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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28일 토요일

여자아이와 동물원의 하룻밤 -2장. 1개월 전.. (1), 어느 사내의 독백.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전문적인 치한은 아니다.
"전문적인 치한..? 그건 또 뭐야.." 라고 반문하실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는데..그러니까 그것은.. 아.. 뭐라고 해야 하나..?
왜 있지 않은가?
습관적으로 여성들을 더듬고.. 그 방면에 이골이 나서 자신만의 테크닉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그런 부류의 인간들 말이다.
말하자면 나는 그런 부류들은 아니고 그저 우발적으로 범행.. 그렇지 이것은 범행이니까.. 이것을 하게 된 경우에 속한다고나 할까.
물론 치한이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두 번의 경험이 있는 것이다.

첫 번의 경우는 내가 고3 때의 일이었는데..
밤에 야간타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지하철이었다.
사람들로 아주 꽉 끼인 지하철 안에서 우연히.. 정말로 우연이었다.. 내 손이 앞에 선 여자의 다리 사이에 끼이고 만 것이었다.
한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였는데, 옷차림으로 보아 그냥 미혼일 것이라 여겨지는 여자였다.
그리고 그때 난생 처음 도발적인 충동을 느꼈던 것이다.
만.지.고.싶.다.. 라고
지금 생각해도 도대체 그때 무슨 이유로 그런 충동을 느꼈었는지 모르겠다.
당시 공부가 잘 안돼서 매우 심하게 받고있던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비좁게 꽉 끼인 사람들 틈에서 느껴지는 사람 냄새, 땀 냄새 속에서 전해져오던 그녀의 체취 때문이었는지..?
그래서 그녀의 다리 사이에 끼였던 내 왼손을 조심스레 움직여 조금씩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로 더듬어 올라갔다.
면바지의 감촉 아래..그래 당시 그녀는 바지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만약 치마 밑의 맨살이었다면 나는 조금도 전진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숨이 멈추어 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는 긴장해 있었다.
어쨌든 면바지의 감촉 아래로 그녀의 탄력 있는 허벅지가 느껴지고 있었고, 드디어 땀이 미끌미끌 배어 나오는 내 손끝에 그녀의 틈새 끝이 느껴졌다.
그 시간은 정말이지.. 나에게는 너무나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순간 그녀가 움찔하는 것이 손끝에 느껴졌다.

나는 바싹 긴장했다.
숨도 쉴 수가 없었다.
나는 그리 소심한 편도 아니었고, 좀 놀았기 때문에 여자친구와 끝까지 가지는 않았어도 패팅 경험 정도는 있는 고등학생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치한 행위라는 것은.. 잘못 걸리면 학교에 부모님까지 해서 나는 끝장이다.. 라는 위기감이 있었기에 꼼짝도 못하고 다음 그녀의 반응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녀는 과연 소리를 칠까?
아니면 내 따귀를 때릴까?
그도 아니면 부끄러워서 그냥 모른 척 하고 있을까?
한 1분 정도였을 것이다.

숨을 죽이고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던 것은 말이다.
그 동안 그녀의 틈새에 닿아 있던 내 손끝도 석고상처럼 굳어져 있었고, 다만 지하철의 진동 때문에 본의 아니게 그녀의 비부에 마찰이 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너무 조용하다 싶어 문득 고개를 돌려 그녀의 안색을 살피려 했는데..
헉..! 그녀는 사나운 눈길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순간 나는 무의식적으로 얼른 그녀의 몸에서 내 손을 떼어내고 말았다.
그리고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황급히 빠져나가는 그녀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그때 내 얼굴은 정말이지 말 그대로 화끈 달아올라 있었다.
이것이 우습지만 내 첫 번째 치한 경험의 전부이다.
아주 조금 손끝의 이동과 접촉, 그리고 긴 부끄러움.
그것은 이후 한동안 정말 생각하기 싫었던 기억이었다.

