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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5일 월요일

여직원 괴롭히기 -15부

“어머! 소장님...... 오늘...... 휴무하신다더니 왜 나오셨어요?”



“음...... 우리 미쓰김 엉덩이가 그리워서 나왔지...... 하하하......”



“피......”



강주는 책상 서랍을 열어 한참을 뒤적거리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아, 저...... 최소장입니다. 이번에 작업한 거...... 몇 연이나 찍었어요?



“네, 다섯 연 찍으라고 하시던데요.”



“에이...... 다섯 연으로는 부족할 거고 한 번 돌릴 때 열 연씩은 찍어야지...... 우선 찍은 물건은 먼저 보내고 다섯 연 더 찍어서 보내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전화기를 내려놓는 강주를 미쓰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뭘...... 그렇게 보냐?”



“어머...... 세상에...... 금방 무슨 전화 하신 거예요? 소장님 설마...... 뉴스에 나오는 인신매매 같은 거 하시는 거예요?”



“응?...... 아...... 하하하......”



종이를 대량으로 셀 때 쓰이는 단위 중에 연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전지 오백 장 규모를 보통 한 연이라고 한다. 인쇄업자와 전화 통화하는 것을 듣기에 따라서는 이년 저년 하는 년으로 들릴 수도 있으니 미쓰김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강주에게 묻고 있다.



“그러니까 너도 자꾸 까불면 섬으로 팔아 버릴 거니까 조심해. 하하하......”



행사 계획은 대부분 본사에서 설정하여 전단지를 보내주기만 하니 단위매장에서는 이런 용어에 낯설어 벌어지기도 하는 해프닝이다.
의왕 매장 개점이 며칠 앞으로 다가와 최종 점검을 하기위해 아침 일찍 차에 오른다. 경륜 있는 부소장이 부임한 덕에 강주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자유롭게 휴무를 정할 수 있었고, 부소장은 부소장대로 자신의 입장이 있다 보니 휴무를 반납할 정도로 더욱 더 최선을 다 해 강주를 보필한다.
부녀회 총무와 동생 문제를 놓고 밀고 당기는 지루한 전쟁은 오히려 남편이 개입되면서 적극 지원을 약속해 와 총무 입장에서는 모른 척 두고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고 말아 강주는 내심 우습기도 하고 재미있어 한다.
의왕매장에 도착해 보니 여기저기 거래처에서 상품을 입고시키느라 정신들이 없었다.



“그래, 최소장. 장사는 잘 되겠어?”



떡집을 하는 진정이의 오빠도 마음이 쓰이는지 의왕매장을 방문해 서류검토를 하고 있는 강주와 마주앉아있다.



“네, 형님. 개점 당일 매출을 오천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오천씩이나?”



“네, 개점 일주일 간 합쳐서 한 이억 가까이는 오를 겁니다.”



“어머! 정말이요?”



“뭘 그리 놀라요? 이 정도 상권에서 우리 매장 규모면 그 정도는 나옵니다. 대금결제가 소소한 거래처는 삼 개월째부터 돌아오도록 해 뒀으니까 통장에 십에서 이십억 정도는 항상 돌게 될 겁니다.”



“뭐야? 그렇게나 많이?......”



“그렇지만 그게 다 우리 돈은 아니지요. 결국 회전해서 나가야 할 돈이 잠겨 있는 거니까요. 매장 실제수익은 시작 단계니까 한 달에 천만 원 근처밖에 안 될 겁니다.

뭐, 물론 임대수입은 따로 있고요.”



“오메...... 내 동생 이제 고생 끝이구먼......”



“그렇지만 관리를 잘 해야죠. 보통 슈퍼하다 망하는 사람들이 돈이 돌기 시작하니까 다 결국 나가야 할 거라는 걸 생각 못하고 무리하게 돈을 돌리다가 부도내고 들어 먹는 거거든요.”



“네, 그러니까 저는 매장 돈에는 손도 안 댈 거예요. 강주씨가 다 알아서 해 주세요.”



“야...... 야, 너 그러다 저놈이 홀랑 다 말아먹고 도망이라도 가면 어쩌려고 그러냐? 그러길......”



“어머! 오빠, 무슨 그런 소리를...... 아유, 미안해요. 강주씨.”



“하하하...... 아이고...... 진정씨, 형님이 농담한 걸 가지고......”



“오빠는 무슨 농담도 그런...... 그런 말씀 하시려면 이제 오지 마세요.”



“흐미...... 자네, 저 애 좀 봐...... 이젠 오빠가 눈에도 안 차는가 보네.”



“하하하...... 참, 그리고 여진씨는 어디서 일하지?”



“아, 네. 희숙씨한테 자리 배치해 주라고 했더니 우선 개점 끝날 때까지 휴게실에서 일하라고 보내서 지금 주방에 있을 거예요. 점심 드시러 가실 때 만나보세요.”



“음, 그래요. 그 사람도 입장이 딱하니까 진정씨가 좀 챙겨줘요. 내가 데리고 있던 부소장도 결국 이리 데려올 건데......”



“네, 걱정 마세요. 아휴...... 어떻게 그런 일에 휘말려가지고......”



“형님, 식사하러 가시죠?”



“아니야. 난 이제 가게 가 봐야지. 너무 오래 나와 있었어. 자네도 봤으니...... 그럼, 수고들 해. 잘들 지내는 것 같아 내 맘이 좋다.”



부소장의 부인 여진이는 하얀 위생복을 차려입고 식당에서 바삐 움직이다가 강주를 발견하고 반갑게 달려온다.



“어머! 소장님, 오셨네요. 안녕하셨어요?”



강주는 빈 테이블로 여진을 데리고 가서 다정한 눈빛으로 말을 건넨다.



“음...... 우리끼린데 오빠라고 불러야지......”



“아유...... 누가 들으면 어떻게 해요? 차암......”



“하하하...... 그래, 일 하기는 어때? 여진이가 이렇게 험한 일을 해서 마음이 별로 안 좋은데......”



“아니에요. 너무 좋아요. 같이 일하는 아줌마들도 재미있고...... 오빠도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저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아 참...... 털은 많이 자랐어?”



강주가 귓가에 바짝 붙어 속삭이는 짓궂은 농담에 하얀 얼굴이 금방 붉어진다.



“어머! 아유...... 몰라요......”



“하하하...... 말해 봐.”



“아이 참...... 조금 자라서 따끔 거려 죽겠어요.”



“하하하...... 내가 나중에 다시 해 줄게...... 며칠만 참아.”



“아유, 몰라요.”



