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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5일 월요일

여직원 괴롭히기 -13부

소장회의가 있은 다음 날, 김과장은 수원영업소로 가라는 지시가 있었으나 이틀 동안이나 내려오질 않고 본사에 출근도 하지 않아 모두가 그렇게 그만두는 것으로 알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조직의 생리가 그렇게 냉정한 것이라는 점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으니 다만 각자가 조심해서 운신해야 할 따름이다.
주차장에서는 공사로 인해서 차량출입이 통제되고 있었으나 다행히 부녀회총무의 도움으로 아파트 주차장 한쪽을 할애 받아 차를 우회시켜 드나드는 모습이다.
인부와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강주 뒤로 삼십대의 여자가 천천히 다가선다.



“저...... 소장님 되시나요?”



“네, 그렇습니다만 무슨 일로......”



“네, 안녕하세요? 저...... 서울 김과장 집에서 왔습니다.”



“아! 네...... 그럼 사모님 되시나요? 처음 뵙겠습니다.”



여자는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올리며 강주에게 인사를 하고 눈이 부시는지 손으로 햇빛을 막아 그늘을 드리운다. 다소 차가운 듯 보이지만 제법 예쁜 얼굴에 적절한 화장으로 강주의 시선을 잡는다.



“여기는 어떻게......”



인부들의 용접하는 소리와 쇠를 두드리는 망치질 소리에, 난감해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별실 창고로 안내한다. 얼굴값을 하는 건지...... 김과장과의 잠자리를 기피한다는 말이 떠올라 앞장 서 걷고 있는 강주의 입가에 웃음기가 번지고 하릴없이 뒤를 돌아보게 한다.



“자, 앉으시죠.”



음료수를 꺼내 내미는 강주 건너편에 다소곳이, 그러나 종아리를 드러내며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로 보아 상당한 자신감의 소유자로 보인다.



“네...... 잘 마시겠습니다.”



“그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네, 남편에게 모두 얘길 들었습니다.”



조용히 말을 잇는 여자의 모습에서 나이트클럽에서 있었던 김과장과 혜숙의 모습이 겹쳐 떠오르며 괜한 보상심리가 작용해 강주의 정복 욕구를 자극하고 무슨 일로 왔는지 짐작하고 있으니 내심 한판승을 기대해 본다.



“아, 네...... 그럼 그냥 퇴직한다고 하시던가요? 이미 며칠 전부터 여기로 출근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던데요?”



“네, 저도 오늘 그 얘기를 듣고 오는 길이에요. 도무지 말을 안 하고 그냥 그만 뒀다고만 해서 본사로 전화를 해보니까 옛날 부하직원이 자세한 얘기를 해 주더군요.”



“네...... 그러셨군요.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지......”



“네...... 그래서 부탁을 좀 드리려고 왔습니다. 그이가 그런 일을 벌일 위인도 못되는 건 제가 잘 알고 있는데...... 아무도 믿어주질 않으니까 하도 기가 막혀서 자포자기를 하고 낙담만 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네...... 그러시군요. 그런데 제가 무슨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요?”



“언젠가 들으니까 수원에서 최소장님하고 기분 좋게 한 잔 했다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걸 들었는데...... 혹시 소장님이 새로 추진하신다는 그쪽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뭐...... 없을까요? 막상 소장님 찾아뵙고 부탁을 드리자니까 그런 일로 그만 둔 사람을 쓰겠느냐며 저렇게 면구스럽다고 안 온다는 거예요.”



“허허허...... 이거 참...... 그것도 비밀인데 사모님께는 얘기를 한 모양이군요.”



“어머! 아유...... 죄송해요. 호호호...... 그렇지만 다른 데에선 아직 한 번도 말 한 적 없어요. 안심하세요.”



“네, 네...... 그렇군요. 마치 앞으로는 얘기 할 수도 있다는 말씀으로 들리는데요. 하하하...... 그럼 김과장님이 제 수하로 들어와서 일을 하실 의향은 있으신가요? 글쎄요...... 쉽지 않으실 텐데요. 저야 뭐...... 자기 할 일만 알아서 하면 잔소리 안하는 편이라 상관없지만, 김과장님이야 옛 후배직원 밑에서 일할 맛이 나겠습니까? 음...... 차라리 장사라도 해 보시지 그러세요?”



“그 생각도 안 해 본 건 아니지만, 그건 뭐 경험도 없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건가요?”



“음...... 그도 그렇죠. 하지만 저쪽은 현재 단일매장에다가...... 김과장님이 전담하시는 업무는 제가 모두 처리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없는 보직을 갑자기 만들어 낼 수도 없는 일이고...... 저도 좀 생각을 해 봐야겠습니다. 제가 나중에 다시 연락을 드리는 것으로 하시지요.”



“저...... 그러지 마시고 지금 달리 부탁드릴 곳도 마땅히 없는데......부탁 좀 들어주세요. 서로 좋은 게 좋은 거잖아요?”



“허허...... 참......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안 쓴다기보다 김과장이 제 밑에서는 일을 안 하려고 할 겁니다. 사모님은 김과장이 왜 제게 오기 민망해 하는지 전혀 모르십니까?”



강주는 이제 아예 존칭을 생략한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은근히 의왕매장 건으로 공갈을 치는 듯 일자리를 두고 흥정을 벌이는 여자가 재미있기도 하며 일면 괘씸하여 망신을 줄 요량으로 평정을 깨뜨리려 하고 있다.
김과장을 채용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고 지금의 자기 처지도 모르고 그물 속에서 퍼덕이는 이 물고기를 어떤 요리로 즐겨야 맛있을 것인가에만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네?...... 그게 무슨 말씀...... 뭐, 그럼 다른 이유라도......”



“허허...... 아닙니다. 그럼 한 가지만 물어봅시다. 두 분이 금슬은 좋으십니까? 제가 들은 얘기가 있어서 그러는데...... 뭐...... 이런 거를 물어본다고 고깝게 생각하진 마시고, 워낙 회사에서는 가정관리도 중요한 항목으로 보기 때문에 물어보는 겁니다. 뭐...... 불편하시면 말씀 안 하셔도 좋습니다.”



강주는 고삐를 잡았다가 늦추듯이 질문을 해 놓고 대답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는 식으로 대화의 김을 빼 버린다.



“아...... 그런 것도 말씀을 드려야 하나요?”



“아니, 뭐...... 불편하면 안하셔도 좋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김과장 부인은 대놓고 이런 대접을 받으니 황당하기도 하고, 처지가 몰락하였다고 남편의 후배 직원에게 희롱을 당하는 것 같기도 해 몹시 불쾌했지만 그 이유라는 게 궁금해서 화를 눌러 참고 말을 하기로 한다.



“네...... 남편하곤 잠자리를 따로 한지 오래 됐습니다.”



고개를 똑바로 들고 강주를 바라보며 지지 않겠다는 듯 또박또박 말을 뱉는 모습에서 불편한 심기가 드러난다.



“음...... 역시 그러시군요.”



“그런데...... 왜 그런 걸 물어 보시는 거죠? 가정관리가 중요한 항목이라고 하셨는데...... 제 남편이 무슨 얘기라도 하던가요? 그런 이유로 소장님하고 같이 일을 안 할 거라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이죠?”



적장이 심하게 칼을 휘두르면 우선 받아치기보다는 우회하여 힘을 소진시키는 것도 유능한 장수의 기본이다.



“하하하...... 아닙니다. 제가 괜히 두 분 싸움 시킬 소리를 한 것 같군요. 어쨌든 저는 김과장하고 같이 일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뭐...... 꼭 회사에서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의심을 해서가 아니니까 그 점은 오해하지 마시고, 차라리 사모님이 제 파트너가 돼서 장사를 해 보시겠다면 그건 도와 드리겠습니다.”



김과장 부인은 강주의 능글거리는 말투에 몹시 화가 난 듯, 얼굴이 붉어진 가운데서도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말을 받는다.



