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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5일 월요일

여직원 괴롭히기 -12부

상가 주차장에는 커다란 크레인이 동원되어 상가 주차장과 인도 사이의 경계에 심어 둔 조경수들을 뽑아내고 있고 강주는 매장 입구에서 바쁘게 오가는 인부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전화를 받아든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저 보라예요.”



“응? 보라?...... 에이...... 우리 사이에 안녕하세요가 뭐야?......”



“네?...... 그럼 어떻게 인사를 해요?”



“쪽이나 뽀로 해야지...... 하하하......”



“아유 참, 소장님...... 정말 왜 그러세요? 자꾸 당황되게...... 정말 못 됐어요.”



“하하하...... 그래...... 어떻게 됐니?”



“아유...... 상무님이 노발대발 난리도 아니었어요. 감사팀 바로 가동되고요. 김과장님은 즉시 보직해임에 대기발령 떨어졌어요. 어휴...... 전 상무님이 그렇게 화내시는 거 처음 봤어요.”



“그럼 김과장은 어떻게 하고 있는데?......”



“본인은 모르는 일이라고 펄쩍 뛰다가 지금은 그냥 멍하니 앉아 있어요. 감사팀 조사 끝날 때까지 영업소 지원 내보낸다는 말도 있고,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래, 알았다. 자...... 끝 인사.”



“아이 차암...... 뽀...... 호호호......”



감사팀에서 조사를 한다고 해도 경쟁점포에서 순순히 조사에 응해줄 리도 없거니와 설사 사실대로 말해준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믿을 리도 없다. 김과장 본인이야 모른다고 일관할 터이니 공식적인 경찰 수사를 의뢰하는가가 관건이지만, 경찰수사가 진행되어 김과장이 벌인 일이 아니라고 확인되더라도 조직사회의 입장이라는 것은 몸가짐을 잘못하여 그런 일이 생겼다고 치부해 버리기 때문에 결국은 조직에 부적합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결국 김과장은 도덕성이나 신뢰성에 있어서 심각한 훼손을 당한 상태이니 강주는 김과장에 대한 고민을 잊어 버려도 좋게 되었다. 게다가 일이 이쯤 되면 자기 코가 석자인지라 다른 사람의 일에 신경이 가지도 않거니와 멀쩡한 자신을 죄인 취급하는 회사에 대한 배신감과 자신을 모함하는 그 누군가에게로 관심의 초점이 바뀌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한 짐을 덜은 강주는 일면 김과장이 안 되었다는 생각도 있지만 혜숙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 여기고 담배를 꺼내 물며 사무실로 발길을 돌린다.



“저...... 소장님...... 계십니까?”



“아......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무슨 일로......”

“네, 돈이 준비 돼서 가져 왔습니다. 여기...... 오백만 원...... 허허...... 이거, 나머지를 소장님께 부담 드려서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아...... 아닙니다. 저도 기왕 상가에 협조하기로 했는데...... 뭐, 제가 부담해 드리는 오백만 원은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럼...... 제가 나중에 그 분 만나서 합의서 받아다가 준호 엄마에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수고 좀 해 주십시오. 그리고 감사합니다.”



“네, 네...... 이제 걱정 마십시오.”



“어머! 저 아저씨들 얄미운데 왜 합의금을 소장님이 대신 내 주세요?”



“응?...... 하하하...... 미쓰김, 번영회장이 자기 딴에는 시간 질질 끌다가 호구 같은 슈퍼 소장 때문에 오백만 원 벌었다고 좋아할지 모르지만 나야말로 오백만 원 벌은 셈이지. 합의서는 벌써 백지로 받아가지고 내 서랍 안에 보관하고 있어. 킥킥킥...... 지금 오백만 원 받았으니까 나는 수박 팔아서 손해 본 거 다 복구하고도 남는다니까......”



“어머머머......”



“난 돈 한 푼 안 들이고 상가 공유면적만 먹은 거야. 너...... 저 주차장에 시설해서 임대해 주면 보증금 수입이 얼마나 될지 알아? 디귿자로 천막시설을 하면 적게 나와도 최소한 오천 이상은 나올 걸...... 거기다가 행사까지 열어주면 임대수입하고 합쳐서 월수입이 삼백 이상은 고정으로 나올 거고......”



“어머나, 세상에......”



“그러니까 도둑질도 해 본 사람이 하는 거고,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 거야. 번영회장, 사람이 어정쩡해 가지고......실속도 없이......액세서리 같은 애들이나 때려잡고......”



“그럼 아까 밖에 나무 뽑아내던데...... 그게 지금 그거예요?”



“응...... 그래...... 법적으로야...... 조경면적을 줄일 수는 없는 거지만 옥상으로 올리면 아무 문제가 없거든...... 옥상도 외부 공유면적이고...... 외부 공유면적은 십년 간 내 것이니까...... 우리 상가가 또 좀 튼튼하냐? 설계사무소에 벌써 의뢰해 뒀지. 우선 당장 옮기는 데 돈이 들어서 그렇지...... 그까짓 거 코너 하나 임대분양하면 그게 그건데 뭐...... 나무 심었던 자리에 코너 다섯 개도 넘게 들어갈 걸? 하하하......”



주머니에 돈이 두둑하니 마음도 한결 느긋해진다. 진정이에게 끌어온 돈 사천만 원도 앞으로 주차장에 코너를 임대해주고 그 보증금으로 막아 줄 수 있으니, 신갈에 있는 일억 짜리 점포는 조만간 거저 떨어지게 생겼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매장을 돌아보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계산대로 급히 발길을 돌린다.



“미진아. 지금 한가하지?......”



“네? 네......”



“지금 나하고 밖에 좀 나가자.”



“네......”



미쓰윤은 아직도 강주를 보면 서먹서먹한지 의기소침하여 눈길을 피해 버린다. 계산대에서 돈을 들어내다 적발된 이후로 강주가 무엇을 요구해 올지 눈치로 알고 있는데 아직까지 말이 없던 강주가 급기야 말을 붙여 온 것이다.
부소장은 강주에게 목례를 함으로써 매장에 대한 당부는 잊으셔도 좋다는 의미를 전해온다.



“시장조사 갈 거니까 신발 갈아 신고 와.”



“그러면 유니폼도 갈아입어야 되잖아요?”



“음...... 상관없어...... 무슨 죄 짓는 것도 아닌데, 숨어서 할 필요 있나?”



“네, 금방 갈아 신고 올게요.”



강주는 이미 교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미진이를 확실히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로 마음먹고 일전에 상미가 시장조사를 왔었다는 앙코르 상가 슈퍼로 발길을 정한다. 시장조사보다는 미진이와 나름대로 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아직 오전인데도 바람에서 제법 여름향기가 느껴진다. 매장 내에서는 샌들을 신은 것만 보다가 하이힐을 갈아 신으니 그것만으로도 한층 성숙해 보인다.



“우후...... 역시 하이힐을 신으니까 한결 늘씬하네. 나는 미진이가 이렇게 예쁜 줄 미처 몰랐다니까...... 하하하......”



“......”



자신을 왜 불러냈는지 예감하는 듯 쑥스러워 하며 한 걸음 떨어져서 걷는 미진이에게 장난을 친다.
가는 허리에 손을 얹어 끌어당기니 몸을 휘청거리며 강주에게 매달려 의지하지만 강주의 장난에 아직도 부끄러운 듯 미소만 지을 뿐 앙탈도 부리지 않는다.



“미진이...... 요즘 용돈 부족하니?”

강주가 느닷없이 돈 얘기를 꺼내자 자신이 한 짓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진다.



“아, 아니요......”



“그럼 월급 타는 것은 어떻게 관리하니?”



“엄마가 다 알아서 하시고 저는 용돈 타 쓰고 있어요.”



“음...... 그러면 부족하긴 하겠구나.”



“치...... 언니는 다 언니가 알아서 하는데 제 월급만 그렇게 강제로......”



“하하하...... 아직도 네가 어린애 같이 보이나 보다......”



강주는 미진이의 손지갑을 뺏어 그 안에 방금 번영회장에게 받은 수표를 한 장 넣어 돌려준다. 어찌 됐든 같은 회사의 여직원을 취하려니 불여튼튼 후견인 노릇을 하여 후환이 없도록 해야 할 일이다.



“자...... 아껴 쓰고...... 나중에 필요하면 다시 얘기 해. 언니한테는 비밀로 해 줄 테니까, 너도 말하지 말고......”

미진이는 자신의 두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거금을 용돈 하라고 주는 강주를 할 말을 잊은 채 큰 눈만 깜빡이며 바라본다.



