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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5일 월요일

여직원 괴롭히기 -10부

“소장님, 계산대 마감하는 중인데요. 마감 결재 해 주셔야죠.”



“어유...... 벌써 그렇게 됐니? 그래 근처에 있다. 금방 들어갈게.”



해가 길어져 늦은 시간인데도 날이 훤하다. 담배를 피워 물고 상가를 돌아드니 과일행상의 물건들은 꼭지가 말라 잔뜩 시들어 있고, 농방 앞에는 사람들이 웅성거려 까치발을 들어 보니 준호 엄마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고 있다. 아마 번영회장에게 부탁한 일이 무위로 끝나 아득하여 저럴 것이다. 어느덧 가로등에 불이 들어와 희끄무레한 저녁이 유남히 을씨년스럽다.



“아이구...... 이젠 좀 살 것 같다.”



“피로 좀 풀리셨어요?”



“그래...... 미쓰김, 아주 창고에다가 살림을 차렸더라.”



“어머나? 아직 멀었어요. 가끔 거기서 주무시면 요기라도 할 수 있게 전기풍로 같은 것도 있어야 하고...... 냄비...... 수저......”



“하긴 그러네. 그래...... 그건 우리 여보가 알아서 잘 좀 해 둬라. 아닌 게 아니라 오늘도 거기서 잘까 생각 중이다. 생각보다 편한 게 내가 침대 체질인가 봐?”



“호호호......”



“야, 그런데...... 무슨 오늘따라 무슨 마감이 이렇게 오래 걸려?......”



“네...... 저기...... 미쓰윤이 과부족 금이 많이 발생해서요. 다시 맞춰 보는 중이에요.”



“얼마나?......”



“구만 원이요.”



“딱 떨어져?”



“네......”



“에이, 씨바...... 그럼 벌써 손 탄 거겠지...... 들어오라고 해.”



“네......”



“소장님......”



“뭐야? 인마. 자식이...... 정신을 어디에 두고 일하는 거야?”



“죄송해요, 소장님. 저도 잘 모르겠어요?......”



“계산대 자리 비운 적 없어?”



“점심 때 하고 간식 때 말곤 없었거든요?......”



“레지스터 잠그고 갔어? 그냥 갔어?”



“그걸 잘 모르겠어요......”



“미쓰김, 그냥 정산하고 내일 내 돈으로 막아버려. 자, 퇴근하자. 미쓰윤, 너 이 새끼 정신 차려...... 엉?”



“네...... 죄송합니다.”



“자, 모두들 잘 가라. 내일 늦지 말고......”



“네, 소장님. 안녕히 가세요.”



“부소장, 어제 고생 많이 했지요? 늦도록......”



“아닙니다. 소장님. 저도 재미있게 놀았는데요. 뭐......”



“아냐. 내가 자리를 자주 비워서 부소장에겐 항상 미안해. 자, 이거 집어넣어.”



“아니! 웬걸......”



“어제 영감님들 오셔서 회식하라고 따로 주시더라고...... 미쓰김한테 들으니까 회식은 우리 예산으로 마쳤다면서......”



“소장님, 넣어두고 쓰시죠. 지난번에도 주셨는데......”



“아주머니 갖다 드리라고...... 부소장이 입 닦지 말고......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래, 난 저기 풍물시장에 들러서 한 잔 하고 갈 테니까, 내일 봅시다.”



코앞에 잠자리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사람을 아늑하게 해 주는지 미처 몰랐다. 집까지 가는데 썩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지만 오고 가는 시간을 모두 벌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있는 것 같은 유치한 기분마저 든다.



“형님, 나오십니까?”



“어?...... 아아...... 난 또 누구시라고...... 박정필씨. 그런데...... 형님이라니요?”



“하하...... 저, 누나에게 얘기 들었습니다. 그 날은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저...... 사장 형님도 앞으로 형님께 깍듯이 하라고 말씀하셔서......”



“아, 누나 만나봤어요? 하하하...... 그럼 매형이라고 해야지, 그 날처럼......”



“아, 하하하......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아, 그렇잖아요. 내가 정필씨보다 나이도 어릴 텐데, 형님은 무슨 형님이에요. 내가 무슨...... 조폭도 아니고......”



“아, 형님이야 물론 그러시지만...... 저희들이야 워낙 나이는 안 따집니다.”



“거 참, 꼭 그러고 싶으면 차라리 매형이라고 하세요. 그게 더 재미있을 것 같네요. 하하하......”



“아, 그러면 저야 더 좋죠. 하하하...... 저...... 그리고 말씀 낮추십시오.”



“그럽시다. 자, 그럼 기념으로 술이나 한 잔 하러 가지. 처남매부지간에, 하하하......”



편안한 마음으로 소주잔을 기울이는데 전화가 울린다.



“누님?”



“응. 상가 회장이라며 전화가 왔었어.



“응, 뭐라고 해요?”



“언제까지 하냐고...... 그래서 일단 일주일이라고 했는데......”



“미친 놈, 그건 포스터 보면 다 나와 있는 거 아뇨? 뭐, 다른 말은 없고요?”



“응, 뭐...... 어물어물 하다 그냥 끊던데? 그리고 퇴근 안 했어?”



“지금 장터에서 누구랑 소주 한 잔 하고 있어요.”



“누구?...... 여자지?”



“하하하...... 누님 지금 질투하는 거 맞지? 나올 수 있으면 내려올래요?”



“칫, 기대하지 마. 지금 못 나가. 나 설거지 하다 전화 받았어. 이제 애들 재워야지. 어머, 전화 끊어야겠다. 내일 봐.”



“네.”



정필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필이는 메리야스 사장이 다치는 바람에 장사를 도와줘야 한다며 먼저 일어선다. 마지막 잔을 비우고 자리를 털고 일어서려는데 번영회장 부부가 준호 엄마를 데리고 들어선다.



“아! 한 잔 하러 오셨습니까?”



“네, 여기 계셨군요.”



“네, 전 이제 다 마셨습니다. 그럼...... 말씀들 나누세요.”



“아뇨. 소장님. 그간 격조했는데 같이 한 잔 하십시다.”



“아닙니다. 그만 하렵니다.”



“어머나, 소장님...... 이렇게 만났는데, 그냥 가시면 어떻게 해요?”



“네, 소장님...... 앉으세요.”



여자들이 팔을 잡고 만류하니 보기 싫은 놈 앞에 할 수 없이 앉아만 있는 꼴이다. 준호 엄마는 만나는 누구에게라도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인지 아예 결사적이다.



“뭐...... 과일 건은 이해하십시오. 우리도 지금 여기 장터 때문에 제 정신 아닙니다. 여기 준호네도 지금 경찰서 들어가 있고......”



“이해...... 요? 회장님 입장에서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십니까? 이제 회장님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지금 당해 보면서도 아직 제 심정이 이해 안 되십니까? 과일행상은 끝내 저렇게 두고 보실 거냐고 묻는 겁니다.”



“소장님은 그래도 수박 사다가 잘만 파시던데, 뭘 그러십니까? 오히려 지금 상가가 나가떨어질 판이에요. 그 얘긴 그만 합시다.”



“허...... 참, 기가 막혀서...... 뭐, 좋습니다. 그건 차치하고...... 준호아빠 얘긴 저도 들었는데....... 그래...... 번영회에선 무슨 대안이라도 서 있는 겁니까?”