“정말 처지가 바뀌었다고 사람 이렇게 희롱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 이렇게 하고 그 매장 제대로 오픈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또, 당신은 내가 고발하면 회사에서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겠어요? 내 남편이 당신한테 무슨 말을 하던가요? 뭐라고 했는데...... 사람 이렇게 우습게 보는 거예요?”



적장이 휘두르던 칼에 자신이 상처를 입은 모양이다. 상처를 입어 평정심을 잃었을 때야말로 공격의 호기란 것을 강주는 잘 알고 있다.



“역시...... 부창부수...... 낄 때, 안 낄 때 모르고 헤매는 것도 똑같군...... 이보세요. 당신 아니라 당신 남편이 고발을 해도 똑같아. 이미 업자들과도 다 약속이 돼 있는데...... 어느 골 빈 업자가 돈 줄 사람 말을 안 듣고 당신 말을 들어주겠어? 게다가 설계며 건축이며 내 이름으로 계약한 것은 하나도 없고 앞으로 사업자등록도 마찬가지인데...... 뭐, 증거가 있어야 들이댈 거 아냐?



김과장 부인이 노골적으로 공갈을 치기 시작하자 강주는 더욱 약을 올리려는 듯 아예 말을 놓아 버린다.



“이 사람, 정말...... 보자보자 하니까 새카맣게 젊은 사람이 어디서 반말을...... 당신......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모가지를 잘라 버리고 말겠어.”



적장이 두고 보자면 일단 후퇴하겠다는 선언이다. 다 이긴 싸움이지만 그냥 보내 줄만큼 강주가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다. 후퇴하는 말 엉덩이에 화살을 날려 박아 버린다.



“이것 봐...... 당신하고 나하고 기껏해야 대여섯 살 차이밖에 안 될 텐데 뭘 그렇게 어른 행세를 하시나? 그리고 당신 남편이 뭐라고 했는지 궁금해? 당신 바람피우는 것 같다더군...... 당신도 남편 말고 다른 놈한테 가랑이 벌릴 때는 기를 쓰고 당신보다 어린 놈 찾아가서 벌릴 거 아냐? 그러면서 무슨 나이 타령이야...... 나이 타령은......”



“이이이......”



“흥분하지 말고 더 들어. 내 목을 치려면 우리 회사 아주 높으신 분들한테 찾아가서 가랑이 벌려야 할 테니까 까불지 말고 사타구니나 깨끗이 씻고 찾아가 봐. 오늘은 번지수를 잘못 찾았어.



“이이이......”



김과장 부인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서면서 강주의 뺨을 후려친다. 강주는 소파 뒤로 몸을 기대어 피하고 곧 따라 일어서서 김과장 부인의 팔을 제압하면서 뒤로 끌어안는다. 은은한 체향이 코를 자극하고 몸 관리를 하긴 하는지 제법 단단한 엉덩이의 굴곡이 하체로 느껴진다.



“이이이...... 이것 못 놔. 너...... 내가 성희롱으로 고소할 거야. 이 새끼......”



“남편 뚱뚱해서 싫다고 바람피우고 다니는 년이 무슨 성희롱을 들먹거리나? 내가 너 성희롱했다는 증거 있어? 회사에 고발할 증거도 없을 테고......”



“이것 놔. 이 새끼야. 그래...... 내가 바람피우는 게 너하고 무슨 상관있다고 지랄이야. 지랄이...... 개새끼야...... 내가 너...... 가만 놔둘 줄 알아?”



김과장 부인의 몸부림에 강주의 좆은 자연스레 발기되어 어느새 엉덩이 굴곡을 꽉 메우고도 남는다. 강주는 엉덩이에 좆을 더욱 밀착시키며 귓가에 속삭인다.



“으흠...... 엉덩이가 아주 좋은데......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나 보지?...... 어때?...... 그러지 말고...... 내 제안을 잘 생각해 보라니까? 나하고 파트너십을 이루면 밥은 먹을 거 아니야?”



김과장 부인은 이제 힘을 써 봐야 강주의 힘을 당할 수 없으니 소용없는 것을 깨닫고 얌전히 서서 거칠어진 숨만 고르고 있다. 강주는 그제서 팔을 풀어주고 자리에 앉는다.
한참동안이나 등을 돌린 채 숨을 고르며 서있던 김과장 부인도 다시 자리로 돌아와 힘없이 소파에 앉아 강주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두 사람 사이엔 잠시 정적이 흐른다.
한껏 우아한 자태로 도도하게 찾아와 히든카드를 날린 후 한번만 봐달라고 사정을 하면 한 없이 자애로운 미소로 응답하고 휘파람을 불면서 유유히 사라지려고 했건만 강주에게 휘말려 끝내는 체면 못 차리고 육두문자까지 동원하고야 코피 터지는 싸움을 멈추었다.



“우리 그이가 그렇게 얘길 해요?”



“그럽디다. 전혀 없는 얘기는 아닌 것 같던데......”



두 사람은 흥분이 가라앉은 듯 다시 자연스레 존대를 하고 있다.



“......”



“차라리 두 사람 이혼을...... 하지 그래요?”



“......”



“......”



“애들이 불쌍하잖아요...... 애들이 무슨 죄가 있어요.”



“지금 만나는 놈은 누구요? 혹시...... 제비족은 아니고?......”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어쩌다 친구 남편하고......”



이제 이런 대화가 오고가면 상황은 완전히 정리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김과장 부인은 이미 강주에게 마음으로 굴복하고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린 백지 상태로 돌아가 버렸다. 강주의 전화벨이 울린다.



“음...... 희숙이니? 왜?”



“여기로 점심 식사하러 오시라고 전화 드렸어요.”



“야...... 얼마나 맛있는 게 있다고 거기까지 사람을 불러?”



“여기 점장님 사모님이 삼겹살 구워서 상추 쌈 싸 먹자고 하시네요.”



“그래, 그것도 좋지...... 곧 가마......”



강주가 일어서도 김과장 부인은 움직일 생각이 없는지 꼼짝 않고 앞만 바라보고 앉아 있다. 강주는 김과장 부인 옆에 다시 앉으며 어깨에 손을 얹는다. 얇은 천 밑의 피부가 느껴져 팔을 몇 번 세게 주물러 주며 묻는다.



“남편이 알고 있다니까 기가 막혀서 그래요? 아니면 앞일이 걱정스러워서 그래요?”



“......”



“뭐, 피차 의무감으로 체면 때문에, 애들 때문에 사는 거라면 자유롭게 살아요. 김과장도 편하게 살고...... 당신도 편하게 살고...... 그러면 되는 거지. 인생 뭐 있어요?”



“휴우...... 그러게요. 이제 집에 가서 얼굴 볼 생각을 하니까 기가 막히기도 하네요......”



강주는 물끄러미 김과장 부인을 바라보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휴대폰을 꺼내 저장된 사진을 여러 번 넘겨 사진화면 하나를 보여준다.



“자, 이것 봐요...... 내가 끝내 안 보여주려고 했었는데...... 자, 당신 남편이고 이 여자는 내 애인이요. 당신 남편을 매장시키려고 했으면 나는 벌써 할 수도 있었다는 말이지. 무슨 말인지 알아요? 그런데 당신까지 와서 오늘 나한테 말 같지 않은 공갈협박을 늘어놓은 거야.”



“어머머......”



“이 사진을 보여주는 건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니까 그냥 편히 마음먹고 애들 잘 키우고 살라는 뜻이요. 또 당신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패가망신 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리고 아까 내가 한 말은 지금도 유효하니까 퇴직금 잘 정리해서 장사해 볼 생각 있으면 연락해요. 뭐...... 또 그러다 보면 김과장이 할 만한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거고...... 잘 생각해 봐요.”



“......”



“자, 나갑시다. 내가 약속이 있어서......”



“네...... 오늘...... 죄송했어요. 그럼......”