진정이가 희숙이를 데리고 식당으로 들어서고 여진은 다시 주방으로 들어간다.



“소장님, 지금 식사하세요?”



“응, 이제 해야지. 너는?”



“저도 지금 해야죠.”



“그래, 이리 같이 앉자.”



“네.”



“희숙씨가 요즘 너무 고생이 많아요. 강주씨가 저녁에 데리고 나가서 맛있는 것 좀 사주고 그러세요.”



배려심 많은 진정이가 넌지시 희숙이를 강주에게 밀어붙이는 모양이다.



“맛있는 건 무슨...... 개점 매장 부소장이 그쯤은 해야지. 안 그래?”



“어머! 그래도 그렇게 말씀하시면 서운하죠. 사장님이 사주라고 하시는데...... 소장님은 졸병이니까 말씀을 즉각 들으셔야지요. 호호......”



“응? 하긴 그렇구나...... 하하하...... 그래, 개점하고 나면 시간도 없을 거고 오늘 회식이나 하도록 해. 난 서류검토 좀 더 하고 바로 서울에 가 봐야 할 일이 있으니까 진정씨가 나중에 함께 가요.”



“어머, 소장님. 수원 미쓰김이 하는 말이 하나도 안 틀리네요. 회식 때만 되면 사라지신다고 하더니......”



“어! 그게 그런가?”



“아유, 그래요. 그럼...... 희숙씨, 오늘은 우리끼리 하지요. 뭐......”



“어머! 저거 봐. 사장님도 무조건 소장님 편이라니까...... 호호호......”



“호호호......”



강주는 차를 몰아 남태령을 넘어가고 있었다. 송희가 나간다는 미술학원에 가고 있는 것이다. 번영회 총무의 남편과 일이 그렇게 꼬이다 보니 정말 결혼 상대자로 생각이 들기도 하여 모처럼 쉬는 날 작정을 하고 만나러 가는 길이다. 큰 사거리를 지나 아파트가 밀집되어있는 어느 상가로 들어선다.



“실례합니다. 송희씨를 만나려고 왔는데요.”



“잠시만이요. 신 선생님. 누가 찾아 오셨네요.”



“네...... 어머! 오빠! 웬일이에요? 연락도 없이......”



“그냥 보고 싶어 왔지. 끝나려면 멀었어?”



“아니요. 끝마쳤어요. 안 그래도 나가려던 참인데...... 잠깐만요. 못 만났으면 어쩌려고 전화도 없이 왔어요?”



“놀래 주려고...... 후후”



“안 그래도 이번 주 일요일 날 내려갈까 했는데...... 참, 큰 형부하고 되게 친해졌다면서요?”



“응,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형님하곤 벌써 술도 여러 번 마셨는데......”



“차는 어디 있어요?”



“주차장에......”



“음...... 그럼 내차 타고 가요.”



“어디 가는데?”



“오늘 친구들 하고 약속 있거든요.”



“이런! 그럼 내가 괜히 온 거 아냐?”



“아니에요. 함께 가요. 왜...... 싫어요?”



“오오...... 그럴 리가 있나. 내가 방해 될까봐 그러지.”



“호호호...... 아니에요...... 여기서 멀지 않으니까 어서 가요. 그 대신 저녁 사달라고 할지도 몰라요.”



“송희 친구들에게야 얼마든지 사지. 암.”



“자, 최기사. 차 열쇠......”



“네, 사모님. 하하하......”



송희 친구들과의 약속장소는 하필 강주의 회사 소속매장이 위치한 상가 건물의 레스토랑이었다. 상가 주변에는 몇몇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아! 여기야?”



“응...... 어머! 그러고 보니 여기도 오빠네 회사 매장이네.”



“응, 그러게...... 어서 들어가지.”



“잠깐만, 우리 뭣 좀 사 가지고 가자.”



“뭘 사게? 그럼 나는 여기서 기다릴까?”



“또 그런다. 오빠는 내가 창피한가 봐?”



“아이고...... 무슨 말을 못 해요. 어서 앞장서세요. 아가씨.”



송희는 금방 싱글거리며 강주의 팔짱을 끼고 씩씩하게 매장으로 들어가고 몇몇 직원들이 긴가민가하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저...... 아! 소장님 아니세요? 반갑습니다. 여기는 어떻게......? 오늘 휴무신가 봐요.”



“응?...... 아! 부소장. 오랜만이야. 그래...... 잘 지냈어? 소장님은 안녕하시고?......”



“네. 지금 사무실에 계십니다. 저...... 혹시?”



“응. 인사해.”



“아유, 사모님, 안녕하세요?”



“어머! 저 사모님 아니에요.”



“네? 그럼......”



“호호호...... 아니요. 맞아요. 안녕하세요?”



송희가 장난기가 발동하는지 금방 부인 행세를 한다.



“아, 네. 저...... 소장님 나오시라고 말씀 전해 드릴까요?”



“아니야. 그냥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왔어. 자네도 볼 일 봐.”



“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군데군데 알아보는 직원들이 인사를 해 오고, 송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껌이며, 군것질 거리들을 고르고 있었다.



“가요, 오빠.”



“다 골랐어?”



“응. 오빠는 이제 끝났어.”



“끝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제 회사에 소문 다 날 거 아냐? 호호호......”



“뭐야? 참 못 말리겠다. 너...... 그러면 일부러...... 하하하......”



계산대를 통과하자 아니나 다를까 계산원들이 깜짝 놀라며 아는 체를 해오고 송희는 능숙하게 사모님 행세를 하고 있다. 강주는 기가 막혔지만 참새 같은 이 아가씨가 하는 대로 두고 보고 웃고만 있다.
결국 매장 소장까지 소식을 듣고 사무실에서 나온다.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최소장.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려고 했어? 자! 들어와. 차나 한 잔 하고 가야지. 아!...... 안녕하십니까?”



“어머! 네, 안녕하세요?”



한창 장난을 치던 송희도 정작 사십대 소장이 정색을 하고 인사를 해오니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이때를 놓치면 장난꾸러기 강주가 아니다.



“소장님. 제 안사람입니다.”



“아! 그래? 이사람 소식도 없이 언제......”



“네. 아직 식은 안올렸고요. 차차 올려야지요. 하게 되면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그래. 자...... 제수씨. 잠시 들어오세요.”



결국 사무실에서 이런저런 얘기로 시간이 많이 지난 후 나올 수 있었고 송희는 매장을 벗어나자마자 강주의 팔을 심하게 꼬집으며 투정을 부린다.



