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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7일 수요일

여직원 괴롭히기 -21부

“음...... 부소장, 나예요.”



“네, 소장님.”



“지금 하는 일 모두 중단하고...... 음...... 우선 점심식사부터 해야 되겠네. 천천히 식사하시고 의왕매장 소장을 태워서 함께 용현동 본사로 들어오세요. 나도 시간 맞춰 들어가겠습니다.”



“본사 어디로 가 있을까요?”



“아! 그렇지. 아직 아는 사람도 없을 텐데...... 아니, 전에 총무부 김과장 본 적 있잖아? 그 양반한테 가 있어요.”



“네, 네...... 아, 그분이 거기에 있습니까? 알았습니다.”



짧은 휴가기간에 계약을 재조정하고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역시 손발을 맞춰온 사람들이 유용할 터이니 희숙이를 부를 수밖에 없는 일이다.
회장과 강주 일행은 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의 한식당으로 걸음을 옮기고 황부장은 전화를 하면서 걷고 있는 강주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느라 함께 뒤처지게 된다.



“저...... 이사님.”



“네, 뭡니까? 말씀하세요.”



잔뜩 주눅이 들어 따라 걷고 있는 황부장에게 다시 본래의 안색을 회복한 강주가 전화기를 접으며 무심히 대꾸를 한다.



“저...... 저는 지금 집에 가서 바로 필증을 가지고 나오겠습니다.”



“뭐, 급한 것도 아닌데 그걸 서둘러요? 식사나 하고 천천히 가세요. 어차피 오늘은 내가 바빠서 등기소 갈 시간도 없습니다.”



“그게 아니라 지금은 회장님 뵐 면목도 없고...... 또 집사람 모르게 필증을 갖고 오려면......”



“마누라가 그렇게 신경 쓰입니까? 허허...... 참, 나중에 물으면 뭐라고 할 거요?”



“글쎄요. 그게......”



“뭐, 도리 없잖아요? 경마해서 날렸다고 하쇼. 나한테 부탁해서 내가 집은 다시 잡아줬다고 하고...... 입을 맞춥시다. 아파트는 몇 평이요?”



“아! 네,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알았습니다. 아파트는 서른 네 평인가...... 그렇습니다.”



“알았습니다. 그래도 식사나 하고 갈 일이지......”



“아닙니다. 지금 밥 생각도 없습니다.”



하기야 집을 날리는 처지에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면 그것도 온전한 정신은 아닐 것이다. 멀리서 앞서가던 회장과 부장의 아내 미경이도 걸음을 멈춘 채 두 사람을 돌아보고 있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나중에 사무실에서 봅시다. 괜히 사장님 마주치기 곤란할 것 같으면 어디 피해있던지......”



“네, 제가 알아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황부장은 멀리 서있는 회장에게 고갯짓으로 인사를 하고 황급히 주차해 둔 곳으로 뛰어가 버린다. 천천히 회장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강주를 향해 미경이는 앙탈을 부리고 회장은 애써 외면하며 웃음을 짓는다.



“아이 참...... 이사님. 또 저이한테 뭐라고 그랬지요?”



“어허..... 참, 나...... 아무 소리도 안 했어요. 허허허...... 아, 회장님 뭐라고 말씀 좀 해 주세요.”



“호호호...... 그래, 얘...... 이사님은 이제 아무 소리도 안 하기로 약속했는데...... 뭘 그래?”



“그런데 저이, 왜 밥도 안 먹고 그냥 간대요?”



“아! 지금 밥 생각도 없고 브리핑 준비할 게 많아서 그런 모양입니다. 이제 저하고 손발 맞춰서 함께 일하기로 했으니까 미경씨도 괜한 일에 마음 쓸 필요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친하게 잘 지내겠습니다. 하하하......”



입을 잔뜩 내민 채 흘겨보는 미경이의 허리를 돌려세워 걸음을 재촉하고 곧 식당으로 들어선다. 한식당임에도 불구하고 바닥은 다다미가 깔려있어 무더위 중에도 무척 시원한 기분이다.
한 자리에 모여 앉은 세 사람 모두가 문제를 해결한 뒤의 차분한 표정과는 관계없이 속으로는 나름대로 쾌재를 부르고 있으니 동상이몽도 이런 경지가 따로 없다.
미경은 회장의 후광으로 남편인 황부장이 무사할 수 있었으니 이 기회에 어떻게든 강주를 잠자리로 끌어들여 제 편을 만들기 위해 여념이 없을 것이고, 회장은 사람을 잘 가려 쓴 덕에 짧은 시간에 소기의 성과를 올리고 있으니 남편보다 우수한 자신의 경영능력에 도취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쾌재를 부를 사람은 다름 아닌 강주일 터, 황부장에 대한 건은 이미 회장과 더 이상 거론치 않기로 약조를 했으니 거래처 계약이야 수정하면 그뿐이고, 점장들의 점두코너 수입은 매일 보고를 받아 체크하면 그뿐이니, 이억을 호가할 용현동의 아파트 한 채가 고스란히 떨어지게 생겼다. 물론 추후 경과를 보아 다시 돌려 줄 수도 있다고 했지만, 집을 처분하지 않는 한 그간 착복한 돈을 일거에 마련할 수도 없는 일이고, 처분한다 한들 그 돈은 강주의 돈이 될 것이다. 무슨 일이든 목을 걸고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점점 단단한 올무 속으로 빠져든다는 것을 이미 체득한 뒤인 강주의 입가에는 그저 알 수 없는 미소가 걸려 있을 뿐이다.



“참, 이사님...... 지난번에 부탁하셨던 그 직원은 어떻게 됐나요?”



식사를 모두 마친 후 회장은 내친 김에 강주를 장악하고 있는 자신의 능력을 미경이 앞에서 과시하듯 부소장의 일을 물어온다.



“아! 네, 회장님 덕분에 벌금형으로 바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 제가 회장님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 저도 회장님께 그 원수는 따로 갚아야 하겠지요? 하하하......”



“어머! 원수요? 호호호...... 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본사에 와서 대기하고 있으라고 해 뒀습니다. 그 친구하고 의왕에 있는 우리 여직원도 곧 내려올 겁니다. 이제 가서 만나 봐야지요.”



“어머! 바로 가시게요? 아이 참, 제가 시간 좀 내달라고 그랬잖아요?”



“허허...... 잘 하면 달려들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미경씨 얘기 들어드릴 시간은 있습니다.”



슬쩍 회장을 바라보니 회장이 강주의 말을 거들고 나선다.



“어머! 참, 내 정신 좀 봐. 이사님...... 나 오늘 헬스클럽에서 약속이 있었는데 깜빡했네...... 이사님, 나중에 봐요. 얘, 미경아, 나 먼저 간다.”