강주는 김과장 부인의 엉덩이를 툭툭 건드리며 나란히 걸어 나간다.



“뭘 그리 의기소침해서 그래요. 잘 하면 우리...... 애인 될 수도 있겠는데...... 하하하......”



“......”



“아이고...... 냄새 좋다.”



“어머! 어서 오세요. 아직 식사 안하셨죠?”



앙코르 상가 사장 딸이 냉큼 다가앉으며 밥공기를 내밀고 희숙이는 같잖다는 듯이 눈초리가 올라간다. 강주는 희숙이를 약 올릴 셈으로 한 마디 던진다.



“야, 너는 여기서만 눌러 있으면 저쪽 인원은 언제 채울래? 날짜도 많지 않은데......”



“흥...... 안 그래도 오늘로 사무실 자료는 다 정리했어요. 내일부터는 안 올 테니까 알아서 하세요. 뻿......”



희숙이는 혀를 길게 내밀며 강주에게 앙탈을 부린다.



“하하하...... 너 왜?...... 뭐, 화 나는 일 있니?”



“몰라요.”



“그래 거래처 리스트 좀 가져와 봐.”



“네.”



잠시 후 희숙이가 전해 주는 서류를 넘겨보던 강주가 한마디 지시를 한다.



“여기에 디스카운트나 리베이트 비율을 메모해서 다시 갖다 줘.”



“아! 그거는 따로 정리해 뒀어요.”



“오! 역시...... 우리 희숙이라니까......”



다른 서류를 전해주며 강주의 칭찬에 금방 얼굴이 환해지고, 이번에는 사장 딸의 얼굴이 괜히 일그러진다.



“점장님 좀 오시라고 하지.”



점장이 들어오자 서류를 짚어가며 훈수를 한다.



“자...... 여기 목록을 보면 업체별로 할인율이 기록되어 있는데...... 대부분 약해요. 이렇게 높은 가격에 들어오는데 우리보다 더 싸게 판매를 했으니 회계장부 안 봐도 알 것 같네요.”



강주의 핀잔에 점장의 손은 벌써 뒤통수로 올라가 있다.



“그리고 입점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업체가 몇 군데 보이는데 이거는 잘못하면 오히려 손해 보는 수가 있어요. 영업사원들 닳고 닳은 사람들입니다. 결코 점장님보다 수가 낮은 사람들이 아니에요.”



“......”



“가령 일 년에 천만 원어치 매상이 있는 물건에, 일상적인 디스카운트나 리베이트가 십 퍼센트라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백만 원 아닙니까? 뭐, 부가가치세 포함이냐, 아니냐는 따지지 맙시다.”



“네......”



“그런데 그런 물건을 입점비 백만 원 준다고 할인율을 끌어내지 못하고 덥석 받아 챙기면 그 후로도, 또 그 다음으로 계속 발생하는 예상이익을 그냥 허공에 날려 버리는 결과를 불러 오는 겁니다.”



“아, 네......”



“여기...... 대부분의 낙농제품 관련 업체들이 입점가격에 비해서 다 할인율이 적어요. 지금보다 최소한 십 퍼센트 이상은 더 받아내시고, 거기에 불응하면 냉장고 돌려주고 거래처 교체해 버리세요. 아마 그러면 응해 올 겁니다. 음...... 희숙이는 여기에다 참고할 수 있도록 모든 업체의 통상적인 할인율을 적어서 드려라.”



“네.”



“그리고 굳이 입점비로 해결하려는 업체가 있으면 계약을 하세요. 일 년이면 일 년, 이 년이면 이 년...... 그리고 다시 재계약하면서 매출액을 기준 삼아서 또 입점비를 받아 챙기시고...... 소규모로 하거나 영세하게 하는 분들은 구매력이 떨어져서 그렇다 치더라도 이만한 규모의 매장에서 이건 너무 잘못된 겁니다. 이런 것들만 바로 잡아도 운영하기가 한결 부드러울 겁니다.”



“네,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 말을 안 듣는 거래처는 어떻게 할까요?”



“따로 메모해 두세요. 다음에 제가 와서 거래처 교체 시켜 드릴 테니까...... 잘 알아들어야 합니다. 거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거래처에서는 할인율을 적용해 주는데, 거래 전에 미리 주는 것이 입점비고...... 거래 하면서 주는 것이 디스카운트고...... 거래 종료 후에 주는 것이 리베이트라고 이해하시면 가장 쉽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여기야 물론 다 식구들끼리 운영하니까 그런 일이 없겠지만 일부 개인매장에는 영업사원들이 담당직원들을 꾀어서 할인율을 안 주고 개인통장으로 정해진 매출에 얼마씩 입금시켜주는 예도 있어요. 그러다가 그 담당직원이 그만두면 그 다음부터는 다 그 영업사원이 착복하는 거지요.”



“네......”



“그래서 우리 희숙이가 제일 먼저 정리해 놓은 게 업체별 공급가격표라는 겁니다. 저걸 확보하고 있어야 백 원짜리를 정말 백 원에 집어넣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전산처리 돼서 오는 공급표도 잘못 찍히는 게 허다해요. 저녁마다 마감하면서 한 번씩은 체크해야 합니다. 이건 따님이 하셔야 될 일입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선생님...... 호호호......”



“자, 점심 잘 먹고 갑니다. 희숙이는 수고 좀 더 하고......”



“네.”



주차장은 어느새 철골 작업이 마무리 되고 그 사이 미리 준비하고 있었는지 대형천막을 크레인으로 끌어올려 펼치고 있다. 분홍빛 천막이라 천막 밑 그늘까지 분홍빛이 비추어 화사한 느낌이다. 한참을 목이 아프도록 구경하다가 사무실로 들어간다.



“하루 종일 어디 갔다 오세요?”



“왜?...... 누가 찾았니?”



“아니요.”



“그런데 왜?”



“그냥이요......”



“미쓰김, 너?...... 나 보고 싶었구나?”



“피......”



“하하하......”



“소장님, 매장 비워놓고 다니시면 불안하지 않으세요?”



“뭐가 불안해? 나보다 더 훌륭한 선수들이 이렇게 지키고 있는데...... 하하하......”



미쓰김과 농담을 주고받는데 사무실 전화가 울린다.



“네, 잠시만이요. 소장님 전화요. 김과장님 댁이랍니다.”



“네, 최소장입니다.”



“네, 저...... 저예요.”



“아, 네...... 잘 들어가셨습니까?”



“네, 저......”



“어서 말씀하세요. 듣고 있습니다.”



“네, 아까 해주신 말씀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요. 시간 되시면 한 번 오셔서 애들 아빠하고 상의도 좀 드리고 싶고...... 지금은 시간 안 되시죠? 흑......”



“응? 뭐야?...... 우십니까? 왜 무슨 일 있어요?”



“아니요...... 집에 오니까 애들 아빠가 벌써 술이 취해서 쓰러져 자고 있는데...... 어떻게 얘기를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음...... 그래요? 거 참...... 그 양반 그렇게 심약해 가지고...... 어찌 믿고 살겠나?...... 당신 책임도 큰 거 알아요?”



“네......”



“집 주소는 내가 알고 있으니까...... 지금 출발하면 한...... 한 시간 반은 걸릴 겁니다.”



“네...... 고맙습니다.”



“누구세요?”



“네, 저 최소장입니다.”



김과장 부인이 문을 열어주는데 많이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다. 콧대 높은 여자가 강주에게 무참히 무너져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처해 있는 현실과 앞으로 풀어 헤쳐가야 할 당면한 문제들이 만만찮은 무게로 그녀를 짓눌렀을 것이다.



“네, 어서 들어오세요.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해요.”



“음...... 아닙니다. 와...... 잘 해놓고 사시네요? 나는 언제나 이렇게 오순도순 살아보나? 하하하......”



“저...... 이리 앉으세요. 차는 어느 것으로 드릴까요?”



