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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7일 수요일

여직원 괴롭히기 -20부

“아이 참...... 이제 그만 화 풀고 인상 좀 펴 봐. 얘들처럼 왜 그래?”



“......”



강주와 민희는 모텔을 빠져나와 근처의 편의점에서 커피를 빼 마시고 있다. 여전히 강주의 얼굴은 경직되어 있고 민희는 보채는 아이를 달래듯 강주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 준다.
강주는 지긋이 민희의 얼굴을 바라본다. 이내 고개를 떨어뜨리며 한숨을 쉬는 강주의 모습에서 민희는 가슴 한 구석이 묵직해지는 것을 느낀다. 마치 친동기간처럼 진심으로 자신의 처지를 염려해주는 강주의 마음이 느껴지는지 찡한 마음에 어느새 민희의 얼굴도 울상으로 변해 버린다.



“야, 야...... 너야말로 왜 인상을 쓰고 지랄이냐? 지랄이......”



“치...... 저리 비켜. 너 때문에 그러잖아.”



“알았어. 인상 펴...... 무슨 수가 있겠지.”



“씨...... 너부터 펴......”



“하하하...... 너 인상 쓰고 있으니까 제법 볼만 하다. 야...... 하하하......”



“이 씨...... 너, 죽을래?”



토닥거리며 다투는 모습이 오히려 보기 좋다. 짧은 말 한마디에도 복선을 깔아 상대의 진의를 쉽사리 알 수 없는 살벌한 격전장에서 벗어나, 이제는 서로의 처지를 마음 써주는 입장으로 변해 버렸다. 출세를 하기 위한 발판으로 보자면 민희와의 관계의 진전이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강주에게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이제는 자신의 여자라기보다는 가족이라는 범주 안에 포함시켜 보호해 줘야 할 한 식구라는 입장이 강하게 자리를 잡게 된다. 사내들의 입장에 많은 여자들과 로맨스를 즐기는 것을 싫어할 리는 없지만 어디까지를 가족의 범주 안에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입장 차이는 천양지차일 것이다. 민희의 마음이야 어떻든지 강주는 나름의 입장을 정리한 듯 앙다문 입술로 결의를 엿보게 한다.



“응? 부소장?......”



“네, 소장님, 접니다.”



“그래, 수고 많지?”



“네, 지금...... 세 군데 째 돌아보고 있는데요. 그...... 왜....... 대나무 돗자리 판매하는 최사장이요......”



“으응...... 그래......”



“이쪽에서 만났는데, 희한한 소리를 하네요?”



“뭐라고 하는데......”



“뭐...... 우리도 익히 아는 일이긴 하지만 점두는 아예 닦아 먹는 것 같고...... 중요한 건 이번에 아주 정식입점을 하려고 하는데 판매계약을 리베이트로 자꾸 유도를 한다고 하네요. 부가가치세 문제도 있고 해서 D.C로 가려고 해도 그렇게는 안 해 준답니다.”



“그래? 음...... 무슨 소린지 알겠어. 그 계약 담당자가 누구래?”



“이상한 게 그거예요. 담당자는 통과했는데...... 윗선에서 자꾸 그런답니다.”



“그게 누구래?”



“무슨 부장이라던데......”



“그래, 알았어. 그...... 최사장한테는 계약하지 말고 좀 기다리라고 하고......”



강주는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는지, 민희를 바라보고 민희도 강주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궁금한 모습이다.



“민희야. 너...... 경주 남편이 한다는 변호사 사무실 위치 알고 있니?”



“응...... 거긴 왜?......”



“응, 확인할 게 좀 있어. 안내해 봐. 얼른 차에 타.”



차 안에서도 강주는 민희의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외견상 보이는 대로라면 잘 먹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하기야 의사가 개업을 해서 자기 병원을 운영하지 않는다면 비교적 연봉이야 높은 편이겠지만 일반 월급쟁이와 다를 것도 썩 없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회장과 모종의 밀약으로 병원을 구하고, 병원으로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상류층 인사들의 틈바구니에 섞여 이곳에서 저곳으로 품을 팔고 다니는 들병이와 같은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면 정말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지 안타까워 마치 민희의 손에서 답이라도 찾으려는 듯 땀이 배이도록 쥔 그녀의 손을 놓지 못한다.



“저 건물 삼층이야.”




“그래, 올라가자.”



사무장으로 보이는 사내에게 명함을 내밀자 반가이 맞아 준다. 잠시 후 경주의 남편으로 보이는 사내와도 인사를 나누고 용건을 설명한다. 이 사내도 이른 바 상류층 인사일 테지만 시궁창 같은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을 터 이미 자신과는 한 구멍을 이용하고 있는 처지니 강주에게는 감회가 남다르다.



“음...... 우리 유통에서 거래처와 계약을 할 때 여기 이 사무실에다 뭔가 의뢰를 하는 모양이던데......”



“아! 네...... 저희들이 공증을 해 드리고 있습니다.”



“아, 그러면 부본을 보관하고 계실 텐데, 좀 볼 수 있을까요?”



“예, 그러시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변호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무장과 직원이 움직이고 잠시 후에 테이블 위에는 수북한 문서가 쌓인다. 강주는 한참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문서를 확인하다가 직원에게 부탁을 한다.



“자, 지금 이 페이지가 나오도록 모두 준비를 해 주시겠어요?”



강주의 부탁을 듣고는 여러 사람이 매달려 서류를 넘기며 해당 페이지를 찾아 준다. 어느새 곁에 왔는지 민희도 고개를 빼고 어깨너머로 바라본다.



“후후...... 뭐 보면 알겠어?”



“어머! 이사님......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잠시 뜨끔한 느낌이다. 이젠 가족처럼 느껴지는 민희인지라 별 뜻 없이 말을 놓아버렸는데, 대뜸 이사라며 존댓말을 해오는 민희의 대답을 듣고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린다. 그녀의 삶의 방식이 다시 한 번 폐부를 찌르며 강주의 측은지심을 자극한다. 마치 대단한 복선이라도 깔려 있었던 것처럼 알 수 없던 그녀의 진면목을 알고 나니 오히려 삶의 한 자락을 붙들고 놓치지 않기 위해 버둥거리는 모습이 견딜 수 없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잠시 후 강주는 약 이십 부 정도의 서류를 추려내 카피를 부탁한다.



“자,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거...... 갑자기 찾아와서 정신만 빼놓고 갑니다. 언제 시간 만들어서 술이라도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아유, 아닙니다. 제가 이사님께 대접해 드려야지요. 언제 한 번 연락 주십시오. 제가 좋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하하하...... 네, 그럼......”



서류를 차 뒷자리에 던져두고 운전석에 올라앉아 민희를 바라본다.



“오늘 나 때문에 시간을 많이 뺏겨서 어떻게 해?”


“어머! 은근히 기분 나빠지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사이에......”



이미 강주에게는 민희가 측은하게만 보여 실없는 소리로 그녀를 자극한다.


“큭...... 우리가 무슨 사인데?......”



“어쭈, 최이사...... 너 자꾸 까불래? 호호호......”



“야, 서방님한테 최이사가 뭐냐? 참, 어떻게 할래? 집으로 갈 거야?”



“아니야...... 차도 병원에 있는데...... 구월동에 내려 줘.”



병원 근처에 도착해 민희를 내려주며 다시 당부를 하기 위해 손을 잡고 민희도 강주를 한참 바라본다.



“민희야, 이제 나...... 남처럼 생각하면 안 돼. 무슨 말인지 알지?”



“그렇지만, 제부로도 생각 안 할 거야. 나하고 둘만 있을 때는...... 자기도 알았지.”



“그래, 잘 있어. 간다.”



