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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4일 토요일

숙의 하루..치마속 거울 훔쳐보기 -1

숙은 교무실 문을 열며, 되도록이면 침착해야지, 다짐했다.
사실이었다. 출근길에 겪은 당혹스런 경험으로 인해 아직도 머리속이, 아니 몸 전체가 달뜬, 달아오른 기분이었다.

여자 선생들이 더 많은 교무실, 이미 조회는 시작되어 있었고, 교감의 훈시가 끝나 주임선생들 별로 자기 자리들에서 미팅을 하고 있었다. 숙은 노처녀와 유부녀들이 반반씩 섞여있는 학년담임들의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며, 한켠의 임시교사석으로 가 앉았다.

-늦었군요, 선생님.
-예? 아, 예, 죄송합니다.

그녀에게 처음 말을 건낸 것은 강사팀을 맡고 있는 한선생이었다.
40대 초반의 이 남자는, 유달리 숙과 몇몇 임시교사들에게는 나긋나긋하게 대했다.
그녀들이 젊은 탓도 있지만, 유부녀와 중년의 아줌마들이 태반을 차지하고있는 이 교무실 분위기에서, 비교적 반반한 그녀들의 얼굴에 대한 중년남자의 당연한 처우일지도 몰랐다.

그래서인지, 오늘의 지각에 대해서도 그는 - 일찍 나오세요, 들 - 하고는 별반 엄하지 않은 목소리로 말할 뿐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숙에게 이런 일이 있게 되면 당장의 질책보다도 그 이후의 일이 더 신경쓰이게 만들었다.

그건 바로 노처녀와 30대들이 넘는 기혼의 여선생들이 노골적으로 그녀들에게 보내는 질투와 질시의 반응이었다. 하기사, 한선생같은 주임급 선생들이 숙과 같은 젊은 여선생들을 감싸고 도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라면... 나같아도 그럴거야 - 하고 숙은 생각했다.

그래도 오늘은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다.
첫째와 둘째 시간은 수업이 없었다. 점심시간 직전의 한시간은, 부담임을 맡고있는 (한선생이 담임이다) 3학년 학생들의 수업이었다. 그녀는 커피 한잔을 타들고, 맨 꼭대기 3층의 음악실로 향했다.

대부분 이런 중간 크기의 남자 중학교들이 다 그랬지만, 시설이 썩 좋은 편은 아니고, 음악실엔 마치 교회의 예배의자들처럼 길고도 투박한 긴 의자에 고물이 다된 피아노가 한대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3층의 전망이라는 것이 제법 교정 안을 내려볼 수도 있었고, 또 창밖의 시끄러운 학생들 소리가 일, 이층에 비하면 훨씬 덜했기에, 숙은 교무실 이외에는 주로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복도와 계단에는, 이제 곧 있을 학급조회에 늦지 않기 위해 교복의 남학생들이 분주하게 교실로 향하고 있었다.
숙은 한 손에 종이컵을 들고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꾸벅, 인사하며 계단을 뛰어내려오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미소를 보내며... 그래서일까. 그녀는 학교 내에서 인기가 좋은 편이었다. 노
처녀 선생들의 시기하는 눈초리를 제외하고는, 학생들은 그다지 닥달하지않는 그녀의 성격 덕으로 별반 어렵지 않게 대했고, 개중에는 짖궂게 구는 녀석들도 몇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숙에게는 그저 호감 정도로 받아 들였다.
그러나 그녀는 잘 모르고 있었다.

풍만한 몸매(비쩍 말랐다는 표현은 숙에게는 걸맞지 않았다)와 괜찮은 얼굴이, 사실은 학생들이 숙에게 두고있는 호감의 이유란 것을. 사춘기가 갓 지나, 뭔가에 눈을 뜨고, 불끈거리는 욕
구를 지닌 이 시기의 남학생들은 분명 벌써 남자 - 단순한 XX와 XY의 차이가 아닌, 사내녀석들 - 였고, 그것으로 인해, 그들의 시선은 인기라기 보다는 은근한 호기심에 가까웠다.

숙 역시 남동생이 있기는 했지만, 곱게 자란 탓일까, 아직 그런 것까지는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그들이 그저 국민학생 또래의 아이들처럼만 보이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또 있었다.
그녀가 복도를 지나갈 때 교실 안에서 흘끔거리는 학생들의 눈초리야 그렇다 치고, 어떤 대담한 녀석들은 혼잡한 복도를 비켜가는 척하며 그녀의 몸에 슬쩍 자기 신체를 비벼대며 지나가고 있었다.

더 노골적인 놈들은, 그녀가 걸어갈 때 눈치채지 못하게 뒤를 쫓으며 손가락을 그녀의 엉덩이사이에 끼워넣는 시늉을 하거나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는 흉내를 냈다. 그렇게 어쩌다가 숙이 이상한 낌새에 뒤를 돌아보면, 그들은 딴 척을 부리며 단지 지나가던 척을 할 뿐, 그리고는 그
들은 구석에 모여 킥킥거리며 자기들끼리 즐거워했다.
그리고 그런 짓거리를 들키지 않고 해낸 아이는, 당연히 잠시 우쭐한 대접을 받았다.

어쨌든 숙은 잠시 딴 생각 - 아까 지하철에서 있었던 - 생각을 하며 층계를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 계단 아래 숨은 남학생 두명은 그녀와 반대로 뭔가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아까 일층에서부터 한 반층 정도를 몰래 그녀 뒤로 따라오고있는 녀석 둘이었는데, 그녀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짧고도 펑퍼짐한 치마, 숙이 입은 것은, 계단 아래쪽에서 올려다 보기에는 상당히 아슬아슬했고... 그들은 바로 그것을 목표로 하고 그들은 그녀가 층계를 돌아 오를 때마다 반층 정도차이를 두고 뒤를 쫓으며, 열심히 계단 난간을 붙들고 상체를 계단 틈으로 기울이고 있었다.

손잡이에 의지해 위쪽 계단을 올려보게 되면, 그것은 거의 숙의 바로 아래쪽에 위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그것은, 그녀의 치마속을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살색스타킹과 속옷만이 가리고 있는 그녀의 매끈한 허벅지사이는, 무방비 상태인 아래쪽으로 정말 아찔하게 드러나며 언뜻언뜻 그 깊숙한 부분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은 누가봐도 호흡이 딱 멈출 정도로 아슬아슬한 장면으로, 녀석들은 발소리를 줄이며 들키지 않도록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음악선생의 비경을 훔쳐보고 있는 것이었다.

거의 3층에 다다르자, 숙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잡생각을 멈추었다.
바로 그 무렵, 그녀의 귓가에 들어온 것은 계단 아래쪽의 소근대는 목소리였다.

-야, 보이냐, 보여?
-무슨 색깔인데?

아직도 조회시작을 안했나?
종소리는 아까 났는데... 숙은 혼잣말을 하며 층계 아래쪽을 내려다 보았다. 누구의 얼굴인가가 황급히 사라지며, 교복자락이 다급하게 언뜻거렸다.

-야, 임마, 거기서 뭐하는 거야? 빨랑 안들어가!

아래층 어딘가에서 남자 선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후다닥, 도망치는 발자국소리가 울렸다.
무슨 일이지...?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드르륵, 음악실의 문을 열어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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