“참, 그리고 오늘부터 그 두 친구 며칠 간 일을 시켜야 할 것 같은데 비용 겸해서 이백 정도 인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그건 경리파트에 얘기해 둘게요. 아유, 참...... 이사님께 여러 가지로 너무 죄송하네요. 의왕에 있는 그 직원이 약혼자라고 하셨잖아요? 휴가 중에 두 분이서 어디 여행도 못가시고......”



“허허허...... 이렇게라도 보면 되는 거지요. 뭐......”



처음 회장을 만났을 때 그저 흘려 얘기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회장이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고 강주도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미경은 자연스럽게 강주에게 다가와 팔짱을 걸며 가슴을 비벼온다.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자연스럽기가 물 흐르는 듯하다.



“어디로 갈까?”



“아까 거기 비치호텔 어때요? 이사님.”



“그러지.”



이제 회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교감을 이룬 상태로, 비록 그녀의 전위부대에 민희가 있다는 것 때문에 썩 달가운 입장은 아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회장의 본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일 터이니 강주도 어린아이가 아닌 이상 회장을 미워하기만 할 일은 아닌 것이다. 물에 빠진 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물에 뛰어들어야 하고 수렁에 빠진 이를 건지더라도 한 발은 빠뜨려야 할 일이다. 황부장의 아내 미경이는 또 어떤 내력을 가진 인물인지 미경이에게 빠져 보기로 한다.



“그래, 황부장이 전화로 뭐라고 하던데?......”



“호호...... 놀라긴 내가 더 놀랐지. 뭐야......”



“왜?”



강주는 천천히 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가 샤워꼭지를 돌려 물을 맞는다. 미경이도 따라 들어와 강주를 뒤에서 끌어안고 젖무덤을 비벼오니 등으로 느끼는 가슴이 풍만하다. 물속에서도 그녀의 향기는 강주를 자극하기에 충분한지 이미 강주의 몸은 반응하기 시작한다.



“최강주 이사라고 해서...... 나는 자기 무역 쪽에서 일하는 줄 알고 있었거든......”



“쿡쿡......”



“그래서 바로 언니한테 전화했지.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봐 달라고......”



강주는 돌아서 미경의 젖무덤을 일그러뜨리며 입술을 부딪치고 미경은 기다렸다는 듯 강주를 들이마신다. 아침부터 애를 태우던 강주를 용서할 수 없다는 듯이 한 손으로는 적극적으로 강주의 분신을 쓸어 주무른다.



“흐읍...... 쭈우웁....... 후루룹......”



“으흐으음....... 으흥...... 흐으응......”



“후훗...... 미경아. 물속에서 해 본 적 있어?”



“어머! 미쳤어. 쿡쿡......”



강주는 물을 틀어 욕조를 채운다. 샤워꼭지에서도 소나기가 내리고 두 사람은 그 비를 맞으며 서로의 몸을 탐닉한다.



“이거...... 나한테 주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니?”



강주의 손은 미경의 사타구니를 흩고 지나가며 조금씩 자극하고 그때마다 미경은 움찔거리며 강주를 끌어안는다.



“아이 차암...... 나빠요...... 민희하고 경주만 예뻐해 줬지? 치......”



“허허허...... 너희끼리는 비밀도 없냐? 자, 숙여 봐......”



강주는 쏟아지는 물을 등에 맞으며 미경이를 돌려 잡는다. 발기한 좆이 꺼떡거리며 미경이의 풍만한 엉덩이를 찔러댄다. 음순을 문질러 길을 찾고 천천히 밀어 넣는다.



“뭐...... 말 안 해도 다 알지. 호호호...... 허어억...... 살 사알......”



“후욱, 그럼 우리...... 후욱, 지금 이러고...... 후욱, 있는 거...... 황부장도 알겠네?...... 후욱, 후욱.”



“아이 차암...... 하아악...... 왜 그 사람...... 하악, 으흑...... 얘기는 꺼내고...... 그래? 으으흥......”



“후우욱...... 후욱...... 아...... 씨바...... 황부장 돌겠네...... ”



강주가 엉덩이에 몸을 싣고 팔을 뻗어 젖을 주무르자 미경이는 욕조를 잡은 손에 바짝 힘을 주며 몸을 지탱한다.
엉덩이는 더욱 강주에게 내밀어져 강주는 젖을 주무르며 허리를 더욱 빠르게 놀린다.



“아학, 하아아악......아흑, 침대로 가서...... 흐윽, 해요......”



“가만히 있어 봐. 후욱...... 후욱.”



회장 주변의 인물들에게선 민희에 대한 보상심리인지 자꾸만 변태적인 섹스를 갈구하게 된다. 지금도 미경이와 섹스를 하면서 황부장의 이름을 들먹이며 흥분을 몰아간다. 눈앞에 샴푸를 한 줌 짜내 사타구니에 뿌린다. 일어나는 거품과 함께 비눗물이 바닥을 따라 흐르고 강주는 손가락으로 항문을 자극한다.



“하윽, 아야...... 뭐야? 이사니임...... 거기 아니야......”



“후욱, 가만히 있어...... 후욱, 쑤욱......”



이내 손가락을 빼며 좆을 문지르다가 힘차게 밀어 넣는다.



“쑤우우욱......”



“하아아악....... 으흐으으응......”



이제 회장 주변 인물들의 행동반경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나니 보통의 섹스로는 성이 차질 않아 항문을 겨냥하고 아예 욕실에서 일을 벌인다.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빗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기분은 마치 비 오는 날 나체로 길을 걷는 듯 그동안 신경을 써 온 모든 일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고개를 들어 쏟아지는 물을 입으로 받아 뱉어내고 엉덩이를 철벅거리며 마주쳐간다.



“하윽...... 나 이상해져......”



“후욱...... 쑤욱......”



두 사람의 사이에 사랑이 없어도 쏟아지는 물줄기가 찰박거리며 채워주니 그 또한 위로가 되고, 서로가 마음 없이 붙어있어 마치 짐승처럼 나누는 교미에도 부끄러움을 씻어준다. 어느덧 욕조에 물이 채워져 강주는 항문에서 좆을 꺼내고 그녀의 항문은 아직도 아가리를 벌린 채 벌건 속살을 보여준다.



“쭈우웁...... 후루룹...... 으으흠......”



입을 부딪쳐 나누는 타액으로 서로의 갈증을 씻고, 끌어안아 맞잡은 두 손은 서로에게 흉기가 되어 아프게 자극을 더한다. 미경이를 욕조로 밀어 넣고 다시 엉덩이를 잡아 마주친다. 좆과 엉덩이사이의 물이 움직일 때마다 출렁이며 묘한 자극을 더해준다.
마음과 달리 새로운 자극 때문인지 오래지 않아 이내 사정에 달하고 만다.



“하으으으윽...... 울컥...... 울컥......”



“하으응...... 으흑, 하으윽...... 여보......”