숙소를 정하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문득 부소장 생각이 난다. 출소한 후에 술도 한 잔 못한 채 바로 실무에 투입시켜 미안하기도 하고 영통의 하모니 카페 장마담의 뒷일도 궁금하여 그곳에서 술이나 한 잔 할 생각으로 휴대폰을 찾는다.



“어! 이런......”



이미 전화가 여러 번 걸려온 모양이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옷을 벗어두고 서류와 한참 씨름을 하느라 미처 못 받은 모양이다.



“여보세요? 전화하신 분이......”



“네, 이사님이세요? 저 본점 점장입니다.”



“아! 네, 네..... 왜요? 아 참, 술 한 잔 하자고 했었지요?”



“네...... 그런데...... 지금 바쁘세요?”



“아, 아닙니다. 내가 깜빡 잊고 지금 다른 데에 가려다가...... 하하하...... 지금 어딥니까?”



“네, 이제 곧 마칠 때 됐거든요.”



“음...... 그럼 내가 그리 가지요. 매장 앞에서 기다리세요.”



할 수 없이 부소장의 일은 뒤로 미루게 되고, 장마담도 보고 싶지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매장에는 이미 불이 꺼지고 주차장 입구에 점장이 나와 서 있는 모습이 보여 조수석 문을 내리고 자세를 숙여 점장을 바라본다.



“어디로 갈까요? 근처에는 마땅한 데가 없는 모양이던데......”



강주가 어디로 갈지 난색을 표하자 점장은 더 곤란해진다. 이사 정도 되는 인물을 대폿집으로 안내할 수도 없고 술을 한 잔 하자고는 했는데 주머니 사정으로 보아 매우 곤란한 모양이다. 어정쩡한 표정으로 있다가 좋은 생각이라도 났는지 차창으로 머리를 들이밀며 대꾸를 한다.



“차라리...... 이사님 숙소도 마땅치 않으실 텐데...... 저희 집에 빈 방이 하나 있으니 편안하게 저희 집에서 한 잔 하시면 어떻겠습니까? 말씀하시기도 조용하고...... 그게 안 좋겠습니까?”



“음...... 뭐, 저야 좋습니다만, 식구들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요?"



“아이고...... 아닙니다. 그럼 제가 앞서 갈 테니까 따라오십시오.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그럽시다.”



아파트 밀집촌을 벗어나 한참을 달려 연립주택이 모여 있는 곳으로 들어선다. 차를 주차시키고 내리다가 뒷좌석의 서류가 생각나 옆구리에 끼고 점장을 따라 계단을 올라선다. 강주의 내심으로는 자식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혜숙이를 내몰았던 점장의 모친도 보고 싶고 그녀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의 부인도 보고 싶어 선뜻 응한 일인지도 모른다.
또 다시 가족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 피와 내 살을 갖고 태어나야만 내 자식인지 모르겠다. 사회문화 환경은 갈수록 정체의 다양성을 요구하고 그 필연의 결과인지 살아가는 방법도 점점 복잡해져 그 이면에는 부모자식 간에 패륜의 싸움도 일어나고 심지어는 그 사이에서 살인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혼하는 가정 뿐 아니라 애초에 사생아로 이름 지어지는 아이들도 있어 부모 없는 아이들도 허다하다. 더욱 어이없는 일은 혜숙이의 경우처럼 자식이 없어 아픔을 겪는 부모들도 있다니 이 경우에도 신의 섭리는 공평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고 한다지만 내 이웃은커녕 내 가족의 범주도 어디까지인지 모호한 것이 슬프지만 현실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어머! 손님이 오신다고 미리 전화라도 해주지 그랬어요?”



“아! 미안해. 갑자기 그렇게 됐어...... 우리 회사 이사님이셔. 인사 드려.”



“어머! 아유,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



“네, 네...... 이거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밤늦게 미안합니다.”



잠시 방안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다시 나와 여자는 술상을 마련하고 점장은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술을 사러 가는 모양이다. 남편에게 처한 입장을 들었을 테니 여자의 태도가 고분고분해진다. 남편보다 훨씬 젊은 사내가 이사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겠지만 여자 신세 뒤웅박 팔자려니 하고 상을 차리는 것일 게다.
술상을 사이에 두고 세 사람이 마주 앉아 있다.



“그런데...... 모친도 계신다고 들었는데......”



“네...... 지금은 따로 모시고 있습니다. 저희야 직장 일로 이렇게 이사를 왔지만 어머니는 친구 분들도 다 수원에 계시니까......”



“네, 그러시군요.”



이것도 넌 센스가 아닐 수 없다. 가정을 영위하고자 가족 간에 흩어져 산다는 말이라니, 최근 조기유학 붐을 타고 헤어져 살고 있는 기러기 아빠들이 외지에 나가있는 부인들로부터 이혼을 당한다는 소식들이 심심찮게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것도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혜숙이를 그리 하고 썩 잘 살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아 강주의 입 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간다.



“그럼 자제분은......”



“아직......”



마치 강주의 질문 의도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점장의 뒷덜미가 뻣뻣해진다.



“자, 자...... 술 한 잔 하십시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강주의 입에서 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점장이 다시 긴장이 되는지 자세를 고쳐 앉는다.



“음...... 점장님이 관리하는 매장에 전체 이익률이 어느 정도 나오고 있습니까?”



“네, 요즘 가격을 많이 낮추어서 십 퍼센트 정도 밖에 안 나옵니다.”



“네...... 그렇군요. 그래 가지고 인건비하고 판매관리비 제하고 나면...... 음...... 점두에서 코너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얼마씩이나 받습니까?”



점장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이사라는 사람이 경영수업만 닦은 게 아니라 이렇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속속들이 건드릴 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강주야 말로 온갖 부정행위에 달통한 인물이니 피해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네, 그건...... 오만 원 정도 받을 때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건 더 받을 때도 있습니다.”



“자, 그건 영업외 이익이니까 그야말로 생으로 거저먹는 거라고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서 하루에 점두 수입이 십만 원씩 생긴다면 한 달이면 삼백만 원 아닙니까? 뭐, 물론 매일생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더 생길 때도 있고 안 생길 때도 있으니까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말입니다.”



“네, 네......”



“그럼 삼백만 원의 수익이 나려면 그 매장 수익률이 십 퍼센트라니까 삼천만 원의 매출이 발생해야 생길 수 있는 수익이란 말이죠.”



“네, 그렇지요.”



“그거...... 올바르게 관리하고 있습니까?”



강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점장 부부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쩔 줄을 모른다.



“영업수지가 비록 안 좋아도 어차피 시설투자는 되어있는 마당에 가외로 발생하는 수입을 잘 챙겨서 경상수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데도 그게 관리가 잘 안 되는 모양입디다. 그래서 수가 낮은 하수라는 거예요. 뭐...... 소소하게 용돈으로 쓰는 정도도 사실은 안 되는 거지만, 우리 회사 판공비 시스템도 보나 마나일 테니 나름대로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내년 농사지을 종자까지 털어서 이 회사 말아먹고 나면 그 다음엔 어디서 농사지을 겁니까?”



“......”



“뭐, 비단 점장님만 그렇다는 게 아니에요. 지금 감찰하고 있는 다른 직원에게 받은 보고도 별반 다를 것이 없어서 하는 소립니다. 특히 이것 보세요.”



강주는 옆에 내려 둔 봉투를 흔들며 말을 잇는다.



“황부장?...... 회사 간부라는 사람이 계약을 가지고 장난을 쳐서 뒷돈을 빼먹고 있으니 이게 무슨 꼴입니까? 위에서 아래까지 하나같이 썩어서......”



점장이 더 이상 어찌 할 도리가 없는지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른다. 부인도 덩달아 남편과 강주의 눈치를 번갈아 볼 뿐이다.