한풀 숨이 죽어 방석을 내밀며 자리를 권하는 그녀에게 오전과는 달리 안 된 마음도 들어 싱거운 농담을 던진다.



“에...... 또, 차는 경차로 합시다. 기름 값도 적게 들고......”



“네, 네?......”



“하하하...... 아무거나 주세요. 김과장님은 어디 있습니까?”



“훗...... 네...... 지금 방에 있는데, 아직 자고 있을 거예요.”



“그래요? 조금 더 자게 놔둡시다. 애들은?......”



“애들은 한밤중에나 들어와요. 그래서 애들 아빠는 얼굴도 잘 못 보죠.”



“음...... 그렇죠. 캬...... 이거 우리나라 교육현실이...... 이거 문제야, 문제...... 내가 하루빨리 청와대로 들어가야 되는데...... 하하하......”



“호호호...... 네, 맞아요......”



강주의 어이없는 농담에 우울했던 그녀도 작게 웃는다. 커다란 강주의 웃음소리에 잠을 깼는지 김과장이 방문을 열고 눈을 비비며 나온다.



“아...... 일어나셨습니까? 저, 최소장입니다.”



“아! 최소장님, 저희 집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일은 무슨 일이요. 출근을 안 하시니까 모시러 왔지요.”



“에휴...... 다 끝난 일이데요. 뭐...... 저보고 수원으로 가라는 얘기는 그만두라는 말 아닙니까? 제가 죽자고 버텨봐야 저는 저대로 바보 되고, 최소장님께는 짐만 된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닌데......”



“그래요. 그래서 온 건 맞습니다. 좀 앉아서 얘기 좀 해 봅시다. 이젠 다 끝난 얘기니까...... 앞으로 살 궁리는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자, 사모님도 이리 좀 오시고......”



김과장 부인은 커피를 준비해 내려놓으며 한쪽에 다소곳이 앉는다.



“자,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아까 오전에 사모님이 저를 찾아오셔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제가 오픈하는 매장에 코너를 운영해 보라고 권해 드렸습니다. 그 자리는 김과장님도 아시다시피 대박 터지는 자리 아닙니까?”



“아, 네......”



“뭐...... 경험이 일천하셔서 하시겠냐고 걱정은 하시지만 서로서로 도와가며 하다보면 결국 그것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못할 것도 없습니다. 저도 옆에서 많이 도와 드릴 것이고......”



“네......”



“그리고 그러다 보면...... 물론 영업실적을 봐가며 결정할 일이지만, 김과장님이 전공을 살려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일단 퇴직금 정리하시고 업종에 대해서도 생각 좀 해 보시고 두 분 뜻이 모아지는 대로 제가 적극 도와 드릴 테니까...... 너무 술만 드시고 괴로워하지 말고 밖으로 운동도 다니시고...... 그렇게 하세요.”



“네......”



“혹시 자금이 부족하더라도 어떻게든 오픈을 지원해 드릴 테니까 한 번 연구해 보세요.”



“네...... 최소장님.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소장님...... 흑......”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두 분이 지켜줘야 할 선행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줘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김과장과 부인은 눈을 껌뻑이며 강주의 입만 바라보고 있고 강주는 바지 주머니에서 보라의 팬티를 꺼내 펼쳐 둔다. 두 사람은 민망한 상황에 경악을 하지만 강주는 태연히 말을 잇는다.



“자, 이거는 제가 김과장님께 드리기 위해서 가지고 온 선물입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거...... 여자 속옷입니다. 사모님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과장님은 사모님이 홀대하신 후에 페티시즘에 빠져 있습니다. 뭐...... 질환은 아니고 그저 취향일 뿐이니까 문제 될 것은 아닙니다.”



“......”



“......”



“그리고 과장님은 사모님이 부정하다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서로 예감하고 짐작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의무감으로 혹은 자식들 때문에 불편한 심사 달래가며 살고 있는 겁니다.”



“......”



“......”



“그렇지만 저와 손잡고 일 하시려면 두 분이 정말 친구처럼 앞날을 함께 맞을 동반자처럼 지내셔야 합니다. 물론 그래야 자녀들도 훌륭하게 키우실 거 아닙니까? 부부가 부부관계 없이도 잘 사는 사람들 얼마든지 있지 않습니까? 서로가 다 알고 있는 거, 그저 모른 척하고 그저 아닌 척하고 지내기엔 앞으로 할 일이 결코 그 정도 파트너십으로는 쉽지 않다고 보이기 때문이에요.”



“......”



“......”



“두 분 서로 인정해 주시고, 또 지난날은 서로 사과하시고, 앞으로는 차라리 편하게 자유연애하시면서 취향대로 편안하게 친구처럼 지내세요. 그렇게 못할 바엔 차라리 지금 헤어지는 것이 서로에게 축복입니다. 제가 옆에서 보다가 답답해서 이 얘기를 끌어냈으니까 두 분이 어떤 결정을 하시든지 앞으로의 사업은 함께든 각각이든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이제...... 말씀들 나누세요.”



“......”



“......”



“여보...... 죄송해요. 흑......”



“아니야...... 나도 잘못이 많아......”



“자, 자...... 어려운 결정 잘 하셨습니다. 한결 개운하잖아요. 자, 이건 과장님이 얼른 집어넣으세요. 이거...... 우리 회사에서 제일 예쁜 여직원 겁니다. 하하하......”



“허허허...... 거 참...... 쑥스러워서......”



“......”



“자, 이제 아름다운 화해도 이루어졌는데...... 사모님, 술이 한 잔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아! 내 정신 좀 봐...... 금방 준비할게요.”



김과장은 잠을 자고 난 뒤라 한결 개운한지 제법 술을 많이 마시고서야 떨어지고 강주도 얼큰하게 달아올랐다.
방문을 열어보니 김과장은 팬티로 얼굴을 덥고 코를 골며 잠에 빠져 있다.
이미 술을 마시며 두 사람이 서로 동서라는 둥 짙은 농담이 오고간 뒤라 김과장 부인도 나름의 기대로 가슴을 쌔근거리고 있다.



“자...... 사모님. 나도 좀 누웠으면 좋겠는데...... 애들 올 시간 멀었지요?”



“네...... 애들 방에라도 잠시 누우시겠어요?”



“아직은 불편하실 텐데...... 나가십시다.”



“네?......”



“뭘 놀래요? 하하하...... 내가 지금 사모님한테 청혼하는 겁니다. 앞으로 양아치 같은 놈들 만나지 말고 나하고 연애합시다.”



“......”



“뭐 해요? 어차피 애들 오려면 멀었으니까 나갔다 옵시다.”



“네...... 준비하고 올게요. 잠시만......”



“김과장도 참 이상하지...... 마누라 팬티도 이렇게 예쁜데...... 하하하......”



“아이...... 팬티가지고 뭐 하시는 거예요? 차암......”



강주는 김과장 부인이 샤워를 하고 나오자 그녀의 팬티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그녀의 긴장을 풀어준다. 강주의 좆은 이미 발기해 그녀의 시선을 어지럽힌다.



“허헛...... 이건 내 거야. 나도 하나 줬으니까 하나 챙겨가야지......”



“어머머! 나를 준 것도 아니면서 왜 내 거를 가져가요?”



“하하하...... 당신은 다른 거를 주려고 그러지......”


“어어...... 어머머......”



강주는 그녀를 안고 침대로 넘어지며 젖가슴을 베어 문다.



“아이...... 씻지도 않고...... 아야...... 아유, 애기처럼......”



“흐흠...... 인간 최강주 냄새를 기억하라고 일부러 안 씻는 거야......”



“으흑...... 아아학...... 살살......”



입술을 더듬어 이가 부딪히고 혀가 나와 살이 엉킨다. 갈증을 서로의 타액으로 해소하며 손을 더듬어 가슴으로 엉덩이로 성감을 따라 간다. 몸을 뒤척일 때마다 강주의 좆이 그녀의 온 몸을 찔러댄다.
손으로 잡아 사타구니로 인도하려 하지만 짓궂은 강주는 요리조리 자꾸만 도망을 다닌다.