두 사람은 욕조 속에서 출렁이는 물의 자극을 느끼며 입을 맞춰 간다. 강주의 손은 쉼 없이 미경이의 젖가슴과 사타구니를 공략하고 미경은 강주의 좆을 흔들어 남아있는 좆물의 한 방울까지 짜내려고 하는 모양이다.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후에도 두 사람은 여전히 욕조 안에서 걸치듯 기대어 있다. 강주는 미경이의 젖무덤을 베개 삼아 비스듬히 누워 담배를 피우고 미경은 강주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애정을 표시한다. 물 위로는 미경이의 질에서 흘러나온 강주의 분신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후훗, 내가 좋았어? 황부장이 좋았어?”



“피...... 남자들은 꼭 그런 걸 물어 보더라?...... 당연히 자기가 좋았지.”



“우리 사장도 물어보든?”



“쿡쿡...... 이사님도 벌써 다 아는가 봐? 호호호......”



“염병...... 사방팔방 죄다 동서로구먼...... 하하하...... 야! 너, 전화 온 모양이다.”



미경이는 대강 물기를 닦고 전화를 받으러 나간다.



“으응, 자기야?”



“......”



“나, 지금 여기 송도비치 근처에 있는데......”



“......”



“백만 원?...... 아유, 갑자기 백만 원이 어디 있어?......”



“......”



“알았어. 그럼 이쪽으로 와. 내가 바로 앞에 있을 테니까......”



“뭐야? 황부장이냐? 에이 씨바...... 쉴 틈이 없어요. 쉴 틈이......”



“호호호...... 아유, 미안해요. 이사님. 다음에 오래 오래......”



대충 물기를 말리고 밖으로 나와 미경이와 헤어져 차에 올라탄다. 페달을 밟아 가던 중 아무래도 황부장일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궁금증을 자극한다. 황부장이야 지금 등기필증 때문에라도 심정적으로 마누라를 만나려 하지 않을 텐데, 아무래도 속내를 감추는 것 같아서 차를 다시 돌려 길모퉁이에서 바라본다.
잠시 후 비치호텔 앞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차가 한 대 들어서더니 젊은 놈들 몇이 내려 미경이에게 다가가 스스럼없이 앞뒤로 포옹을 한다. 몸을 터치하는 것도 보통의 기준을 넘어서 여러 놈 모두 보통사이가 아닌 것 같다.



“뭐야? 저거, 한두 놈도 아니고 동시에 여러 놈하고 저러는 모양인데...... 야, 미경이 저것도 보통 물건 아니네...... 그러면 황부장도 말짱 호구라는 말 아냐? 씨바...... 어쩐지 항문도 처음 가는 길이 아닌 것 같더라......”



강주는 호기심이 발동되는지 차번호를 적어 포켓에 넣어둔다. 종전 같으면 전혀 소용없을 일이겠지만 그래도 이젠 제법 알고 있는 변호사들도 있으니 어떻게든 알려고만 하면 알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내 미경이는 그 차를 타고 젊은 놈들과 함께 사라진다.

용현동 본사에 도착하니 벤이 세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부소장과 희숙이는 이미 사무실에 도착해 있는 모양이다. 이층으로 올라가려다 매장이 궁금해 슬쩍 들여다본다. 매장은 불과 며칠 만에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 상황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점장의 각오를 보여준다.
한여름 무더위에 긴 소매의 옷을 입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추운 겨울에 짧은 옷으로 겨울을 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철을 알아 절기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야 돌아오는 계절에 대비하여 준비할 줄을 알 터이니 그제서 비로소 어른이라 할 만 할 것이다.
경영자들이 운영하던 회사의 폐업이나 정리를 염두에 둘 정도로, 방만한 운영을 해왔던 황부장은,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도 추운 겨울이 닥치리라는 것을 몰랐던 격이니 이제 최강주라는 된 서리를 준비도 없이 맞게 되고, 하릴없이 빈손에 호미를 쥔 채 언 땅만 긁고 있는 꼴이 되어 버렸다.



“아! 이사님, 이제 오십니까?”



황부장이 내려와 강주를 맞는다. 강주의 차가 들어오는 것을 본 모양이다. 뒤따라 김과장과 부소장도 내려와 얼떨떨한 표정으로 강주를 바라본다.



“아, 뭘 그렇게 보고 있어요? 허허허...... 자, 올라갑시다. 지금 사장님 계신가요?”



“아, 아...... 네, 계십니다.”



“자, 그럼 사장님께 먼저 인사부터 드리고 나올 테니까 잠시 후에 봅시다. 황부장은 따라 오시고......”



“네, 네......”



사장은 강주를 보고 무척이나 반가워하며 환대를 해준다. 이미 회장으로부터 전해들은 말이 있는지 황부장을 보는 눈초리가 곱지는 않다.



“음...... 뭐, 별일 아닙니다. 황부장이 경험이 미숙하다 보니 일부 실수한 것이 있었지만 문제 삼을 만 한 일은 아닙니다. 이제 곧 원상회복 될 거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여기 황부장도 그간 고생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대수롭지 않은 일에 그 정도는 사장님께서 모른 척 해 주셔도 무방하지 않겠습니까?”



사장의 아량에 호소하고 황부장을 배려하는 척 넘어가 버린다. 땅을 파고 씨앗을 뿌린 후에 뿌리가 과연 잘 내리는지 궁금하다고 해서 자꾸 들춰 본다면 그 농사는 필경 망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저 덮어두고 바람이 들지 않도록 그야말로 꼭꼭 밟아서 싹이 틀 때까지는 보호해 줘야 할 일이다.



“아! 네, 뭐...... 그 정도라면 물론 그렇게 해야 하겠지요. 황부장은 앞으로 최이사님 보필하면서 잘 좀 배우도록 해. 사람이 참, 그렇게 안 봤더니 어수룩해 가지고...... 그럼 이사님 향후 계획은 어떻게 갖고 계신지......”



황부장은 비록 핀잔을 들어도 이 순간 강주가 아무소리 않는 것이 더 없이 고마운 일이니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다. 백척간두가 이 자리요, 대문을 열고 나가면 저승길이니 그저 강주의 처분에 따를 뿐이다.



“체제에 큰 변화는 주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황부장이 혼자 커버해 나가기엔 다소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스핀아웃을 약간 도입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스핀아웃이라면...... 그건 골프에서 쓰는 말이 아닌가요?”



“아! 네, 그렇기도 하지요. 공을 갖고 하는 경기에서는 외부로 공을 보낼 때 그렇게 쓰인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드린 말씀은 일종의 독립운영체제를 말씀 드린 겁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분리시킬 수는 없는 일이니까 현재 황부장이 결재권을 가지고 있는 부분을 영업, 상품, 총무 등등 분야별로 나눠서 각과의 과장들이 전결을 할 수 있도록 전결규정을 새롭게 정하면 굳이 체제 개편까지는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아, 네......그게 효과적일 수 있겠군요.”