“사실 말씀을 하시니까 숨길 수도 없지만 저희 점장들도 그 돈 다 쓰는 건 아니고 일부는 위로 올리곤 합니다. 아시다시피 판공비도 별로 없으니 그렇게 암묵적으로 인정해 주고 있는 일입니다.”



“게다가 점장님은 그 황부장이란 인물이 스카우트를 해 왔다던데...... 이거 일이 갈수록 복잡해집니다.”



“아닙니다. 이사님...... 저야 이곳에 온지 얼마 안 된다는 걸 이사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요. 그야 그렇지...... 아무튼 점장님은 별개로 생각할 테니까 너무 염려는 마시고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나 매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관리하세요. 그러고 나서 월급이 적으면 올려달라고 요구를 해야지. 암중으로 그러면 기반이 약한 회사는 금방 주저앉을 수밖에 없잖아요. 빼먹어도 요령껏 빼먹어야지. 언제든지 내가 자료를 요구할 수도 있으니까 철저하게 관리를 하세요.”



“네. 알았습니다.”



“그리고 더 돌아보지 않아도 상황을 대충은 알 것 같고 이제 며칠 안에 결과도 모두 나올 거니까...... 아예 알 만한 점장들에게는 미리 말을 해 주세요. 살아남으려면 마음 바꿔먹고 제대로 근무하라고...... 조만간에 전체 교육이 한 번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황부장이라는 인물하곤 확실히 손 끊으세요. 알았습니까?”



“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허허허...... 점장님, 의외로 소심하시네요. 뭘 그리 긴장을 하고 그럽니까? 자, 이제 시간도 늦었는데...... 그만......”



“어머! 참...... 이사님 방을 봐 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창문을 열어두니 시원한 밤공기가 들어온다. 연립 주변으로 나무가 많아서 그런지 서늘하기까지 하여 이부자리가 낯 선 곳에서도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새소리에 눈을 뜬다. 이미 점장은 출근 준비를 마쳤는지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제서 눈을 떴으니 출근하는 사람을 바쁘게 따라 나서기도 민망하여 누운 채 잠시 기다린다.



“자, 그럼...... 나 먼저 나갈 테니까...... 이사님 깨시면 식사 대접 잘 하고 행여 기분 상하지 않도록 잘 해.”



“알았어요. 걱정 마세요. 그리고 저녁에 일찍 오세요.”



“응, 간다.”



잠시 후 점장의 차에 시동이 걸리고 현관문도 닫히는 소리가 들려 세수를 하기 위해 거실로 나선다.
방에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지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가 강주로 하여금 화장실로 한 발을 집어넣었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나와 귀를 기울이게 한다.



“네...... 지금 저희 집에서 자고 있어요.”



“......”



“이사라고 하던데 부장님은 모르세요? 무슨 봉투를 흔들면서 부장님 얘기를 하던데......”



“......”



“아유, 무서워요. 그걸 어떻게......”



상황이 짐작된 강주는 살며시 다시 방으로 돌아가 이부자리에 눕는다. 밤중에도 남편이 함께 있으니 전화를 못하고 있다가 출근한 이후에 화급히 전화를 해주는 정도라면 보통 일은 아닐 것이다.



“야...... 이것들 봐라?...... 남편 모르게 황부장이란 놈하고 붙어먹는 모양인데......”



잠시 후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깬 듯 부스스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 거실로 나선다.



“아이고..... 이런...... 네, 제가 늦잠을 잤군요. 점장님은 벌써 나가셨나요?”



“네, 이사님...... 어서 씻고 식사하셔야지요.”



“네, 네...... 아유, 이거 폐가 많습니다.”



일부러 넉넉하게 시간을 주려고 천천히 세수를 하고 식탁에 앉는다. 점장의 아내는 무언가 바쁜 일이 있는 척 분주하게 움직이고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전화기를 강주는 놓치지 않고 바라본다. 차려진 밥상이 제법 그럴 듯하여 과음을 한 뒤인데도 식사를 하는 데에는 힘이 들지 않아 포만감이 느껴지도록 만족한 식사를 마친다.



“아...... 잘 먹었습니다.”



옷을 챙기는 척 방으로 들어가 보니 역시 서류봉투를 건드렸는지 위치가 흐트러져 있다.



“이런...... 배터리가 다 됐네요. 전화기 좀 쓸까요?”



“네...... 이사님, 여기 있습니다.”



전화기를 받아들고 점장의 아내를 바라보며 소파에 걸터앉는다.



“제 서류는 왜 건드렸습니까?”



“네. 네?...... 아닌데요? 제가 왜?......”



“지금 이 전화 재다이얼 누르면 황부장이 나올 텐데..... 아니라고 하실 겁니까? 황부장에게 직접 전화해서 물어 볼까요? 점장도 두 사람 사이 압니까?”



다짜고짜 들이치는 강주의 질문에 점장의 아내는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며 아무 말도 못하고 머뭇거리고만 서 있다. 너무 순식간에 당하는 일이라 어찌 처신해야 할지 몰라 그럴 것이니 순간 변호사 사무실에서 민희의 기민했던 대응이 떠오르며 그녀를 그렇게 되도록 몰아간 모든 것들에 대해 화가 치밀어 올라 큰 소리를 치게 한다.



“빨리 말 안 할 거야?”



“아유...... 이사님, 안 돼요. 제발...... 제발 살려 주세요.”



“언제부터 그랬어? 사실대로 말해 봐.”



“네, 네?......”



“황부장하고 두 사람 사이 말이야.”



“네...... 저이 취직 문제 때문에 부탁드리러 왔을 때......”



“내가 네 남편에 대해서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고 했는데도 전화를 한 이유는 뭐야? 황부장이 걱정 돼서 그런 거야?”



“저...... 그게 아니라......”



“으응...... 양다리를 걸쳐 두시겠다...... 그거로군.”



“죄, 죄송해요.”



“그럼, 기왕 양다리를 걸칠 거면 확실하게 걸쳐야지.”



강주는 천천히 일어서 와이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하고 점장의 아내는 안절부절 못하다가 엉거주춤 일어서 처분만 바라고 있는 형국이다. 남편의 안전은 고사하고 강주의 짐작에 자신의 부정만 드러난 꼴이니 어찌 대처해야 할지 아득할 뿐이다.
아직 깔려있는 이부자리로 그녀를 이끌고 들어가 방문을 닫아버린다. 이젠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강주의 원하는 바를 채워주기 위해 옷을 벗는다.



“이리 대. 똑바로......”



책상을 짚고 서있는 그녀를 거칠게 다룬다. 골반을 잡아 돌려 강주를 향하게 하고 발기한 좆을 음문으로 들이민다. 이 여자가 개인적으로 강주에게 잘못했다면 황부장에게 기밀을 발설한 죄이겠지만 지금 강주의 머릿속은 혜숙이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니 알 수 없는 복수심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씨바...... 후욱......”



“아아아학...... 아파요......”



아직 물도 흐르지 않은 곳으로 거침없이 밀고 들어오니 점장의 아내는 찢어질 듯 밀려오는 고통에 엉덩이를 빼 보려 하지만 강주의 억센 팔에 붙잡혀 고스란히 고문을 당하고 있다.



“이 씨바...... 아픈 건 나도 마찬가지야. 가만히 있어. 내가 지금 너 기분 좋으라고 해 주는 줄 아냐?”



“하윽, 제발...... 살살......”



“후욱, 후욱, 후욱......”



“아학....... 하아아악....... 아아악......”



아무런 애정도 담겨있지 않은 그저 좆만 드나들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의 몸이란 신비한 것이어서 질에서는 액이 흐르고 점점 달아오르는 느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강주의 좆도 물어 오는 질의 느낌에 점점 더 힘을 얻어 강하게 팽창한다.