“아야! 왜 그래?”



“뭐라고요? 시집도 안 간 처녀를 완전히 중고품 만들어 놓고...... 내가 어딜 봐서 아줌마예요?”



“하하...... 야, 그건 네가 먼저 그랬잖아.”



“오빠! 나야 장난으로 그랬지만, 어휴...... 저 아저씨는 제수씨, 제수씨 하면서...... 아휴, 징그러워서 혼났네. 지금 시간도 많이 빼앗겼잖아요.”



“그러니까 어서 가자. 그나저나 어쩌면 좋으냐? 네 말 대로 난 이제 끝나 버렸으니......”



“호호호...... 그건 수확이라면 수확이지.”



“왜 이렇게 늦었어?”



“응, 우리 오빠 만나서 오느라고...... 미안해 애들아...... 앉아. 오빠.”



“안녕하세요? 오늘의 물주 인사드립니다.”



“어머나! 호호호호......”



“그럼 안심하고 안심시켜도 될까요?”



“물론이죠. 얼마든지......”



“너는 이런 애인을 어떻게 지금까지 공개 안 하고 꼭꼭 숨겨뒀니?”



“너희들이 채갈까 봐 그랬지. 호호......”



“그럼, 오빠. 오늘은 일대일 동점이에요.”



“뭐가?”



“나는 내 친구들에게 공개했고, 오빠는 회사에 소문나고...... 킥킥...... 그런데, 오늘 돈 많이 써서 어떻게 해요? 그 대신 내가 술 사줄까?”



“술? 차는 어떻게 하고?”



“음...... 우선 학원에 가서 오빠 차로 갈아타고, 내 차는 학원에 두고......”



“그럼 내 차는? 술 먹고 어떻게 가라고?”



“그건 내 알 바 아니죠? 호호...... 가요 어서......”



사거리 한 쪽에는 커다란 포장마차 촌이 형성되어 있었고, 마차마다 아주머니들이 호객을 하고 있었다. 가로등이 몇 개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줄지어 늘어서 있는 포장마차의 불빛으로 거리를 밝히는 듯 보여 유난히 검게 보이는 하늘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시간이 이슥하여 어느새 길 건너에는 총알택시 기사들이 손님들과 흥정을 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그녀와 강주는 마치 오래 된 연인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서로 안주도 먹여주며 술잔을 주고받는다.



“아가씨는 애인이 없는 줄 알고 우리 아들 소개해 주려고 했더니 그랬다가는 큰일 날 뻔 했네.”



“어머! 그래요? 소개해 주세요. 저, 이 아저씨랑 아무 사이 아니에요.”



“아유, 큰일 나려고...... 하하하...... 같이 오는 아가씨들은 한 번씩 애인들 데리고 오던데...... 아가씨는 오늘이 처음이지? 아마......”



“여기, 자주 오나 봐?”



“응? 아! 우리학원 선생님들끼리 가끔 와요. 가깝잖아. 싸고...... 호호......”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다녀 와.”



“여기 화장실이 무서워서 혼자 못 가. 같이 가. 아저씨 우리 나중에 계산해도 되죠?”



“네, 그러세요.”



아닌 게 아니라 포장마차 촌 한 구석을 바라보니 이동식 화장실로 보이는 것이 몇 개 있었고 그 주변 곳곳에서는 그곳까지 가기 귀찮아서인지 몇몇 취객들이 각기 으슥한 장소에서 나름대로 편안한 자세를 취하며 볼일들을 보고 있었다.



“아유...... 저 사람들...... 오빠도 술 취하면 저러지?”



“후후...... 급하면 나도 그러지. 뭐, 다를 거 있나?”



“오빠, 화장실 바로 앞에 있어야 해요. 멀리 가면 안 돼.”



“그래...... 내가 바로 앞에 있어도 안 창피해?”



“그러니까 조금은 떨어져 있어야지. 아냐...... 아냐, 괜찮으니까 바로 앞에 있어. 알았지?”



또 다시 화장실 쪽으로 향하는 취객들이 보이자 금방 변덕을 떠는 모습도 귀엽다. 핸드백을 강주에게 맡기고는 얼른 모습을 감춘다.
방뇨하는 소리를 좋아하는 남자에게 들려준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을 리 없지만 주변상황이 불안하기 짝이 없으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세차게 쏟아지는 오줌소리가 강주로 하여금 온갖 상상을 하게 한다.



“오빠?......”



“......”



“오빠?...... 어머! 오빠!”



“응, 그래. 나 여기 있어.”



“야! 왜 빨리 대답 안 해? 놀랐잖아.”



“성질하곤...... 그래, 여기 꼼짝 않고 있으니까 안심 해.”



“아저씨, 술하고 안주 한 접시 더 주세요.”



“오빠, 이제 그만 마셔라. 나가자.”



“벌써? 난 이제 발동 걸리는데...... 기왕 차도 못 가져가는데 더 마시면 안 될까?”



“힝...... 난 벌써 취하고 재미도 없어. 어지럽고...... 나가자.”



“그래, 그럼. 아저씨 얼마예요?”



“내가 사 준다니까? 저리 비켜 봐.”



“그래, 그럼 네가 내. 허허......”



송희는 강주가 찾아와 줘서 매우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적당히 술도 취하고 에스코트해주는 애인도 옆에 있으니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볍다.



“오빠?”



“응? 왜?”



“오빠는 내가 좋아?”



“그럼, 좋으니까 보러 왔잖아. 이렇게......”



“그럼...... 날 사랑하는 거니?”



“음...... 그런 거 같아.”



“같은 게 뭐야? 확실하게 말해 봐. 어서......”



“하 참...... 그래,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송희씨. 이제 됐습니까?”



“그럼 나하고 결혼하고 싶니?”



“무슨 질문이 그렇게 일사천리니?”



“아이, 대답이나 해. 어서......”



“응, 결혼하고 싶어. 너하고...... 아마 그럴 거야.”



“또...... 그런다. 그럴 거야가 뭐야? 확실하게 말해 보라니깐......”



오누이간의 장난처럼 대화를 주고받으며 밤길을 걷다가 문득 걸음을 멈춘 강주가 송희를 돌려 세우며 다정스럽게 말한다.



“그래, 송희야. 첫눈에 너는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나 너 많이 사랑하고 ...... 너하고 결혼 하고 싶어. 우리 결혼하자. 나하고 결혼 해줄래?”



“킥! 오빠 웃긴다.”



“에이...... 김새게...... 애써 고백했는데...... 너, 그러기 있어?”



“아냐...... 오빠 멋있었어. 고마워.”