“뭐, 지금 구상 중입니다. 부녀회에서 불러온 사람들이니 중재를 좀 부탁해 볼까 했는데, 그것도 말이 안 될 것 같아서...... 전화를 하다가 끊었습니다.”



“으흠...... 그야 그렇겠죠. 저 상인들이야 모두 각자 뜨내기들일 텐데.... 부녀회가 무슨 상관이겠어요? 뭐, 다른 방법 있겠습니까? 달라는 대로 줘서 합의를 볼 수밖에......”



“......”



“모금을 해 보세요. 그간 준호 아빠가 회장님에게는 참 잘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럴 때 힘이 돼 주셔야지. 그 양반...... 허허..... 참 나......같잖아서...... 무슨 병정놀이 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그렇게 회장님 뒤에 바짝 줄을 섭니까?”



번영회장의 안하무인 격 태도에 잔뜩 비위가 상한 강주는 막말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아까 준호 엄마하고 얘기를 했는데, 번영회에서는 부결이 됐어요. 그래...... 지금 아무 대책이 없는 형편입니다.”



“쯧쯧쯧...... 뭐, 그래요? 사람들...... 매일 보는 사람들끼리...... 슈퍼에 쳐 들어올 땐 죽고 못 살 것처럼 뭉쳐서 들이대던 사람들이......”



“......”



“준호 엄마, 그럼 은행 대출이라도 받아서 준호 아빠 나오게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이미 모두 타 써서 꽉 막힌 상태예요.”



“아이고...... 그럼 정말 방법이 없네요. 상가에서 조차 나 몰라라 한다면...... 제가 아무리 도와 드린다고 해 봐야 기껏 일, 이백인데...... 할 수 없군요.”



“......”



“나중에라도 무슨 변화가 생기면 말씀하세요. 내...... 준호 아빠 미운 정 다 거두고 일, 이백 정도는 도와 드릴 테니...... 저, 먼저 가 보겠습니다.”



“네, 그럼......”



번영회장 부인이야 평소부터 강주에게 사근사근했으니 그렇다 치지만, 준호엄마까지 자리에서 일어서 연신 꾸벅이며 배웅을 한다. 준호엄마의 입장에서는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일, 이백이라도 도와주겠다는 강주의 말이 무척이나 고마웠을 것이다.
창문으로 달빛이 들어오니 불을 끈 상태에서도 사물이 곧잘 보인다.
선풍기를 틀어두고 네 활개를 펼치니 배도 부르고 취기도 적당히 올라 부러울 것이 없다. 얼핏 잠이 들려는 순간 전화가 울린다.



“소장님, 저예요.”



“응, 어디니?”



“집 근처예요.”



“왜? 오던가 하지 않고?”



“미쳤어요? 매일?......”



“자식...... 그런데, 왜?”



“상가 이층에 수예점 아줌마한테서 전화 왔는데요. 번영회에서 소장님을 찾는 모양이에요. 연락 안 되냐고 해서요. 전화번호 가르쳐 줘도 될까요?”



“그래...... 기왕 잠도 깼는데, 불러줘라.”



“네. 알았습니다.”



“우리 마누라, 배꼽 잘 가리고 자라.”



“칫, 몰라요. 끊어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한 모금 들이키니 쌉쌀한 입맛에 정신이 돌아온다.



“저, 소장님이십니까?”



“네, 누구시죠?”



“저, 삼층에서 세탁소를 하는 번영회 총무입니다.”



“아, 네!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어쩐 일이시죠? 이 시간에......”



“네, 저...... 들리는 말이 있어서 확인 차 전화 드렸습니다.”



“네, 말씀 하십시오. 무슨 일을......”



“사실인지는 모르겠는데, 장터에 상인들...... 소장님이 혹시 아시는 사람들인가요?”



아마 누군가 정필이와 술을 마시는 것을 보았든지, 아니면 메리야스 업자와 있던 것을 보고 번영회에 알린 모양이다.



“허허...... 글쎄요...... 제가 하는 일이 그 계통인데, 제가 아는 사람들도 일부 있지요.”



“네? 그럼...... 소장님이 혹시...... 그 사람들 불러 오신 겁니까?”



“그건 제가 대답할 필요가 없는 일인 것 같은데요. 그리고 총무님은 세탁소를 하시는 분인데 그 일하고는 상관도 없잖습니까?”



“아유, 소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상가 전체가 죽잖아요.”



“그럼...... 번영회에서는 저 죽이자고 과일행상에게 자리 내 준 겁니까? 슈퍼는 과일이 죽으면 다 죽는 거예요.”



“아! 그거는 회장님이 일방적으로 그렇게 처리한 거라니까요.”



“뭐...... 저는 모르겠습니다. 방금 전에도 회장님하고 우연히 만나서 이야기를 해 봤는데...... 그 양반 지금도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주무르고 있더라고...... 저도 지금 총무님이 느끼는 배신감 같은 거...... 똑같이 느낀 사람입니다. 과일 내다 버리다시피 팔면서 손해도 무지하게 봤고요. 지난번에도 말씀 드렸지만, 저...... 잘못 건드렸습니다. 어디서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기왕 아셨으니 말씀 드리는데, 저 상인들...... 풍물시장 끝나도 앞으로 저 자리에서 계속 할 겁니다. 부녀회와 합법적으로 계약하고 관내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 누구도 못 말릴 겁니다. 이 상가 완전 거덜 날 때까지 끝까지 갈 겁니다.”



“아니? 소장님, 이거 왜 이러세요? 흥분 가라앉히시고......”



“그리고 분명히 하는데, 싸움 같은 것은 제가 알 바 아닙니다. 제가 의도한 것도 아니고, 준호 아빠가 메리야스를 취급하니까 자기 욕심에 그랬는지, 아니면 번영회 임원이니까 상가를 생각해서 나서다가 그리 됐는지...... 그건 모르겠지만 행여 저하고 연관 짓지는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소장님. 소장님 말씀 충분히 알아들었습니다. 내일, 제가 회장님하고 한 번 찾아뵙고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그러시던지......”



전화기를 던져놓고 생각보다 빠른 진행에 강주도 당혹한다. 어쩌면 풍물시장이 끝나기도 전에 일이 마무리 될지도 모를 일이서 잠을 청하는 강주의 입에 미소가 걸리고 침대에는 아직도 누구의 것인지 모를 체향이 남아있어 잠을 청하는 강주를 뒤척이게 한다.



“여보세요...... 진정씨? 나야.”



“네...... 강주씨. 어디세요?”



“응, 볼일이 있어서 신갈에 왔다가 이제 수원으로 돌아가는 중인데, 지금 바로 돈 좀 찾아서 사천만 원만 내 통장으로 송금해줘.”



“사천만 원이요? 음...... 한 십분 정도 뒤에 확인해 보세요. 지금 바로 은행으로 출발할게요.”



“허...... 참, 뭐에 쓸 건지 물어보지도 않아?”



“아이 참, 그걸 제가 알아서 뭐 해요? 강주씨가 알아서 하는 일을......”



“그래, 고마워. 역시 우리 여보가 최고야. 나중에 올라가서 얘기 해 줄게. 햇볕 뜨거운데 너무 밖에 오래 있지 말고......”



“네......”