“아아흑, 하아악...... 이사니임...... 하으윽......”



“이런...... 후욱, 씨바...... 닥치지 못해...... 내가 네 서방이냐...... 후욱......”



한참의 좆질에 점장의 아내는 이미 여러 번 물을 쏟아 질이 질펀해져 버리고 흥분을 감당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항문을 건드려 볼까 하다가 이내 포기해 버린다. 지금의 이 행위가 아무래도 강주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그저 좆질에 불과한 때문인 모양이다.



“꿇어 앉아.”



갑자기 좆을 꺼내 버리고 머리카락을 쥐어 주저앉힌다. 점장의 아내는 멀뚱히 강주를 바라보다가 눈앞에 와 있는 좆을 보고 양손으로 감아쥐어 입으로 물어간다. 두 눈 가득히 열망이 끓어올라 지금이라면 무슨 짓을 시켜도 다 받아들일 것으로 보이기도 해 강주의 입 꼬리가 다시 올라간다.



“흐으윽...... 더 세게...... 빨리......”



“츄우우웁....... 후루룩....... 턱, 턱......”



강주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양 손에 말아 쥐고 허리를 강하게 놀린다. 목구멍 깊숙이까지 밀고 들어오는 강주의 좆 때문에 몇 번의 토악질이 올라오지만 머리를 붙잡혀 도망 칠 수도 없이 그저 당하고만 있어 호흡이 곤란한 지경까지 몰려간다.



“후욱, 후욱......”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웠는지 입을 벌려 틈을 만들고 숨을 쉬느라 강주의 좆이 이에 부딪힌다. 순간 통증에 멈칫했지만 강주는 허리놀림을 멈추질 않는다. 이제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지 고개가 뒤로 넘어간다.



“후우우욱...... 울컥...... 꿀럭.......”



“우우웁, 우욱....... 꿀꺽....... 꿀꺽....... 우우우욱......”



강주에게 붙잡혀 도망 갈 수도 없으니 좆물을 받아 삼키고는 토악질을 하고 있다. 고통스러웠는지 눈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고통을 주고 난 후 쾌감을 느끼는지 강주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다.
그녀의 팔을 이끌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 물을 튼다. 아무 말도 없이, 후희를 베풀지도 않으니 자신의 욕정만 풀고 내버려 두는 것은 여자에겐 징벌이나 다름없을 터 강주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복수를 하는 모양이다.



“네 탓은 아니겠지만 내 친구를 불행하게 만들고도 행복하게 못 사는 벌이라고 생각해.”



흐르는 듯 알 수 없는 강주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점장의 아내는 자기 앞일이 걱정스러운 듯 서러운 눈물만 뿌리고 있다.



“자, 이리 와서 앉아 봐요.”



“네......”



두 사람은 격앙되었던 감정을 가라앉힌 후 나란히 소파에 앉아 대화를 하고 있다. 강주는 녹음을 하는 듯 휴대폰을 한 옆으로 내려두고 담배를 피워 문다.



“그래...... 황부장하곤 언제부터 그렇게 부정한 사이가 됐다고?......”



“네...... 그게...... 남편이 전에 있던 직장에서 자꾸 스트레스를 받고 여러 가지로 힘이 든다고 해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던 중이었어요. 그 회사 출신 선배가 이 회사 높은 자리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래서......”



“남편하고 같이 인사 차 만나 뵌 적이 있었어요. 그 자리에선 금방이라도 자리를 마련해 줄 것 같이 했었는데, 며칠째 연락을 안 해줘서 제가 전화를 드려 봤더니, 자리는 금방 마련되지만 정말 각오가 돼 있다면 인천으로 이사를 오라는 거예요.”



“그건 왜죠?......”



“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다면서...... 후배들 취직 시켜주고 나면 금방 그만 둬 버리기도 해서 곤란한 적이 많았다고...... 정말 여기서 자리를 잡고 싶으면 아예 이사 올 곳이나 알아보라면서 한 번 건너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이야 하루라도 빨리 그 매장을 그만두고 싶어 하니까, 제가 가서 방을 알아보기로 했는데. 어디로 배치를 해줄지 모르니까 부장님을 찾아 갔었지요.”



“왜, 남편하고 같이 안가고?......”



“취직이 될지 안 될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데 무조건 그만둘 수는 없잖아요. 남편은 일단 계속 출근하라고 했지요.”



“그 부장이라는 사람 이름이 뭐라고 했지요?”



점장의 아내는 익히 자기도 알고 있을 내용을 재차 확인하듯 물어오는 강주가 의아한지 고개를 들어 바라보고는 다시 대답을 이어간다.



“황경수 부장이요.”



“그래서요?......”



“제가 하기에 따라서 취직은 물론이고 앞으로 진급도 보장해 준다고 해서...... 그만......”



“그만...... 뭐요?......”



“그만 여관에 따라가게 됐어요.”



“그래서 거기서 황경수 부장하고 관계를 맺은 겁니까?”



“네......”



“틀림없는 사실이지요?”



“네...... 하지만 그때 한 번뿐이었어요. 믿어 주세요.”



이어서 강주는 핸드폰을 조작하며 점장의 아내에게 자세를 요구해 몇 장의 사진을 촬영한다. 기가 막힐 일이지만 이미 강주의 의도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에 처해 있으니 부끄러운 곳을 노출한 채 촬영에 응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것들이 이미 강주에게는 일종의 컬렉션에 불과한 일이지만 상류층 인간들을 접해 보니, 그들의 작태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아 언제 어떻게 보복을 당할지 몰라 모든 일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일이다.



“음...... 걱정 말아요. 공개할 건 아니니까...... 다만 아까 내가 본 바로는 아직도 당신을 백 퍼센트 신용하기가 어려워서 그럴 뿐이니까...... 내가 작업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행위를 한다면 그 길로 신세 망치는 겁니다. 알았어요?”



“네, 네...... 절대 안 그럴 거예요. 이젠 전화도 안 할게요. 그 서류도 보긴 봤지만 뭐가 뭔지 몰라서 아무 말도 못해줬어요, 진짜예요.”



“자, 그럼 됐습니다. 당신이나 남편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없도록 해줄 테니까 지금부터는 다 잊어버리고 남편 내조나 잘 해요. 자, 내 명함을 주고 갈 테니까 혹시라도 연락할 일 있으면 하시고......”



“네...... 이사님. 그러면 비밀은 지켜 주시는 거죠?”



강주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내려오고 점장의 아내는 그래도 불안한지 마당까지 내려 와 배웅을 한다.
이제 황부장은 강주에게 확실히 덜미를 잡힌 셈이다. 거래처와의 계약을 체결 당시부터 조작해 뒷거래로 배를 채워온 사실을 포착했으니 계약을 재조정한 뒤 그 돈을 회수하고 점장들의 점두코너 수익만 잘 관리하면 당장이라도 적자기조는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차차 교육훈련을 통해 조정해 나간다면 이 회사를 건지는 것도 썩 힘이 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차를 몰아 용현동 본사로 향한다.
모르면 몰라도 춘향전에 나오는 이몽룡이 어사출도를 할 때의 기분이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잠시 차를 몰아가자 곧 전화가 울려 다시 길가에 주차를 하고 전화를 받는다.



“네......”



“아! 이사님, 저 본점 점장입니다.”



“아! 네...... 저도 지금 집에서 금방 나왔습니다.”



“네...... 그게 좀 이상한 게...... 어떻게 알았는지 제가 어젯밤에 이사님을 만난 걸 알고 있더라고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서 이사님 명함을 황부장에게 뺏기고 말았습니다. 이걸...... 어떻게 하죠?”