“아아흑...... 못됐어...... 아학, 여보...... 빨리......”



손을 짚어 음순을 문지르니 이미 사랑할 준비로 홍수지경이다. 재빨리 몸을 돌려 입으로 핥아 주니 작은 문이 열리고 강주의 혀를 영접한다. 선홍색 드레스를 입은 여주인은 부끄러운 듯 다시 문을 닫는다.



“아아아아아항...... 여..... 보...... 그만...... 그마...... 안......”



숨넘어가는 소리에 입을 떼고 몸을 다시 돌려 혀를 빨아들인다. 강한 흡입으로 잠시 머릿속이 아득해진다. 또 한 번 강주의 좆을 잡아 간다. 허리를 들어 그녀를 돕고 갈 길이 정해져 단숨에 성문을 열어버린다.



“하아아아아아악, 아학, 아학, 아아하......”



“후욱, 후욱, 쑤우욱, 쑤욱......”



잘 발달 된 숲길은 새로운 주인에게 잘 보이려는 듯 가지런히 정렬해 도열하는 듯 갈라져 있고, 밀고 들어오는 새 주인으로 인해 바스락거리며 나부낀다.



“하아악, 하아앙...... 소장니임...... 여보오......”



“으흑, 그래...... 여보...... 흐윽.”



성안의 여인들은 새주인이 드나들 때마다 그를 잡고 놓지 않으려는 듯 이리저리 쓸리며 따라 나오고 따라 들어간다.



“사랑...... 해요...... 하악, 나...... 버리면...... 나아...... 으흑, 죽어버릴..... 거야......”



“으흑, 씨바...... 후욱, 네가...... 후욱, 조폭이냐...... 흐윽, 공갈을...... 치게......”



강주는 마지막이 오는 지 자세를 바꾸고 엉덩이로 붙어 허리를 빠르게 놀린다.



“학, 학, 학, 하아학......”



“나......온다...... 그냥...... 쌀 거야......”



“하악, 네에...... 하악, 아학.”



“으흑, 울컥...... 꿀럭...... 으으으흑......”



그대로 엎어져 김과장 부인의 엉덩이를 즐긴다.



“허억...... 휴우...... 휴우...... 야...... 단단해서 좋다. 야...... 당신은 요실금은 안 생기겠다. 하하하......”



“으흥...... 아아흥...... 이상해요......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야...... 명기다 명기...... 지금도 물어 대는데...... 이제 그 놈 주면 가만 안 둘 거야. 내 거니까......”



“아흑, 후후후...... 잘라 버릴까보다......”



의왕 매장 건축업자의 빠른 대처로 며칠 만에 매장 입구 주차장에는 예쁜 분홍빛의 천막이 설치되어 슈퍼 쪽으로는 각종 거래처의 특판 사원들이 나와 행사를 열기도 하고 좌우 측면으로는 임대를 줘 간식 등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상가의 명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간 앙코르상가를 출입하며 지하 음식코너의 점주들과 교류를 터 두어 임차인들을 유치하는 어려움은 별로 없어 불과 십여 일만에 모든 코너를 임대해 줄 수 있었다. 평지에 코너가 마련되니 이동이 쉬워서 특히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젊은 주부들은 대환영이었다.
과일행상을 하며 애를 먹이던 이는 점포 폐점 후 포장마차를 열어 밤새도록 영업을 하고 아침 개장 이전 깨끗이 주변정리를 해 두어 강주가 관리하는 매장 앞 공간은 24시간 쉴 틈이 없는 상가의 명소로 꼽히고 있었다.
번영회장의 부인은 하루라도 강주가 농방에 올라오지 않으면 전화를 하여 차 마시러 오라고 할 정도로 강주에게 빠져들어 남편 모르는 단꿈을 홀로 꾸고 있고, 강주는 상가에서의 입지가 날로 강화되어 실질적인 번영회장의 고문 역할을 하며 중대안건에 빠짐없이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오늘도 주차장에 나와 행사코너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강주의 모습에 한껏 여유로움이 보인다.



“저...... ”



“아! 네...... 손님. 뭘 도와 드릴까요?”



“저...... 수박을 하나 샀는데, 들고 가려니 무거워서 좀......”



“아! 이리주세요. 계산대에 부탁을 하시면 배달을 해 드릴 건데......”



“아니요. 배달이 많이 밀렸더라고요. 지금 들고 가야 하는데......”



강주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하여 어쩌지 못하고 얼굴을 바라본다. 얼굴 예쁜 것들은 꼭 이렇게 특별대접을 받고 싶어 한다. 얼굴 예쁜 것들의 쇼핑문화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소리 높여 부르짖는다. 속으로만...... 하기야 허리도 부실한 것이 수박 한 덩이 제대로 못 들게 생기기도 하였다. 민소매옷의 미색 투피스, 짧은 치마 아래 드러난 다리를 수박을 붙잡은 채 엉거주춤 바라보다 손님이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아저씨?”



“아! 네. 가시죠. 제가 들어다 드리겠습니다.”



“어머! 그래 주시겠어요? 고맙습니다.”



“네, 앞서 가시죠. 그 봉투도 이리 주세요. 어느 아파트에 사십니까? 제가 처음 뵙는 분 같은 데......”



“어머나! 손님들을 모두 기억하시나 보죠?”



“아, 예. 자주 뵙는 분들은 기억나기 마련이죠.”



“그러세요? 저는 여기 다니러 왔어요.”



“역시, 그러시군요.”



“아! 저기 아파트 경비실에 좀 맡겨주시겠어요? 제가 차에 물건을 두고 온 것 같아서......”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자, 안녕히 가십시오.”



강주는 오다보니 별실창고 앞까지 오게 되어 후덥지근한 날씨에 샤워라도 할 생각으로 창고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처음에는 남이 버린 침대 하나 주워서 잠깐씩 눈만 붙일 생각이었지만 그사이 다녀간 여자들이 한두 가지씩 채워 둔 물건들이 가득하여 지금은 여느 살림집보다 못하지 않은 살림살이가 채워져 있다.
그중에도 부녀회 총무가 이사하는 집에서 얻어 온 구형 에어컨이 압권으로 별실 창문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샤워를 마치고 선풍기 앞에 서 물기를 털어 내는데 전화가 울린다. 에어컨을 틀어두고 선풍기를 돌리니 아방궁이 부럽지 않다.



“소장님, 저 희숙이에요.”



“응, 그래...... 일찍도 보고한다. 애들은 좀 구했니?”



“네, 호호호 죄송해요. 열 명 모두 구했고요. 그런데 소장님 아시는 애들은 하나도 없어요. 매장이 의왕이라 안양 쪽에 사는 애들로 구성했거든요.”



“그래, 향미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애들이면 나야 굳이 몰라도 상관이 없지.”



“저...... 그런데요. 소장님......”



“그래, 왜?”



“지금 이쪽에 냉장설비들이 들어오는데...... 이런 기계류는 제가 잘 몰라서 저녁에라도 한 번 올라오셨으면 좋겠는데요.”



“자식, 너...... 지금 나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킥킥......”



“어머! 아니에요. 치...... 소장님, 호호호...... 그러실 때...... 은근히 재수 없다는 거 아세요? 호호호......”



“이 자식이...... 하하하...... 좋다. 뭐...... 그렇다고 치고...... 여기 코너도 저녁 늦게까지 장사를 해서 좀 더 두고 봐야 되는데...... 그러면 내가 일단 보낼만한 사람을 알아보고 보내줄 테니까 좀 기다리고 있어 봐.”



“네......”



“여보세요? 김과장님?......”



“아! 네...... 소장님. 반갑습니다.”



“그래...... 유아용품으로 결정하셨다는 소식은 엊그제 저 사람 만났을 때 들었습니다. 그쪽 사람들은 만나 보셨습니까?”