보험을 하는 희자가 담보로 제공한 물건은 면허시험장 근처의 삼층 상가에 있는 점포로 건물이 다소 낡긴 했어도 주변 부동산 등을 돌며 파악해 보니 그런대로 상권도 좋아 자금회수가 안될 경우 정리절차를 밟고 매입을 해 버리면 배 이상의 소득을 올릴 만한 것으로 재산가치가 파악되었다. 만에 하나 그렇지 못한 경우라도 선순위에 올라가면 문제 될 일은 아니었다.



“어디 보자...... 이 근처 어딜 건데..... 아, 저기 있군......”



“어머, 소장님. 쉽게 찾아 오셨네요?”



“응, 그래...... 밖에서 기다렸어? 들어가 있지 않고......”



“아유, 속이 타서 그렇죠.”



“그러니까 내가 시킨 대로만 잘 하면 천만 원 떼어 준다니깐, 지난번에 차를 그렇게 처분하고 나도 맘이 편치 않았었어. 하지만 어

떻게 하겠어. 나도 날짜를 맞춰서 입금을 해야 하는데......”



“정말 천만 원 꼭 주시는 거예요.”



“아, 그럼......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급전으로라도 이자를 많이 걸고 돈을 빌려 내라고...... 천만 원에다가 그 이자하고 나중에 지연 이자까지 내가 다 변상해 줄 테니까......”



“아유, 그래도 한 사무실에서......”



“씨바...... 너는 법적으로 아무 잘못 없는 거라니까...... 그냥 늦은 만큼 지연이자만 주면 되는 거야. 잘못이라면 돈독 올라서 빌려준 제 잘못이지. 그리고 정 불편하면 다른 보험사로 옮겨 버리면 그뿐 아니야? 천만 원이 걸린 일인데......”



“뭐, 하긴...... 다른 데로 가도 되긴 되죠.”



“자, 이따가 내가 법무사 사무실부터 갔다가 나중에 공증사무실에 갈 테니까 자기는 그때 우연히 만난 것처럼 나타나서 내가 시킨 대로만 하면 돼. 알겠지?”



“네, 그럼 이따가 뵐게요.



“그래, 나는 은행 들렀다가 갈 테니까...... 지금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



강주는 희자의 점포를 먹기 위해 일전에 승용차를 맡기고 돈을 빌려간 여자를 불러내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희자에게 고리를 빌미로 돈을 다시 빌려낸 뒤 여자를 적당한 때에 잠적시켜 건물을 압류해 버리기 위함이다.



“소장님, 여기에요.”



“어...... 일찍 나왔네? 오우...... 날 미치게 하는 사과 향기......”



“호호호...... 아이, 또 그러신다.”



“음...... 희자씨, 그래...... 인감하고 서류는 다 준비했어?”



“다른 건 다 있는데, 등기필증이 안 보여서......”



“아, 그건 법무사 사무실에가 면 떼 줘. 얼른 가자.”



“아이...... 뭐가 그렇게 급해요? 저 오늘 뭐...... 바뀐 것 같지 않으세요?”



“음...... 응? 오늘은 치마를 입었네?”



“호호호...... 소장님한테 예쁘게 보이려고 입었죠. 오늘 우리 데이트잖아요?”



“그러니까 빨리 가자는 거지...... 하하하......”



법무사 사무실에서 서류작성을 위해 질의응답을 마치고 돈을 건네준다. 평소 같으면 전산으로 보내주겠지만 작전을 위해 일부는 수표로 일부는 큰 부피로 현금으로 준비했다.
가방을 열어 꺼내는 돈 봉투를 보고 희자는 기겁을 한다.



“어머머! 아유...... 소장님...... 이걸 어떻게 들고 가라고......”



“야, 이게 가장 확실한 돈 아니냐? 나도 여기저기서 조각돈 맞춰 오느라고 그랬지. 사천을 만들기가 어디 그리 쉽냐?”



“아유, 그래도......”



“아, 문만 열고 나가면 지천에 은행인데 뭐가 걱정이야. 내가 은행까지 에스코트해 줄게 걱정하지 마. 자...... 이제 공증하러 가야지.”



“네, 아유...... 난 무서워요. 소장님이 들고 가세요.”



“참 나...... 알았어. 가자. 이거 이제 잃어 버려도 내 돈 아니니까 알아서 해.”



“아유...... 못됐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희자는 강주의 팔에 매달려 앙탈을 부리며 따라 나선다. 여지없이 코를 자극하는 향기에 좆이 부풀어 오른다.



“이거, 공증 마치고 입금하는 대로 바로 여관으로 갈까? 밥부터 먹을까?”



“아유, 또...... 소장님, 자꾸 나 미치게 할 거에요? 소장님이 저 사무실에서도 자꾸 만져서 나 아까부터 이상했단 말이에요.”



“하하하...... 그랬어? 하하하......”



“어머! 언니......”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여자가 나타나자 희자는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춘다.



“어머머! 뭐야? 두 사람...... 데이트 하는 거야?”



“아, 오랜만이네...... 여기는 어쩐 일이야?”



“나야 영업 다니는 중이지...... 소장님은 정말 너무하셨어요. 어쩜 그렇게 조금도 안 봐주고 차를 넘겨버릴 수가 있어요? 며칠만

기다려 줬어도 막을 수 있었는데......”



“아...... 참...... 그건 나도 날짜를 맞춰야 하는 돈이라서 그랬다니깐...... 그러지말고...... 밥 먹었어요? 모처럼 만났는데 함께 밥이나 먹으러 가지.”



“아이, 소장님...... 이건 어떻게 하고요?”



“아, 그렇지...... 은행부터 가야지?......”



“은행? 그건...... 뭐예요? 혹시 돈이에요?......”



“아! 이거...... 희자씨가 나한테 빌린 돈인데 다는 필요 없어서 삼천만 원은 다시 은행에 입금 시킬 거거든.”



“어머! 뭐하는데 그렇게 많이?...... 그럼 이거 여유 있는 돈인가 봐? 어머, 너무 잘 됐다. 그럼 희자씨가 나 천만 원만 빌려줘. 그러면 되겠네.”



“어머! 안 돼. 언니...... 이거 한 달 있다가 도로 막을 거야.”



“아, 걱정 마. 나는 보름만 쓰면 돼. 보름 뒤엔 내 돈 돌아오잖아.”



“보름?......”



“아유...... 얘는...... 나, 지난번에 차 못 막고 돌리는 돈 육백...... 지금 그대로 있잖아. 보름 뒤에 돌아오는데...... 희자씨가 내 실적 뻔히 알면서 그래. 내가 한 달 동안 실적을 오백도 못 올리겠니? 이번에 내가 좋은 거래처 하나 땄는데, 정말 놓치기 아까워서 그래. 그 대신에 이자 일할 줄게. 그만큼 확실한 거래처라니까? 다음 달엔 내가 또 빌려줄게...... 상부상조하자고......”



“와...... 일할이나? 희자씨, 괜찮겠는데?”



“어머! 언니 정말 일 할 줄 거야?...... 아유...... 그렇지만 겁난다.”



“야!...... 이자가 일할이면 희자씨는 손도 안 대고 코 푸는 거 아냐? 내가 돈 여유가 더 있으면 내가 해주고 싶구먼...... 뭐...... 보름이라는데 어때? 지체하면 이자율을 더 붙이지? 뭐...... 한 이할 정도로......”



“아유...... 소장님, 왜 자꾸 끼어서 훼방이에요? 이자만 올리고......”