“그 대신 다시는 속 썩이면 안 돼.”



“네, 고맙습니다. 흑......”



“자식이 울기는......”



강주는 대로변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진이의 엉덩이를 때리고 미진이는 마치 더 이상 맞지 않기 위해 그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강주의 팔을 붙잡아 팔짱을 낀다.
앙코르에 도착하여 매장으로 들어서자 직원들이 깜짝 놀라 바라본다. 그도 그럴 것이 유니폼을 착용한 채 경쟁점포의 직원이 들어오니 그런 경우는 처음 볼 것이다. 강주와 미진이를 알아보는 몇몇 거래처 직원들이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음...... 그래. 여기 와 있네? 여기 사무실이 어디니?



안내를 받아 사무실로 들어서자 점장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선다.



“아, 실례합니다. 혹시 저를 알아보시겠습니까?”



“아, 네......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하하하...... 뭐...... 별 일은 아니고...... 가끔 다녀가신다기에 저도 답방 차원에서 한 번 와 봤습니다. 매장 좀 돌아봐도 되겠습니까?”



“네...... 아유, 저희 매장이야 거기에 비하면 뭐, 볼 것도 없으실 텐데...... 그럼 그렇게 하십시오.”

계면쩍은 듯 뒷머리를 만지는 경쟁점포 점장을 뒤로 하고 마치 사열을 나온 간부처럼 뒷짐을 진 채 매장을 돌아본다. 부점장으로 보이는 친구가 뒤를 따라붙어 감시를 하다가 미진이가 돌아보며 무슨 짓이냐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빈손을 들어보이자 머쓱해 하며 물러난다.



“하하하...... 미진이도 제법인데......”



강주의 칭찬에 미진이는 부끄러워하며 미소를 짓는다. 어느새 강주의 공격적인 대시에 빠진 모습이다.



“후훗...... 저야 뭐...... 우리 가격을 어지간한 거는 다 기억하니까 적을 필요도 없이 그냥 보면 알겠는데요. 뭐......”



“그러게...... 바보 같은 놈이 괜히 미진이가 예뻐서 따라 붙은 게 아닐까?”



“아유...... 소장님......”



매장을 돌아 다시 사무실에서 인사를 하고 빠져 나가려는데 상가 지하에서 음식 냄새가 올라온다.
강주는 미진이 손을 잡고 내려가 이것저것 군것질을 하며 몇몇 장사꾼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건물 밖으로 빠져 나온다.



“아! 아직 안 가셨군요? 저...... 저희 사장님이 잠깐만 뵙자는데......”



“그러...... 세요? 그러시죠. 갑시다.”



사무실에는 오십이 넘어 보이는 여자가 앉아 있다가 일어서며 강주를 맞이하고 딸인지 며느리인지 젊은 여자가 음료수를 꺼내 놓는다.



“네, 어서 오세요. 우리 점장에게 말씀 들었습니다. 그래...... 보신 소감이 어떠신지 좀 듣고 싶어서요.”



“아! 네...... 허허허...... 제가 뭘 알겠습니까만...... 글쎄요...... 가격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시면 점포운영이 좀 벅차지 않으십니까? 거의 대부분의 상품이 저희를 겨냥한 것 같은데 저희하곤 운영방식도 다르고 고객층도 많이 다를 텐데 말입니다.”



“네...... 그러세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을 해 주시면......”



“여기는 저희 영업소하고...... 사이에 팔차선 도로가 하나, 사차선 도로가 두 개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매장 입장에서는 저희 매장이 경쟁점이 아니라는 겁니다. 저희 동네에 사시는 분들은 여기까지 안와요. 이 주변 주택가에 거주하는 세대는 대부분 연세 높은 분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그러면 그분들을 겨냥해야지요. 저희 주변에는 젊은 세대들이 많고...... 다시 말해서 아가씨에게 환심을 사려면 반지나 목걸이를 선물해야지, 김치 냉장고를 선물하는 사람은 없지 않겠어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 거고......”



“아! 네......”



“그리고 진열도 목기, 철기, 플라스틱 등등 재질별로 나눠 두셨던데 용도별 관련 진열이 잘 안 돼 있는 것 같습니다. 가령 칼과 도마는 함께 있어야 어울리는 진열인데...... 칼은 주방용품 코너에 잘 있는 데에 반해서 나무도마는 청소용품이 잔뜩 있는 나무 빨래판 옆에, 그리고 플라스틱 도마는 저 구석...... 세숫대야 옆에 제 각각 떨어져 있더군요. 업체 직원이 대충 진열해 두고 간 후 그대로 방치하신다는 뜻입니다.”



“네......”



“칼을 사러 왔다가 옆에 있는 도마를 보고 집에 있는 낡은 도마를 떠올리게 해 줘야 추가구매로 연결이 되는 겁니다.”



“......”



“가격도 그래요. 무조건 싸게만 찍어두면 필요 없는 걸 사간답니까? 그러면 이익은 어디서 창출하시고...... 한, 두 가지 파격적인 유도상품으로 손님을 유혹하고 다른 나머지는 충분히 이익을 고려해서 아까 말씀드린 관련 진열을 하면 서로 믹스가 되어 점포 이익이 안정적으로 유지 되는 겁니다.”



“......”



“김장철에 너나 할 것 없이 배추를 싸게 팔면 뭐 합니까? 매장 안에 있는 고춧가루나 다른 김장용품을 못 팔면 아무 소용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저희 점포에 시장조사를 오지 말라고는 안하겠습니다. 오시면 가격을 보실 게 아니라 전체 분위기를 읽고 가시고 이 매장에 적용해서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하셔야지, 무작정 맨발 벗고 달리시면 경주 끝난 후에는 발바닥에 상처만 남는 겁니다.”



미진이는 장황한 강주의 말에 가격비교만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어느새 강주를 흠모하는 눈빛으로 바뀌어 가고 점포의 사장과 점장의 얼굴빛은 점점 창백해진다.



“끝으로 한 말씀만 더 드리면 이곳에 오시는 분들은 연세가 있는 분들이라 대부분 신장이 작습니다. 그분들은 우리 매장에 오시는 손님들과는 눈높이도 다른데 여기는 지금 전체적으로 진열대가 너무 높아요. 물론 보이기야 하지만 팔을 뻗어 물건을 쥐기에도 힘이 들죠. 만져보질 못하니까 구매욕구도 떨어지고...... 생각하다가 급한 것도 아닌데 다음에 사지...... 하며 나가버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굳이 시장조사를 하실 거면 다른 매장을 참고삼아서 이곳 고객층에 맞는 노하우를 개발하시는 게 지름길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아, 아...... 예, 감사합니다.”



경쟁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형편없는 매장을 돌아본 후 사무실 밖으로 나서는 강주를 따라 나오며 자주 들러서 지도해 주기를 부탁하는 나이 들은 시골여자 같은 사장을 보며 어쩐지 발길이 무거워 다시 매장으로 들어서며 한 마디 더 거들어 준다. 어느새 점장과 부점장은 뒤에 따라 붙어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저기도 보세요. 세제 종류가 여러 가지 있는데 케이스 빛깔이 비슷비슷해서 어느 게 어느 건지 잘 구분이 안 되지요? 그러다 보니 손님에 의해서 곧 뒤죽박죽되어 버리고...... 저런 건 지명도가 낮은 상품을 지명도가 높은 상품에 묻어나가길 기대 해서 후발 제조업체에서 일부러 그렇게 만드는 거예요. 매장에선 그걸 구분해서 푸른색과 붉은색 계통을 교차시켜 진열해 주면 손님들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겁니다.”



“자, 여기도...... 이 콜라는 여기 유명한 콜라하고 포장이 거의 똑같지요? 자...... 하나 물어봅시다. 점장님, 어떤 게 더 이익이 많습니까?”



“네, 물론 여기...... 비슷하게 만든 게 저희한테는 많이 남죠.”



“그래요. 그렇지만 그걸 무조건 따라가면 그건 제조업체 입장을 그대로 따라가는 겁니다. 손님은 유명한 콜라인 줄만 알고 사갔는데 집에 가서 보니까 유사품이더라...... 그러면 굉장히 불쾌해질 수도 있는 겁니다. 일종의 컬러 컨트롤인데 그걸 매장의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하고 연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아...... 네......”



“이런 건 찾아보시면 의외로 많습니다. 자...... 저기도 보세요. 커피도 이런 형태로 컬러 컨트롤이 필요한 유사품이 있지요?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상품을 구분해서 각각의 물건을 돋보이게 해 주기 위해서가 첫 번째고, 그 두 번째는 손님에게 혼동을 유발해서 내가 팔고자 하는 상품을 많이 팔리게 하는 겁니다. 어떤 방법이 매장에 유리한지는 매장 측에서 판단할 문제입니다.”