“물론 사장님이나 황부장이 훨씬 깊이 있고, 보다 포괄적인 결정을 하시겠지만 역시 일이란 현장 감각이 중요하거든요. 각 과 과장들의 책임 하에 실무진에서 훨씬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것들까지 상부의 결재라인을 기다리다간 경쟁회사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 일단 전결에 관한 사항들은 제가 둘러보고 추후에 사장님께 결재를 득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간 황부장이 독식해 오던 중요한 안건들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강주의 눈 밖에 날 짓을 더 이상 하지는 않겠지만 불여튼튼 단속을 해 두는 것이다.



“그리고 점장들은 일단 교육을 통해서 기강을 잡도록 하고 일반직원들은 제가 관리하는 의왕으로 o.j.t를 보내든지, 아니면 그쪽 직원들을 이리 파견을 하든지 해서 교류를 하게 하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봅니다.”



“아! 네, 그렇게 합시다. 그게 좋겠군요. 자, 그럼 황부장이 모시고 나가서 직원들에게 소개를 해 주세요. 자주는 못 오실 텐데 직원들이 몰라보면 그것도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발코니로 나오니 김과장과 부소장이 따라 나온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되신 겁니까? 이사님이라니요?”



“허허...... 그렇게 됐습니다.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 김과장님께서는 기량을 많이 발휘하셔야 할 겁니다. 이제는 남 눈치 보지 마시고 전결을 확대해 드릴 테니까 능력발휘를 한 번 해 보세요. 기존 우리 회사 전결규정을 참고해서 전 부서 것을 새로 하나 작성해 보세요.”



“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실 그동안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고 답답한 적도 많았습니다. 허허허......”



“그리고 부소장은 앞으로 점포를 맡을 때까지 의왕 소장하고 같이 거래처 계약을 재정비하도록 하고...... 참, 그런데 같이 안 왔어?”



“아니요. 아까 잠깐 나가던데 화장실이라도 간 모양입니다. 와...... 이거 특공대원이라도 된 기분인데요. 하하하......”



“허허...... 뭐, 틀리지 않지. 그리고 두 사람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지요? 영통에 가서 술이나 한 잔 합시다.”



“와...... 좋지요. 이거 이사님하고 술 마시는 게 얼마만입니까? 하하하......”



“자, 그럼 나는 경리파트에 다녀 올 테니까 대기하고 있어요.”



복도에서 영통 하모니 장마담에게 전화를 건다. 벌써 가 보려고 마음을 먹은 터에 이런 저런 일로 늦어지니 은근히 보고 싶기도 하다.



“응, 장마담?......”



“누구세요?......”



“나야. 최소장.”



“어머! 또 장마담이라고 한다. 정말 이름 안부를 거예요?”



“큭...... 야, 귀청 떨어지겠다. 소리는...... 하하하...... 오늘 한 잔 하러 갈까 하는데, 가게에 있을 거지?”



“어머! 오늘 올 거야? 나야 항상 가게에 있지. 그럼 혼자 와요. 또 지난번처럼 양아치 같은 애 부르지 말고......”



“하하하...... 알았어. 참, 그리고 그 후에 또 행패 부리거나 하지 않던가?”



“으응, 역시 자기 말이 통하는지 그 뒤로는 안 오던데......”



“으응, 그래?...... 알았어. 나중에 보자.”



정필이에게 전화를 한 적도 없는데 마담의 말이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행패를 부리지 않는다니 다행한 일이다. 궁금한 것은 가서 알아보면 될 일이고 서둘러 경리파트로 걸음을 옮긴다.



“나, 최이사예요. 회장님 전화 안 왔던가요?”



“아! 네, 이사님. 여기 있습니다.”



“뭐야? 이거 삼백만 원짜린데, 나는 이백만 원 신청했는데......”



“네, 나중에 다시 삼백을 드리라는 연락이 왔었어요.”



“음...... 그랬어? 알았어요.



돈을 수령하고 다시 대기실로 돌아가니 어찌 알고 왔는지 보라가 희숙이를 따라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강주를 맞는다.



“어어...... 보라야, 너는 여기 웬 일이니?”



“호호호...... 오빠, 깜짝 놀랐죠?”



“반갑습니다. 이사님...... 보라도 의왕에 코너 맡아서 시작했어요. 오늘 이사님이 불러서 간다니까 따라 온다고 해서......”



“허허...... 참, 너 마침 잘 왔다. 온 김에 희숙이하고 같이 노가다 좀 해야겠다. 그럼 의왕은 아가씨한테 맡겨두고 온 거야?”



“후훗, 네...... 제가 있는 것보다 더 잘 하는데요. 뭐......”



보라와 희숙이가 와 있으니 사무실이 다 훤해진다. 팔등신 미녀들이 둘씩이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모두들 강주를 부러워하는 눈치지만 이사와 함께 있으니 흘끔거리며 쳐다볼 뿐이다.



“자, 그럼 오늘은 업체 계약조건을 확인하고 불러들일 업체를 추려내 봐. 황부장님은 기존 계약자료 여기 이 친구들에게 전부 주세요. 김과장님은 업무연락 띄워서 내일 점장회의 소집하고, 희숙이는 내가 자료를 줄 테니까 내일 점장 교육을 맡아서 진행해 봐. 부소장이 도와주고......”



“어머! 제가요?”



“그래, 한 번 해 봐. 다 배운 거니까 기본적인 것들만 짚어주면 돼. 그리고 부소장이 도와 줄 거고...... 보라, 너도 시간 되면 계속 도와주고......”



“네, 알았습니다. 오빠, 나는 일당 줘야 돼요. 오빠 직원 아니니까...... 호호호......”



“오냐, 알았다. 하하하...... 자, 그럼 시작해 봐.”



이제 본격적으로 영진유통의 수정작업이 시작되었다. 사연도 많고 말도 많았지만, 어쨌든 탈 없이 상륙을 한 듯 보인다.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연기를 내뿜으며 울리는 전화를 받아 든다.



“아! 누님?......”



“응...... 내일인 거 알고 있어?”



“뭐가?......”



“아이 참, 형님생일이라고 했잖아?”



“아아...... 알았어. 내일 저녁...... 킥킥......”



“왜 웃어?”



“으응...... 어떤 여자를 선물할까 싶어서......”



“너, 죽고 싶으면 알아서 해. 킥...... 그럼 내일 봐. 아직도 인천이야?”



“응...... 나, 누님 무지하게 보고 싶다.”



“칫, 거짓말인 거 다 알고 있네. 이 사람아...... 끊어.”



차는 다시 수인 산업도로를 달리고 있다. 김과장은 자기 차로, 강주의 차는 부소장이 운전을 하고 있다. 비록 부소장이 운전기사는 아니지만 남이 운전해주는 차를 타니 격세지감에 아득하다.