“음...... 뭐, 괜찮습니다. 이젠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바로 작업 해 버릴 거니까...... 점장님은 근무나 잘 하고 계세요.”



“네, 네...... 알았습니다. 절대 제가 일부러 알려 준 건 아닙니다. 이사님.”



“허허허...... 네, 알았다니까요.”



재삼 당부하는 점장의 말에서 샐러리맨의 비애가 느껴져 측은해지기까지 한다. 이 사람 역시 물고 물리는 관계 속에서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 다람쥐 쳇바퀴 돌듯 자신에게 허락된 조그만 공간의 일상 속에서만 허덕이고 있을 뿐이다. 자신 역시 수하직원의 부인인 여진이와 관계를 맺고 있어 혼란스럽긴 하지만, 그것과 일자리를 빌미로 몸을 요구하는 황부장의 경우는 다르다고 애써 치부해 버린다.
이렇게 강주도 자신의 몸뚱이를 전혀 다른 시장으로 던져놓고 보니 비로소 시야가 밝아지는 모양이다. 손 안에 있는 것, 눈앞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것이 전부를 대변해 주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람이 철이 들어 철을 안다든 것은 절기를 안다는 것이고, 곧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성인이 되어 간다는 뜻일 게다. 회장을 만나 인천으로 건너오게 되고 이곳에서 경험하는 낯 선 상황들이 타산지석이 되어 부쩍 강주의 키를 자라게 하는 모양이다.



“흐음...... 그러면 조만간 다시 전화가 오겠지.”



황부장이 명함을 받아갔다면 금방 전화가 올 터이니 아예 운전석 의자를 뒤로 재끼고 누워 버린다. 그간 즐겨왔던 많은 여자들도 누군가의 딸이며, 누군가의 부인이었을 것이니 지금의 강주를 가장 자극하는 문제는 민희와 혜숙이의 문제일 것이다. 내 가족의 범주 안에 있는 여자들이 누군가의 사타구니 밑에서 헐떡여야 하는 이유가 단지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는 이유라면 더 이상 용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차창을 열고 담배를 피워 물자 곧 전화가 울린다.



“네, 최......”



“호호호...... 안녕하세요? 이사님...... 저 아시겠어요?”



“네?......”



“왜...... 전에 회장 언니하고 같이 만났었잖아요? 그날 저녁에 이사님은 경주 차를 타고 가시고......”



“아...... 그러면......”



“네, 제가 회장 언니 차를 운전해서 갔잖아요. 저, 이미경이에요.”



“아! 네...... 이여사...... 그런데 어떻게 제 전화번호를......”



“어머! 전화번호뿐이겠어요? 지금 인천에 와 계신 것도 다 아는데...... 호호호...... 저는 무역 일을 보시는 줄 알았더니 유통 쪽을 보신다면서요?”



자신의 행적을 빤히 들여다보듯 알고 있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에 강주는 기가 막힐 뿐이다.



“허허...... 참...... 기가 막히네요. 이여사 안테나가 상당히 고감도인 모양입니다. 어떻게 그리 잘 아십니까? 하하하......”



“한 번 시간 좀 내주세요. 지금 좀 만날까요?”



“아! 지금은 제가 업무 중이라서 좀 어려운데......”



“어머! 이사님이 시간에 쫓길 일이 어디 있어요? 천천히 하셔도 되잖아요? 그러지 마시고 지금 좀 만나요.”



“어허...... 참...... 제가 나중에 전화를 드릴 테니까...... 정 그러면 볼 일 좀 보고 점심시간 쯤 만납시다.”



“아이 참...... 그래요. 그럼 그 전에 한 말씀만 드릴게요. 저...... 유통에 황부장 아시죠? 그 양반이 제 남편이거든요. 그렇게 아시고 나중에 다시 자세한 말씀 드릴게요. 이따가 만나요.”



“네?......”



도깨비 소굴이 따로 없다. 어이도 없고 기가 막혀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뭔가 잔뜩 뭉쳐 있는 실타래를 들고 실마리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느낌이 바로 이럴 것이다. 회장에게 들은 바로는 그녀를 추종하는 그녀의 패거리들을 잘 사귀어 보라고 했었는데, 민희야 그런 관계를 알 리 없는 처지였으니 그렇다지만, 이 여자가 황부장의 부인이라면 그런 것을 회장이 모를 리도 없는 일인데 그런 제안을 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민희를 통해서 그녀들 간에 뭔가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는 터에 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서는 섣불리 황부장을 두들기기도 마땅치 않은 입장이 되어 버렸다.
또 다시 전화가 울린다. 번호를 보니 이번에는 회장의 전화다. 모든 것은 이 여자로부터 연출 된 것일 수도 있으니 정작 알아야 할 이 여자의 속셈을 알 수 없어 답답한 노릇이다. 도무지 혼란스러워 그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들어보는 수밖에 없게 되어 버렸다.



“네, 최이사입니다.”



“네, 이사님. 저예요.”



“네, 회장님. 좋은 아침이지요.”



“어머! 이사님...... 역시 인사도 세련된 인사예요...... 지금 인천이시라면서요? 요즘 시간을 자주 내시네요? 저 쪽 회사에는 괜찮아요?”



역시나 줄줄이 정보가 흘러 회장의 귀에까지 들어간 모양이다. 황부장도 사안이 결코 간단치 않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마누라나 회장을 앞세워서 어쩌겠다는 것인지, 하물며 회장은 더욱이 알아서는 안 될 입장일 텐데 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것에 대해 강주는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었다.



“네...... 며칠 돌아 볼 생각을 하고 아예 휴가를 내서 왔습니다.”



“어머! 아유...... 죄송해서 어떻게 해요. 애인한테 혼나시겠다. 호호호......”



“뭐,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전화를 하셨습니까?”



“네, 괜찮으시면 지금 좀 뵐까요? 제가 송도 쪽으로 가서 전화 드릴게요.”



“네...... 그러시죠. 저도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유원지 안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가끔 움직이는 직원들 뿐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지금 강주의 속마음은 뭐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묘한 심정이다. 정작 회장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일에 이제는 뭔가 해답을 찾아간다는 기쁨도 잠시, 모든 걸 보류한 상태에서 회장의 말을 들어 보기로 한다.



“쉽게 찾으셨네요?”



“참 나...... 수원에서 왔다고 아주 촌놈 취급을 하십니다. 그려......”



강주의 대꾸에서 볼 멘 심정을 알아차리지 못할 회장이 아닐 테니 그저 강주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회장의 저 미소에 아랫도리에 불끈 힘이 들어갔겠지만, 구미호처럼 속을 알 수 없는 회장에게 적잖은 회의를 느끼는 터라 역시 터울을 좁힐 수 없는 무지렁이 강주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이사님, 숙제는 좀 하셨나요?”



“허허...... 아직 다 만나 보지도 못했는데 무슨 숙제를 합니까? 언제 자리 좀 만들어 보시죠.”



“호호호...... 안 그래도 조금 있다가 같이 점심 먹자고 했어요. 기다려 보세요.”



“그러세요? 그래...... 참, 보자고 하신 이유는요?”



“아이, 뭐가 그리 급해요? 이사님은 어쩔 때 보면 너무 전투적으로 사시는 것 같아요. 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주변도 돌아보면서 하세요.”



주변을 돌아보라는 회장의 말이 왠지 귀에 거슬린다. 당장이라도 이유를 묻고 싶지만 또 핀잔만 들을 테니 눌러 참으며 회장을 따라 나서고, 회장은 강주의 팔짱을 끼고 보트장을 따라 물가로 걸음을 옮긴다. 두 사람은 그저 아무 말 없이 물을 보며 한가로이 산책을 하러 나온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머릿속으로는 바둑을 두는 기사들처럼 몇 수 앞을 내다보며 설전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걷는 길에 벤치가 보이자 약속이나 한 듯 자연스레 그쪽으로 방향이 정해지고 막상 앉으려 하니 의자가 썩 깨끗하질 않아 회장을 바라보게 된다.