다시 팔짱을 끼며 길을 재촉한다.



“대답 안 해줄 거야?”



“오빠, 우리 행복할 수 있겠지?”



“그럼...... 너는 열심히 학원가서 돈 벌어오고 나는 집에서 살림하고......”



“뭐라고요? 호호호......”



길을 걷다 공중전화부스로 들어가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 송희에게 강주가 휴대전화를 내밀며 뭐라고 말을 꺼내려 하자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만류한다. 송희는 한참 후 나와서 강주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인적도 없는 거리엔 지나가는 차의 불빛만 간간이 비추이고 송희는 강주의 손을 붙잡으며 다정스레 바라본다.



“오빠, 나 집에 안 갈 거야. 엄마한테 거짓말 했어요. 친구 아뜨리에에서 작품 준비 때문에 못 들어간다고......”



“그래? 나는 괜찮은데, 너 정말 그래도 괜찮겠어?”



“참, 오빠...... 언니나 형부한테는 눈치 채게 하면 안 되는 거 알죠?”



“네, 아가씨...... 결혼식장에서 손잡고 나올 때까지 비밀로 하겠습니다.”



“정말이에요. 손가락 걸어요. 그리고 오빠 혼자 산다면서...... 오빠 집으로 가면 안 돼?”



“안 될 거야 없지만 왜?”



“저런데 가기 창피하잖아. 불결할 거 같기도 하고...... 싫어.”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



사거리에 늘어선 택시들이 있는 곳으로 가 흥정을 하고 차에 오른다. 뒤 이어 강주의 차를 끌고는 의왕매장 앞에서 요금을 치른다.



“오빠. 여기는 어디예요?”



“응, 여기도 내가 관리하는 곳이야. 회사에는 비밀로 하는 곳이지.”



“킥!”



“왜?”



“응? 아니...... 오빠 내 말 안 들으면 회사에 일러 주려고......”



“참......나...... 기가 막혀서...... 하하하......”



강주는 숱한 여자들과 교제를 하면서도 어쩐지 송희만큼은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그녀의 언니와도 밀회를 즐기면서 어쩌면 자매를 모두 취하는 결혼을 꿈꾸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사회의 금기라면 금기인 아슬아슬한 일들을 중독된 사람처럼 대수롭지 않게 넘나들고 있어서인지 그 도덕적인 타락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는 과연 두고 볼 일이다. 아무튼 이 맹랑한 아가씨가 강주에게 있어서 대단한 자극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거기 누구요?”



“아! 아저씨, 접니다. 수고 많습니다.”



“아! 네. 오랜만에 뵙습니다.”



창고 뒤의 산길을 밟고 올라가자 매장 야간 경비원이 멀리서 불빛을 비추어 주지만 그만두라고 손사래를 친다. 강주를 위해 마련해 둔 조립식 건물이 바로 모습을 드러낸다.



“아휴, 깜짝 놀랐네.”



“왜 놀라? 하하...... 도둑질하는 기분이야?”



“오빠, 여기 누구누구 있어요? 나 들어가도 돼?”



“여기가 무슨 기숙사니? 아무도 없어. 나 혼자 쓰는 곳이야.”



“정말? 아휴 괜히 겁먹었네. 어머! 깨끗하네. 무슨 남자 혼자 쓰는 집이 이렇게 깨끗해? 어머!”



송희는 쑥스러움을 떨치려는 듯 수다를 떨며 주위를 둘러본다.
강주는 거실에 올라서자마자 그런 송희를 끌어안고 입을 맞춘다. 송희는 얼떨결에 놀라 강주를 밀쳐내려 하지만 이내 팔에 힘을 풀고 강주를 맞아들인다.
가쁜 호흡에 몇 번이나 주저앉을 뻔 했지만 강주의 억센 팔이 그녀를 풀어주지 않는다. 제자리를 찾지 못해 버둥대던 송희의 팔이 강주의 등 뒤로 자리를 잡아갈 즈음

둘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끌어안고 가쁜 숨을 토하며 볼을 비빈다.



“오빠, 사랑해요. 나...... 기분이 이상해. 어떻게 해.”



“그래, 나도 사랑해. 걱정하지 마.”



강주가 팔을 풀어 송희를 번쩍 안아 올리자 그녀도 강주의 목을 끌어안는다. 방문을 열고 그녀를 침대에 사뿐히 내려놓자 아직은 겁이 나는지 강주의 목을 풀어주지 않는다.



“아유...... 오빠......”



다시 긴 입맞춤이 시작되고 강주는 마치 잃어버린 물건이라도 찾는 듯 송희를 더듬어 간다. 송희의 몸은 바짝 경직되어 나무토막처럼 굳어있고 강주의 손이 지나칠 때마다 움찔거리더니 그녀의 가슴께를 지나는 강주의 손길에는 급기야 경련을 일으킨다.
브라우스 단추를 몇 개 풀자 얼굴을 가리고 있던 두 손을 황급히 내려 강주의 손을 멈춘다.



“오빠...... 나 무섭고 이상해.”



“괜찮아. 오빠가 다 알아서 할게. 무서워 할 것 없어. 걱정하지 마.”



“오빠, 우리 그냥 이러고 있자. 내가 안아줄게. 응? 그러면 안 돼?”



“그래?...... 그래. 네가 무서우면 그냥 자자. 음...... 조금 서운하지만 할 수 없지.”



“오빠, 고마워...... 불 좀 꺼주고...... 나, 창피해서 오빠 얼굴 못 보겠어.”



“하하하...... 우리만 있는데 뭐가 부끄러워.”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이 상황에서 그냥 넘어간다면 강주답지 않은 일이다.
강주는 호흡을 진정시키고 상의만 벗은 채로 침대에 다시 올라가 팔 베개를 해주며 다시 송희의 입술을 찾는다.
송희는 가쁜 호흡에 한껏 달뜬 표정으로 강주를 향해 마주보고 누워 강주의 가슴을 쓰다듬고 있고 몸을 바짝 붙인 채 송희의 청바지 위를 쓰다듬던 강주는 일견 바로 눕는 듯 자세를 바로 하여 천정을 바라보고 눕는다. 몸이 잠시 떨어지며 그녀의 눈에 아쉬움이 비친다.
강주는 팔을 내어준 채 송희를 바라보다가 가슴을 쓰다듬는 그녀의 손을 이끌어 좆으로 인도해 보려 하지만, 무언가 감지한 송희가 팔에 힘을 주어 버틴다.




“송희야......”



“오빠, 왜 그래...... 싫어......”