“그래, 애들은 다른 직원들이 태워주기로 했다면서......”



“허허....... 네, 그런 미녀들을 어디 가까이서 봤겠어요? 서로 태워준다고 난리 치던데요? 허허허......”



“그렇겠지. 부소장은 내일 아침에는 김과장하고 같이 돌아오면 될 거야.”



“네, 알았습니다.”



“그런데 영통에도 아는 분이 계셨습니까?”



“으응, 그냥 친구야. 자, 이거 갖고 있다가 나중에 써. 김과장도 돈 없을 건데 아마 나중에 외박하려면 돈 있어야 할 거 아냐?”



“지난번에 주신 경비 거의 그대로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안식구 갖다 줘. 부지런히 모아서 나중에 의왕에 코너라도 하나 해야 할 거 아냐?”



“아! 네, 고맙습니다. 이사님께 너무 죄송해서......”



“자, 난 좀 잘게. 그...... 커다란 쇼핑센터 있는 곳으로 가면 돼.”



“네......”



“어서 오십시오.”



“음...... 세 사람인데 어디 적당한 곳에 자리 잡아 줘요.”



“어! 사장님은 지난번에......”



“허허...... 기억하는 모양이네? 마담도 좀 불러주고......”



“아! 네, 알았습니다.”



강주 일행은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커다란 룸으로 들어가고, 잠시 후 혜영이 들어온다. 일행에게 인사를 한 후 강주의 옆에 앉으며 일행에 대해 묻는다.



“왜, 혼자 온다더니...... 이분들은 누구예요?”



“으응, 나하고 함께 일하는 분들이야.”



혜영은 강주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김과장을 보고 혹시 실수가 될지 몰라 흘끔거리고, 그 모습을 본 김과장은 대뜸 나서며 익숙한 샐러리맨의 모습을 연출한다.



“아! 하하하...... 저희들은 다 여기 우리 이사님 부하직원들입니다. 하하하...... 우리 이사님이 오늘 술을 한 잔 사 주신다고 해서 따라 왔습니다.”



“아! 네, 그러세요? 어머! 그런데 무슨 이사님?”



“으응, 중요한 거 아니야. 그런 게 있어. 어서 술이나 넣어주고......”



“그래, 알았어. 잠깐만 나와 봐.”



혜영은 옆 룸으로 강주를 데리고 들어가 목에 팔을 감고 입을 맞춰온다.



“흐음...... 쭈우우웁...... 후루룹......”



얇은 천 조각 밑으로 부드러운 혜영의 피부를 느끼며 가는 허리를 끌어안아 목에 매달린 혜영을 뒤로 넘긴다.
푹신한 소파에 뒤로 누운 채 강주에게 부드러운 가슴을 내맡기고 올려다보는 혜영의 입가에 웃음기가 어린다.



“쿡...... 강주씨, 어제 외박했지?”



“으응? 왜, 어떻게 알아?”



“아유...... 옷에서 땀 냄새 나는 거 몰라? 호호호......”



“어어...... 그 정도야? 하...... 거 참...... 요즘 인천에 가 있다 보니......”



“오늘 자고 갈 거지?”



“그럼.......”



“그래, 그럼 내가 나중에 집에 가서 빨아줄게. 아유...... 옷 늘어나. 어디 도망 안 갈 거니까 그만 만져. 호호호......”



“후훗...... 그리고 저 친구들 오늘 아가씨들 붙여서 내 보내야 하니까 준비해 주고.......”



“응, 알았어. 그리고 자기도 일단 아가씨 넣어 줄 거지만, 너무 재미있게 놀면 안 돼. 나중에 집에 가서 검사할 거야. 알았지?”



“킥...... 그래, 알았어.”



차려진 술상과 아가씨들의 교태로 술판은 무르익어 김과장은 제 세상을 만난 듯 좌석을 오가며 분위기를 즐기고 분위기가 어색한지 어정쩡한 표정으로 술을 마시던 부소장도 이내 적응한 듯 아가씨를 품에 안고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나서던 강주는 무언가 떠오르는 생각이 있는지 전화를 들고 번호를 누르지만 잘 연결이 되질 않는 모양이다.



“아니, 이 친구가 정말 무슨 일이라도 있나?......”



내실에 있던 혜영이 지나가다 그 모습을 보고는 강주에게 다가와 무릎에 손을 얹으며 옆에 앉는다.



“왜 나와 있어?”



“으응, 혜영아. 너...... 그 박부장이라는 사람 연락처 있지?”



“음...... 그거야 술 갖고 오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건데...... 왜, 그 사람 오라고 하려고? 아이, 부르지 마. 자긴 알다가도 모르겠어. 왜 그런 사람들하고 자꾸 어울리고 그래. 안 어울리게......”



“허허허...... 그게 아니고 뭣 좀 물어볼 게 있어서 그래. 전화나 한 번 넣어 봐. 내가 찾는다고 하고 전화번호 불러주면 전화라도 해 줄 거야.”



“응, 알았어. 내가 연락해 줄 테니까 들어가서 술이나 마시고 있어.”



강주의 궁금증은 다름이 아니라 따로 부탁한 적도 없는데 어깨들이 술집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 의아한 것이다. 전날 정필이와 술을 마신 후 기억이 나질 않아 그날 있었던 일과 무슨 상관관계라도 있을지 몰라 그것이 내심 불안한 것이다. 다시 룸으로 들어가니 벌써 난장판이다. 강주가 있어서 그랬는지 비교적 점잖게 놀던 부소장도 어느새 아가씨를 끌어안고 젖가슴을 빨아대고 있고, 김과장은 이미 아가씨 팬티를 벗기고 짓궂은 손놀림을 해 대기 시작해 아가씨와 눈길을 마주치기도 민망한 상황이다. 강주는 서둘러 두 사람을 아가씨들과 짝 지워 내보내고 조용한 룸에 혜영과 마주앉아 있다.



“술값은 얼마니? 지난번 것도 안준 모양이던데......”



“피...... 술값은 무슨...... 줄 거면 아가씨들 내보낸 값이나 주든지......”



“그래, 자......”



강주는 지갑을 열어 낮에 회사에서 인출한 돈을 혜영에게 내민다.



“어머! 정말 주는 거야? 그런데 뭘 이렇게 큰돈을 내놔? 이건 그냥 자기가 써. 그냥 해본 소리야. 양아치 같은 놈들 정리해 준 것만도 어딘데...... 호호호......”



“푸훗...... 그럼 내가 이 술집 기도로 취직한 셈이네...... 하기야 네가 나보다 훨씬 많이 벌지 않겠냐? 그나저나 이 양반은 왜 이렇게 전화를 안 하나?”



“그러게...... 다시 한 번 전화를 해볼까? 어머!”



