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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21일 토요일

밤에 피는 꽃, -7 -완결-

"진짜 심하다. 이제 돌아 오는거냐?
날 정말 호구로 보는거야?"

짜증을 내는 청년의 볼멘 소리에 인혜는 방긋 웃어 주었다. 취하진 않았지만 적당히 술 기운이 올라 기분이 무척 좋은 상태였다.

"너무 하잖아. 요기 채우고 한 시간이면 돌아 온다더니........내가 왠만하면 참으려했지만 이렇게까지 사람을 속일 수 있냐?"

  청년의 불평을 들으며 인혜는 훌훌 옷을 벗어 던졌다. 아까처럼 조심스럽게 개켜 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냥 되는대로 방 바닥에 내 던지며 순식간에 알 몸이 되었다. 아침에 되어 불 빛 아닌 자연광에서 보는 그녀의 알 몸은 자칭 타칭 588 제일이라고 하는 말처럼 군 살 하나 없는 미끈함과 탄력 자체였다.

"자기야. 나 되게 이쁘지 않아?
13 통에서 제일 이쁜 방울이가 바로 나라구........"

  몸을 배배 꼬며 엉덩이를 살랑거리고 애교가 뚝뚝 흐르는 모습으로 인혜는 청년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똑바로 청년의 눈 앞에 섯다. 청년은 분은 덜 풀렸지만 방글거리면서 인혜가 다가오자 더 이상 화를 내지 못 하고 눈 앞에 다가온 탐스런 여체를 허겁지겁 끌어 안았다.

  등을 어루만지던 청년의 손이 탄력 있는 엉덩이를 쓸어 안았다. 동시에 가슴을 베어 문 청년의 눈이 스르르 감긴다. 뭐라 할 수 없는 충동에 빠진 인혜는 손으로 청년의 얼굴을 받친 뒤 고개를 숙여 청년의 입술에 그녀의 입술을 대었다. 입술만은 주지 않는다던 말을 기억하고 있던 청년이 의외란 듯 몸을 약간 떨었다. 인혜의 입술이 그를 먹어가고, 목타게 기다리던 그의 혀가 인혜를 마중 나왔다.

  본의 아니게 예정보다 훨씬 늦게 돌아 온 것을 사과하려고 인혜는 청년의 입술에서 시작하여 아래로 애무를 이어 나갔다. 그녀의 혀가 닿는 곳마다 청년의 감각이 하나씩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헤헹~ 자기.... 오늘 운 되게 좋은 줄 알라구........술 먹구 무쟈게 기분이 좋아서 진짜 특별 서비스 해 주는 거야..........단골 일년이 되두 안 해 주는 거라구........."

  깊은 입맡춤으로 청년의 몸을 굳세게 일으키며 사이 사이에 인혜의 코맹맹이 소리가 귀에 간지럽게 파고 들었다. 청년은 자신이 진짜 운이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힘찬 포옹으로 인혜를 끌어 안고 침대에 눕혔다. 지금까지의 기다림으로 갈증난 욕구를 한번에 풀어 버리려고 그는 인혜의 두 다리를 활짝 벌린 뒤 한껏 성난 강한 남성을 곧추 세우고 그녀의 성 안으로 깊이 파고 들었다.

"내 자주는 못 오지만 되는대로 니 보러 올끼라.........그 때두 섭하지 않게 해 도고..............."

  낡은 단화를 그의 발치에 놓아 주며 인혜는 예의 그 미소로 답해 주었다.

"그치만 자기야.
나두 먹구 살아야 하니까 택도 없는 돈 갖구 와서 얼굴로 개기면서 떼 쓰면 안된다.
지킬 것은 서로 딱딱 지키자구....."

"내가 그렇게 치사한 놈 같냐?
걱정 마라. 그래두 명색이 이 골목 젤 예쁜이랑 연애하러 오는데 돈 모자라서 쪽 팔릴 바에야 안 오구 말지........ 그런 걱정은 아예 딱 붙들어 매 두라."