“어이구, 이거 내가 괜히 끼어들어서 싸움 붙이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언니, 그렇게 할래요? 자신 있는 거래처면 그렇게 하든가?”



“아유, 그래. 확실하다니까. 지금 내 돈도 육백이나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그래 늦으면 이 할로 계약해. 얼마든지...... 하지만 희자씨 이 할 받을 일은 없을 걸...... 호호호.,.....”



“아유, 그럼 그래야지.”



“자, 자...... 그럼 공증 하러 가는 김에 두 사람도 하라고...... 어차피 그렇게 고리는 공증 못 받으니까 두 사람은 나중에 이면계약하고......”



“와...... 희자가 다리가 이렇게 예쁜 줄 미처 몰랐네?”



“아이, 소장님...... 씻고 있는데 들어오시면 어떻게 해요?”



“같이 씻자. 아흠...... 좋다...... 가슴도 예쁘고...... 그러지 말고 희자야. 너 내 마누라 해라.”



강주는 샤워를 하고 있는 희자를 뒤에서 끌어안아 엉덩이에 발기한 좆을 부비니 좆 끝에는 희자의 보지털이 감겨 물방울을 모으고 있다.
풍만한 가슴은 강주의 손에 의해 형체를 잃어가며 희자를 순간 아찔하게 만든다.



“어머! 이게 뭐야?...... 아이...... 차암...... 하악.”



“야, 네가 하체가 길긴 길다. 보통 이렇게 서면 딱 맞는데...... 너는 내가 까치발을 들어야 되겠다. 하하하......”



“어머머! 누가 이런...... 하악, 아하...... 바람둥이한테...... 시집가겠어요? 호호호......



“자, 이렇게 좀 벌려 봐. 그럼 맞겠다.”



희자의 희고 쭉 뻗은 다리 사이로 발을 집어넣어 좌우로 벌리고 푸짐한 엉덩이 위로 골반을 잡아당기니 발기한 좆이 사타구니를 쿡쿡 찌른다.



“아이...... 흐응...... 아이 살살......”



“옳지. 자, 으흠...... 후욱, 후욱.”



강주는 희자의 엉덩이에 붙어 좆을 잡고 음순을 흩어 길을 찾는다. 허리를 놀리자 희자의 하체는 물기에 미끄러워 다리가 점점 더 벌어진다.
희자는 샤워기 기둥을 잡고 매달려 강주에게 엉덩이로 통사정을 하는 모습이다.



“하악, 흐응...... 아...... 너무...... 미끄러워...... 하악, 힘들어......”



“후욱, 무릎을 ...... 구부려 봐...... 훅, 훅, 엉덩이...... 뒤로......”



“아학, 싫어...... 개처럼...... 흐윽......”



“희자야...... 훅, 후욱, 다...... 내 덕인 줄...... 알아라......”



“하악, 아학, 뭐가......”



“후욱, 씨바...... 너는...... 후욱, 이자 한 푼도...... 윽, 없이...... 돈 쓰잖아......”



“아학, 그러게...... 흐윽...... 아항...... 침대로...... 가아......”



“그냥 해...... 나는 이게...... 더 좋아...... 후욱.”



점점 더 미끄러지자 희자는 할 수 없이 욕조를 붙잡고 개처럼 완전히 자세를 바꾼다.



“하잉...... 하악, 이게...... 뭐야...... 으흑...... 개처럼......”



“아하...... 씨바...... 물지 마...... 개 맞네...... 허억.”



“아흑, 미쳤어...... 소장님...... 내가 언제...... 허억.”



희자의 다리가 길어 들어 올린 엉덩이의 항문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강주는 장난기가 발동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짓을 시도한다. 희자의 몸 안에 좆을 꽂아 허리를 움직이며 샴푸를 따라 등허리에 흘린다.



“앗, 차...... 아흥...... 뭐야...... 하악.”



“응...... 아무 것도...... 아냐...... 후욱.”



허리를 바짝 밀어붙여 흔들어대니 샴푸는 절로 밑으로 흘러내리고 드나드는 좆질에 거품이 일어 부글거린다. 손으로 엉덩이 주위를 문질러 주니 전혀 예상치 못하는 희자는 앓는 소리를 내며 좋아한다. 손가락으로 살짝 살짝 길을 내주곤 한 순간 좆을 꺼내 충분히 미끄러워진 항문 입구로 밀어 넣는다.



“쑤우욱...... 하아아악...... 아학, 엄마야...... 뭐야아......”



“어흑, 아아...... 죽이네...... 조금만...... 흐으억.”



“아야야...... 아유...... 소장니임...... 거기...... 아니야......”



희자는 난생처음 당하는 충격에 기절할 뻔 했다. 졸지에 당해 아프다기보다는 생소한 이 느낌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 지 모르겠다. 강주가 흥분해서 허리를 잘못 놀려 실수로 항문에 밀어 넣었다고 생각하는지 말리려다가 치고 올라오는 흥분에 그냥 몸을 맡기기로 한다.



“아흐윽...... 허억...... 엄마......”



“후욱, 후욱...... 쑤욱, 쑤욱......”



희자의 항문은 질과 달리 몹시 쫀쫀해 전체가 물어주는 기분이 사뭇 다르다.
특히 한 번씩 항문에 힘을 줄 때는 저절로 밀려나오려고 해 다시 힘을 주어 밀어 넣을 때는 낚시를 하며 손맛을 보듯이 밀고 당기며 느껴지는 좆맛이 새롭다.



“흐윽, 싼다...... 아아학.”



“흐으응......”



“아학...... 씨바...... 무지하게...... 물어뜯네...... 아...... 좋다.”



“아흥...... 이게 뭐야...... 침대엔...... 가보지도 못하고...... 아유, 아파......”



“휴우...... 희자야...... 너 개띠냐? 쫄깃쫄깃 되게 물어뜯네? 하하하......”



“정말...... 아유...... 미워 죽겠어...... 뒤에다가 하면 어떻게 해...... 아직도 얼얼해......”



수박이 또 한 차 도착되어 모든 직원이 모여 수박을 내리고 있다. 곳곳에서 내리는 수박을 사기 위해 덤비는 여자들 뒤로 번영회 임원들이 강주에게 말을 붙이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침부터 강주를 만나기 위해 여러 번 내려왔지만 이제야 만나서 사정을 하고 있다.
이미 부녀회를 통해서 강주의 말이 사실이란 것을 모두 파악하고 왔으니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강주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아! 소장님. 잠시만 시간 좀 내 달라니까요.”



“아, 지금 바쁜 거 안 보입니까? 거 참...... 좋습니다. 그래, 갑시다.”



“네, 고맙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가까운 데...... 삼층으로 가시죠?”



“그럽시다. 어이...... 부소장 나 잠깐 나가네!”



“네, 다녀오십시오.”



“어? 왜 회장님은 안 보이십니까?”



“아! 두 분이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서 저희들만 연락 했습니다.”



“아! 그래요?”



“이 일을 어떻게 해결 했으면 좋겠나 싶어서 모셨습니다.”



“이거 왜들 이러십니까? 불과 얼마 전에만 해도 못 잡아먹어서 단체로 으르렁 대던 분들이......”



강주는 그간의 수박 판매 손해금액 육백만 원과 상인들 유치비용 사백만 원...... 총 일천만 원을 화두 삼아 말을 꺼내고 있었다. 물론 사실은 수박에서만 몇 백정도의 손해를 보았을 뿐이다.