“네, 벌써 보증금 치르고요. 매장 정리 되는 대로 물건 넣어주기로 계약 마무리 지었습니다.”



“네, 잘 하셨네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부탁을 좀 드려야 되겠어서 전화 했습니다.”



“아이고...... 부탁이라니요. 말씀만 하십시오. 하하하......”



“허허허...... 민망하게 또 왜 이러십니까? 저기...... 의왕에 지금 기계설비가 들어오는 모양인데 김과장님이 시간 되시면 저 대신 좀 가셔서 관리를 해주셨으면 해서요. 제가 지금 몸이 매여서 나가기가 좀 그러네요.”



“아, 그러지요. 그거야 제 전공 아닙니까? 이럴 때라도 도움이 되니 다행이네요. 아! 잠깐만이요. 집사람이 바꿔 달라고 하네요.”



“네......”



“여보세요? 당신이에요?......”



“응, 왜?......”



“뭐예요? 나는 바꿔 달라고 하지도 않고 벌써 끊으려고 했어요?”



“뭐야?...... 왜?...... 또...... 엊그제도 만나고선......”



“피...... 저 이한테 들으니깐 당신...... 젊은 애인들이 한 둘이 아니라던데...... 그렇게 저한테 소홀히 하시면 저도 다 생각이 있어요?”



옆에서 김과장이 껄껄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김과장 부부는 이미 강주와 함께 공감대를 형성한 후 몇 번 술자리를 가지며, 강주는 김과장 부인과...... 김과장은 강주가 붙여 준 여자와 모텔로 가서 서로의 소리를 들어가며 나란히 밤을 보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어쩌면 강주가 없이 두 사람만 있을 때 서로가 불편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강주가 밀어붙인 일이었다. 함께 오입을 즐기고 모텔을 나서서도 바로 헤어지지 않고 식사도 함께 하며 한 식구처럼 지내다 보니 김과장 집에서 술을 마셔도 강주가 있을 때는 강주 옆에는 의례히 김과장 부인이 앉아 시중을 들곤 한다. 이제는 서로가 프리하게 자유연애를 하는데 익숙해져 낯을 붉힐 일도 없어졌고, 오히려 두 사람의 관계도 서로에게는 더 이상 기대치가 없으니 실망할 일도 없어 전보다 더욱 돈독해진 모습인데다,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은 그저 다정해진 부모의 모습에 오히려 행복해 하는 모양이었다.



“또 공갈이야? 하하하...... 뭘 어떻게 할 건데?......”



“저 이가 요즘 자꾸 잠자리에서 제 방으로 건너오는데, 나 이렇게 모른 척하면 당신 배신하고 확 안아줘 버릴 거예요. 호호호......”



김과장이 또 소리를 치는지 멀리서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온다.



“야! 내가 언제...... 당신이 그런다고 최소장이 속을 줄 아냐?”



“아! 그야 물론 안아줘야지...... 하하하...... 당신이야 내 애인이지만 김과장은 현지 관리인 아냐? 관리인이 악기를 점검하겠다는데 그걸 어떻게 말리나? 하하하...... 보라고...... 계급도 내가 훨씬 높잖아. 김과장은 과장이고 나는 소장이니까 별이 두 갠데...... 하하하......”



“피...... 그렇게만 해봐요? 어디 두고 봐......”



서둘러 옷을 입고 매장 사무실로 들어가는데 부녀회 총무에게서 전화가 온다.



“동생?”



“아! 누님, 식사하셨어요?”



“호호...... 그래서 전화했지. 왜? 밥 좀 사줄 거야?”



“그럼요. 대접해 드려야지요. 마침 점심때네......”



“그러면 밖에 나와 있어. 금방 내려갈게.”



“넵, 알았습니다.”



“미쓰김, 나 점심 밖에서 먹어야겠다.”



“아주 깨가 쏟아지십니다요.”



“얘가?......”



“뭐가 얘가...... 에요? 제가 눈치가 구단인데...... 그 아줌마 남편은 뭐 하는 사람일까 모르겠네?......”



“자식이...... 아주 소설을 써라.”



“그 모니터 아줌마죠?”



“왜?...... 질투 나니?......”



“에......툇툇퇴...... 질투는요? 무슨......”



“하하하...... 다녀올게.”



주차장 입구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차가 한 대 다가와 선다.



“어서 타!”



“어?”



아까 수박을 들어달라던 그녀가 조수석에 올라앉아 생글거리고 있다. 당황스러워 하는 강주를 총무가 재촉한다.



“뭘 놀래고 있어 어서 타.”



“아! 예.”



“내 동생 벌써 만났다면서...... 아주 얘가 여우를 떨어요. 아유......”



“하하...... 아, 예. 이거 참......”



“호호...... 죄송해요. 언니가 소개해 준다는데, 그냥 만나면 꼭 맞선 보는 것 같을까 봐 그랬어요. 화 안 나셨죠?”




“아! 네, 물론입니다. 하하...... 거 참.”



“어머! 너 같은 달변가가 말이 다 막힐 때도 있네?”



“호호호...... 죄송해서 어쩌나요?”



“그나저나 어디로 가는 거요, 누님?......”



“응, 조금만 더 가면 냉면 잘 하는 집 있어. 육수가 정말 시원해. 동생 주머니 생각해서 저렴하게 모시는 거야.”



“아이고, 황송합니다요. 마님.”



두 자매가 나란히 앞서 걷고 강주는 한 발 뒤쳐져 걷고 있다.
용모도 훌륭하지만 두 자매 모두 뒷모습이 보통이 아니다. 찰랑거리는 치맛단을 바라보며 그저 멍청한 표정으로 뒤만 따라 걷고 있다.



“아유, 빨리 오세요. 왜 이렇게 부끄럼을 타세요. 언니하곤 친하신 것 같던데......”



“엄머! 얘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너희들 오늘 처음 만난 사이다. 알고는 있니?”



“언니는?...... 누가 뭐랬나?......”



“하하...... 형님은? 왜 같이 안 나오시고?”



“아침에 접대골프 간다고 벌써 나갔네요.”



“아! 어서 들어갑시다.”



아침에는 내숭을 떨더니 냉면을 먹으면서는 잠시도 쉬지 않고 재잘거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참새 같다. 명함을 건네주니 자기도 명함을 건네준다. 냉면 양이라는 것이 한 줌도 되지 않아 강주는 이미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더 드실 수 있죠?”



“아니요, 됐습니다. 나중에 간식 먹을 건데요. 뭐.”



막무가내 아가씨다, 자신이 먹던 냉면을 뚝 덜어 강주의 그릇에 덜어준다. 놀라 바라보는 강주를 보고 더 놀란 총무는 동생을 나무란다.



“어머, 얘. 뭐 하는 거야. 더럽게...... 새로 시키면 될 걸.”



“언니는?...... 내가 지금 점찍어 두는 거란 말이야. 먹나 안 먹나 볼 거야.”



“아...... 하하하...... 테스트란 말이죠? 아유, 먹어야죠. 맛있게...... 내가 국물까지 다 마실 게요.”



“후훗...... 그래야죠. 이제 맘에 들었어요.”



“어머! 기가 막혀...... 안 되겠다. 엄마한테 말해줘야지. 너, 오랜만에 보니 아주 제정신이 아니구나?”



“흥, 맘대로......”



“엄머, 엄머...... 동생 안 되겠다. 내가 이 애 말고 다른 아가씨 소개 해 줄게. 오늘은 취소야.”



“언니, 그렇게만 해 봐!”



“아니요, 누님. 전 좋기만 한 걸요.”



“것 봐.”



테이블 밑으로 정강이를 걷어차여 순간 소리를 지를 뻔 했지만 눈앞의 참새 같은 아가씨를 마다 할 강주가 아니니 국물까지 맛있게 먹고 빈 그릇을 내려놓는다.



“아! 이젠 배가 부르네.”