혜영은 다시 전화를 하기 위해 룸을 나서려다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난다. 정필이의 형인 박부장이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룸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아! 매부. 어떻게 여기까지 와 있습니까? 내 연락처는 어떻게 알고......”



“하하하...... 처남, 오랜만입니다. 아, 그래 이런 사업을 하면서 알려주지도 않고 그러십니까?”



반갑게 악수를 하고 마주앉은 자리에 다시 술상이 차려지고 혜영은 강주와 박부장이 친 처남 매부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터이니 뭔가 박부장이 보는 앞에서 못을 박으려는 듯 강주에게 친한 척을 해 온다.



“자기야, 손님도 오셨는데 아가씨 다시 불러야겠지?”



“으응, 아니 우선 처남하고 얘기 좀 하고 나중에......”



“그럼 나는 자기 갈아입을 옷 좀 사가지고 올게. 마시고 있어요.”



“으응, 그래...... 내 옷 사이즈 알고 있어?”



“피...... 마누라가 서방님 옷 사이즈 모를까? 갔다 올게요. 그럼 드시고 계세요.”



눈도장을 찍듯 박부장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이 마치 남편을 찾아 온 손님에게 인사를 하는 아내의 모습이다. 혜영이 나간 후 그녀의 의도가 적중했는지 박부장이 강주에게 룸의 출입문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질문을 한다.



“아! 저 마담도 매부가 돌봐주고 게십니까?”



“아아...... 네, 사실은 옛날에 한 회사에서 일한 처지라 뭐, 지금은 동업처럼 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이거 뭐, 처남 앞에서 정아 문제도 있는데 조금은 미안하네요.”



마땅히 대답할 말이 궁한 강주는 대충 둘러대고 만다.



“아이고, 아닙니다. 제가 제 동생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매부가 그렇게 처남 매부 해가며 막내 녀석도 챙겨주시는 것 다 알고 있습니다. 행여 그런 말씀 마십시오. 하하하......”



“아, 참...... 그러게 아까 정필이한테 전화를 해 보니까 통화가 안돼서 큰 처남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했어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아니, 나는 매부가 알고 있는 줄 알았었는데...... 매부가 시킨 거 아니었나요? 그 녀석 나한테는 매부가 용인에 어디 땅을 맡겼다면서 거기 관리하러 간다고 하던데요.”



“아아! 그랬어요? 그게 그 소리구나......”



“왜요?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허허...... 아니요. 전에 정필이하고 여기서 술을 한 잔 했는데, 제가 과음을 해서 뒷날 기억을 못하니까 마담이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뭐...... 용인이 어쩌니 하면서 얘기를 했다고......”



“아아...... 네, 하하하...... 난 깜짝 놀랐네요. 난 또 이 녀석이 나한테 거짓말을 하고 산 속에서 무슨 짓이라도 벌이고 있나 걱정했네요.”



“뭐, 산속에서 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저도 농사나 지어볼까 하고 그 산을 받았는데, 그나마 저는 요즘 바빠서 가 보지도 못하니 정필이가 가 있으면 오히려 안심이지요.”



“그런데 그 녀석이 제 패거리들을 모두 데리고 갔는지 요즘 신갈에서 제 누나가 반찬 갖다 대기도 바쁘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패거리요? 아! 그래서 여기도 험궂은 아이들이 안 보이는구나...... 하하하......”



아무래도 정필이가 시키지 않은 짓을 벌이는 모양이다. 박부장이 말하는 투로 보아서는 박부장도 알고 있는 듯 보이지만 굳이 캐물을 일도 아니니 그저 넘어간다. 술의 납품문제로 구역다툼을 벌이는 입장에 갑자기 똘마니들을 데리고 산중으로 숨어들었다면 그 안에서 무슨 짓을 벌일지는 불을 보듯 훤하게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어차피 이들은 강주와는 다른 세계에서 사는 이들이니 그 안에서 영화를 찍든, 예술을 하든 상관할 바는 아니다.



“그나저나 여기가 매부가 운영하는 곳이면 앞으로 제가 아이들을 붙여서 잘 관리해 드리겠습니다. 저 마담도 제가 정아를 보듯이 지켜 드릴 테니 안심하시고......”



박부장도 강주의 마음을 짐작이라도 하는 듯 바로 반대급부를 제시해 온다.



“네, 처남 정말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사업은 잘 되십니까?”



“뭐, 사업이랄 것도 없지요. 남의 일 대신 해주고 커미션 먹는 일이니 밑에 있는 동생들 밥벌이나 시키는 셈이지요. 참, 매부가 그런 계통 일을 하시니까 혹시 술 한 차 정도 어디 소화 시킬 데 없을까요?”



“술은 왜요?”



“아! 제가 관리해주는 곳에서 자금지원을 받고 있는데 요즘 돈이 안돌아서 이게 현찰이 아니고 술을 처분해서 쓰라니까 갑자기 어디 처분할 곳도 마땅치 않고......”



“아! 그럼 내가 약도를 그려 줄 테니까 의왕으로 넘기세요. 내가 전화는 해 둘 테니까요. 이곳도 내가 관리하는 곳이니까 바로 결재를 해드릴 겁니다.”



술을 대량으로 공급 받는 것도 용이한 일이 아니니 강주야말로 오히려 잘 된 일이다. 포켓을 더듬어 종이를 꺼내 절반으로 잘라 약도와 전화번호를 적어 박부장에게 전해준다.



“와...... 이거 매부를 만나니까 한 방에 일이 해결돼 버리네요. 하하하......”



나머지 쪽지에 낮에 적어 둔 차번호가 눈에 들어와 박부장을 바라본다. 변호사에게 갈 것도 없이 박부장이라면 선이 닿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물어보기로 한다.



“아! 처남, 혹시 주변에 있는 경찰 중에 선이 닿는 사람들 좀 있습니까?”



“우리 지역에 있는 친구들은 많이 있지요. 왜 제가 뭐 도와드릴 일이라도......”



“아! 이 차 번호 좀 조회를 해 봤으면 좋겠는데...... 뭐 하는 친군지......”



“아, 차적 조회요? 그거 뭐 어려운 일도 아니지요. 이리 주세요. 그런데 뭐 하는 사람인지까지 알아내려면 하루정도 시간을 주셔야 할 겁니다.”



“아, 그야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박부장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차번호를 불러주고 이내 혜영이가 들어와 강주의 곁에 앉는다. 박부장이 대뜸 혜영이에게 말을 건넨다.



“아, 이거 참...... 미처 몰랐습니다. 우리 매부하고 실제로 처남매부는 아니니까 저 너무 미워하지는 마십시오, 하하하......”



“어머! 호호호...... 아유, 참...... 부장님도...... 네. 앞으로는 잘 부탁드립니다.”



“자, 혜영아. 이제 아가씨들 오라고 하고 본격적으로 한 잔 마시자.”