“잘 아시지만 액세서리 아주머니는 제가 딱한 사정을 듣고 그저 도와드린 겁니다. 여기 있는 여러분도 그런 처지라면 제가 도와드렸을 겁니다. 이미 점포도 내놓고 오갈 데 없는 분인데, 왜 그것이 빌미가 되어 저렇게 우리 주력상품인 과일행상을...... 상가 입구에 배치를 하는가 말입니다.
그래, 여러분도 제 입장이 되니 아시겠지요? 제가 수박 손해 보면서 판매를 하니까 여러분들 수박 한 덩이씩 사가시면서 뭐라고 했습니까? 경쟁상대가 있으니까 물건이 싸서 좋다고 했지요? 할 말 없습니다. 뭐...... 소비자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지금 부녀회뿐만 아니라 이 일대 아파트 주민들 다 좋다고 합디다. 결국 그게 다 여러분 공이지요. 하하하......”



“그러니까요. 소장님, 화만 내지 마시고 어떻게든 화해를 하십시다. 저희들 뜻이 그런 게 아니었다니까요. 그 당시 회장님이 워낙 밀어붙이는 통에 어쩌다 그렇게 된 겁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나도 손해 본 것은 복구를 해야 하니까, 향 후 십년 간 상가외부의 주차장을 비롯한 모든 외부 공유면적에 대한 권리를 저에게 할애 해 주십시오. 그렇게 합의해 주시면 나도 안심하고 여러분에게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야 앞으로 여러분들이 밖에다 상인들을 유치하지 못할 거 아닙니까?”



“그러면 저기...... 준호네 일은 어떻게......”



“그건 제가 어찌 해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네요. 개인적인 일 아닙니까? 번영회장이 무슨 수를 내겠지요. 자기를 돕다가 생긴 일인데...... 그것도 아니라면, 속된 말로 빤스 장사끼리 벌인 일이니까 개인적으로 해결하라고 하세요. 제가 손해 본 게 천만 원인데, 합의금이 또 천만 원이라면서요? 하여간 제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다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합의해 주시면 저 사람들 당장이라도 철수시킬 테니까 알아서 하십시오.”


상가에서는 이미 소문이 돌아 삼삼오오 모여 있는 곳마다 회장을 비난하고 있다. 개인감정으로 상도덕도 없이 슈퍼마켓의 주력상품을 건드려 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며 특히 영세한 상인들은 비슷한 입장인 액세서리 아주머니의 일로 더욱 그러하였다. 간간이 모여 커피를 마시던 농방에는 입방아에 오를까 무서워 아무도 접근조차 하지 않고 있었고 번영회장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급기야 오일 후에 번영회 긴급 이사회가 소집된다는 공고가 상가에 붙었다. 번영회장의 진퇴 및 슈퍼마켓에서 요구한 바에 대한 의결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번영회 이사회 당일 풍물장터는 철수했지만 행상들은 아파트 안의 공터에서 여전히 천막을 친 채 장사를 하고 있고 강주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눈으로 보아 확실히 알게 된 상가의 상인들은 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였다.



“소장님, 오늘로 번영회장도 바뀌고 장터도 모두 끝나는 건가요?”



“글쎄다. 혹시 모르지. 농방에서 계속 회장을 할지도......”



“에이, 설마...... ”



“그런 자리는 모르는 거야. 우리 같은 사람은 귀찮아서도 안 하지만...... 공연히 자리 욕심내는 사람은 따로 있는 법이거든.”



“그래도 결국 소장님이 뜻하는 대로 될 거 아닌가요?”



“그야 그렇게 되겠지. 상가에서는 달리 대책도 없잖니?”



“소장님, 그런 거 보면 은근히 무서운 분 같아요. 표시도 안 나게......”



“훗! 그래?...... 그러니까 너도 조심해. 자꾸 까불면 잡아다 팔아먹을 거니까......”



“엄머? 호호호.”



인기척 후에 번영회장 부인이 사무실로 들어온다.



“실례합니다.”



“아! 어서 오세요. 요 며칠 안 보이시더니......”



“네, 소장님. 드릴 말씀이 좀......”



“네, 앉으세요. 미쓰김 차 좀 준비해 줄래?”



“아니요. 좀 조용한 데 가서......”



“아! 그래요? 그럼 어디서......”



“저쪽에 별실 있잖아요?”



미쓰김이 고개를 까딱하고는 돌아서서 혼자 쿡쿡거린다.



“아! 그럼 이리 오시죠. 미쓰김...... 저......”



“네, 알겠습니다. 다녀오십시오.”



“괜찮으시겠습니까? 달리 공간이 없어서......”



“네, 네......”



“앉으세요.”



강주는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 내밀며 자리를 권하고 회장 부인은 평소와 달리 새침하게 치마를 단속하며 앉는다.



“그래, 요즘 안 보이시더니......”



“소장님, 너무하셨어요. 일전에 장터에서는 전혀 내색도 안하시더니......”



“네...... 제가 우리 사모님에게는 참 미안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할 수 없었잖아요. 칼을 먼저 뽑아 드신 분은 회장님이었고, 저야 월급쟁이 회사원인데 살아남으려면 대적해 싸우는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흑!......”



“아니, 왜 이러세요? 그까짓 거 다 지난 일인데......”



“소장님, 저 좀 도와주세요. 그이 밀려나면 안돼요.”



“어이구 참...... 아니,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번영회장 안하면 어때요? 그까짓 것......”



“그게 아니라요. 저도 어젯밤에 처음 얘기를 들었는데...... 그간 감사하고 둘이서 상인들에게 비용청구를 과다하게 했었다고 해요. 그런데 이번에 밀려나면 발각된다고......”



“네? 그러면 더더군다나 제가 도와드릴 방법이 없죠.”



“아니요. 이제부터라도 막아나가면 된다고 하는데...... 중간에 밀려나면 막을 방법도 없고 발각되면 꼼짝없이 형사처벌 당한다고 하는데......”



“거기 감사는 누구에요?”



“한사람은 여잔데 장부를 보는 시늉만 해서 잘 모른다고 하고, 정작 짜고 한 사람은 준호 아빠라고 하더라고요.”



“나, 이런......”



“그래, 제가 어떻게 도와 드리면 됩니까?”



“이 일의 핵심에 소장님이 계시니까 그이랑 화해하고 앞으로 잘 해 보겠다고 해주시면 어떻게 안 될까요? 네? 소장님......그러면 몇 달 안에 차근차근 모두 채워 넣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회장님이 저에게 가 보라고 하시던가요?”



“아니에요. 제가 그냥 왔어요. 소장님, 저를 봐서라도...... 네? 소장님, 저하고는 친하게 지내셨잖아요.”



“솔직히 말씀해 보세요. 회장님이 괜히 이 마당에 사모님께 그 말을 했을 리가 없잖아요.”



“흑!......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래요.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회장님이 연임한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아니에요. 소장님이 적극적으로 밀어주면 될 거라고 했어요.”



“네? 참 나...... 금방 아니라고 하더니...... 하하하......”



“어머! 아니에요. 제가 말실수를......”



“좋아요. 일단 그렇게 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약속대로 채워 넣으셔야 한다고 전하십시오. 감사가 안 하면 저라도 연말에 비상 걸어 확인 할 테니까......”



전화가 울린다.