“어머, 정말 잘 만났어...... 아주 제대로 된 궁합이다. 너희들......”



그녀가 냉큼 강주 옆자리로 자리를 옮기며 언니에게 혀를 내민다.



“뻿...... 이제 오빠라고 할게요. 그래도 되겠죠?”



“그럼요.”



“에이, 오빠는 반말해요.”



“참 나...... 어이없어서...... 동생 나 먼저 간다. 재는 내다 버리든 말든 동생이 알아서 해.”



“어어? 누님. 같이 가요.”



“언니, 잘 가. 내가 전화 할게.”



“에이, 이러다 누님 진짜 화내겠다. 얼른 일어서요.”



“후훗...... 그럴까요? 언니...... 같이 가.”



어느새 팔짱을 끼고 옆에서 걷는다.



“어머! 세상에...... 누가 물으면 내 동생 아니라고 하고 싶다.”



“언니는?...... 언니가 소개해 준 사람이니까 내가 안심하고 그러는 거지. 뭐...... 내가 아무데서나 그러는 줄 알아? 다음에 언니 모르게 우리 한 번 만나요. 어휴...... 노인네들하고 같이 못 놀겠어.”



“하하하...... 그럼 그럴까?”



“네, 최소장입니다.”



“안녕하세요? 저예요.”



“아! 네...... 어쩐 일이세요?”



“뭐예요? 희숙씨 없다고 이젠 여기 안 오실 거예요? 호호호......”



“아이고...... 참...... 거기 점장한테 스케줄 다 짜 줬잖아요.”



“아이, 그래도 한 번 와서 내 장부도 점검해 주세요. 제가 소장님 드리려고 미숫가루도 시원하게 타 뒀어요. 그리고 따로 포장해 뒀으니까 가져가시고요.”



“허허허...... 참...... 알았어요. 잠시 후에 갈게요.”



“네. 빨리 오세요.”



앙코르 상가 사장 딸과의 첫 만남부터 우연한 일로 부끄러운 비밀을 공유하는 듯 야릇한 느낌을 갖게 되고, 그 후로도 심상치 않은 눈길을 전해오는 그녀를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그녀도 헌헌장부 같은 강주에게 같은 자리에서 미진이가 느꼈던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다른 여자들처럼 강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 조심스러울 뿐이다.
근무복을 차에 벗어두고 매장으로 들어가니 여기저기서 인사를 해 오고 점장이 달려와 근황을 보고한다.



“자, 사무실로 가서 얘기합시다.”



사무실에선 사장 딸이 장부를 정리하다가 들어서는 두 사람에게 시원한 미숫가루를 내민다.
근황을 간단히 보고한 점장은 다시 매장으로 나가고 사장 딸은 장부를 점검해 달라며 펼쳐 보인다. 어깨너머로 바라보니 풍성한 원피스 안으로 가슴굴곡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여자들 입장에 자기 몸가짐에 대해 신경을 쓸 텐데도 일부러 허점을 노출시키는 것 같아 강주는 그간 어느 정도 쌓인 교감을 바탕으로 농담 삼아 말을 던져본다.



“뭐야?...... 노총각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옷 좀 단정히 못 입어?”



“어머? 아유...... 이게 뭐 어때서?......”



강주가 평소와 달리 반말을 하는데도 무리 없이 자기도 대뜸 반말로 받는다. 한 번 마당놀이를 놀아보자는 뜻이다.
강주를 돌아보더니 풍성한 치마를 펄럭이며 한마디 더 한다.



“시원해서 좋기만 한데...... 호호호......”



“에이...... 그거 말고 이렇게 보니까 가슴이 다 들여다보이는데......”



“호호호...... 왜?...... 이상해져?...... 어머! 매일 희숙이 같이 예쁜 아가씨들만 봐서 나 같은 아줌마들한테는 못 느끼는 줄 알았지?......”



“허 참...... 기가 막혀서......”



“호호호......아유, 재미있어......”



강주를 골리는 것이 재미있는지 입을 가리고 허리를 비틀어가며 웃어 댄다.



“자꾸 까불면 나 책임 못 진다......”



“어머머! 호홋...... 누가 뭐...... 나 책임 져 달랬나?”



강주가 한동안 대답 없이 조용히 있으니 뒤를 돌아보고 곧 눈이 마주친다. 이미 강주의 얼굴엔 웃음기가 사라지고 그 모습을 본 사장 딸도 긴장한 듯 침을 삼킨다. 강주는 뒤로 다가가 목덜미 옆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쥐어간다.



“어머! 왜 이래?...... 소장님......”



“어디 가지 말고 잠깐만 기다려.”



강주는 좆을 움츠려 바지를 잘 정리하고 매장으로 나간다.



“자, 잠깐 일손 놓고 전부 이리 모여 봐요. 점장님도 이리 오시고......”



여기저기 흩어져 작업을 하던 직원들이 강주의 소리를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다.



“지금...... 일사불란하게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너무 오합지졸이야. 점장님은 조를 편성해서 작업지시를 하시고...... 무엇보다도 우선 진열의 대원칙이 서야 합니다.”



“네...... 어떻게......”



“레이아웃의 지상목표는 손님이 불편을 느끼지 않는 가운데, 매장에 오래 머물도록 하는 데 있는 거예요. 자...... 여기서 저 끝을 바라보세요. 뭐가 있습니까? 아무 것도 없지요? 그럼 이쪽 끝을 보세요. 거기도...... 눈에 뜨는 것은 지금은 쓰지 않는 온풍기밖에 안 보이지요?”



“네......”



“손님이 매장을 돌아다니지 않으면 이 매장에 물건을 아무리 많이, 아무리 싼 가격에 진열해 놓아도 판매로 연결이 되질 않으니까 소용이 없는 거잖아요? 손님들이 매장을 빙빙 돌아서 내가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도록 손짓하는 유혹상품들을 그런 자리에 진열하는 겁니다.”



“아, 네......”



“가령, 식생활에 있어서 계란은 빼 놓을 수 없는 상품이지요? 그런 것을 저기 마주 보이는 끝에 두면 여기서 바로 보이니까 손님이 그곳까지 가면서 다른 물건도 보고...... 어쨌든 그 곳까지 가면 또 옆으로 보이는 끝에 다른 유혹상품을 푸짐하게 쌓아서 진열 한다든지 해서 매장을 빙빙 돌며 모든 상품에 눈길을 주도록 해야 하는 겁니다.”



“과연 그렇겠군요. 아......”



“이미 오래 전 얘기지만 유명한 커피 제조업체에선 대형유통업체들과 입점 시 계약을 하고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끝 진열대를 자릿세를 주고 사 버립니다. 그리고는 배타적인 권한이 있으니까 자기네 커피를 멋들어지게 진열을 합니다. 그렇게 타 매장으로부터 모델이 되는 모든 매장마다 전부 입구에서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 그 커피가 진열되어 있으니까 이게 어느새 교과서처럼 인식이 되어서 시골구석 조그만 구멍가게도 그 커피는 항상 그런 좋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맞아요. 우리매장도 그렇게 돼 있는데......”



“보세요. 그렇지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다들 그렇게 하는 건 줄 알고 그렇게 합니다. 그런 게 마케팅입니다. 그건 그 회사에서 진열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고 이미 오래 전부터 작업을 해 온 결과물인 거죠. 이젠 더 이상 돈을 들이지 않아도 모두가 그렇게 따라하니까요.”



“와...... 듣고 보니 대단하네요. 그 사람들......”



“자,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중요한 자리들을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자유자재로 옮겨가며 진열을 해 쥐야 우리가 원하는 대로 손님들을 매장에 오래 머물게 할 수 있는 겁니다. 정육코너에 고기를 사러 갔다가 계란을 보고 저쪽 끝으로 가고, 거기서 계란을 고르다가 다시 이쪽 끝에 산더미처럼 쌓인 음료수를 보고 오고...... 앞으로 나오니까 이 진열대 끝이 모두 한 눈에 들어오고...... 이렇게 매장의 모든 통로마다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물건들을 배치해 주는 겁니다. 자, 오늘 이론은 여기까지......”