“......”



“제가 봤을 때...... 이 매장이 당면한 문제는 첫째가 전체적으로 가격책정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이윤이 적어서 유지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관련 진열이 안 되어 있어서 물건을 구매하는 시점에 연관된 상품의 추가판매는 고사하고 찾고자 하는 상품도 눈에 잘 안 띈다는 점, 세 번째는 찾긴 찾았는데 손도 잘 닿지 않고 아슬아슬해서 그냥 포기할 수도 있는 진열기법에 있다는 겁니다.”



“......”



넋이 빠진 듯 깊은 한숨을 내쉬는 점포 사장을 뒤로 하고 강주와 미진은 건물을 빠져나온다.
강주는 슬쩍 미진의 손을 쥐고 미진은 모른 척 손을 맡긴 채 걸음을 옮긴다.
미진은 이미 강주와 입맞춤을 나누고 애무를 하도록 몸을 맡긴 경험도 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을지 이미 예감도 하고 있다. 경쟁점포에서 보여준 모습은 마치 개선장군 같은 위용으로 미진에게 다가 와 방심을 흔들어 버린다.
강주는 별실 창고에 들어서자마자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미진에게 권하고 자기도 마신다.



“어머! 이 시간에 어떻게 마셔요. 소장님.”



“그냥 마셔 둬. 취하면 여기서 그냥 자고......”



잠을 자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얼굴이 벌써 홍당무처럼 변해 화끈거리는 듯 손바닥으로 얼굴을 두드려 식혀가며 마지못해 맥주를 마신다.
강주는 미진이에게 다가가 억센 힘으로 허리가 휘도록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미진이 강주의 목에 팔을 감아오자 유니폼 상의의 단추를 풀고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주무른다.
허리와 고개가 뒤로 꺾인 미진은 지난번의 키스와는 다른 황홀감을 경험하며 강주의 타액을 목젖으로 넘긴다.



“으흐음...... 쭈웁...... 으흑......”



미진이의 분홍빛 브라가 반쯤 밀려나고 부드러운 젖무덤 위에 조그만 젖꼭지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내밀어 강주를 유혹한다.



“아...... 너무 예쁘다......”



“아이...... 참...... 몰라...... 요......”



몸을 비틀어 교태를 부리는 미진이의 엉덩이를 두드리곤 서둘러 옷을 벗는다. 강주의 상체를 보곤 등을 돌리는 미진이에게 다가가 뒤로 끌어안고 엉덩이에 좆을 밀착시킨 채 단추를 풀어주며 더운 입김을 귓가에 쏟는다. 하이힐을 신어 자연스레 뒤로 내밀어진 미진의 엉덩이가 강주의 좆을 받아들이는 듯 예쁘게 벌어져 헐떡이고 있다.



“뭐 해? 어서 벗지 않고......”



“그럼...... 소장님...... 저 끝까지 책임지실 거죠?”



어린애들은 이래서 골치지만 그렇다고 마다 할 강주가 아니다. 보라의 동생이자 처음으로 취하는 영업소의 부하직원 아닌가? 그 흥분과 자극을 뒤로 할 리 없으니 물으나 마나한 질문이며 들으나 마나한 대답인 것이다.



“그럼...... 이제 미진이는 내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네. 소장님...... 저도 소장님 사랑해요.”



대뜸 돌아서서 강주의 목에 매달려 입을 맞춰온다. 입을 맞추며 서둘러 바지를 벗고 이내 치마의 후크를 풀어 지퍼를 내리니 미진의 발목으로 떨어진다. 아직도 목에 매달려 입안에 향내를 불어넣고 있는 미진이를 번쩍 안아 사타구니에 몇 번 좆질을 해대고 침대로 함께 넘어진다.



“엄마야......”



귀를 물어주며 팔을 뒤로 돌려 브라를 벗겨내고 팬티를 내리려 하자 황급히 붙잡아 온다.



“엄마......”



“자, 괜찮아. 오늘부터 미진이는 내 거잖아......”



젖꼭지를 물어주며 팬티를 내려 발에 끼우고 내려 버린다. 바로 다리를 접고 사타구니에 얼굴을 박는다. 새콤한 향이 강주를 자극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지만 혀로 음순을 간질여 분홍빛 속살을 맛본다.



“아아흑...... 소장님...... 아흑......”



“후루룹...... 쭈우웁......”



자극을 참기 어려운지 강주의 머리칼을 쥐어뜯어 할 수 없이 고개를 들고 과녁을 맞춰간다. 좆으로 음순을 흩어주니 아직 물이 흐르기도 전이어서 귀두만 걸쳐진 채로 여러 번 용두질을 한다.



“아윽, 아흑, 아야...... 아흑......”



“조금만 참아...... 미진이...... 이제...... 누구 거야?......”



“아흑...... 살살...... 흐윽...... 소장님...... 거요......”



조금씩 자리를 찾아가는 기미가 보여 한 순간 힘을 더해 깊숙이 밀어 넣는다.



“하아아아아윽...... 아흑, 아학, 끄으윽......”



“훅, 후욱, 그래...... 이제...... 미진이는...... 내 거야...... 훅.”



비명과 함께 고통을 참는 듯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 지르는 미진이를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듯 더욱 밀어붙여 빠르게 허리를 놀린다.



“엄마...... 하악...... 학, 학, 아학......”



“후욱, 후욱, 쑤욱, 쑤욱......”



상체를 밀착시켜 끌어안고 엉덩이만을 빠르게 놀리며 미진이의 입술을 찾아간다. 미진이는 눈이 하얗게 넘어가는 쾌감과 고통을 어쩌지 못하고 헉헉거리며 강주의 목에 매달려 입술에 자극을 더해간다. 얼굴에는 온통 침으로 범벅인 채 강주에게 집착한다.



“으흡, 으흡...... 쭈우웁...... 아학, 하악......”



한참동안 이어지던 허리놀림이 한 번 두 번 주춤하더니 급기야 강주의 몸이 활처럼 뒤로 꺾어지며 좆 끝을 강하게 깊은 곳까지 찔러 넣는다.



“흐으윽...... 울컥......꿀럭......”



“하아악....... 아파...... 그만...... 아아아학...... 빼요...... 아학......”



끌어안고 숨을 고르는 중에도 허리를 놀려 미진이의 흥분을 끌어준다. 미진은 강주가 깊은 처녀지까지 찔러 들어오자 경악을 한다.
갑자기 미진이 흥분에 빠지는지 마주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가며 잔 경련을 일으키더니 좆 근처로 울컥하는 느낌이 온다.



“아아흑...... 부르르...... 어헝...... 난 몰라......”



“허억...... 휴우...... 괜찮아...... 뭐가 창피해...... 우리 둘 뿐인데......”



한참을 더 서로의 혀를 빨아대고 서로의 타액으로 목을 축이려는 듯 입술을 비빈다. 엉덩이와 가슴을 애무해 후희를 즐기다 좆을 빼내니 퍽하고 공기 빠지는 소리가 크게 들려 미진이를 더욱 부끄럽게 한다. 얼굴을 감싸 안은 미진이를 안아 샤워장으로 향한다.



“우리 미진이가 허리가 버들가질세 그려...... 그래서 버들피리 소리가 나나? 하하하......”



“아유...... 소장니임...... 놀리지 마세요......”



도둑이 제 발 저리다더니 함께 들어가길 꺼려하는 미진이를 먼저 들여보낸 뒤, 담배를 피워 물고 침대에 다시 눕는다. 비로소 자매를 모두 취했다는 포만감에 한껏 기지개를 켜 본다.
선풍기를 틀어두고 누운 채 몸을 말리는데 인기척이 느껴져 서둘러 옷을 입는다.



“누구...... 어! 아, 이쪽으로 넣으세요.”



번영회장 부인이 보낸 듯 고가구가 몇 개 들어온다. 좌우로 배치를 하니 제법 그럴듯한 모양이 나온다. 아무것도 모를 번영회장을 생각하니 비릿한 미소가 입가에 걸린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이미 나무는 모두 파헤쳐진 뒤고 한 쪽에서는 평탄 작업을 하며 보도블록을 깔기 시작했다.



“이제 오세요?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요. 내일 본사에 임시회의 있다고 올라오시라는 연락 왔었어요. 소장님은 성공사례 발표 준비하시라던데요.”



“무슨...... 성공사례?”



“아이...... 참, 상가 번영회 문제를 해결하신 거요.”