“소장님, 점심식사 어떻게 하실 거예요?”



“자식이? 네가 알아서 시켜?! 오 분 안에 갈 거야.”



“자! 그럼 일어나시죠.”



“소장님, 꼭 그렇게 해 주셔야 해요.”



“네, 알았습니다.”



“너! 이 자식, 일부러 전화 했지? 이게 완전히 구렁이가 돼 가지고......”



“어머! 아니에요. 소장님 걱정 돼서 그랬죠. 킥킥.”



“자, 모두 모이신 것 같은데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그 전에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야 그간 번영회 회비만 냈지, 한 번도 회의참석은 안 했습니다만, 오늘은 저에 대한 안건도 있으니 회장에 대한 것만 말씀 드리고 물러가겠습니다. 우리가 하루 이틀 얼굴보고 살 것도 아닌데 이런 일로 회장 거취에 대한 투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왕 회의에 부쳐진 마당이니 할 수 없지만 제 개인 의견은 그간의 모든 오해를 풀고 기존 회장님과 다시 뜻을 모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제 뜻은 그리 알아주시고 제가 제출한 안건에 대해서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아유...... 그럼 잘 됐네......”



정작 문제 제기자인 강주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곳곳에서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강주는 회의장소를 빠져나와 모처럼 한가한 마음으로 매장을 돌아본다.



“야, 비린내......”



“아...... 참, 소장님. 비린내가 뭐예요? 좋은 이름 놔두고......”



“하하하...... 야, 생선담당이 비린내만큼 좋은 별명이 어디 있냐?”



“이그...... 참......”



“야, 그런데...... 저거 뭐냐? 음...... 너...... 이 새끼, 색소 발랐지? 아줌마, 거기 도미 전부 밑으로 내려 봐요.”



“어...... 저, 저......”



“너, 잠깐 작업실로 들어와 봐.”



생선담당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강주를 따라 들어서고 강주는 작업실 창고를 열고 이곳저곳을 뒤져내더니 식용색소를 찾아내 바닥에 던져버린다.



“야, 이 새끼야...... 네가 아주 돌았구나? 이게 아주 사람 잡을 놈이네?......”



“.......”



“야, 인마. 너 걸리면 어떻게 하려고 창고에 색소를 보관 하고 있어? 황색도 있는 걸 보니 조기에도 발랐네? 아줌마, 거기 조기도 전부 바닥으로 내려요.”



“아니요, 소장님. 조기는 아직 안했어요.”



“저거, 전부 다 네가 쳐 먹어. 이 새끼야...... 이거 당장 폐기하고......”



“......”



“아, 인마. 로스 안 나도록 떨이판매를 잘 해야지. 물 간 생선에다가 색소를 발라서 팔 생각을 하냐? 그런 건 또 어디서 배워 가지고......”



“간혹 물건 들어올 때부터 색소봉지가 묻어오는 게 있어서 저도 그냥 한 번 해본 거예요. 죄송합니다.”



“야, 백정.”



“네, 병장...... 백정.”



“푸훗, 자식이...... 넌 뭐...... 찔리는 거 없어? 있으면 이실직고 해.”



“없습니다. 소장님...... 전 요즘 둔갑술 안 부린지 오래 됐습니다.”



정육담당이 군대 훈련소 흉내를 내며 분위기를 무마시킨다. 역시 고참은 어딘가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화가 풀린다.



“고기에 맛술 같은 거 바르지 마. 알았어?”



“네, 저는 비린내처럼 그런 짓 절대 안합니다.”



“하하하...... 자식...... 그래, 그래...... 너 때문에 내가 웃고 만다. 자...... 그거나 빨리 치워라. 걸리면 큰일 난다. 야, 백정. 저...... 비린내 감독 잘 해.”



“네, 알았습니다. 야, 비린내 빨리 치워.”



“우이 씨......”



신선식품에는 식용색소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간혹 매장의 담당자들이나 심지어는 도매시장 유통단계에서 이미 물건의 빛깔을 내기 위해 색소를 물에 풀어 바르는 경우가 있어 요주의 대상이다.



“아줌마, 반찬들 빛깔이 왜 이래? 다 말라서 칙칙하게......”



“어머! 아니에요. 오늘 온 건데 그래요.”



“사이다 갖다가 좀 부어서 다시 버무려요. 그럼 좀 나으니까......”



“어머! 그래도 괜찮아요?”



“손님들 못 보게 컵에 따라와서 살짝 해야지...... 저기 새우젓도 국물 마르면 소금물 좀 끓여서 식은 다음에 붓고...... 손님들이 국물 많이 주면 좋아하잖아...... 눈치껏 잘 하라고......”



“아유, 네...... 호호호......”



강주는 이곳저곳 쇼 케이스의 물건들을 유심히 보며 계산대 후방 안내대로 돌아와서 서랍들을 열어 본다. 오늘따라 매장을 돌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강주를 보고 직원들은 아연 긴장한다.



“어이, 부소장.”



“네, 소장님.”



강주의 부름에 부소장은 긴장한 듯 옆으로 다가와 서고 강주는 서랍에서 열쇠를 하나 꺼내 손에 들고 흔든다.



“아니...... 이거...... 마스터 키 아니야? 이걸 여기에다 넣어 두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아, 네...... 주머니에 넣어두니까 일할 때 좀 불편해서요.”



“사무실로 좀 들어오소.”



강주는 사무실로 앞장서서 가고 부소장은 역시 머리 뒤를 만지며 따라 들어간다.



“이걸 거기 두면 계산원들에게 부정행위를 하라고 시키는 거나 다름이 없어. 저 애들 마음대로 반품키를 조작할 수도 있는 거 아니야?”



“......”



“보아하니 자리 비웠을 때 처리하라고 거기 둔 모양인데...... 고정사항 발생했을 때 즉시 처리 해주려고만 하지 말고...... 계산원들한테 체크해 두라고 하고 나중에 처리해 주도록 하란 말이야. 주머니가 불편하면 차라리 옆구리에 차고 다니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주는 자신이 자리를 자주 비우니 딱히 부소장을 심하게 나무랄 수도 없었다. 혼자 안내대 일을 하다가 잠깐씩 자리를 비우는 사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그런 모양이었다.
부소장을 내보낸 후 담배를 피워 물다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는 듯 미쓰김을 부른다.



“여보야.”



“아이 깜짝이야...... 왜요?”



“며칠 전에 미쓰윤이 요즘 과부족을 많이 낸다고 했지?”



“네, 어제도 구천 원 정도 남았어요.”



“남아? 야...... 이거 남는 건 더 문젠데...... 거기 백업슬립 좀 다 이리 가져와 봐.”



강주는 미쓰윤이 계산한 슬립을 들고 확인을 해 내려가다가 펜을 들어 한 군데 표시를 해두곤 다른 슬립을 골라 풀어헤치다가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미쓰김에게 말을 한다.



“야, 이거...... 씨바...... 이걸 어떻게 해야 되냐?”



“어머! 왜요? 소장님......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미쓰윤이 장난을 치는 모양인데...... 이것 봐...... 반품키를 여기저기 많이 돌렸네...... 저걸 문제 삼았다간 키 관리를 소홀하게 했다고 부소장도 문책을 당할 텐데......”



“아유...... 혹시 정상적으로 부소장님이 반품처리 해준 걸지도 모르잖아요?”