“그냥 앉아요. 괜찮아요.”



“아! 그러면 제 무릎에 살짝 걸치세요.”



그냥 앉으려는 회장의 허리를 잡아챈다. 강주 입장에서는 불편한 기분에 그냥 그녀에게 끌려 다니기 싫다는 은연중의 표시일지 모르겠다.



“어머! 정말 그래도 되겠어요? 호호호......”



강주는 벤치 모서리에 앉아 다리를 벌려 한 쪽 무릎을 내어주고 회장은 주변을 슬쩍 돌아보곤 강주의 어깨를 짚으며 그 위로 엉덩이를 걸친다.



“그래...... 이사님이 매장을 돌아보니 느낌이 어떠세요?”



“뭐, 답답하죠. 시설도 그렇고, 직원들도 기강이 많이 해이하고...... 심지어는 가격표가 잘못 붙어있거나 아예 없는 것도 부지기수에다가...... 구석구석 먼지투성이고...... 전반적으로 그림이 안 나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계획이시죠?”



“일단 본사에 들어가서 조직도를 살펴보고 조직 자체의 문제인지 매장 단위의 문제인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황부장이란 사람도 좀 알아보고요.”



“황부장에게 문제가 있던가요?”



“......”



강주는 선뜻 대답을 하지 않는다. 황부장이 명함을 받아 간 직후에 그의 부인에게서 전화가 오고, 연이어 회장에게서 연락이 와서 만나자고 하니 이들의 관계를 정확히 알기까지는 나름대로 유보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다. 이것이야 말로 회장에게 배운 스타일이니 일단은 속을 감춰 보지만, 강주가 가부간에 아무 대답도 없다는 건 일부 긍정하는 입장이니 회장으로선 더 들을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 황부장 안사람이 미경이라고...... 이사님도 전에 한 번 본 기억이 있지요?”



“네, 안 그래도 회장님 만나기 전에 전화가 왔더군요.”



“그래요, 제게도 전화가 왔었어요. 이사님께 전화를 했더니 쌀쌀맞게 끊어 버리셨다면서요? 호호호...... 그런데 제가 그 말을 듣고 보니 왜 그런지 은근히 기분이 좋더라고요. 호호호......”



“허허허...... 참 나......”



“민희나 경주도 자기들한테 전화가 안 온다고 하던데......”



경주한테야 전화를 한 적이 없지만 민희는 사정이 다름에도 회장이 저리 말하는 걸 보면 민희도 강주와의 속사정을 회장에게 털어놓지는 않은 모양이다.



“네...... 뭐, 별로 볼일도 없는데......”



“호호호...... 그래도 가끔씩 만나 보세요. 다 이사님께 도움이 될 거라니까요. 안 그래도 미경이는 오늘 보기로 했으니까...... 아유, 계집애...... 무슨 일인지 바짝 몸이 달아 가지고...... 황부장이 이사님에게 뭔가 대단히 크게 책잡힐 일이라도 저지른 모양이지요? 호호호......”



“회장님은 그게 뭔지 궁금하지도 않으신 모양입니다? 묻지도 않으시는 걸 보면......”



회장은 강주의 질문에 대답도 않고 엉뚱한 얘기를 늘어놓는다.



“제가 사업을 꾸려 나가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고 했지요? 국방부의 높은 사람들...... 국회의원이다. 시장이다. 군수다...... 나름대로 한다하는 인간들, 사업을 위해서 그렇게 만나야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모두가 다 하나같이 그렇고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상류층 사람들의 맹점을 이용하기 시작한 거죠. 이이제이 아시죠?”



“아! 그렇다면?......”



“그래요. 내 도움이 필요해서 나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을 도와줘서 내 사람으로 만들어 두고,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그들을 내세우는 거죠. 이 클럽 저 클럽 모임이 많이 있지만 그 사람들 모두 어떤 필요에 의해서 교제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게 알아두면 상대방에게 나중에라도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 사람들 도 싫어하진 않거든요.”



“네...... 일전에 말씀하셨지요.”



“처음엔 우연히 그렇게 됐어요. 납품심사를 하던 국방부 대령이었는데, 실무진 심사는 통과했는데도 너무 끈끈하게 굴어서 거리를 두다가 결국 거래를 실패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다른 일로 우연히 그 부인하고 친분을 맺게 되고...... 그 여자가 바로 그 장교부인이라는 걸 알게 되고서는 장난기가 발동해서 다른 거래를 할때 그 거래처 사장한테 소개를 해줘 버렸지요. 호호호...... 그랬는데 그게 글쎄 접대로 받아들여지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터득을 하게 됐지요.”



“허허허...... 참....... 네...... 그랬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하우가 쌓이더라고요. 전에 헤어질 때, 나 부축해서 내려간 동생 기억나지요? 운전했던 애...... 그 애가 바로 그 황부장 부인이에요. 호호호...... 황부장이 남편에게 신세를 지기도 많이 졌지만 나름대로 고생도 제법 했어요.”



“......”



“음...... 뭐, 자세한 말을 들어 보진 않았지만 대단한 일 아니면 그냥 모른 척 해주세요. 어차피 이제 이사님이 바로 잡으면 그뿐이잖아요? 지금 미경이가 내 일을 많이 도와주고 있는데, 그 애를 봐서라도...... 오늘 미경이 만나 보시고, 이사님도 나중에 그 애가 부탁해오면 황부장 어디 취직이라도 시켜주려고 애써줄 것 아니에요?  다...... 그렇게 서로 돕고 돕는 거예요. 그러니 상대방이 굳이 싫다고 하지 않는 한 부담 없이 만나도 괜찮아요. 제비족이나 꽃뱀도 아니니 서로에게 안전하고요. 그 아이들에게 흔들리지 말라는 건 그렇게 마음의 빚을 많이 만들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니까 오히려 가벼운 부탁 정도는 들어줘도 괜찮지 않겠어요? 이젠 그 쪽에서 오히려 이사님께 빚을 지는 셈이니까 이사님은 손해 볼 것도 없잖아요. 호호호......”



뭔가 황부장보다는 황부장 부인인 미경이가 더 쓰임새가 있는 모양이다. 강주는 민희 생각에 몹시 불쾌하기도 하지만, 특히나 회장에게는 속을 감춰야 할 것 같아서 일단 털어 버리기로 한다. 어차피 재원이야 회장의 말대로 다시 회수하면 그뿐이니 이 기회에 황부장만 확실히 장악하는 선에서 멈추기로 내심 마음을 먹고 슬며시 회장을 부축하는 손에 힘을 가해 허리를 더듬어 본다.



“하긴 그렇군요. 역시 제가 과외 선생님은 제대로 모신 것 같습니다. 하하하...... 오히려 제 입장을 생각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회장님.”



“호호호...... 어머! 비행기 태우셔도 포상 가불은 안 된답니다. 이사님. 우선은 숙제부터 하시라니까요.”



“허허허...... 회장님도 참...... 아휴...... 그래도 그 남편들이 알면...... 참 나......”



“호호호...... 꼭 그렇지도 않지요. 어차피 남자들도 클럽 모임에 나올 때는 그런 저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데, 자기 부인들 그런 줄 전혀 모르고 있진 않을 걸요. 다만 현재의 사회적 지위와 바라보는 희망, 목적, 뭐...... 이런 것들 때문에 그저 모른 척, 못 본 척 하고 지낼 수도 있지 않겠어요? 서로 돈 보고 집안끼리 하는 결혼...... 그래도 남녀 간의 일이니 처음에야 물론 죽고 못 사는 것처럼 사랑하기도 하죠. 그렇지만 그게 어디 오래 가나요? 곧 시선을 밖으로 돌리게 되고 사회적 체면 에 이혼할 수는 없으니 목표를 향해 가면서 서로가 방해받지 않고 암묵적으로 즐기는 거죠.”