  가방을 치켜 든 청년의 뒤를 쫓았다. 돼지 엄마의 안 방 문이 열리고 종도의 얼굴이 문틈으로 빼꼼이 나왔다. 입술이 부르트고 눈탱이는 밤탱이가 되어 있었다. 그런 얼굴로도 왠지 전과 다르게 인혜를 보며 억지로 웃으려는 듯 애를 썼다. 인혜는 종도의 앞에 서서 퉁명스럽게 한마디 했다.

"병신아. 덤비랜다고 앞 뒤 안가리고 그냥 개기는 놈이 어디 있냐?
하여간........... 쯧!"

  종도는 겸연쩍은 듯 씩 웃었다. 청년이 정문으로 나가는 것을 보며 인혜는 급히 말했다.

"짜식아. 이따 오후에 방으로 와. 약이나 발라 줄께.......으휴..... 병신.............."

  청년의 뒤를 급히 쫓는 인혜의 뒤로 종도의 말이 흩어졌다.

"아구... 그 때까지 아파서 어떻게 참냐? .........어쨌든............. "

  문을 벗어나간 인헤에게 종도의 마지막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 말은....

'방울아. 앞으로는 너가 쪽 팔린 일은 절대로 안 당하게 해 줄께.......' 였다.

  우중충한 하늘 모양으로 보아 꼭 눈이 내릴 것 같은 아침 이었다. 청년을 보내고 인혜는 내친 김에 봉림 극장까지 걸어갔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바쁘게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시간이라 거리 전체가 분주함 이었다. 경자의 의심대로 우연같은 필연을 만들기 위해 인혜는 이 시간에 봉림 극장 앞에 자주 와야만 했다.

  대서소에서 문을 여는 준구가 보였다. 인혜는 모른 척하고 그 앞을 지나갔다. 그러므로 먼저 아는 체 한 것은 당연히 준구였다.

"인혜씨..... 어디 가세요?"

"어머! 안녕하세요?
입금 할 것이 있어서 은행 가는 길 이에요."

  은행에 간다는 말로 그녀가 돈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준구에게 알려주고 싶어 거짓말을 했다. 준구의 웃는 모습에는 추호의 의심의 빛이 보이지 않았다.

"예. 다녀 오세요.
아.... 참! 잠깐만요. 인혜씨."

  준구는 절룩거리며 가게로 급히 들어가더니 포장지에 싼 조그만 물건을 들고 나왔다.
선물 이구나! 당장 알아 챈 인혜의 입이 헤 벌어졌다.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지라 그녀의 얼굴은 꾸러미를 보기만 하고도 기쁨으로 넘쳐 흐르고 있었다.

"저 이거, 어제 집에 들어가다 산 싸구려에요.
인혜씨 보니까 항상 맨 손으로 다니는 것 같아서............싸구려니까 너무 흉보지 마세요."

  예의 사람 좋은 미소로 선물을 주면서도 어려워 하는 준구였다. 그냥 기쁜 마음에 덥석 받았다가 너무 경박한 듯 해 아차하는 기분이 들어 선물을 받은 채로 인혜는 굳어 버렸다.
그래서 한 템포 늦게 답례의 인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 이런 선물을 다 주다니........
정말 고마워요. "

  어떻게 갚아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말은 끝내 하지 못하였다. 낯이 너무 간지러워서였다.

"그럼 어서 볼 일 보세요. 저두 이제 일 준비 해야 겠습니다."

"예. 다음에 또 뵐께요."

  대서소로 준구가 완전히 들어간 뒤에 인혜는 역전으로 갔다. 은행에 간다고 거짓말을 했으니 역 뒤의 샛 길을 통해 집으로 돌아 가야만 했다. 아침 바람은 여전히 차가왔지만 가슴에 꼭 끌어 안은 선물 꾸러미 때문에 인혜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지 않아도 준구에게 카드를 한 장 건네려 했지만 지금 받은 선물로 그녀도 답레를 해야 할 구실이 당당하게 생겨 버렸다. 일단은 이 기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 가서 한잠 푹 자고 일어 난 뒤 경자 언니랑 같이 준구 선물을 사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자고 일어나면 눈이라도 와서 거리가 하얗게 덮여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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