 받지 않았을
건데......”
“네, 제가 또 이것저것 쓰다보니까......”
“참, 나...... 너
잘못하면 큰일 나겠다. 무슨 배짱으로 남편 모르게 그런 돈을 쓰니? 차라리 날 진작 찾아오지.”
“네, 죄송해요.
그래서 여기저기 일자리 구해보려고 해도 전부 늦게까지 해야 하는 일들이라서...... 친정에다 말 할 수도
없고......”
강주는 통장에도 돈이 있고 또 방금 전에 거래처 담당에게 들은 이야기도 있어서 돈 걱정은 그다지
되지 않았다. 가녀린 몸매의 그녀가 애절하게 사정을 해 오자 어쩌면 남의 여자를 오래도록 곁에 두고 즐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미친다.
“그래, 빌려줄게...... 그렇지만 너 일찍 퇴근할 거 같으면 월급도 그리 많지 않을 건데 일 년도 넘게
꼬박 벌어야 갚을 수 있을 거 아냐?”
“네, 할 수 있어요. 제가 월급 나오는 대로 바로 바로 갚아
드릴게요.”
“그래, 그러자. 네가 이렇게까지 사정하는데...... 우리 사이에 뭐...... 안
그래?”
강주는 여자를 안심 시키며 어깨에 팔을 걸친다. 여자는 주변을 의식해 몸을 움츠리며 강주의 팔을 조심스럽게
떼어낸다.
“아유...... 소장님...... 여기 동네라서...... 누가 보면 큰일
나요.”
“후훗...... 그래, 그렇지. 조심해야지...... 너 그럼 나하고 일 하게 되면 각오는 하고 있지?
앞으로 일 년이 걸리든 이년이 걸리든 돈 모두 갚을 때까지는 넌 내 마누라야. 알겠어? 너도 그것만
약속해.”
“네...... 그럴게요. 그렇지만 소문나면 전 정말 죽어요. 소장님.
그러니까......”
“그래, 알아. 절대 소문 날 일은 없어. 그러니까 너는 나만 믿고 아무 때고 내가 달라면
가랑이 벌려. 알겠어?”
“네......”
“자, 그럼 가자. 내가 지금 술도 한 잔 먹고
마음이 동한다.”
“저...... 소장님. 지금은 빨리 들어가 봐야 하거든요. 반찬거리 하나 사 가지고 온다고
했는데......”
“그래, 금방 보내줄게.”
“아, 어떻게
해......”
강주는 새로 얻은 창고로 여자를 데리고 들어간다. 창고 안에는 엄청난 물량의 캔 음료수와 조미료
포대가 쌓여있었다.
조미료 포대를 몇 개 들어내려 바닥에 쌓고 서둘러 옷을 벗는다.
“자, 너도 어서 벗어.
시간 없다면서......”
“네, 알았어요. 그럼, 소장님...... 빨리 끝내주세요.
네?”
“쿡쿡...... 야. 네 말이 더 우습다. 뭘 빨리 끝내?”
“아이 참, 놀리지
마시고요.”
여자는 티셔츠와 반바지를 서둘러 벗고는 브라와 팬티를 내리며 몸을
가린다.
“야..... 뭘 가리니? 우리가 처음도 아닌데...... 어서 이리
와.”
강주는 시간도 아낄 겸 정복감에 들떠 여자에게는 애무도 해주지 않고 바로 머리채를 잡아
주저앉힌다.
여자는 강주의 앞으로 가서 쭈그리고 앉으며 강주의 좆을 입으로 가져가고 강주는 선 채로 고개를 뒤로 꺾으며 그 느낌을
즐긴다.
“흐릅...... 쭐...... 쭈릅......”
“흐윽, 아아아...... 흑,
하아......”
여자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꽂아 넣은 채 머리를 잡고 허리놀림에 속도를 더한다. 여자의 입에 대고
씹질을 하듯이 허리를 놀리니 강주의 좆이 목구멍까지 찔러 대 금방이라도 토악질을 할 것처럼 욱욱 거린다.
“훅, 훅,
훅, 훅.”
“쭈릅...... 욱, 욱, 욱, 우우욱. 캑, 캑,
우우우욱......”