“응...... 후훗...... 그것 때문이 아닐 거다...... 아마......”



총무부 김과장 문제로 본사가 발칵 뒤집혔으니 정신 재무장 차원에서 비상소집을 한 모양이다. 김과장 얼굴을 볼 생각을 하며 미소 짓는 강주를 보고 미쓰김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누구시......”



“아유, 소장님. 희숙이 언니잖아요.”



“아! 희숙이!...... 와! 너, 길에서 보면 몰라보겠다. 영화배우가 따로 없네. 내가 부소장 때, 안양에 지원 나가서 보고...... 처음인가?”



“호호...... 네, 아마 그럴 거예요.”



“그렇지. 야! 정말 오랜만이다. 아니, 그래...... 진작 한 번 오지? 왜? 연락이 늦었니?”



“아니에요. 미쓰김이 전에 전화 했었는데, 제가 틈이 안 나서......”



“오! 그랬구나. 요즘 뭐 하니?”



“그간 개인회사 다니다가 지금은 그냥 집에 있어요.”



“이런! 너 같은 인재가 집에서 놀면 그건 국가적인 손실이지.”



“어머! 호호호”



“아유! 우리 소장님, 주특기 나오시네. 언니, 속지 마.”



“그래, 결혼 계획은?”



“결혼은요? 사귀는 사람도...... 없는데요......”



결혼 얘기를 꺼내자 낯빛이 변하며 시무룩해진다. 희숙이가 그만 둘 때 워낙 유명했던 사건이라 모를 리도 없을 텐데 왜 그 소리를 하느냐는 듯한 느낌이다. 순간 미쓰김이 자리에서 돌아보며 눈을 흘기자 강주도 괜한 말을 했다 싶어 얼버무린다.



“어어...... 그래. 그러면 너, 나 좀 도와줘라. 사실 너희만한 경리사원들 구하기가 어디 쉬워야 말이지. 내가 이번에 의왕에 있는 매장을 한군데 관리해줘야 하는데 네가 좀 일을 봐 줬으면 해서......”



“어머! 그래서 찾으신 거예요? 호호...... 월급 많이 주실 거예요?”



“암! 많이 줘야지. 우리 희숙이 정도면 내가 부소장 대우 해줘야지.”



“어머! 정말이요?”



“부소장 대우가 아니라 실제 부소장이야. 그 대신 경리도 구하고 경력 있는 계산원들도 열 명 정도는 수배해야 한다. 신규오픈 매장이니까 네가 쥐락펴락 군기 잡을 수 있는 애들로...... 가능하면 담당 직원들도 알아보고......”



“그런데, 정말 부소장이라고요? 여자한테 부소장 맡기셔도 괜찮아요?”



“능력 있으면 되는 거지. 남녀가 무슨 상관이야. 내가 희숙이 한풀이 시켜줄 테니까 열심히만 해.”



“아유......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네 실력은 내가 잘 아는데 왜 그래? 우리 미쓰김도 시켜만 주면 할 텐데......”



“음...... 언제 오픈인데요?”



“지금 뼈대는 다 올라갔으니까, 늦어도 한 달 보름정도...... 빠르면 한 달 후에 가능할 지도 몰라.”



“어머! 그럼 여기저기 많이 알아봐야겠네요.”



“그래, 너는 지금부터 그렇게 해. 월급 걱정은 하지 말고...... 정식근무는 준공 날짜부터 책정 되겠지만 그동안 활동비로 내가 좀 보태줄게. 아이들 만나러 다니려면 얼마나 들까?”



“뭐...... 돈이야 들겠어요? 걱정 마세요.”



“그럴 수 있나? 내가 제일 먼저 스카우트한 사람인데...... 일단 개장할 때까지 경비 삼아 백만 원 줄 테니까 알아서 써. 자......”



번영회장이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기나 한 듯 마침 그 돈의 쓰임새가 다양하다.



“어머! 이렇게나 많이요?”



“와! 언니...... 한 턱 쏴라.”



“희숙이, 너는 이제 내게 수시로 보고해야 한다. 오픈 날짜 가까워지면 함께 산지도 갈 수 있고, 매장에서 밤 샐 때도 많을 거야.”



“네, 뭐...... 오픈매장 한두 번 해보나요?”



산지 얘기를 하며 밤을 샌다니까 미쓰김이 또 하얗게 흘겨본다. 강주는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고 이미 본사 건물 외부에는 군데군데 소장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며 총무부 김과장에 대한 얘기로 떠들썩하다. 가장 어린 말단 소장이다 보니 만나는 소장마다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하기에 바빠 잰 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도망치다시피 숨어 버린다. 회의실로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니 중간쯤에 보라가 서 있다가 무언가를 전해주곤 바삐 돌아간다. 따뜻한 봉투를 열어보니 토스트와 우유가 들어있다. 아마 창문으로 보고 있다가 시간 맞춰 내려온 모양이다. 맹랑한 계집애인줄만 알았더니 제법 여자다운 구석이 있어 강주를 웃음 짓게 한다. 계속되는 강주와의 비밀스런 사연에 자기도 모르는 가운데 마음을 열어 가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 소장님들은 모두 들어오세요. 회의 시작합니다.”



강주의 성공사례 발표를 시작으로 회의가 시작된다. 비밀스런 사연은 모두 빼더라도 얘기를 재미있게 꾸며 행상이 머리를 깨고 병원에 드러눕는 장면에서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소장들로부터 박수가 쏟아진다.



“어이, 최소장. 그 친구 전화번호 좀 줘 봐. 하하하......”



“와...... 무협지다...... 무협지...... 그 친구 내공이 보통 아니네......”



“에이...... 고수는 최소장이 고수지...... 저 친구 부소장 때는 더 했어......”



영업부장의 제지가 있고서야 장내가 조용해진다. 간부들의 입장에서는 결코 오늘 회의주제가 화기애애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장회의에 모두 참석하는 예가 잘 없는 이사진이 대거 참여한 회의 후반부에는 감사의 고함소리에 물을 끼얹은 듯 싸늘한 분위기로 진행되고 전무의 대외비 자료 보안사항에 대한 당부로 회의를 끝마쳤다.



“저...... 수원 최소장님은 전무님께서 올라오시랍니다.”



여직원 한 명이 웅성거리며 식사를 하러 나가는 소장들 뒤에다 대고 소리를 친다.



“야, 최소장 뭐...... 금일봉이라도 있는 모양인데......”



“아이고, 형님은...... 금일봉 줄 거면 폼 나게 아까 사례 발표할 때 벌써 줬지요. 와...... 이거 괜히 겁나는데...... 나중에 식당으로 갈게요. 먼저 가십시오.”



“그래, 오늘은 도망가지 마. 술 한 잔 하고 가야지......”



전무 방에 들어가니 상무와 감사, 영업부장, 총무부장 등 실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어 강주를 주눅 들게 한다.



“오! 최소장. 어서 와. 그리 앉지.”



“아, 네. 말씀하십시오. 서서 듣겠습니다.”



“아니야. 괜찮아. 그리 앉아. 오늘 그나마 최소장 영웅담이라도 들었으니 참을 수 있었어. 아주 시원했어. 뭐...... 커피 하겠나?”

“아, 네...... 감사합니다.”



“최소장을 보자고 한 건 다름이 아니라, 우리 임원들하고 간부들이 의논을 해 봤는데...... 괜히 분위기 잡혀가는 매장 망치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도 앞서고 말이야......”



“......”



“수원으로 총무부 김과장을 귀양을 좀 보낼까 하는데...... 최소장이 감당할 수 있겠나?”



“네?......”



상무가 한 마디 거든다.



“지금 김과장이 보직해임에 인사대기 중인데 사실상 해고에 가까워. 어쨌거나 본인이 버티고 있으니 조사가 끝날 동안만이라도 자네가 좀 데리고 있어. 어지간한 매장에 보냈다가는 물만 흐릴 텐데...... 자네가 그중 강단이 있어 보이고, 또...... 가장 나이 어린 소장 밑에 가 있어야 본인도 무슨 말인지 빨리 깨달을 거 아냐?”



“그럼 부소장으로 발령을 내신다는 겁니까?......”



총무부장이 말을 받는다.



“인사대기 중이니 정식 발령은 아니고 보직이 없는 상태지만 직급은 그대로 과장일세.”



“아, 네......”



“자네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사님들과 간부진 의견이 그리 모였어. 어렵더라도 어르신들 뜻을 받들어서 잘 좀 처리해 봐.”



“네, 그럼 그렇게 알고 따르겠습니다.”



강주의 대답 뒤로 상무가 한 마디 말을 잇는다.