“응, 알았어. 나도 같이 마실 거야. 그래도 괜찮지?”



“으응, 그럼......”



강주는 혜영의 마음을 알아채고 박부장에게 거듭 동업을 강조하며 하모니 카페의 안전에 대해 부탁을 한다. 혜영은 지역 안에서 실세로 거듭나고 있는 사내도 강주에게 매너를 갖춰 대하는 모습을 보고 더욱 더 강주에게 매료되어 간다.
술자리가 이슥하여 일어서기로 하고 룸 밖으로 나오니 덩치가 커다란 친구들이 박부장을 보고 절을 한다. 아마 올 때부터 에스코트해서 함께 온 모양이다. 경호해 주는 사람 없이 다닐 수 있다는 것이 훨씬 더 자유로운 삶을 누리는 것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면 부럽기도 한 것은 경험해 보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동경일 수도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저 사람들도 나름대로 생존경쟁 속에서 도태당하지 않고 위치를 찾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저러는 것일 테니 살아가는 방법이 다를 뿐이지, 그 외에는 썩 다를 것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강주는 오늘도 술이 많이 취하는지 혜영에게 부축을 받으며 아파트로 들어선다. 그나마 혜영의 키가 커 부축은 되지만 가냘픈 몸매로 강주를 부축하자니 죽을 지경이다.



“아유, 그러게 작작 마시라니까......”



“어허, 이것이 서방님한테 작작이 뭐야? 작작이......”



“어헝...... 그러니까 자기야...... 정신 좀 차려 봐. 나는 짐도 잔뜩 들고 있는데, 나한테 매달리면 어떻게 해?”



강주는 들어서자마자 소파에 드러눕고 혜영은 소파 밑에 앉아 강주의 양말부터 벗긴다. 실상 강주는 전혀 취하지도 않았지만 다음날 출근 걱정도 없으니 오롯이 밤을 함께 보낼 여자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일 게다. 그간 섹스에 굶주린 것도 아니지만, 하루하루 피아를 가늠하기 어려운 힘겨운 신경전과 숨 가쁜 암투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의 귀가만을 기다려주며 냄새나는 속옷과 양말을 마다않고 챙겨주는 그런 여자의 정에 더욱 목말라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꿈을 꾸는지도 모르겠다. 나날이 더해지는 삶의 무게를 안주 삼으면 저녁 무렵 포장마차의 독주도 오히려 싱거울 뿐이니 한 입에 털어 넣어 버리고 입가를 훔치는 우리네 가장들이 비뚤어진 넥타이도 멋스럽게 바람에 휘날리며 휘적휘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통닭집도 있고, 피자집도 있어 아빠의 귀가를 기다리다 잠들었을 꼬마들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결국 마누라의 무서운 얼굴이 떠올라 주머니의 동전을 더듬어 정작 아이들은 좋아하지도 않을 그런 과자 부스러기 몇 봉지를 사들고 초인종을 누르게 되는 그런 행복한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킥킥...... 아이고, 간지러워......”



“어머! 뭐야? 자기...... 안 취했지? 이 씨...... 이리 와.”



혜영은 양말을 벗기다 말고 강주의 배 위에 올라타 입술을 부딪쳐 온다. 팔을 들어 허리를 끌어안으니 한줌에 들어온다.



“쭈우웁...... 흐으읍...... 후루룹......”



“쿡...... 혜영아, 우리 여기가 시원한데 여기서 하자.”



“아유, 몰라...... 우선 씻기나 해. 냄새나 죽겠어.”



강주는 샤워를 마치고 물기를 털어내며 에어컨 바람 방향에 맞춰 서서 혜영을 돌아본다.



“혜영아, 아까 옷 사러 간다더니 어디 있어?”



“푸훗...... 뭘 입으려고 그래. 보기 좋은데 그냥 그대로 있어. 호호호......”



“킥...... 그럼 그럴까?”



혜영도 샤워를 마치고 나와 강주가 앉은 소파로 와서 나란히 앉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앉아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으니 그 모습 그대로 선남선녀라 할 것이다. 이리저리 리모컨을 누르며 채널을 찾는 강주의 무릎을 베고 누워 좆을 만져 세워준다. 자연스럽게 혜영의 젖무덤은 강주의 손에 들어와 있다.



“흐으응...... 아야...... 자기야, 살살 만져.”



“킥킥...... 고무공 같다. 야...... 너 이거 가짜 아니야?”



“피...... 미쳤나 봐......”



혜영은 강주의 좆을 입으로 물어 빨아주고 강주는 허리를 내밀어 발기한 좆을 최대한 혜영의 입으로 밀어 넣는다.



“후루룹...... 턱, 턱......”



“흐윽, 으으흑...... 살살해......”



한 번씩 흔드는 손에 불알이 부딪혀 쾌감에 섞여 통증이 올라온다.



혜영은 미안한 듯 좆을 입에 문 채 고운 이마를 찡그리며 웃고, 그 모습이 우스운지 강주는 뒤로 넘어간다.



“흐으윽, 아...... 하하하......”



강주도 몸 위에 혜영을 올려놓고 혜영의 다리를 벌려 사타구니에 얼굴을 들이민다. 비경이 눈앞에 펼쳐지니 엉덩이를 양손에 말아 쥐고 음순을 입술로 쓸어주며 혀를 내밀어 맛을 본다. 부드러운 속살이 혀에 붙어 따라다니며 이슬을 토해낸다.



“하으윽...... 허어엉......”



한참이나 빨아주니 자극을 견디기 힘든지 엉덩이를 들썩이며 앙탈을 부리는 혜영이를 옆으로 밀어내고 다리를 벌려 배 위로 올라간다. 혜영은 몸으로 강주의 체중을 느끼며 행복에 젖는다. 다리를 최대한 옆으로 벌리며 강주의 좆을 쥐어 비경으로 인도한다.



“흐으으윽...... 아아아......”



혜영의 고운 털이 강주의 배 밑에서 바스락거리며 몸을 누인다. 혜영은 팔을 둘러 강주의 목을 끌어안고 강주의 팔은 혜영의 어깨 밑으로 넣어 어깨를 붙잡고 있다. 밑에서 치고 올려도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잡으니 잠시 후 몰아칠 폭풍을 예견하게 해 준다.



“하으으윽...... 강주씨, 살살 해야 돼.”



“후훗, 걱정하지 마. 내 마누라를 아프게 하겠어?”



좆을 비경에 꽂아둔 채 눈을 마주치고 나누는 대화는 한결 더 분위기를 색스럽게 몰고 가 혜영을 부끄럽게 한다.



“피...... 내가 왜 자기 마누란데......”



강주는 허리를 살며시 놀리기 시작한다.



“후우욱...... 이래도...... 후욱, 아니야? 후욱, 후욱......”



“아흑, 아흑......”



“빨리...... 후욱...... 말해...... 후욱......”