그리고 또 다시 내가 치한이 되고 만 것은 내가 입시는 물론이고 재수에도 실패하고 홧김에 간 군대에서 받은 첫 휴가 때였다.
그때는 서울에 도착한 후에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있었는데, 다른 볼 일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어 그만 저녁 늦게 퇴근 시간에 겹쳐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만원버스에서 그만 스무 살 정도 되는 아가씨와 몸이 바싹 밀착되고 말았다.
그 때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코 언저리를 간질이는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오랜만에 풋풋한 여자의 내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까?
그만 나도 모르게 대담한 마음이 들었는지, 슬며시 그녀에게 내 몸을 비벼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버스의 흔들림을 핑계로 우연을 가장해서 한 것이었다.
나 자신도 '내가 이렇게 뻔뻔스런 놈이었나!' 하고 놀랄 정도로 내 몸은 본능대로 움직였다.
첫 번째 그 경험 이후로 한동안 나 스스로도 '치한'이란 놈들에 대해 거부 반응을 느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은 다 망각을 했는지 당시 내 머리 속에는 그저 어떤 갈증을 채워줄 그 무엇인가만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모르는지? 아니면 모른 척하는 것인지? 반응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조금씩 더 대담해져서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침범하기 시작했고, 버스의 급정거를 핑계로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감싸안으면서 자연스레 그녀의 젖가슴을 터치하고 지나갔다.
그제서야 그녀는 항의하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지만, 나는 고의가 아니라는 표정으로 시치미를 떼고 있었고, 그녀도 소심한지 말로 항의는 하지 못하고 그냥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두 번째 경험도 여기까지가 끝이다.

당시 마음 같아서는 치마 밑으로도 파고들고 싶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음만 있었을 뿐 그녀의 치마는 긴 것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긴 설령 그녀의 치마가 짧았거나 바지였다고 치더라도, 나는 그때 사람 많은 버스 안에서 그곳에까지 손을 집어넣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

하지만 두 번째의 경험 이후에 나는 그 '치한'이라는 행위에서 다소나마 야릇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단순히 스릴을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남이 곤란해하는 것을 보고 즐기는 것이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단순한 성욕의 분출 이외의 것이 포함되어 있음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나 스스로 별다른 성적 욕구불만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나는 내가 더듬은 여자들이 나로 인하여 성적 쾌감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지도 않고 있었다.
하긴 내가 했다는 치한 행위들도 기껏 더듬는 정도였느니, 무슨 소설이나 포르노에서처럼 깊숙하게 들어가지 않는 이상 그 정도로 여자들이 느낄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전문적인 치한들이라 하여도 그렇게 깊숙이 들어가는 경우가 사실 몇 %나 되겠는가?
그 때문에 나는 내가 느낀 야릇한 만족감은 성적인 욕구와는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였다.
따라서 나는 새로운 내 기호를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치한의 길로 들어선 그 누군가들처럼 되지 않았다.
그것은 그 후에 한동안 내가 군 생활을 계속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제대한 후에도 마침 그럴듯한 상황이나 특별히 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오랜 세월동안 나는..
내 손끝에 남아있던 그 긴장된 떨림과 미묘한 감각을 망각하고 지내게 되었다.