“허허...... 참...... 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아마 모르면 몰라도 우리 남편도 최이사님 곱게 보진 않을 걸요.”



“네?...... 절...... 왜요? 제가 뭘 어쨌다고......”



“호호호...... 우리 남편 제의는 거절하고 제 부탁은 들어주셨잖아요. 황부장이 알았으니 지금쯤은 소식이 들어갔을 텐데...... 또, 유통 사무실에는 나오지도 않고 저만 이렇게 밖에서 따로 만나고 계시고...... 그러니 벌써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 않겠어요? 호호호......”



“아! 그럴 수도 있나요? 야...... 이거 조금 억울한데요. 앞으로 사장님 뵐 생각을 하니 조금 걱정되기도 하고요. 하하하......”



“호호호...... 이사님,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걱정하실 필요는 전혀 없어요. 아마 누구도 바보처럼 속내를 드러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왜냐면 자기만 공개적으로 바보가 되고 전혀 얻을 것도 없거든요. 그랬다가는 오히려 사회적으로 고립당하기 십상이죠.”



“하하하......”



강주는 허리를 꺾어가며 큰 소리로 웃어 대고 회장은 눈이 동그래져 강주를 바라본다.



“갑자기 왜 그렇게 웃어요?”



“네?...... 네. 문득 우스운 생각이 들어서요.”



“무슨 생각이요?”



“하하하...... 상류층 사람들이요?...... 그 모임에 나온다는 남자들 말입니다. 서로가 얼굴들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겠어요? 다 동서지간일지도 모르니...... 하하하......”



“어머! 호호호......”



강주는 다리가 불편한지 양다리를 모아 회장을 다시 앉히곤 슬그머니 회장의 손을 잡고 만지작거린다. 회장도 모른 척 강주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한 손을 내어준다.
회장의 입장에선 나름의 공과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제의를 묵묵히 따라주는 강주에 대한 포상일 수도 있겠다. 강주는 회장이 민희의 남편과 잠자리를 하기도 한다는 말을 들은 후라서 슬그머니 회장을 도발해 보기로 한다.



“아무리 운동을 해서 몸매유지를 하고, 수술을 해서 얼굴 주름을 펴도 손은 어떻게 안 되더라고요. 내 손 주름이 많이 졌죠?”



강주는 천천히 손을 잡아당겨 입을 맞춰주며 웃는다.



“어머! 호호호...... 아유...... 이사님. 지금 프러포즈하시는 거예요?”



“네...... 회장님. 잠깐만이요.”



회장을 번쩍 안아들어 자신의 무릎에 고쳐 앉히고 허리를 꼭 끌어안는다. 벤치에 엉덩이를 조금만 걸치고 뒤로 기대니 마치 골반 위에 앉힌 형국이다.



“어머나! 아유...... 이사님...... 왜 이래요?”



“잠깐만요. 회장님, 잠깐만 이러고 있어요.”



강주는 다시 허리를 세워 버둥대는 회장을 힘으로 제압해 꼭 끌어안고 회장도 곧 몸의 힘을 빼고는 강주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부드럽게 머리칼을 넘겨준다. 회장의 가슴은 강주의 얼굴을 압박해 와,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진한 향기를 코로 넘겨주고 매미날개처럼 얇게 비치는 회장의 옷은 부드러운 피부감촉을 그대로 강주에게 전달해준다. 나이를 잊게 해 주는 회장의 가는 허리는 풍만한 엉덩이 위에서 잔뜩 꺾여 있다.



“아...... 좋다...... 하하하......”



“아유...... 이사님. 이제 그만 내려줘...... 힘들어.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조금만 더요. 조금만...... 보긴 누가 본다고 그래요? 아무도 없는데......”



한참동안 강주의 손은 부드럽게 회장의 무릎을 오가며 쓰다듬고 회장은 그런 강주의 목을 양팔로 꼭 끌어안고 모른 척 시선을 물가로 보내고 있다.



“어머! 호호호......”



“왜요?”



“아유...... 이게 뭐야? 이사님도 참......호호호......”



회장은 여전히 강주의 목을 감은 채 갑자기 자지러질듯 웃으며 몸을 움찔거리고 이유를 알게 된 강주도 어색하게 따라 웃는다.



“아하...... 죄송해요. 회장님. 나도 모르게 그만......내려드릴게요.”



“아니야. 호호호...... 그냥 이대로 있어. 괜찮아.”



“네?...... 네.”



“소개해준 동생들로 양이 안차나 봐? 호호호......”



회장은 짓궂게 웃으며 엉덩이를 흔들어 강주를 더욱 자극한다.



“아...... 아...... 회장님......”



“호호호......”



강주는 회장의 노골적인 추파에 더 이상 부끄러울 것도 없어 마음껏 기운을 뽐내고, 회장은 모른 척 엉덩이를 맡긴 채 한동안 물가만 바라본다.



“아...... 이사님, 이제 나 내려 줘. 미경이 만나러 가야지.”



“네, 잠깐만요.”



“어머나...... 어떻게 해. 걸을 수 있겠어? 호호호......”



“아유, 회장님도 참...... 좀 가려줘요. 제가 뒤에서 걸을게요.”



“그래, 잘 따라 와야 해.”



가려주다가 이내 깡충거리며 피해 달아나 강주를 곤란하게 하는 모습이 마치 유원지에 놀러 온 어린아이같이 즐거워 보이고 강주는 어쨌거나 회장에게 한 발 다가간 느낌이어서 오늘의 만남에 나름의 수확은 있는 셈이다.
근처의 비치호텔 커피숍으로 들어가니 미경이가 반가운 듯 일어서 손을 흔든다. 황부장의 부인이라니까 오히려 자극적으로 정복욕이 일어나 다시 한 번 눈길을 보낸다.



“어머! 오랜만이에요. 이사님.”



“그래요, 잘 지냈어요?”



“이것들은 이사님만 모시고 오면 안면을 바꾼다니까......”



“어머! 언니는...... 호호호...... 말씀들 많이 나누셨어요?”



“그래...... 하지만 그 회사 정리하고, 안 하고는 모두 여기 최이사님에게 달려 있으니까 네 신랑한테도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해. 내가 너까지 미워질까 봐 아직 자세한 이야기는 물어 보지도 않았지만...... 음...... 이사님......”



회장은 갑자기 말을 중단한 채 강주를 바라보고 덩달아 미경이도 긴장한 모습이다.



“안 물어 보신다면서 갑자기 맘이 바뀌셨습니까? 허허......”



“아니...... 그게 아니고...... 살릴 수 있겠어요? 솔직한 말씀을 듣고 싶어요.”



“물론입니다. 그것도 단 시일에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단시일에요?”



“허허...... 여기 미경씨 앞에서 이런 말을 하자니 조금 미안한데...... 어차피 문제 삼지 않기로 했으니까, 지금 잘못 되어 있는 사안들 조금만 개선하고 직원들 재교육 시키면 약속할 수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이제 폐쇄는 생각 안할 테니까 잘 협조해서 꼭 좀 살려 보세요.”



“아니?...... 회장님, 아직도 그 말씀이세요?”



“호호호...... 알았다니까요. 아유...... 참, 이사님은 무슨 말을 못하게 해...... 자, 어디 밥이라도 먹으러 가지요?”



“어머! 언니 잠깐만...... 그이 온다고 전화 왔었거든요.”



“어머! 황부장이?......”