“돈이 부족한 건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남는 건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런 건 돈을 빼내려고 반품키를 틀고 숫자를 잘못 쳐서 0을 한 개 더 누르면 그런 수가 생긴다고...... 안 보는 사이 빨리 처리하려다 그런 일이 생기지.”



“어머! 그럼 어떻게 해요?”



“휴...... 그냥 문제 삼지 말고 조용히 그만두게 하는 게 좋겠다. 저런 놈을 데리고 있을 수도 없잖아?”



“피...... 그 핑계로 어떻게 해 보실 건 아니고요?”



“허허...... 자식이 사람을 완전히 물총강도 취급을 하네?”



“뭐...... 물건 훔치다 잡히는 여자들한테는 다 그렇게 하시고선...... 차라리 그렇게 하시고 그냥 데리고 있어요? 미쓰윤도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경리로 들어갈 때 됐는데......”



“그러니까 더 안 돼. 저런 놈이 사무실 차고 앉아 있으면 괜히 죄 없는 엉뚱한 소장이 신세 망쳐...... 그리고 인마, 이런 일로 우리 애들한테 흥정했다가 자칫 본사에 보고라도 들어가면 직격탄으로 내가 당할 수도 있는데......”



“피...... 저는요?”



“너는 인마, 네가 나를 자빠뜨린 거지. 킥......”



“으이그......”



“나는 모른 척하고 매장에 있을 테니까 네가 불러들여서 알아듣게 얘기하고 다른 직원들 모르게 집에 보내. 알았어? 에이...... 씨바......”



“네......”



“네, 최소장입니다.”



“아! 네, 저 번영회 총무입니다.”



“아! 벌써 회의를 마치셨나요?”



“네, 정작 오래 걸릴 것이 신임 회장 선출 문제인데, 소장님이 그러고 나가시니 그냥 통과되어 버렸습니다.”



“아, 네. 잘 됐군요.”



“그리고 요구하신대로 십년간 권리 인정해 드리기로 의결되었고요. 내일 공증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과일행상은 부차적인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결국 내보내기로 했습니다.”



“아! 모두 잘 되었네요. 연락 주셔서 고맙습니다. 장터는 공증 직후에 철수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야! 미쓰김. 게임 끝났다.”



“어떻게 됐어요?”



“응, 다 잘 됐어. 부소장한테 오늘 매장에서 파티하자고 해라.”



“매장에서요?”



“응, 우리 회식비도 없잖아. 돈 다 쓰고...... 정육담당에게 등심 좀 내 놓으라고 하고...... 너? 매장 안에서 회식 안 해봤어?”



“네.”



“이런...... 부소장 좀 와보라고 해.”



“부소장, 우리 회식비는 없고, 고기는 먹고 싶고...... 매장에서 회식 해 본 적 있어?”



“아! 종이박스 깔고......”



“그렇지! 오늘 실시!”



폐점 후 환기를 위해 출입문을 반만 내려두었다. 계산대 뒤 공간에 종이박스를 잔뜩 깔고, 온 직원이 둘러앉아서 생선코너에서는 회와 매운탕, 정육코너에서는 각종 고기...... 야채 코너에서는 온갖 푸성귀를 내어놓고 강주가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소장님,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오! 그래...... 시작하지.”



“와! 요즘 회식을 너무 자주 해서 허리띠가 점점 부족해지는데요.”



매장이 평소에는 손님만을 위한 공간이지만 폐점 후인지라 마음껏 음악도 크게 틀어두고 자유롭게 오가며 즐길 수 있어 직원들의 표정은 식당에서 갖는 회식보다 더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나서는데, 누군가 부른다.
하늘거리는 치마 밑으로 종아리가 늘씬하다.



“저...... 소장님......”



“아...... 네...... 어?......”



“네, 기억하시네요. 저 상무님 비서 윤보라예요. 안녕하셨어요?”



“오...... 그래, 보라씨......”



보라는 사내에서 손꼽히는 미인으로 전에 반포에 근무하던 희숙이와 쌍벽을 이루는 미모의 소유자였다. 희숙이가 영업소에서 가장 예뻤다면 본사에서는 보라가 가장 예쁜 여직원으로 정평이 나 있어 모든 남직원들이 침을 흘리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비서실에 근무를 하니 주위에 접근하기도 여의치 않아 남직원들의 손가락 오형제만 바빠지게 만드는 그런 여직원이 강주를 찾아온 것이다.



“아니, 그런데...... 이 시간에 수원까지 어쩐 일입니까?”



“네...... 드릴 말씀이 좀 있어서요. 시간 좀 내 주시겠어요?”



“아, 그러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술도 한 잔 됐는데 보라를 보고 나니 좆이 서서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근근이 일을 마치고 손으로 몇 번 흔들어 주곤 아쉬워하며 지퍼를 올린다.



“자, 사무실로 갑시다.”



“아니요. 괜히 직원들 보는데...... 어디...... 다방이라도......”



“아, 그럼...... 이리 와요.”



강주는 보라를 별실창고로 안내해 소파에 앉히고 음료수를 꺼내준다.



“어머...... 여기는 뭐예요? 창고 같기도 하고 숙소 같기도 하고......”



“아...... 다른 사람 창고예요. 멀리 있는 사람이라 그냥 내가 열쇠만 관리해 주죠. 음...... 그런데 무슨 일로......”



“아, 네...... 저...... 소장님. 부탁을 좀 드리려고 왔어요.”



“아, 글쎄...... 말만 해요. 보라씨 같은 미인이 부탁을 하는데 별이라도 따다 바쳐야 남자지. 하하하......”



“어머, 참...... 소장님도...... 저...... 아까 동생한테서 전화를 받았어요. 소장님이 그만 두라고 하셨다고......”



“응?...... 미쓰윤이...... 아! 그러고 보니...... ”



“......‘


“그런데 자매간 에 전혀 안 닮았네? 이름도 그렇고......”



“네...... 미진이는 아빠를 많이 닮았고 저는 엄마를 닮았어요.



“음...... 미진이도 한 얼굴 하던데...... 부모님이 모두 선남선녀 같으신 모양이네. 음...... 어쨌든...... 그래, 내용도 모두 알고 왔어요?”



“네...... 한번만 용서를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대신 정신 차리도록 따끔하게 혼내 줄게요.”



“보라씨, 미진이를 그냥 집에 보내준 게 용서해 준 거예요. 그거 절도 아닙니까?”



보라도 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소장님도 마스터키 관리를 소홀히 하신 책임도 있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부소장님 열쇠라지만 결국 매장 책임자는 소장님이신데 무관하실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술도 취한 김에 순간 강주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다. 얼굴이 반반하고 비서실에 근무하다보니 만나는 직원마다 친절하게 상대해 주는 것이 몸에 배어 도도하기가 짝이 없다. 혹시 임원들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라도 들어갈까 두려워 간부들조차도 함부로 굴지 않으니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런...... 씨바...... 좆같은 년을 봤나? 너 이년, 지금 뭐라고 했어? 음...... 좋다. 네가 비서실에 있다고 하늘 높은 줄 모르나 본데......”



“어머머...... 뭐, 뭐라고요? 무슨 그런 욕을...... 어머, 세상에......”



“그래, 이 씹할 년아. 나는 보고서 쓰고 견책 받을 테니 너는 네 동생 년 옥바라지 한 번 해 봐라. 자, 지금 전화 걸어서 신고할 테니까 네가 상무님한테 전화를 하든지 전무님한테 전화를 하든지 네 씹 꼴리는 대로 해서 한 번 빼내 봐라.”