“괜찮아?”
“헉, 헉...... 아유...... 소장님......
그러면 어떻게 해요? 학, 학.”
“하하...... 미안, 미안...... 자 이리 돌아서
봐.”
강주는 여자를 돌려세운다. 엉덩이를 몇 차례 두들기고는 좆 끝으로 음순을 문질러 길을 내고는 이내 밀어
넣는다.
“자,
들어간다.”
“으으으......흥......”
“씹할 년, 콧소리는...... 야, 내가
너 안 해줬으면 어쩔 뻔 했냐?”
“아이...... 으흥...... 그런...... 말...... 아학, 윽,
싫어요...... 소장님......”
“소장은...... 훅, 훅, 무슨...... 여보라......고 해
봐.”
“네, 여...... 으흥...... 보......”
“훅, 훅,
훅,”
“아항...... 여보...... 아학, 아학, 아학, 으흥......”
강주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여자를 조미료 포대 위로 바짝 엎드리게 하고 엉덩이에 바싹 붙어 좆질에 속도를 더한다. 창고 안에는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와 사타구니에서 씹물의 철벅 거리는 소리만 요란하다.
“퍽, 퍽, 퍽, 퍽...... 훅, 훅, 훅......”
“으흥,
으흥, 으흥, 아학...... 여...... 보...... 나 죽...... 어요......
으흥......”
“그래, 훅, 훅, 훅, 죽어...... 훅...... 라...... 이년......
훅.”
“아학, 싫어..... 요...... 윽, 윽, 아학...... 그런......
말......”
“씹할...... 년...... 이 보지...... 이제...... 훅, 훅, 누구 거지? 훅,
훅.”
“뿌적 뿌적...... 퍽, 퍽, 으흑...... 당신...... 거에요......
아학.”
“그래...... 훅, 훅, 훅...... 자...... 나온다...... 입
벌려......”
“아학, 아학, 싫어...... 아학...... 요......”
강주는
여자를 돌려 앉혀 놓고 입에다 강제로 밀어 넣는다.
“헉, 헉, 헉...... 씨바...... 내 새끼들......
하수구로 버릴...... 헉,헉, 수는 없지......”
“욱욱......
아잉......”
“어헉...... 싼다...... 울컥, 울컥, 울컥......
흐윽......”
“우욱, 꿀꺽, 욱, 꿀꺽, 웁, 웁, 콜록...... 헉, 헉, 아우...... 소장님......
미쳤어요...... 우욱.”
강주의 좆이 목구멍 끝을 찔러 토악질을 하다가 모두 받아 삼키고 만다. 여자는 그러면서도
강주의 정액을 받아먹은 자신이 스스로 대견한지 강주에게 모두 삼켰다는 걸 확인이라도 시켜 주려는 듯 강주의 좆을 붙잡고 마지막 스피드를 올려
남은 정액을 짜내 입으로 빨아준다.
“헉, 헉, 수고했어...... 야...... 너 제법......
이다.”
“하악, 하악, 아유...... 냄새......”
“하하하...... 너
씻으면...... 내 새끼들이...... 헉, 헉, 모두 하수구로...... 갈 거 아니냐? 네 뱃속에
있어야지.”
“칫, 이 배가...... 뭐...... 그 밴가요?”
“자,
하하하...... 씻으러 가자. 아...... 씨바...... 또 수건이 없어서 셔츠 버리겠네.”
“제가 내일 집에
있는 수건 몇 장 갖다 드릴게요.”
“그래, 참...... 우리 마누라 이름도 모른다.
뭐였지?”
“피...... 정숙이요. 배정숙.”
“그래, 정숙아...... 내일 사진하고
이력서 써 가지고 사무실로 와.”
“네, 아유...... 그런데 아가씨 보기 창피해서 어떻게
해요......”
“뭐, 어때서 그래? 그년은 씹질 안 하고 산다던?”
“아유,
참...... 소장님은 안 그렇게 생긴 분이 왜 그렇게 입이 험해요? 호호호......”
“하하하...... 그거
칭찬으로 생각하마. 자, 얼른 씻고 가야지. 내일 일찍 와. 돈도 빨리 갚아 버려야 할 거 아냐?”
“네.
그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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