“네, 마음이 많이 쓰이나 봐요.”



“호호호...... 황부장이 아주 임자 제대로 만난 모양이구나. 호호호......”



“제가 요 앞에 좀 나가서 찾아볼게요. 여길 못 찾나?......”



미경이 나가고 공교롭게 잠시 후 황부장이 들어서고 회장을 보고는 쭈뼛거리며 자리를 찾아 앉는다. 새로 온 이사가 강주라는 것은 이미 아는 표정이지만 강주는 일부러 눈길을 마주치지 않는다. 회장은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싸늘한 눈초리로 황부장을 노려보며 찬바람을 풀풀 날리고 그 모습을 본 강주는 회장의 시뮬레이션 액션에 기가 막혀 웃음이 터질 지경이다.



“회장님, 면목 없게 되었습니다.”



“......”



“저기...... 회장님. 여기 부장님하고 둘이 좀 의논을 할 테니까 자리를 좀 옮기겠습니다.”



“아니에요. 이사님...... 말씀 나누세요. 제가 나가 있지요.”



강주는 기왕 문제 삼지 않기로 한 부분은 넘어가더라도 그로 인해 본점 점장이나 그 부인, 기타 이 일로 괜히 피해를 볼 수도 있는 김과장 등 다른 사람들에 대한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회장이 들을 수 없도록 자리를 따로 앉기를 요구하고, 회장은 마침 들어오는 미경이를 데리고 멀찍이 떨어져 앉는다.



“그래...... 부인에게 이미 말씀을 들으셨을 테니 긴 말은 하지 맙시다. 제가 오후에 본사로 들어 갈 테니까 브리핑이나 잘 해 주세요. 앞으로 잘 해 볼 생각이시면 협조해 주시고요. 그리고 뭐...... 하실 말씀 있으시면 꼭 회사 업무가 아니더라도 이 기회에 기탄없이 말씀하십시오.”



황부장도 전혀 생각이 없진 않았을 테니 넌지시 말을 던져 대화를 유도해 낸다.



“하하하...... 아, 이거 참...... 지난번에 오셨을 때 진작 말씀을 해 주시지 않고...... 사장님께서도 섭섭해 하시던데...... 네, 앞으로 잘 해 봅시다. 제가 이래 뵈도 이 회사 창립멤버 아닙니까? 필요한 브리핑은 제가 다 해 드리겠습니다. 허허허...... 그리고 그동안 제가 그...... 몇 푼 안 되는 거지만 점두 행사수입은 좀 손을 대 왔습니다. 이젠 그대로 보고 할 테니 우리 다 잊어 버리고 앞으로는 윈윈 하는 걸로 하시면 어떻겠습니까?”



아직도 분위기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 점장 부인의 말이 사실인지 거래처 계약에 대해서 손 댄 것이 이미 들통 났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자기 마누라와 회장이 공유하는 것에 대한 무게가 얼마나 큰지 강주가 알 바 아니지만, 사장까지 들먹여 가며 실세의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바보 같은 소리에 강주의 입 꼬리가 올라간다.



“윈윈?...... 허허허...... 이것 봐요. 황부장...... 당신 정말 신세 망치고 싶어?”



“어어...... 뭐, 뭐요?”



비록 소리죽여 말 하지만 느닷없는 반말에 황부장의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당신이 점장 마누라한테 전화로 뭔가 보고를 받긴 받은 모양인데 집에서 살림하는 여자가 그 서류를 보고 뭘 알아서 얘기를 제대로 해 줬겠나? 그냥 뭔가 있나 보다 싶어서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여기저기 전화질로 구조신호를 보낸 모양인데, 당신 정말 뜨거운 맛 좀 봐야 되겠어...... 당신 때문에 수십, 수백 명이 대신 밥을 굶으면 안 되지 않겠어?”



“어......”



점장 부인에 대해서 거론하자 아무 말도 못하고 회장이 앉은 테이블의 눈치를 살핀다.



“보아하니 당신, 취직을 빌미로 여자들 제법 건드려 온 모양이지. 회장이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그룹 이사회에 참석해서 당신 까발리겠어. 비록 회장이 대주주지만 다른 이사들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을 걸...... 게다가 당신 본점점장 부인에게 어떻게 했어?”



강주는 휴대폰을 꺼내 녹음기를 작동시킨다. 휴대폰에선 아침에 점장 부인과 나눈 대화가 흘러나오고 황부장은 이제 얼굴빛이 아예 푸르스름하게 변해 버린다.



“내가 이 여자를 들쑤셔서라도 당신 강간으로 고소하게 만들 거야. 나...... 이 여자 약점도 잡고 있거든......”



다시 한 번 휴대폰으로 사진을 보여준다. 황부장은 연이은 강주의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눈동자만 바쁘게 굴리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당신 거래처 계약을 리베이트로 돌려서 당신 통장으로 거액을 착복하고 있다는 증거도 모두 확보한 상태야. 이건 회장이 봐주고 안 봐주고를 떠나서 무조건 형사구속 감이야. 어디...... 당신 한 번 죽어 봐.”



강주는 더 이상 대화 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저...... 이사님. 이사님......”



강주는 목소리를 낮춰서 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회장 쪽에서야 들릴 리가 없지만 조용한 목소리로 공갈을 치니 소름 끼치도록 더욱 무서운 협박으로 들려오고 강주가 거래처 계약에 관한 얘기까지 꺼내자 황부장은 서둘러 강주의 팔을 잡으며 사정을 한다.



“저, 제가 잘못했습니다. 시간 좀 주십시오. 다 말씀 드리겠습니다.”



“씨바...... 진작 그렇게 나와야지. 내가 어제 이미 거래처 계약서 전부 확인을 끝낸 상태야. 거래처 간부들 불러들여서 최초 계약된 날짜부터 결재해 준 금액을 따져보면 십 원짜리 동전 하나도 빼낼 수 없도록 답이 나오게 돼 있어. 어제 대충만 계산해도 어마어마한 금액이던데...... 당신 집이 어디야?”



“네, 네...... 본사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딴 소리 하지 말고 내일 아파트 등기필증 가지고 나와.”



“네?...... 아유, 이사님...... 제가 그동안 해 먹은 거 다 합쳐도 그만큼은 안 됩니다. 이사님......”



강주는 다시 휴대폰을 흔들어 보이며 말을 잇는다. 미소 짓는 강주의 얼굴이 이 순간 황부장에게는 악귀나찰보다 못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 끝까지 해 보자는 거야? 이거 내가 점장한테 들려주면 당신 어디서 칼 맞을지 몰라. 순순히 말 듣고 앞으로나 열심히 하면 다시 집 찾도록 해 줄 거고, 하는 게 시원치 않으면 영영 집은 날려 버릴 거야. 알았어? 당신, 아까 나보고 뭐라고 했어? 뭐?...... 윈윈?...... 그 역은 기차 안 다닌지 오래 됐어. 그 역은 제로섬 다음 역이야. 당신이 완전히 항복했는지 내가 아직 신용하지를 못하겠어. 그렇게 하겠어? 아니면 내 맘대로 할까?”



“아, 네, 네......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아. 이사 가라고 하지는 않겠어. 권리만 넘기고 일단 계속 살아도 좋아. 하는 것 봐서 당신이 확실히 내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다시 돌려 줄 수도 있으니까 너무 인상 쓰지 말고...... 알았어?”



“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는 이사님만 믿겠습니다.”



“자, 그럼 마누라 앞인데 인상 펴고 밥 먹으러 갑시다.”



황부장은 회장 말마따나 임자 제대로 만난 격이다. 물론 두 사람이 생각하는 입장은 전혀 다르겠지만 어쨌든 황부장은 허둥지둥 강주의 뒤를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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