“그리고 자네 내 방으로 잠시 들렀다가 내려가고......”



상무 방으로 향하자 입구에 있던 보라가 깜짝 놀라 쳐다보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강주는 상무를 따라 들어가며 보라에게 윙크를 하며 잘 먹었다는 표시인 듯 토스트를 먹는 시늉을 한다.



“자, 차는 벌써 마셨으니까 최소장에게 대접할 건 없고, 그래...... 그간 힘든 일에 잘 대처했어. 자, 이건 내가 주는 용돈이야. 가서 술이나 한 잔 해. 그리고...... 우리끼리 얘기지만 김과장하고 협조해서 잘 하라는 말이 아니야. 회사 분위기 생각해서 빨리 내보낼 수 있도록 연구해 봐. 귀양처에서는 사약 받는 일이 원래 비일비재하잖아?”



“네, 알았습니다. 심려하지 마십시오.”



금일봉을 품에 갈무리하며 방을 빠져나오니 보라가 구석으로 강주를 끌고 간다.



“소장님, 무슨 일이에요?”



“응? 아...... 씨바...... 혹 떼려다 혹 붙였다. 그 사람 나하고 무슨 악연인지 몰라......”



“왜요?”



“나중에 전화 해 줄게. 참...... 우리 보라, 만난 김에 네 용돈 좀 주고 갈게. 와...... 내가 토스트에 감동해서 울면서 먹었다는 거 아니니? 킥킥......”



지갑에서 백만 원짜리 수표를 꺼내 보라에게 전해주니 깜짝 놀라 사양하다가 주위를 둘러보며 강주의 볼에 키스를 해주며 받아 넣는다. 강주는 다음부터는 입에다 하라는 시늉을 하며 비서실을 빠져 나간다. 어찌 되었든 지금은 정보가 가장 필요한 때이고, 그러려면 보라를 확실하게 몸도 마음도 내 사람을 만들어 둬야 후임자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과장의 일은 기왕 이렇게 진행된 바에야 확실하게 강주의 손으로 정리할 수밖에 없게 되어 버렸다.
분위기로 보아 경찰수사를 맡길 것 같진 않은 것이 공연히 신문에 오르내리면 회사 이미지만 나빠질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계단에서 봉투를 열어보니 살생부 값으로 백만 원 수표가 들어있다. 오늘 장사 결과가 적자는 아닌 모양이다.
부랴부랴 한 끼라도 얻어먹으려고 예약된 식당으로 찾아가니 눈치 없는 총무부 김과장도 소장들을 따라와서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있다. 하기야 책상도 뺏긴 입장에 사무실에 앉아있기도 눈치가 보일 것이다.



“아유...... 형님은 날 더운데 무슨 고기를 굽고 계세요?”



“야, 최소장. 조금만 앉아있어 봐. 에어컨 빵빵해서 금방 시원해져. 자, 술부터 한 잔 받고. 야...... 이게 최소장하고 얼마만이냐?”



“허허허...... 그러게 말입니다. 수원으로 귀양 가 있는 덕에 형님들하고 선배 소장님들 뵙기가 통 어렵습니다.”



“야, 귀양은 무슨...... 공기 좋고 최고지......”



“참, 그런데...... 저기...... 김과장은 어떻게 된 겁니까?”



“모르지...... 경쟁점에 회사 정보를 팔아먹고...... 그 쪽 매장 수표를 받은 증거까지 있다는데...... 본인은 저렇게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다니네...... 글쎄......”



“......”



“에이, 저거...... 좆 같은 놈. 이젠 끝난 거야. 야, 쟤들 봐라. 누가 김과장하고 말이나 하려고 하냐? 그나마 왕고참 소장들이나 되니까 같이 놀아주지......”



마침 김과장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과거에 모시고 있던 소장이 동석하면서 강주를 부른다.



“어이...... 오늘의 히어로...... 이리 와. 내 술 한 잔 받아.”



“아이고, 소장님...... 반갑습니다. 아까는 인사도 못 드렸습니다. 아...... 과장님도 여기 계셨네요?”



강주는 시치미를 떼고 김과장의 좌석으로 건너간다.



“응?...... 아, 최소장님. 어서 오세요.”



반쯤 넋이 나간 듯 앉아 술만 마시다가 강주를 보고는 자리를 만들어 준다.



“야, 최강주...... 너, 나한테 한 잔 사야 되는 거 아니야?”



“암요. 대접해 드려야죠. 다 소장님 밑에 있을 때 배운 거 아닙니까? 하하하......”



“야...... 잘 했어. 잘 했어. 아주...... 그 번영회장이라는 새끼들 아주 고약한 놈들 많거든...... 하하하......싹을 죽여 버려야 돼...... 싹을......”



“참, 이제...... 김과장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강주는 은근히 김과장의 의중을 물어본다. 그도 그럴 것이 힘껏 던져 버렸다고 생각한 것이 이제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허...... 글쎄요. 걱정입니다. 난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지요. 이대로 그만 두면 낙인찍힌 놈을 어느 회사에서 받아줄 리도 없고...... 그렇다고 장사를 하자니 제가 소장님들처럼 노하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마누라한테는 말도 못 꺼냈습니다. 뭐...... 마누라도 곧 알게 되겠죠.”



강주는 자신도 직장생리를 모르지 않는데 막상 김과장을 이렇게 만들고 나니 결코 마음이 편치만은 않아서 갈등이 일어난다.
어느덧 오고가는 술잔에 김과장이 술이 많이 된 듯 보이니 앞자리에 있던 고참 소장이 자리를 파하고 일어서자고 한다. 강주가 인사를 하고 따라 일어서 출입문 쪽으로 나가는데 김과장이 부랴부랴 쫓아와 강주를 부른다.
강주는 다른 소장들이 듣는 자리에서 엉뚱한 소리를 할지 몰라 얼른 김과장을 데리고 건물 뒤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긴다.



“네, 무슨 일이세요? 말씀하세요.”



“아...... 저기...... 최소장. 내가 지금 술이 좀 취하니까 생각이 나서 그러는데...... 나...... 우리 마누라하고 잠자리 해 본 게 언제인지도 몰라요.”



강주는 한편으로는 안 되었다고 생각하던 중에 또 이런 얘기를 들먹이니 측은지심은 사라지고 혜숙이 생각에 다시 부아가 고개를 들고 일어선다.



“하하하...... 그건 왜요? 한 집에 사시는 사모님인데......”



“허허...... 뚱뚱해서 그러는지 덥다고...... 곁에도 안와요. 아니면 진작...... 애인이라도 생겼는지...... ”



“그래서요? 제가 어떻게 해 드릴까요?”



“응? 하하...... 그게 아니라...... 전에 왜...... 최소장 애인이 내게 팬티를 줬잖아요? 그걸 내가 차에 갖고 다니는데...... 아, 이거 참...... 처음엔 좋았는데, 내 정액을 닦아내는 바람에...... 그 냄새가 나니까 나중엔 정말 싫더라고...... 그래서 그러는데...... 새 것으로 하나 구할 수 없을까요? 여자 냄새만 나는 것으로......”



“......”



직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사람이 단지 그 끈을 놓침으로써 이렇게까지 망가지는 것을 보면 김과장이 의외로 소심한 성격인 모양이다. 술이 취해 몸을 지탱하기 어려워 식당 담에 기대어 앉히고 강주도 그 옆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문다.



“나...... 마누라하고 못 하다 보니까...... 그때 최소장 애인하고 한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거든요...... 이제 다신 그런 기회도 없을 텐데...... 그리고 회사에서 이렇게 된 것도 마누라가 결국 알게 될 거고...... 그럼 이혼하자고 하지나 않을지 몰라요.”



“......”



“그래서 그거 하나만 구해주면...... 저녁마다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강주는 아직도 저런 소리를 하는 것이 일면, 기가 막히기도 하고 술이 취해서 늘어놓는 가정사에, 회사에서 놓인 처지를 더하여 생각하면 딱하기도 해서 다시 갈팡질팡 갈등이 오고간다.
이미 술이 많이 취해 본사로 다시 들여보내면 무슨 사단이 벌어질지 모르니 달래서 대리운전을 시켜 집으로 보내기로 마음먹는다.



“팬티는 다음에 제가 보내줄 테니까 오늘은 이만 집에 가세요. 술이 많이 취해서 운전도 안 되니까 대리기사 불러야겠네요.”



“그러지 말고...... 지금 나하고 같이 수원에 갑시다. 최소장. 음...... 내가 술 한 잔 살게요.”



막무가내로 매달리는 김과장을 어떻게 할 재간이 없어 우격다짐으로 차에 태우려다가 문득 보라 생각이 나서 다시 물어본다.