사정하듯 바라보는 강주의 눈길을 잠시 마주하다 할 수 없다는 듯 팔의 힘을 풀고 강주가 인도하는 대로 손을 맡긴다.
고개는 강주의 어깨 위로 푹 파묻은 채로 몇 번이나 움찔거리던 손이 급기야는 포기한 듯 숨죽여서 가만히 놓여 있다.
재촉하듯 여러 번 강주의 손이 손등을 쓰다듬자 조금씩 손의 움직임이 살아나며 좆을 자극하고 다리로는 하체를 죄어온다.



“아...... 이상해...... 오빠......”



“송희야......”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입을 맞추며 송희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본다. 청바지 속으로 들어간 밑단을 끌어올릴 때까지 송희의 손은 잔뜩 발기되어 꺼떡거리는 강주의 좆을 주무르고 있었다.
하얀 배를 쓰다듬으며 가슴을 어루만지며 도도록한 청바지 위로 송희의 몸을 경험한다. 이윽고 강주는 자신의 옷을 벗어 송희의 부끄러움을 덜어주며 그녀의 처녀를 세상에 드러내려 한다.
청바지의 단추를 손대자, 순간 팔을 붙잡아 왔지만 그뿐, 이내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돌려 외면하며 팔을 살며시 옆으로 내려놓는다.
송희는 양손으로 몸을 가려보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나는 듯 반짝이는 그녀의 몸을 다 가릴 수는 없었다.



“오빠, 나 어떻게 해......”



“송희야, 사랑해. 앞으로 정말 행복하게 해 줄게. 오빠만 믿어.”



웅크린 채 시트로 몸을 가리는 그녀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안아주고, 다시 긴 입맞춤으로, 느껴지는 서로의 감촉으로 소스라치며 그렇게 긴 시간 서로를 확인한다.
태어날 때의 모습으로 돌아간 둘에게는 이 순간 어떤 것도 거리낄 것이 없었고 다른 것은 아무 것도 필요한 것이 없었다. 오직 서로에게 더 가깝게 밀착하지 못하는 것

이 속상하고 내가 그일 수 없는 것이 안타깝고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 아까울 뿐이다.



“후욱......”



“하아아아악......”



“후욱......”



여러번의 시도 끝에 송희는 비명을 지르며 강주를 받아들인다.



“후욱, 쑤욱...... 후욱, 후욱......”



“아학, 아파...... 잠깐만...... 학, 아학......”



몹시 아파하는 송희의 입을 입술로 덮어 버린다.



“흐읍...... 으흑...... 쭈우웁......”



송희의 몸부림과 강하게 조여오는 질구에 자꾸만 빠지는 좆을 여러 번 고쳐 넣으니 그 통증에 송희의 눈은 하얗게 넘어간다.



“하아악...... 아파...... 살살...... 아학, 하악......”



“조금만...... 후욱...... 조금만......”



인기척에 멈추었던 풀벌레 소리가 다시 귀에 들릴 즈음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 송희가 제법 사타구니를 부딪쳐온다.



“하아, 하악, 하악...... 아학...... 오빠......”



“으흑...... 나 쌀 거 같다...... 흐윽...... 울컥...... 꿀럭......”



질 안으로 쏘아지는 정액을 느끼는지 송희의 눈이 크게 떠지고 강주를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간다.



“아흑...... 하악.......”



강주는 좆을 꽂은 그대로 엎어져 입을 맞춰주며 젖가슴을 애무해 준다. 그제서 송희는 허공을 저어대던 다리를 내려 강주의 엉덩이를 옥죄어온다.



“도둑놈......”



“오빠가 밉니?”



“아니......”



“그런데 왜 도둑놈이야?”



“그냥...... 도둑놈이야. 오빠. 나 재워 줘...... 잘래.”



“뒷물 안 해? 안 씻고 그냥 잘 거야?”



“응, 그냥 이대로 자......”



“나, 안 무거워?”



“안 무거워...... 아야...... 움직이지 말고...... 아프단 말이야.”



강주의 밑에서 송희가 옹알이를 하듯 중얼거린다.



“오빠...... 오빠......”



“으응! 지금 몇 시니? 아침이야?”



“아니? 새벽이야. 오빠도 수원까지 가려면 일찍 준비해야지. 나도 출근해야 하고......”



“응, 그래...... 아유...... 피곤하다. 이리와 봐.”



“아이...... 싫어. 씻지도 않고......



“같이 가자.”




“난 벌써 씻었어. 어서 일어나기나 해.”



“으이그...... 왜 이리 부지런을 떨어......”



“시트는 어디 치웠어?”



“내가 빨아다 줄게요. 더러워져서 걷었어요.”



“뭐 하러...... 여기도 세탁기 있는데......”



“아이, 시끄러워요. 어서 옷이나 입고......”



“너, 혹시......”



“혹시 뭐! 짓궂게...... 다 알면서 그걸 물어보고 싶어요? 그냥 빨면 안 지워진단 말이에요.”



“송희야. 고마워.”



“뭐가요?”



“그냥, 전부 다...... 하하하......”



“칫...... 어서 가요.”



“그래.”



“차에 타.”



“아니야, 오빠. 나 택시 타고 갈래. 오빠도 늦잖아.”



“무슨 말씀을...... 우리 어부인 되실 귀한 몸인데...... 내가 모셔야지. 우리 부소장에게 전화해 두면 괜찮아. 자, 어서 타. 가는 동안 편히 화장도 하고......”



“호호호...... 황송도 하셔라. 그럼 쇤네 타옵니다.”



“가서 아침 먹고 출근해도 시간 늦지 않겠지?”



“응, 오빠 뭐 먹고 싶어? 그럼 내가 사줄게.”



“나? 송...... 희...... 버섯 매운탕.”



“에그...... 변태같이. 저러고 싶을까?”



“히히......”



“오빠, 너 언제 또 쉬니?”



“무슨 말이 그러냐? 오빠는 뭐고, 너는 또 뭐야? 허 참......”



“히힛! 내 말버릇이 좀 그렇지? 뭐...... 이제 너나 나나 동급인데...... 억울하니?”



“안 억울하다.”



“오빠, 언제 쉬냐고......”



“난 미리 정하지 않고 아무 때나 쉬는데, 왜?”



“왜는 뭐 같이 쉬고 싶어서 그러지.”



“아무 때나 미리 전화 해. 언제든지 모시러 가겠습니다.”



“소장님, 손님 오셨습니다.”



“응? 누구?”