강주가 휴대폰을 꺼내 신고를 하려 하자 보라는 황급히 손을 잡아 만류하고는 휴대폰을 빼앗아 버린다.



“어머! 소장님...... 저, 저...... 그런 말씀이 아니고요......”



“좆 까는 소리 하지 말고 전화기 빨리 이리 안 가져와? 내가 너...... 힘으로 뺏으면 못 뺏을 거 같아서 그래?”



보라는 얼른 신을 벗고 소파로 올라가 무릎을 꿇고 사정을 한다. 몸에 밴 도도함에 임원을 모시고 있다는 강점이 강주에게도 통할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 밖의 행동을 보고 오히려 보라가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어머, 소장님. 제발...... 제가 당황이 돼서 그랬어요. 잘못했습니다. 정말이에요. 이렇게 빌게요.”



“후우...... 씹할 년이 진작 그럴 것이지...... 어디서 건방을 떨고 있어...... 이리 전화 가져와.”



“저...... 신고 안 하실 거죠?”



“아...... 이...... 씨바, 좆같은 게 자꾸 토를 달아. 네년이 와서 성질만 안 건드렸어도 신고 안할 건데 이젠 물 건너갔다. 한 석 달 정도만 구치소 옥바라지할 생각해라.”



“어머! 안 돼...... 그럼 우리 아빠한테 미진이 죽어요. 지금 그만두는 것도 회사에 전화해서 물어볼지 모르는데...... 그렇게 되면 걔 쫓겨나요. 허엉......”



보라는 아예 강주가 앉은 자리로 건너와 무릎을 꿇고 팔에 매달려 울며 사정을 한다.



“이런...... 씨바...... 이 팔 안 놓을래? 네년이 내 성질을 건드려서 그런 거 아냐?”



“제가 잘못했어요. 소장님...... 이렇게 빌게요.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엉...... 허엉......”



“후...... 너희 아버지가 그렇게 무섭냐?”



“네에...... 흑...... 흐흑...... 아직 아빠한테는 말도 못 꺼냈어요. 제가 소장님부터 만나본다고......”



“그런데 네년이 와서 일을 더 크게 만들어?”



“잘못했어요. 제가 이렇게 빌게요...... 흑, 흑......”



“좋다. 그럼 우리 거래 하나 하자. 그럼 신고도 안하고 미진이도 계속 다니게 해줄 테니까......”



“정말이요?...... 그런데...... 무슨 거래를......”



“뭐, 알면서 뭘 물어 봐? 네가 나한테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잘 생각해 봐.”



“제가요? 어머! 설마...... 아유...... 안 돼요. 세상에...... 제발 봐 주세요...... 소장님......”



강주는 전화를 꺼내 부소장에게 먼저 집에 왔다며 마무리를 당부하고 대뜸 옷을 벗기 시작한다. 보라는 그 모습을 보고 경악하며 강주의 다리를 잡고 매달려 사정을 한다.



“제발...... 소장님...... 저 다음 달에 결혼한단 말이에요.”



“야, 네가 지금 나한테 숫처녀라고 하고 싶은 거냐? 허허...... 참.....”



“아니요....... 그게 아니고......”



“그럼 뭐야?”



“저......사실은 보름 전에 수술해서 그래요. 그 수술......”



“이런...... 씨바 벌써 개창 난 년 아니야? 너 예쁜이수술 말 하는 거냐?”



“......”



“그럼, 좋다. 씨바...... 돈 들여서 수술까지 했다는데...... 요즘은 그것도 혼수품목에 들어가니? 하하하......”



“......”



“그 대신 외상이다. 아, 씨바...... 오입도 외상을 해 주네...... 너 결혼식 하고 신혼여행 다녀오면 네 발로 기어와서 나한테 다리 벌려. 알았어? 그렇게 할 수 있겠어?”



“네, 소장님. 그럴게요. 제발 오늘은 용서해 주세요.”



“좋아. 옷 벗어.”



“네? 아유...... 소장님...... 나중에 하기로 했잖아요?”



“씨바...... 좆같은 년아. 내가 널 어떻게 믿어? 사진이라도 찍어 둬야지.”



“아, 네...... 알겠어요. 그렇지만...... 혹시라도 인터넷에 올리시면......”



“알았어. 나도 신세 조질 일은 안 하는 주의니까 그런 걱정 말고...... 얼른 벗어.”



“네......”



강주는 보라를 벗겨두고 별별 요상한 포즈를 요구하며 사진을 찍는다. 좆이 부풀어 불편해지자 바지를 마저 벗는다.



“어머, 소장님...... 안 돼요.”



“걱정 마. 안할 테니까...... 자, 좀 빨아 봐. 이건 괜찮잖아.”



“아, 네...... 후룹...... 쭈우웁...... 턱, 턱, 턱.”



“아하...... 흑...... 씨바...... 잘...... 하네......”



“누구랑...... 흐윽, 으흑, 결혼...... 하냐?”



“후룹...... 음...... 우리 회사......쭈웁...... 사람 아니에요.”



“흐윽, 으으으...... 그만......”



“으음...... 하아...... 네에......”



강주는 보라가 입으로 빨아주자 희자가 갑자기 떠올라 보라를 화장실로 끌고 가서 샤워를 하라고 시킨다. 셔터를 계속 누르며 사진을 찍자 보라는 안심하고 다양한 포즈로 샤워를 하고 강주는 이내 휴대폰을 창틀에 올려두고 샴푸를 집는다.



“자, 돌아봐. 엎드리고......”



“아하항...... 소장님...... 안된다니까요. 제발......”



“알았어. 씹할 년아. 어디 그 구멍만 구멍이냐? 걱정하지 말고 돌아 봐. 나도 약속은 지킬 테니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보라는 주춤주춤 돌아서긴 하는데 영 불안한 표정이다.



“그럼...... 조심하세요. 하아앙...... 아플 텐데...... 앗 차가워......”



강주는 손가락을 집어넣고 빙빙 돌려주면서 구멍을 키운다.



“우훗, 씨바...... 쑤욱 잘 들어가네...... 너 종종 해 봤나 본데......”



“아흥...... 아니에요...... 처음...... 이에요...... 아야...... 살살......”



“자, 이제 좆 들어간다. 움직이지 마. 힘 빼고...... 우훗......”



“아아악...... 아학...... 아유, 살살 좀......”



“후욱, 훅, 훅, 턱, 턱.”



“아흥...... 아학, 아학, 하아아악.”



한참을 박아대던 강주가 사정감이 몰려오자 보라를 돌려 앉히고 입에 들이댄다.
항문에 들어갔다 나와서 그런지 보라는 도리질을 치지만 강제로 볼을 눌러 밀어 넣고 사정을 한다.



“후웁, 웁, 음, 음......”



“삼켜. 뱉어내면 넌 죽어.”



“흠, 음...... 우욱, 우우웁...... 꿀꺽...... 우우욱...... 켁, 켁...... 우우우욱......”



좆물을 입에 물고 몇 번을 헛구역질을 하다가 강주가 노려보자 결국 삼키고는 바로 토악질을 한다.
강주는 다시 휴대폰을 들고 그 모습들을 찍으며 손으로 좆을 흔들어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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