이렇게 나는 두 번 치한이 된 경험이 있었지만.. 여자들이 나의 행위로 인하여 성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는지 어떤지는 알지도 못했다.
적어도 오늘 저녁 퇴근길의 거리에서 그 여학생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왜 오늘 그 여학생에게 끌렸을까?
바쁜 저녁 퇴근길의 거리에서 특별히 그 여자아이가 눈에 띈 것은 순전히 내 거래처가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었다.
점심때 약속이 잡혀있던 거래처에서 자기들 마음대로 오후 늦은 시간대로 스케줄을 변경한 것이다.
나는 화가 났지만 어쩌겠는가.. 결국 하청업체의 비애이니..한 두 번 당하는 일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오늘 오후의 내 스케줄은 다 엉망이 되었고..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결국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퇴근 시간이 된 것이었다.
그래서 회사에 이대로 퇴근한다고 전화한 뒤에.. 일단 배가 고파서 간단히 배 좀 채우려고 근처에 있던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밥은 집에 가서 제대로 먹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그 여자아이를 발견한 것은 편의점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으며 유리벽 밖의 길가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커피를 마시면서 유리벽 밖의 하늘을 보니 정말 둥근 보름달이 하나 떠있었다.
오늘.. 보름달이었네...그러게 무심코 중얼거리며 그 보름달을 쳐다보고 있자니 왠지 그 달빛에 내 몸이 취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그런데.. 오늘 왠지.. 달이 붉어 보이잖아...하는 생각도 들었는데..오늘 하루종일 내 몸 속에 쌓였던 짜증스런 일들이 모두 흘러내려 사라지고..온 몸의 감각이 노곤해지는 듯한..그런 야릇한 느낌을 나는 받고 있었다.

이상하네.. 내가 이전에도 이런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을 하며 나는 한동안 멍하니 저녁 하늘의 그 붉은 보름달을 바라보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알 수 없는 기운에 취해있던 나는 아직 왠지 묘한 흥분을 느끼는 채로 남은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나의 그 시선의 맞은 편에 그 여자아이가 있었다.

편의점 밖에 세워져 있는 공중전화..
그때 그곳에 어느 여학생이 서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무심코 보았으나 몇 번이고 수화기를 들고 망설이는 그 여학생의 모습이 왠지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무슨 일일까..?
거리 상으로 내가 서있는 편의점 안의 테이블에서 불과 몇 미터 안되지만.. 그 사이에 편의점의 유리벽이 가로 막혀 있어 무슨 통화를 하는지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나는 차근차근 유리벽 너머의 그 여학생을 살펴보았다.
뒷모습에 잘 모르겠지만 차림으로 보아 여고생 같았다.
손에는 이 근처 대형서점의 로고가 그려진 종이 봉투를 들고 있었다.
아마 하교 길에 책을 사러 여기까지 나온 모양이었다.
춘추복인지 흰 교복 블라우스에 교복 조끼를 걸치고, 무릎 위를 살짝 덮는 교복 치마를 입은 차림이었다.
날씬한 종아리에는 흰 양발을 신고 있었고, 등에는 책가방을 메고 있었다.
작은 체구의 여자아이였다.
키는 160에도 조금 못 미치는 것 같았다. 158..? 정도일까..
어쩌면 몸이 가냘프게 보여서 더 작아 보일지도 몰랐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먹고 남은 것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발걸음을 재촉하려 하는데..그만 고개를 돌린 그 여학생의 얼굴을 보고 말았다.

그리고...뭐랄까?
저.. 눈빛은.. 쓸쓸한..그 눈빛은 나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몇 번이나 망설이다 걸은 전화 같았음에도.. 하고싶은 말을 제대로 못하고 끊었다는 것이 얼굴 표정에 나타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끌리고 있었다.
나보다 열 대여섯 살은 더 어린 것 같은 여자아이에게..

나는 어느새 그 여학생이 가는 길을 뒤따라 나서고 있었다.
편의점을 나와서.. 길을 건너고.. 지하철역으로 따라 들어가고..나는 지금 집으로 가야 하는데..이 지하철을 타면 내 집과는 방향이 틀린데..하지만 나는 이성보다 어떤 본능이나 욕구가 나의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지금 놓치면 다시는 저 아이를 만나지 못할 테니..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말하는데..나는 애초에 저 여학생을 추행하려는 불순한 생각에 따라나선 것이 아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할지라도..그저 혼잡한 출근길에 그 여학생을 놓칠까봐 바싹 따라 붙었고, 지하철에 탄 후 사람들에게 밀리다보니 어느새 그 아이가 내 앞에 있게 되었다는 것..그리고 순간..그렇게 내 숨결이 느껴지는 가까운 공간에 있는 그 여학생을..내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뿐이다.

그렇게 하여 나는 그 여자아이를 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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