“처음 뵙는 분인데, 지금 사무실에 와 계신데요.”



“그래? 날씨도 좋은데 여기 바깥으로 오시게 안내 좀 해 드리지.”



“네, 알겠습니다.”



“실례합니다.”



“아! 네, 어서 오십시오. 어떻게 오셨는지요?”



사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내의 명함에는 영진유통 대표이사라는 직함이 적혀있었다. 강주도 명함을 내밀며 자리를 권한다.



“앉으시지요...... 아줌마, 여기 보리냉차 두 잔만 주세요.”



“저...... 혹시 의왕 매장을 관리하시는 분이 맞으신지요?”



“아...... 네...... 뭐, 공공연히 밝힐 입장은 아니지만 그런 셈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요?”



“네, 제가 거래처 임원과 이야기 도중에 그 매장 말이 나와서 며칠 전에 한 번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경을 하다가 아무리 봐도 관리자로 보이는 분은 없고 젊은 아가씨가 혼자 지휘를 하는 것 같이 보여서 물어봤더니 여기서 소장님께서 원격관리를 하신다고 말을 해주더군요.”



“아! 네, 그러셨군요. 그런데 무슨 일로......”



“네, 저도 인천지역에 몇 개 안 되는 매장이지만 체인을 갖고 있습니다. 관리 문제로 항상 고심을 하다가 소장님께서 오픈하시는 매장을 보니 흥미를 느낄 만한 점이 많은 것 같아서 조언도 구할 겸 이렇게 와 봤습니다.”



“아이구, 과찬이십니다. 뭐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데요.”



“아닙니다. 입구에 다양한 코너라든지, 이층 문화시설이라든지 접목하신 안목이 상당히 새로운 시도로 보이던데요.”



“네, 그것 말씀이시군요. 뭐...... 굳이 갖다 붙이자면 공무원연금매점하고 쇼핑센터, 일반 슈퍼마켓의 결합체 같은 것이죠. 부족한 자금으로 최대한 대형매장으로 가면서 이익도 고려하다보니 기형적이지만 그런 형태가 나오더군요. 아직 뚜껑을 열기 전이니 다분히 실험적이지요. 성공한다는 보장은 아직......”



“내일이 오픈이라고 들었습니다만......”



“네. 그렇습니다.”



“그러시면 내일은?......”



“네, 내일은 저쪽 매장으로 가 봐야죠.”



“아! 참, 대단하십니다. 저...... 이런 제의가 좀 성급한지 어떠신지 모르겠지만 혹시 저희 회사로 옮기실 생각은 없으신지...... 대우는 섭섭하지 않으시도록 잘 해드리겠습니다.”



“네? 아이구...... 허허...... 아직 오픈도 안 했는데 뭘 보시고...... 허허허......”



“아닙니다. 죄송합니다만 사실은 이 매장도 제가 진즉 유심히 관찰해 봤습니다.”



“아유, 아닙니다. 제가 아직 영진유통이 어떤 회사인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제가 가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환경도 모르는데, 어떻게 결정을 하겠습니까? 전 아직 스카우트에 응할 만큼 자신도 없고요. 이거 먼 걸음 하셨는데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성급했습니다. 일단 내일 의왕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부탁입니다만 기회 되시면 부담 갖지 마시고 저희 회사에 한 번 방문을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 그야 뭐 인사차 한 번 찾아뵙도록 하지요. 자,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네, 그럼 내일 뵙지요.”



“어머! 우리 소장님 대단하시다.”



“네? 아줌마도 참...... 쓸 데 없는 말씀 옮기시면 아줌마 여기서 장사 못 합니다.”



“아유, 네. 알았어요.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인천에서 알고 여기까지 온데요.”



“그러게요. 이 바닥이 원래 그런 모양입니다. 자, 여기 돈이요.”



“아유, 괜찮아요. 놔두세요.”



“소장이 냉차 공짜로 마셨다고 아줌마가 소문낼까 봐 그래요. 하하......”



“아! 형님이세요?”



“응, 저녁 안 먹었지?”



“아, 당연하죠. 아직 퇴근도 안 했는데요.”



“우리 지금 애들 데리고 내려가는데, 같이 저녁 먹으러 갈 수 있나?”



“음...... 그러죠. 저도 정리하고 나가겠습니다.”



“미쓰김, 부소장님 좀 오시라고 해라. 너는 계산대 좀 있고......”



“네.”



“저...... 부르셨습니까?”



“아! 부소장님, 오늘 좀 제가 일찍 나가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이거 미안합니다. 내일은 휴무까지 잡아두고......”



“아닙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매장 걱정은 하지 마시고요.”



“자, 이거는 사모님 갖다 드리시고요.”



“아! 이거 참 번번이 죄송스럽게......”



“괜찮습니다. 부소장님 급여도 많이 삭감 당하셔서 사모님이 많이 힘 드실 거 아닙니까? 제게야 사적으론 형수님 같은 분 아니겠습니까?”



“소장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강주는 낮에 찾아 온 영진 대표와 부소장의 모습을 오버랩 시키며 직장생리의 비정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강주가 주변의 어려운 동료들을 자주 챙기는 것도 어쩌면 부정행위를 일삼는 자신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일종의 심리적 예방주사인지도 모르겠다.



“형님, 많이 기다리셨어요? 누님은 날로 예뻐지십니다.”



“아냐. 우리도 금방 내려왔어.”



“이모부...... 이모부......”



꼬마들은 어느새 강주를 이모부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잘 따른다. 물론 송희 형부의 작품이다. 외동아들로 자라 형제가 없는 그는 강주가 친 동생처럼 허물없이 다가서고 아직 젊은 나이에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며 매사 정열적으로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에 완전히 반한 모양이다. 일이 이쯤 되니 송희 언니인 부녀회 총무로서는 가타부타 말도 못하고 손발 다 털고 물러서 있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아유, 고 여우같은 계집애가 이제 형부에게 공갈협박을 하더라고......”



“네? 하하하...... 뭐라고 협박을 해요?”



“아하하...... 바로 앞에 살면서 치사하게 동생 밥 안 해준다고 말이야.”



“네?”



“하하...... 엊그제 회사로 전화를 해서는 그러더라고...... 그러니까 자네 앞으로 집에서 밥 먹고 다녀. 나 처제한테 욕먹게 하지 말고......”



“에이, 어떻게 그래요. 불편하게...... 신경 쓰지 마세요. 저도 거의 매일 손님을 만나다 보니 삼시가 다 외식인데요. 뭐......”