“그럼 지금이라도 팬티......한 장 구해주면 집에 가실 겁니까?”



“네...... 그럼요. 암요...... 집에 가죠. 여기는...... 책상도 없는데......”



“그럼, 차에 올라가 계세요. 제가 구해 올 테니까요.”



김과장을 뒷좌석에 태우곤 서둘러 대리운전기사를 부른 후 걸음을 옮기며 보라에게 전화를 건다. 밖으로 나가서 전화를 받는지 한참이나 후에 목소리가 들린다.



“네, 소장님...... 뽀......”



“하하하...... 뽀......”



역시 용돈의 위력인지, 전화번호를 확인하곤 보라가 대뜸 전화 저편에서 애교를 떨어댄다.



“보라야, 너 지금 어디 있니?”



“저...... 지금 식당에서 냉면 먹고 막 나왔어요.”



“응...... 내가 가다가...... 보라 생각이 나서 도저히 그냥 못 가겠다. 본사 근처에 소장회의 끝나고 단골로 가는 식당 앞이거든. 잠시만 이리 와라. 다른 소장들은 다 가고 지금 아무도 없어.”



“네, 지금 가까운 거리에 있어요. 그럼 금방 갈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짜잔...... 보라 왔지요...... 호호호......”



강주는 깡충거리며 뛰어오는 보라를 이층 계단으로 데리고 가서 좌우를 둘러보고 입을 맞춘다. 보라는 당황하여 기겁을 하지만 짧게 혀를 내밀어 응해준다.



“하악..... 하악...... 어머! 미쳤어요...... 이런 데서 누가 보면 어쩌려고......”



“후훗...... 미안, 미안...... 지금 내가 미치겠다니까...... 그러니까...... 저기 화장실 가서 빨리 팬티 좀 벗어 줘. 내가 가지고 가게...... 얼른......”



“아유, 미쳤어요. 소장니임...... 변태처럼...... 왜 그래......”



“내가 보라를 사랑해서 그러지...... 오죽 보고 싶고 생각나면 가다가 돌아왔겠니? 얼른...... 그래야 저녁마다 네 생각하면서...... 응응응이라도 하지......”



강주가 장난스럽게 재촉하며 등을 떠밀자 보라는 앙탈을 부리며 마지못해 이층 화장실로 간다. 잠시 후에 보라가 화장실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는 강주를 손짓으로 부른다. 강주가 다가가자 손을 잡아 여자 화장실 안으로 끌어들여 진하게 입을 맞춰온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강주를 불러들인 모양이다.



“흐으읍...... 으흠...... 후루룹...... 쭈우웁......”



깊은 키스를 나눈 뒤 교태를 부려 몸을 비벼오며 강주를 자극한다.
바지 주머니에 똘똘 말은 팬티를 찔러 주고는 강주의 좆을 한 번 만져주며 귓속말을 해온다.



“이건 한 달만 참아 주세요. 오빠......”



“흐윽, 너...... 지금 뭐라고 했어? 한 번만 더 해봐......”



“아흥...... 오빠...... 한 달만 봐주라...... 응?......”



강주는 잔뜩 발기한 좆을 보라의 사타구니에 문지르다가 엉덩이를 힘 있게 한 번 쥐고는 풀어준다.



“아후...... 우리 보라가 애교를 부리니까 전신에 힘이 쭉 빠져버리네...... 그나저나 얘는 어떻게 달래주나...... 하하하...... 그래, 알았다. 이제 얼른 들어가......”



보라는 예쁘게 웃으며 가볍게 입을 맞춰 주고는 화장실 밖으로 나가고 강주는 주머니에 불룩하게 뭉쳐진 보라의 팬티를 꺼내서 차곡차곡 몇 번 접어 셔츠 포켓에 집어넣고 주차장으로 돌아간다.
어쨌거나 김과장이 주정을 부리는 덕에 보라의 마음을 확실히 끌어당긴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허허허...... 이런...... 씨바...... 좆같은 놈, 이런 줄도 모르고 괜히 생 좆만 꼴렸잖아......”



김과장은 차문을 열어 둔 채, 차 안에 드러누워 벌써 잠이 들어 버렸다. 할 수 없이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려 집으로 보내 버리고 수원으로 차를 몰아간다.



“응, 그래...... 나야......”



“네, 소장님...... 어디세요?”



“지금, 가는 중인데...... 왜?”



“손님이 오셔서요. 금방 오실 거면 기다리시라고 할까요?”



“누군데......”



“앙코르 슈퍼에서 오셨다던데요.”



“그래?...... 그냥 시장조사 온 거 아니고 나를 찾아?”



“네...... 그런 거 같아요.”



“그럼 좀 기다리시든지, 아니면 내가 한 번 찾아가겠다고 전해. 지금 가려면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네, 알았습니다.”



손님이 기다리니 의왕 공사현장에 들러보지도 못하고 내쳐 차를 달린다. 주차장에 차를 대니 건축업자가 기다리다 반겨준다.



“아니...... 안 그래도 의왕에 들르지 못해 찝찝했는데 여기 와 계시네요?”



“하하하...... 맘이 통했나 봅니다. 소장님께 의논드릴 것이 있어서요.”



“네, 뭐가 잘 안 돌아갑니까?”



“아니요. 의왕은 팽팽 잘 돌아갑니다. 그게 아니고 여기 천막 치는 문제 말입니다. 제가 보니까...... 주차장 주위로 코너 들어갈 자리에만 치면 비가 올 때 손님들이 불편할 거란 말이죠.”



“그렇다고 전체를 덮을 수는 없잖아요. 바람 영향을 많이 받을 텐데......”



“그래서...... 계단식으로 중간 중간 틈을 주면서 겹쳐 올라가면 비도 안 맞고 바람도 통풍이 되니까 문제가 없을 것 같거든요.”



“음...... 그런 수도 있겠군요.”



“단지 철제가 많이 들어가서 돈이 문제인데 스테인리스를 사용하지 않고 아연강관으로 하면 값도 싸고 더 튼튼해서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제 생각은 그런데...... 소장님이 결재를 해 주셔야 하니까......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하하...... 아, 그런 거야 그냥 전화로 말씀하셔도 될 일을...... 자, 들어가서 차라도 한 잔 하십시다.”



“아니요. 제가 금방 보니까 손님이 계신 것 같아서 일부러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이것만 보여드리고 바로 가겠습니다.”



건축업자가 보여준 청사진은 완만한 라운드의 아치로 건물 주차장 전체를 덮어 마치 오페라하우스를 본뜬 듯 근사한 모습이었다. 건축업자를 배웅하고 사무실로 들어가니 어제 만났던 앙코르 사장과 젊은 여자가 기다리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안녕하세요?”



“아, 네...... 오래 기다리셨네요.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래...... 무슨 일로......”



“네, 어디...... 조용한 데 가서......”



“음...... 그러시죠.”



다방에서 얘기를 하기엔 너무 어둡고 정아의 무차별 수다도 손님을 모시고 가기엔 은근히 겁이 나서 할 수 없이 별실창고로 자리를 옮겨 자리를 권한다. 회장부인이 보내준 고가구가 한결 분위기를 올려주어 제법 아늑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저...... 다름이 아니라, 어제 다녀가신 뒤에 제 딸하고 사위하고 의논을 많이 했습니다.”



“아, 따님이신가요?”



“네, 네...... 어제 보신 점장이 제 사위고요.”



“아...... 그러시군요. 아유...... 좋으시겠습니다. 가족이 그렇게 함께 운영하시니......”



“아휴...... 속이나 썩히질 말아야죠. 마땅한 기술도 없으니 저렇게 슈퍼라도 차려주면 잘 해 나갈 줄 알았는데...... 어제 보셨으니 말씀이지만 사정이 그렇거든요. 틀린 말씀 하나도 없더라고요. 어떻게 그저 매장 한 바퀴 돌아보시고 그렇게 정확하게 읽어내시는지 저는 너무 놀라서 말씀도 못 드리겠더군요.”



“허허허...... 그러니까 어제 제가 말씀 드린 대로 차차 수정해 나가시면 곧 개선이 될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뭐...... 첫술에 배부르겠습니까?”



“아니에요. 벌써 몇 년째인지도 몰라요. 저도 배운 게 없고......그나마 운이 좋았는지 젊어서부터 부동산을 좀 해서 밥은 먹고 살았는데...... 이 애들 결혼하고 저거 시키고부터는 부동산 경기도 못타고 계속 뒷돈을 들이다가 이제 저 상가하고 쓸모없는 야산 밭떼기 몇 군데밖에 안 남았어요.