강주는 점장과 매장 레이아웃 지도를 펼치고 여기저기 물건을 옮겨 진열 할 것을 지시하고 사무실로 돌아서며 마지막 당부를 잊지 않는다.



“계속 펼쳐둘 수 없으니까 오늘 내에 모두 옮겨야 합니다. 점장님도 팔 걷어붙이고 달려드세요.”



“네...... 알았습니다.”



강주가 어떻게 하려는지 불안하여 따라 나왔던 사장 딸은 강주보다 앞서 사무실로 들어가며 뒤따라 들어와 문을 걸어 잠그는 강주를 바라보며 긴장하여 말을 한다. 장난처럼 시작한 일이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까지 분위기를 몰고 와 버렸다.



“어, 어떻게...... 해요...... 소장님......”



“자, 이제 됐어. 이리 와서 서 봐.”



“아, 안채에 엄마 계신단 말이에요.”



강주는 안채로 통하는 문도 잠가 버린 뒤 사장 딸을 끌어안고 입을 맞춘다.



“으흡, 으으음...... 으흠...... 후루룹......”



사무실 앞뒤로 사람들이 오가는 중에 한 가운데서 사랑행위를 한다는 것에 두 사람은 한껏 자극을 받아 소리를 죽여 가며 서로의 몸을 애무해 간다.



“으흥...... 쭈우웁..... 아학, 하으응......”



강주는 바삐 사장 딸의 몸을 돌리고 책상에 손을 짚게 한 후 바지를 풀어 내린다.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팬티를 급히 내려 버린다. 치마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고 엉덩이를 잡아 빼니 잔뜩 꼴린 채 부풀은 비경이 드러난다.



“후루룩...... 쭈우웁...... 흐읍.”



“하아악, 으으으윽......”



사장 딸은 행여 소리가 밖으로 나갈까 두려워 입술을 깨물고 흥분을 참아내고 있다. 장난기 많은 강주가 그냥 넘어갈 리 없다. 혀로 음순을 파고들면서 손가락으로 공알을 문질러 자극하기 시작한다.



“하아아악, 으흐흑......”



“흐릅...... 쭈우웁...... 소리 내면...... 안 될 텐데...... 쭈우웁......”



“으으읍, 으읍, 으으읍.”



어느덧 자극을 참아내기 힘든 사장 딸은 책상에 엎드려 입을 막은 채 엉덩이를 쭉 내밀은 자세로 강주의 좆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오래 전 발기한 강주의 좆이 음순을 쓸어대기 시작한다. 몇 번 몽둥이 삼아 음순을 두들기다가 단번에 쑤욱 밀어 넣는다.



“하아악...... 쑤우욱......”



“소리 내지마...... 후욱, 후욱......”



안채에선 사장이 무엇을 하는지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순간 사장 딸은 멈추라는 듯 고개를 돌려 강주를 쳐다본다. 그러나 강주는 개의치 않고 계속 강하게 좆질을 해 댄다.



“하윽, 어떻게...... 흐윽...... 해요...... 으흑.”



“후욱, 후욱, 몰라...... 후욱, 상관 없어...... 후욱......”



아슬아슬한 순간에 계속 좆질을 해 대는 강주가 야속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일찍 오르가즘을 맛본다. 터져 오르는 희열은 눈물을 뿌리게 하고 사장 딸은 입을 막고 흐느껴 헉헉거린다.



“흐윽, 흐윽, 허어엉...... 흐윽...... 으흥....... 엄마......”



“후욱, 쑤욱...... 후욱, 조용히...... 해......”



마치 알았다는 듯 엉덩이에 계속 좆질을 당하면서도 고갯짓으로 대답을 한다. 안채에서는 계속 무슨 소리가 들려오지만 강주는 내심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매장에서야 강주의 지시로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작업하는 소리에 사무실에서 나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을 터이니 안채에서 사장이 문을 두들기면 열어주면 그 뿐이다. 눈치로 안다고 해도 자신의 딸이니 어쩌겠는가?



“으으흑, 흑흑...... 아아학, 흐흑......”



“울지 마...... 후욱, 후욱, 나도...... 곧...... 싼다......”



또 느낌이 치고 올라오는지 좆 끝이 후끈하며 물어온다. 사장 딸은 거푸 여러 번 물을 터뜨리니 민망한지 고개를 흔들어 도리질을 한다.



“흐윽, 흐흑...... 어헝......”



“으흑, 싸...... 싼다아...... 울컥...... 꿀럭......”



그대로 좆을 박은 채 사장 딸을 끌어안고 가슴을 주물러 흥분을 이어준다. 흥분에 흐느끼며 울고 있는 사장 딸의 움찔거림에 좆이 저절로 들락거린다.
엎드린 채 한참을 울던 사장 딸이 눈물을 훔치며 허리를 펴며 돌아본다.



“흐윽...... 이제 빨리 빼요...... 흐윽...... 자기 생각만...... 하고.....”



아직도 흐느끼며 말을 잇는 그녀를 보며 강주는 좆을 빼고 티슈를 꺼내 좆을 문질러 닦는다. 사장 딸도 얼른 팬티를 찾아 입고는 강주의 손에서 좆을 닦은 휴지를 뺏어 안채로 사라져 버리고 강주는 안채로 통하는 문을 조금 열어 공기를 환기시키며 담배를 찾는다.
잠시 후 옷을 갈아입은 사장 딸이 다시 사무실로 들어오며 문밖에서 무언가를 들어 옮긴다.



“아유...... 난 몰라...... 이제 어떻게 해......”



“왜?...... 무슨 일 있어?”



“아이 씨...... 몰라...... 자기 때문에 큰일 났어. 이제......”



“도대체 왜?...... 뭐가 큰일이야?......”



“엄마가 문 앞에다가 김치 두고 갔잖아. 자기 온 거 알고 갖고 온 건데......여기까지 와서 문 앞에다 두고 갔을 땐 다 알고 그냥 간 거 아냐?”



“푸훗...... 그러게 누가 그렇게 소리 지르래?”



“아유, 정말......”



다가와서 때리는 시늉을 하는 그녀를 다시 끌어안고 입을 맞춘다.



“으흡......으으으음...... 후룹......쭈우웁......”



“아이, 정말 미쳤나 봐......”



“하하하...... 우리 장모님이 사위 하나 더 보신 거지. 뭐......”



“칫...... 웃기시고 있어? 사위는 무슨 얼어 죽을 사위래?”



“허허허...... 두고 봐라. 그런가...... 안 그런가? 어디 장모한테 밥이나 한 상 차려달라고 해볼까?”



강주가 슬며시 일어서서 안채로 들어가려고 하자 사장 딸이 황급히 말린다.



“정말 미쳤나 봐. 자꾸 왜 그래...... 난 지금 엄마 볼 생각을 하면 기가 막혀 죽겠는데......”



“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그냥...... 너도 아까 나 골려 먹었잖아. 야, 너...... 그나저나 이제 볼 일 다 봤다고 바지로 갈아입고 온 거야?”



“으이그...... 정말...... 자기가 먼저 덤벼 놓고선......”



“자, 나는 이만 갈 테니까...... 이따가 저녁에 우리 창고로 와. 그리고 거기선 소리 맘대로 질러도 돼. 알았지?”



“아유, 몰라...... 빨리 가......”



“허허, 서방님이 말씀 하시는데...... 올 거지?”



“아유, 알았어요. 서방님. 이따가 갈게요. 그럼 그냥 가세요. 저거는 내가 나중에 미숫가루하고 같이 가지고 갈게요.”



“옳지...... 부인이 그 정도는 해야지. 어험......”



“아유...... 내가 못 살아. 아주...... 어쩜 이렇게 얄밉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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