“아유...... 알았어. 그러니까 가끔씩은 전화하고 올라와. 계집애가 아주 언니하고 형부를 싸잡아서 나쁜 사람을 만들어.”



“네, 가끔 그럴게요. 자, 그건 그거고...... 오늘 뭐를 먹으러 갈까요? 우리 조카님들......”



“이모부, 갈비 먹으러 가요.”



“그러자...... 형님, 그럼 약주도 한 잔 하셔야죠? 누님은 어떠세요?”



“그래. 그러면 멀리 갈 거 있나? 여기 삼층으로 가지. 당신 어때?”



“아유, 오늘도 여기서?”



“아! 그러면...... 누님, 우리 가까운 유원지로 갑시다. 밤바람도 좀 쐬고......”



“어머! 그게 좋겠다.”



“자, 그럼 제 차로 모시겠습니다.”



“올 때는 어쩌려고......”



“여의치 않으면 두고 오죠. 뭐......”



“동생은 하여튼 매사에 거침없이 시원시원해서 좋다니까...... 애들아 타자.”



“와! 야경이 멋지네.”



“어머...... 시원하다. 이거 봐요. 나오니까 이렇게 시원한 걸......”



“누님, 저기 물 위에 떠 있는 구름다리로 갑시다.”



“왜? 아는 집이야?”



“아는 집이 어디 있겠어요? 그냥 물 위라 시원할 것 같아서......”



“그래, 가자.”



“자, 동생. 한 잔 더 받아.”



“네, 형님.”



“에이, 우리 둘째도 성격이 동생 같으면 좀 좋아.”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 아직 못 봤지? 둘째 동서 말이야.”



“어머! 이이는 왜 또 쓸데없이 처갓집 가정사를 늘어놔요?”



“왜요? 아! 누님, 왜 그래요? 궁금하게......”



“아냐. 이이가 괜히 그러는 거야. 둘째네 성격이 뭐 어때서...... 그럴 만하니 그러고 사는 거지.”



“쳇! 그래. 그럴 만하니 그런 거겠지.”



“아유, 참...... 두 분 다 왜 그래요? 사람 궁금하게......”



“호호호...... 왜? 속 타니? 그게 무슨 얘기냐면 제부가 의사거든. 내 동생도 좀 쌀쌀맞은 성격인데다가 제부도 시간 내기가 어려운 사람이니 이이랑 잘 안 어울려 주니까 저이가 괜히 심통이 나서 그러지. 뭐......”



“이 사람이? 내가 그런 것 때문에 그러는 줄 알아? 자기는 개업의랍시고 월급쟁이 형님을 우습게 생각하니까 어쩌다 명절 때 한 번씩 봐도 처제도 나를 소 닭 보듯이 하는 거라고......”



“아유, 그만하세요. 두 분 이러다 괜히 싸우시겠어요. 어이구...... 월급쟁이라도 형님이 어디 보통 월급쟁입니까? 국내 굴지그룹 과장님이신데...... 그렇다면 저야말로 큰일이네요? 와! 이거 무슨 수를 내야지 안 되겠는데......”



“호호호...... 그런 말이 어디 있어?”



“하하하...... 역시 여유가 있어서 좋아. 사람이 좀 이런 맛이 있어야지. 둘째는 인간미가 너무 없어.”



“누님을 봐도 그렇고 송희를 봐도 그런데, 작은 언니는 안 그런가 보죠?”



“응. 그 애는 얼음공주야. 아유...... 갠 왜 그런지 몰라. 가만있어 봐...... 그러고 보니 동생하고는 동갑인가 보다......”



“와! 한 성격 하시나 보네. 은근히 겁나는데요.”



“무섭기로 치면 송희가 더 할걸? 그러니 안심해도 돼. 호호호......”



“형님,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형님은 괜찮아요?”



“뭐, 술이야 자네하고 이 사람이 다 마셨는데......”



“아유, 네. 당신 대신 내가 갔다 올게요. 호호......”



“아, 참 시원하고 좋다. 그렇지? 동생?”



“네. 가끔 이렇게 나오자고요.”



“그런데, 화장실이 어디 있지?”



“음...... 저쪽으로 가 볼까요? 아! 저기 보이네.”



“아이, 너무 더럽다. 동생 나부터 볼게 밖에 좀 서 있어.”



“네.”



내외할 사이도 아니니 오줌줄기 떨어지는 소리가 힘차게 들려온다. 또 다시 하체에 불끈 힘이 들어가는 순간이다.


“......”



“자, 이제 동생 들어가. 어머! 왜 그래?”



“누님, 잠깐 이리 와요.”



“아유...... 내 입에서 마늘 냄새 나......읍읍......”



“괜찮아요. 그래도 좋은데. 아...... 너무 좋아. 이렇게 안고만 있어도......”



“참...... 이제 처형이 될 사람한테 언제까지 이럴 거야?”



“송희랑 결혼해도 돼?”



“내가 못하게 하면 안 할 거니?”



“몰라. 하여튼 누님은 내 거야.”



“칫! 그래도 결혼 안한다는 소리는 안하네. 그래...... 휴우...... 일이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무슨 수로 막겠니?”



“고마워. 누님. 내가 송희랑 결혼해도 누님은 여전히 내 여자야. 알았지?”



“그 약속 잊지나 마. 동생이 나 늙었다고 무시하면 정말 확 자살해 버릴 거니까......”



“가만...... 정말 공갈협박이 집안 내력 아니에요?”



“호호호...... 어머나, 그렇게 됐나? 자, 어서 가자.”



술자리로 돌아가니 작은 녀석은 벌써 방석을 모아놓고 잠 들어있고 큰 녀석도 눈빛이 침침하다.



“뭐야? 막내는 잠들어 버렸잖아?”



“으응...... 이거 큰 놈도 졸린 모양인데...... 나도 좀 피곤하고......”



“아유...... 애들은 밖에만 나오면 꼭 이러더라......그것도 당신 닮아서 그래요.”



“참, 이 사람은 별 걸 다 내 탓이야. 참......”



“아유, 모처럼 시원하게 바람 쐬러 나왔는데 가자고 할까 봐 그렇지 뭐......”



“아니면...... 형님, 애들 데리고 차에 가서 잠깐 누워 계시든지......”



“아! 그게 좋겠군. 그럼 차 키 좀 줘.”



“아니, 같이 가요. 제가 한 녀석 업고 갈 테니까......”



“뭘...... 큰 놈은 아직 안자니까 걸어서 가면 돼. 자네는 책임지고 나대신 저 사람 기분 좀 맞춰 줘. 자, 술도 양껏 마시라고......주당들끼리...... 하하하......”