“아유...... 그러면 재벌이시네요? 하하하...... 나는 슈퍼만 운영하시는 줄 알았더니...... 무슨 걱정이세요? 이제 따님과 사위가 잘 하실 겁니다.”



“아니...... 그러지 마시고요. 저희는 늦게까지 장사를 하니까...... 소장님 퇴근하시고 한 번씩 들러서 지도를 해주시면 안 될까요?”



“네?...... 아이고, 무슨 그런 말씀을...... 경쟁점에서 그러다가 모가지 당하면 어쩌라고...... 아유, 안됩니다.”



“어제는 거리가 멀어서 상관없다고 하셨잖아요? 네?......”



“아! 그거야 그쪽매장에서 봤을 때 그렇다는 거죠. 저희야 매장규모가 광역상권을 포함하니까 이쪽에서 보면 상권 내에 포함이 되는 겁니다.”



딸이 나서서 거듭 부탁을 해온다.



“아...... 그러시면 지난번처럼 그냥 다녀가시는 것처럼 살짝 오셔서 지도만 해주시면 어떻겠어요? 사무실 뒤에 살림집도 있으니까 뭐...... 다른 사람들 시선 의식할 필요도 없을 건데요. 어차피 일은 직원들 시켜서 하면 될 거고...... 제발 좀 도와주세요. 엄마 뵐 면목도 없고...... 죄송해서 죽겠어요.”



“네, 그렇게 해 주세요. 소장님...... 제가 섭섭하지 않도록 인사드릴게요.”



“아...... 그야 물론 그러시겠지만 이게 하루 이틀로 해결 될 일도 아닌데...... 아, 이거 참...... 그럼 좋습니다. 저야 일부러 시간 내서 가기는 어려운 입장이니까 그저 틈틈이 시간 내서...... 아! 그럴게 아니라 제가 일단 제 부하직원을 한 명 보내서 기본 바탕을 잡아 드리겠습니다. 저는 저대로 가끔 들러 보는 것으로 하지요.”



대화 도중 희숙이가 떠올라 한동안 집에서 놀았다는 희숙이를 워밍업도 시킬 겸 우선 사무실 업무라든지 회계분야부터 검토해 보기로 했다. 강주가 허락을 하고 직원을 보내주겠다는 말에 두 모녀는 희색이 만면하여 고마워한다.



“아! 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럼 저희가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할지......”



“뭐...... 그 직원도 고정으로 계속 보내 드릴 수는 없는 거니까 어떻게 인건비를 책정하기도 그렇고...... 그러지 마시고...... 점포도 일부 개수하고 하려면 돈 들어갈 일도 많은데...... 뭐, 물론 돈이야 많으시겠지만...... 하하하...... 이렇게 합시다. 저도 정식으로 봐 드리는 일도 아닌데, 아까 그...... 쓸모없다는 야산 밭떼기 그거나 어디 가까운 데 있으면 하나 주십시오. 쉬는 날 운동 삼아 남들 다 하는 주말농장이나 한 번 해 보게요. 하하하......”



“아유...... 그거야 달라시면 얼마든지 드리겠지만 그거 가지고 되시겠어요?”



“엄마는...... 그러면 알아서 다시 인사 하시면 되죠. 뭘 걱정이세요?”



“응...... 그래, 그래...... 아유, 소장님. 감사합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가 있겠습니다.”



“네, 가급적 빨리 직원을 보내 드릴게요. 걱정 마시고 가 계십시오.”



배웅을 하기위해 일어서 나가는데 앞서 가던 젊은 딸이 돌아보며 강주의 가슴과 자신의 하체를 손가락으로 연이어 가리키며 엄마가 들을세라 입을 가리고 목을 움츠려 소리 죽여 웃는다.
아뿔싸! 보라의 분홍빛 팬티가 얇은 와이셔츠 주머니에서 레이스까지 비쳐 고스란히 들여다보인다. 앙코르 상가의 사장이 보기 전에 얼른 꺼내 바지 주머니에 밀어 넣고 함께 웃어주며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댄다.
보라가 밀어 넣어준 팬티가 뭉쳐서 금방 김과장에게 전해줄 거라고 아무생각 없이 위 포켓에 넣어둔 걸 까먹고 있는 바람에 이상한 상황에서 젊은 딸과 묘한 느낌을 공유하게 된다.



“희숙이?......”



“네, 소장님...... 안녕하세요?”



“지금 어디에 있니?”



“네, 계산하는 후배들 만나 보려고 안양에 와 있어요.”



“그래, 수고 많구나. 너...... 지금 좀 수원으로 왔으면 하는데......”



“음...... 네, 애들 금방 보고 바로 내려갈게요.”



“그래. 나중에 보자.”



강주는 희숙이를 만나 앙코르 매장의 사장과 점장, 점장 부인에게 인사를 시키고 서류검토부터 작업을 지시한다. 마치 모델 같은 늘씬한 몸매에 큰 키, 배우 같은 화사한 미모에 점장은 넋이 빠져 여기저기 서류와 장부들을 꺼내주며 희숙이의 작업을 보조한다.



“어머! 소장님. 저 아가씨 보통 미모가 아니네요? 이런 거 말고 탤런트 해도 되겠어요.”



사장 딸이 강주에게 다가와 희숙이에 대해서 말을 붙이고 강주는 낮에 일어난 민망한 사건이 생각 나 대충 얼버무린다.



“아,아...... 네...... 그렇죠?”



“호호호...... 저 아가씨 거예요?”



“아, 아닙니다. 아...... 거 참, 하하하......”



작업이 단 며칠 만에 끝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강의 검토를 지시해 두고 강주는 매장으로 돌아와 마감 결재를 하고 있다. 건축업자는 발 빠르게 움직여 벌써 주차장 구석에는 커다란 트럭들이 드나들며 건축자재와 철재를 내려놓고 있다.



“소장님, 저 희숙이에요.”



“응, 그래 일 끝났니?”



“저, 어떻게 해요? 차 태워 주세요.”



“그래, 금방 갈게. 조금만 기다려.”



“그리고요...... 호호호...... 저, 서류 먼지를 많이 먹어서 목이 칼칼한데...... 맥주 한 잔 사 주실래요?”



“하하하...... 그렇지? 그래. 그러면...... 조금만 기다려. 바로 갈 테니까.”



“그럼 아주 퇴근준비하고 나오세요.”



“그래......”



차를 가지러 주차장으로 나가니 희숙이가 바로 차 옆에서 웃으며 손을 흔들고 서있다.



“야, 뭐야?...... 와 있으면서...... 안 들어오고......”



“호호호...... 아유, 들어가면 미쓰김도 있잖아요? 저, 소장님한테 비밀데이트 신청하는 거란 말이에요.”



희숙이가 당돌한 아이인 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말투며, 용모, 행동거지까지 상대방을 기가 질리게 하는 아이다. 과거, 반포영업소에서 이 애 때문에 남직원들 간에 큰 싸움이 있었다는 게 비로소 이해가 가는 순간이다. 하지만 강주는 오히려 프리하게 접근해 오는 희숙이 같은 스타일이 더 편안해서 부담 없이 응해 버린다.



“허 참...... 하하하...... 그래, 가자. 어디로 갈까?”



“저, 나이트 가고 싶어요. 안 가 본지가 벌써 언제인지 몰라요.”



“그래, 좋다. 가자. 그럼 택시를 타는 게 좋겠구나.”



희숙이와 클럽으로 들어가자 입구에 있던 녀석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희숙이에게 꽂힌다.
큰 키에 하이힐 때문인지 팔짱을 끼었는데 언뜻 느낌이 강주보다 키가 커 보인다.
시끄러운 음악과 요란한 조명을 뚫고 플로어 근처까지 나가 자리에 앉았으나 도저히 귀에 대고 말 하지 않으면 들리질 않아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룸으로 자리를 옮긴다.



“아이...... 소장님, 저 앞이 좋은데......”



“야! 도대체 말도 안 들리고...... 나는 딱 질색이다.”



“어머! 소장님은 벌써 영감님 같이 왜 그러세요? 매일 매장에서 아줌마 손님들만 상대해서 그러시는 거 아니에요?”



“하하하...... 그래, 그런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너나 나가서 놀아. 난 여기서 술이나 마시고 있을게...... 너 나가면 저기 환장해서 쓰러질 놈들 한 둘이 아니더라. 하하하......”



“어머머! 그게 무슨 데이트예요? 소장님하고 놀고 싶단 말이에요.”



희숙이가 눈을 치켜뜨며 냉큼 옆으로 와서 술을 따라주며 묻는다.