“하악, 하악...... 알았어....... 여보...... 하악, 하악......”



이젠 혜영도 충분히 준비가 된 것 같아 허리놀림에 무게를 실어간다. 더욱 깊숙이 강주가 치고 들어오니 혜영의 고개가 꺾이고 눈자위가 넘어간다. 그러나 강주의 팔에 어깨를 붙잡혀 도망갈 곳도 없는 처지니 치고 올라오는 고통을 고스란히 받아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하악, 하악, 하악......여보......”



다리를 한껏 벌려 사타구니를 마주쳐간다. 강주는 혜영의 귓불을 이로 물어주며 침을 적시고 허리 밑으로는 이미 질퍽해진 곳으로 좆을 부딪쳐 가니 철벅거리는 물소리가 요란하다. 얼마나 허리를 놀렸는지 시간도 모를 즈음 강주를 끌어안은 혜영의 팔에 힘이 들어가고 다리를 감아올려 강주를 꼼짝 못하게 하더니 이내 경련을 일으킨다.



“아흐흐윽...... 난 몰라...... 흐흐흑......”



고개를 들어 혜영을 보니 눈가에 눈물이 흐른다. 밀고 올라오는 희열이 자극이 되었던 모양이다. 스르르 힘이 풀리는 혜영의 다리를 옆에 두고 혜영의 기분을 깨지 않도록 천천히 허리를 놀려 강주도 나락을 향해 달려간다.



“흐윽, 흐흐흥...... 흐윽......”



혜영의 눈물을 혀로 핥아주며 잔뜩 발기한 좆을 음순까지 꺼냈다가 다시 질벽을 긁으며 진입하길 여러 번 강주도 절정에 다다른다.



“흐으윽...... 울컥...... 꿀럭......”



“하윽, 여보...... 여...... 보...... 사랑해요......”



강주는 혜영의 사타구니를 몸으로 문질러 가며 여운을 끌어주고 고개를 바로잡아 눈을 마주친다.



“후우우우...... 혜영이 정말 내 마누라지?”



혜영은 달뜬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네에...... 강주씨 마누라예요......”



“우리 여기서 그냥 잘까? 뭐, 침대까지 갈 필요도 없겠다. 후훗......”



강주는 혜영의 몸에서 내려와 소파 구석으로 몸을 뉘고 혜영은 몸을 돌려 강주의 품에 안긴 채 눈을 감는다. 서늘한 에어컨 기운에 혜영의 피부가 더운 기운을 발산한다.



“아우우우우...... 잘 잤다.”



벌써 날은 훤하게 밝았다. 워낙 새벽에 들어와 사랑을 나누고 곤하게 잠들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혜영은 강주의 옷을 다림질 하고 있어 바로 강주가 꿈꾸는 행복한 광경이다.



“이제 일어났어요? 배고프지 않으면 더 자요. 천천히 가도 된다면서......”



“그 옷은 뭐야? 내 옷 아니잖아?”



“피...... 자기 옷이 아니면 우리 집에 남자 옷이 어디 있어? 어제 입은 옷은 아직 세탁기 안에 그대로 있어. 새로 하나 사왔으니까 오늘은 이거 입고 나가.”



“킥...... 역시 마누라가 최고라니까......”



“피...... 그럴 때만......”



혜영이 덕에 옷을 갈아입으러 갈 필요가 없으니 바로 인천으로 향한다. 희숙이 정도면 능히 점장교육을 감당할 수 있지만 기존의 틀에 익숙해져 있는 영진유통의 점장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또한 걱정이다. 어리석은 이들은 온몸의 가시를 돋운 고슴도치처럼 괜한 피해의식에 젖어 들이댈지도 모를 일이다. 오히려 지혜로운 사람은 물처럼 겸손하게 낮은 곳으로만 흐를 일이니 물이란 담는 그릇의 모양대로 자신의 모습을 바꿔가며 오히려 시간을 두고 메마른 그릇을 충분히 적시어 줄 것이다.

혜영과 한 번의 교감을 다시 나눈 후 촉촉해진 눈망울로 배웅하던 혜영의 모습이 떠오른다. 남자의 고향은 여자일 수밖에 없으니 헤어지길 아쉬워하며 배웅하던 그 모습이 삼삼히 눈에 어린다. 아침에 나선 곳으로 다시 저녁에 발길을 되잡아갈 수 없는 것은 우리네 삶이 그러할 것이니 한탄할 일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 살아가는 이 순간, 이 공간을 우리의 천국으로 만들어 행복을 누려야 할 터인데, 언제가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는 미명 아래 매일을 지옥 같은 갈등과 반목 속에서 아귀다툼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과연 돌아봐야 할 일이다.



“아! 이제 오십니까? 이사님.”



“네, 부장님...... 오늘 날씨가 좋습니다. 외출하기 좋은 날씨지요?”



“네,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그래도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라 그런지 말귀는 빠른 모양이다.



“음...... 지금 교육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네, 아주 호응이 좋습니다. 뭐...... 이런 교육이 신선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강사가 미모가 출중해서 그런지 아주 고분고분 잘 따라 합니다. 허허허......”



“아! 그래요? 하하하...... 그거 천만다행이네요.”



역시 예쁜 그릇에 담긴 물이 마시기도 좋은 모양이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회의실 창문너머로 바라보니 칠판에 잔뜩 도식을 그려놓은 채 열심히 강의를 하는 희숙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그 사이를 오가며 음료수를 나누어 주는 보라의 모습도 눈에 띈다.



“자, 그럼 나갑시다. 인감은 가지고 있지요?”



“네, 여기 있습니다.”



황부장과 등기소로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제 미경이가 떠나던 모습이 떠올라 넌지시 물어본다.



“음...... 혹시 황부장 부인은 회장님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아, 네...... 저는 잘 모릅니다. 뭐, 별 일 아닌 것 같던데요? 무슨 클럽인가...... 모임에서 총무 역할을 하다보니까, 거의 매일 회장님하고 다니는 모양입니다. 허허허...... 요즘처럼 여자들 개판으로 사는 세상에 차라리 회장님하고 다니면 안심이고 좋지요. 뭐...... 그리고 가끔 나름대로 용돈도 만지는 모양이더군요.”



“아...... 그렇군요.”



실소가 터질 뻔 했다. 역시 황부장도 상류층에 포함되는 인간은 못되는 모양이다. 그저 마누라를 회장의 개로 풀어놓고 떨어지는 음식 부스러기에 만족하고 살았던 모양이니 다시 미경이의 행태가 궁금해진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개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무언가 방향타를 제대로 잡아야 할 터인데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알 길이 없다.
어제도 이백을 수령하기 위해 갔던 경리파트에서 삼백을 지급 받았는데 이것 또한 가끔 포켓에 꼽아주던 음식 부스러기는 아닌지 바짝 머리카락이 곤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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