“어머! 당신이 어쩐 일이래요? 호호호......”



“든든한 보디가드가 있으니 안심이지...... 당신 주정도 다 받아줄 테고...... 허허허......”



창밖으로는 이제 어둠이 내려 물빛이 시커멓게 흔들린다.



“누님, 이제 우리도 나가자. 사람이 있다가 빠져나가니까 재미없다.”



“피...... 남자들은 꼭 이러더라. 그냥 아기자기하게 있는 꼴을 못 참아. 아이 씨...... 벌써 가려고?......”



“그러면 누님이 서운해서 안 될 테고...... 따라와 봐. 우리 바람 쐬고 산책이나 합시다.”



강주는 서운해 하는 총무의 손을 잡고 걸어가다가 다른 화장실을 발견한다. 걸음을 멈추고 턱짓으로 가리키자 총무는 난처해하면서도 조금 전의 여흥이 남아있어 망설이는 듯 쌔근거리며 바라본다.
남편이 술집에서 기다리는 것도 아니니 무작정 팔을 잡아끄는 강주를 뿌리치지 못하고 걸음을 옮긴다. 다행히 술집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사람도 없고 더럽지도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이...... 미쳤어. 이런 데서 어떻게 하려고......”



“누님, 평생 이런 데에서 한 번도 못해보면 원통할 거 아냐? 다 내 덕인 줄만 알아.”



“핏...... 미친 놈. 별 게 다 덕이란다.”



총무도 어느덧 주고받는 대회 속에서 흥분을 느끼는지 먼저 앞장서서 화장실로 들어가 반바지를 끌어내린다. 서둘러서 팬티까지 벗고는 변기를 붙잡고 엉덩이를 내민다.



“살살 해. 동생. 여기서는 좁아서 빨아주지도 못하겠어.”



“누님, 여보라고 해야지. 벌써 잊어버렸어?”



짓궂은 강주는 좆을 잡고는 음순을 두어 번 흩어주다가 단번에 밀어 넣는다.



“칫, 그래...... 여보야. 살살 좀...... 으흥....... 흐윽...... 아야......”



“후욱, 후욱......”



좁은 창밖으로 보이는 달이 강주가 흔들 때마다 나뭇잎에 가려 얼굴을 보였다간 사라지곤 한다.



“피식...... 후욱, 후욱......”



“아흑, 하악, 뭐야....... 하악...... 왜 웃어......”



“후욱, 으응...... 이태백이가...... 생각 나서......”



“으흑, 으흑...... 무슨...... 소리야...... 갑자기......”



강주는 아예 엉덩이를 잡은 손을 놓고 선 채 허리를 빠르게 놀린다.



“후욱, 후욱......술만 좋아했지...... 이 맛을...... 몰랐다는 거 아냐......”



“하악, 살살 해...... 하악......”



“조금만 참아...... 후욱...... 후욱......”



“하악, 하악, 으으흑......”



“내 앞에 달덩이가 두 개...... 저 하늘에...... 한 개......”



“아학, 미친 놈...... 하아악...... 힘들어......허리 아파......”



좁아서 힘들어 하는 총무를 보고 변기 위에 몸을 돌려 앉히려 하자 더러워서 그러는지 고개를 젓는다. 할 수없이 목을 끌어안게 하고 오금에 팔을 걸쳐 번쩍 들어 안아 버린다. 총무의 사타구니가 있는 대로 활짝 벌어져 음순이 저절로 벌어져 구멍을 드러낸다.



“어머! 엄마야...... 아유...... 이상해......”



마치 아이들을 들어 안고 오줌 누이는 자세가 되어, 강주의 고개를 끌어안고 매달려 눈을 맞춘다.
총무는 찔러오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자세가 되어 깊이 들어 와도 할 수 없이 받으려니 생소한 느낌에 또 고개가 꺾인다.



“하아아아악...... 으으으흑......”



강주의 목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어 봐도 어쩔 수가 없다. 잔인한 침입자는 자기 마음대로 구중심처까지 들어와 쓸고 지나간다. 잔뜩 벌어져 부딪치는 사타구니가 요란한 소리를 낸다.



“퍽...... 퍽...... 퍽...... 뿌적...... 뿌적......”



“아학, 허억. 아아아학...... 여보...... 하아악...... 여보...... 살려줘......”



“후욱, 후욱...... 조금만 참아...... 후욱......”



화장실로 인기척이 접근하더니 연인인 듯 남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떻게 해...... 그만...... 잠깐......”



“몰라...... 후욱...... 턱, 턱, 턱, 뿌적.......”



“아흑, 미쳤어...... 아흑...... 여보...... 푸르륵...... 뿌르륵......”



인기척에도 불구하고 계속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타구니를 마주쳐오자 총무가 극도의 흥분으로 비명을 지르고 오줌을 싸 버린다. 다행히 바지는 벗어 두었지만 구두와 양말이 말씀이 아니다. 그 덕에 사타구니 마주치는 소리는 더욱 요란해지고 밖에서는 놀란 계집애의 목소리와 욕을 해대는 남자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한참을 박아대던 강주에게도 신호가 온다.



“으흑...... 나도...... 싼다아...... 울컥...... 울컥......”



“아학, 아흑...... 여보...... 으으응......”



총무는 간신히 강주에게 매달려 있고, 얼마나 흔들어 댔는지 강주도 팔이 저려온다. 그래도 사랑하는 여자를 아프게 할 수는 없는지 조심스럽게 한 팔씩 풀어 다리를 내려준다. 총무는 다리가 몹시 저려 변기 뚜껑을 열고 앉아 강주의 허리를 끌어안고 숨을 고른다.



“하악, 하악...... 하악...... 난 몰라. 어떻게 해...... 오줌을 쌌나 봐. 여보...... 미안해......”



“후우우...... 아 참...... 누님, 휴지도...... 없잖아......”



“네 팬티...... 벗어 줘......”



“누님 거로 닦지 왜?”



“가다가 흐르면 어떻게 해. 우선 동생 것으로 닦고 가야지.”



“킥킥...... 누님, 그렇게 흥분됐어? 오줌을 다 지리게......”



“아유, 몰라...... 나쁜 놈...... 사람을 그렇게...... 다시는 이런 데서 안 할 거야.”



앙탈을 부리는 총무의 안경 너머로 눈이 하얗게 뒤집어진다.



“으흡...... 흐으읍...... 쭈우웁...... 후루룹......”



“으흠...... 사랑해. 누님......”



“아학...... 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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