“저...... 소장님, 그런데...... 왜 저를 채용하신 거예요?”



“그게 무슨 소리야? 네 실력이 탁월하니까 채용하지. 무슨...... 다른 이유가 있겠어?”



“저에 대한 소문...... 들어서 아실 거 아니에요?”



“음...... 그게 신경 쓰여? 뭐...... 쓸 데 없는 소리를 신경 쓰나? 그게 무슨 상관이라고......”



“소장님은 저...... 맘에 안 드세요?”



“이 애가 또 왜 이래? 갑자기...... 너, 지금 나한테 작업 거는 거냐? 하하하......”



“아니...... 말씀해 보세요? 제가 여자로서 어때 보여요?”



“예쁘지. 솔직히 말해서...... 얼굴이며 몸매며 키도 늘씬하고...... 왜, 전에도 얘기했잖아. 영화배우 같다고......”



“호호호...... 고맙습니다. 소장님.”



바짝 붙어 팔짱을 걸며 애교를 부린다.



“저...... 소장님께 잘 할게요. 오늘 저...... 소장님 따라가도 돼요?”



“야, 희숙아...... 내가 너...... 좋아하고 또 고맙긴 하지만...... 너, 아직 잘 모를 텐데...... 의왕에 네가 일할 매장 사장하고 나하곤...... 결혼한 건 아니지만 이미 부부나 다름없이 오가는 사이야.”



“아유 참, 그런 걱정 마세요. 누가 소장님한테 시집간대요?”



“그래? 허허허...... 참...... 그럼 뭐야?”



“소장님도 이미 저에 대해 안 좋은 소문 다 알고 불러주신 거 아니에요? 뭐, 솔직히 다 사실만은 아니지만요.”



“그래, 그런 건 중요한 일이 아니지.”



“아니, 그게 아니라요...... 저, 반포 있을 때 그놈한테 강제로 당한 거라고요. 그 나쁜 새끼한테......”



“뭐야?...... 누구?......”



“그 놈이요. 반포 소장 새끼...... 그 뒤로 저는 눈치가 보여서 매장 나가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그놈은 유부남이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하게......”



“......”



“그 후로도 계속 징그럽게 굴어 대서...... 마침 오빠처럼 친하게 지내던 남직원한테 도와달라고 사실대로 말했었어요. 그랬는데...... 그 오빠는 따지다가 소장한테 금방 잘려 버리고......”



“......”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정말 화가 나서 소장한테 보란 듯이 다른 남직원들도 막 만나기 시작했어요. 뭐...... 막상 해 보니까 눈길만 줘도 넘어오더라고요. 호호호......”



“그랬어? 그래서 그랬구나. 하기야 그 시절 희숙이 인기야 하늘을 찔렀지. 나도 부소장 때 너 보고 침 많이 흘렸다. 하하하......”



“어머나! 정말이요? 호호호...... 결국 매장에서 그렇게 하다 보니 모두가 알게 되고 서로 눈치만 살피다가 결국 소장이 저 보고 그만두라고 설득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저도 제 생활이 있고 나가는 지출이 있잖아요. 그래서 못 한다고 버티는데......”



“응...... 그러다가 싸움이 난 거구나.”



“네, 제가 그 때 신입사원 남자애도 만날 때였거든요. 신입이라 그런 지 그 애가 순진한 탓이죠. 뭐......”



“그래, 이제 잊어라...... 그렇다면 너도 순정파 하나 조져 논 셈이니 피장파장이지 뭘 그래......”



“호호호...... 저, 사실 애도 하나 지웠어요. 이제는 결혼 같은 거 할 맘도 없고요. 그렇게 던져버리니까 아무 것도 아니더라고요. 맘도 편하고요.”



“뭐, 그럴 리야 있겠냐만...... 그래...... 그랬었구나......”



“그러니까...... 소장님 저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마시라고요. 저도 소장님에게 부담 가는 짓 하지 않을 거예요. 그냥 우리...... 피차 어린애도 아닌데 애인해요.”



“그래, 고맙다. 내 사주에 이런 미인이 자리 잡고 있었는지 미처 몰랐다. 아무튼 너는 내가 반포 소장놈보다 더 훌륭하게 일으켜 줄 테니까 그걸로 복수 해. 네가 잘 되면 모든 게 다 잘 되는 거야.”



희숙이가 갑자기 자리를 털고 벌떡 일어서 강주를 일으킨다. 선키가 강주와 비슷한 늘씬한 모습이다.



“아...... 이거 난 춤추러 나가기 싫은데......”



“소장님, 저 가끔 한 번씩 이런 데 안 데려오시면 바람피울지 몰라요. 그러니까 어서 나가요. 어서......”



“참 나......”



“잠깐만요.”



느닷없이 목에 팔을 감고 입맞춤을 해온다. 오랫동안 시간이 멈춘 듯 강주는 그대로 몸을 맡기고 있다.
희숙이는 자유스러움 뒤에 우울한 그림자를 감추어 왔는가 보다. 강주가 이제껏 만나 본 어느 여자와도 비교할 수없는 독특한 아이다. 어쩌면 혜숙이와 흡사한 분위기를 갖고 있지만 혜숙이와는 또 다른 향기를 지니고 있어 괜히 마음 한 구석이 묵직해진다.



“소장님, 우리 해장국 먹으러 가요.”



“그래, 저기 포장마차 많은 데로 가 볼까?”



“네. 그리고 나서......”



“응?”



“저, 호텔에 가 보고 싶어요.”



“호텔?”



“한 번도 못 가봤거든요. 오늘은 호텔에 가보고 싶으니까 소장님이 데려 가 주세요.”



“그래, 그게 뭐 어렵겠니......”



“......”



“......”



“소장님, 우리 오늘 결혼식 하는 거예요.”



“응, 그런 거니? 그래, 결혼하자. 반지는?”



“호호...... 그런 건 없어도 상관없잖아요.”



침대에 올라보고 이곳저곳 열어보며 연신 장난을 친다. 강주는 샤워를 하고 나와 맨몸으로 침대에 눕고 비로소 희숙이도 몸을 씻으러 욕실로 향한다. 아주 오랫동안 서로에게 익숙한 부부처럼 서둘지도 않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으흠...... 아...... 소장님...... 사랑해요.”



“그래, 희숙아...... 나도 너 사랑해......”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마사지해주며 성감을 달군다. 강주의 좆은 이미 혈관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지만 희숙이를 몰아붙이지 않고 애무에만 몰입하고 있다. 희숙이에게 들은 말들이 강주를 잡아두고 있는 모양이다. 행여 희숙이와의 사랑행위가 과거 그녀를 아프게 했던 기억들을 일깨울까 두려워 최대한 희숙이를 배려하고 존중해 주는 모습이다.



“흐읍...... 흐릅...... 쭈우웁......”



“으흐음...... 아함...... 흐읍......”



강주가 행동을 더디게 움직이니 이미 달아오른 희숙이가 적극적으로 강주의 좆을 잡고 몇 번 흔들어 대며 침대 밑으로 내려 가 입으로 머금어 간다. 후끈한 입김이 배 위에 쏟아지며 촉촉하고 따뜻한 입안의 살들이 좆을 감아 온다.



“흐으윽...... 으흑......”



“쭈웁......턱, 턱, 턱...... 후루룹......”



손으로 흔들어 대며 강한 흡입으로 좆을 자극해 강주는 호흡이 곤란할 지경이다. 이로 물고 입술로 자근자근 물어주니 아픔 뒤에 오는 간지러움이 쾌감으로 바뀌어 더 이상 몸부림만 치고 있지 못한다.
복수라도 하려는 듯 희숙이를 침대로 끌어올려 사타구니에 턱을 박는다. 껄끄러운 수염자국으로 음순을 마구 헤집으니 희숙이는 즉시 온 몸을 퍼덕이며 비명을 지른다.



“하아아악...... 아학...... 뭐야...... 아아아학......”



입술로 음순을 문지르고 들어가 깊은 곳 속살을 혀로 간질여 주자 비로소 진정하고 약한 콧소리를 흘린다.



“으흑...... 아아아학...... 아항...... 나빠요...... 으으흑......”



아픔 뒤에 숨어있는 자극이 그리 강렬한 것인지 희숙이도 물기를 비치고 강주도 더 이상 참기 힘든 지경이라 둘은 곧 마주보고 눈으로 사랑을 나눈다.
등을 쓰다듬던 희숙이의 손이 강주의 사타구니를 더듬어 자신의 비경으로 인도한다.



“후욱, 흐으음......쑤욱......”



“하아악, 하아앙...... 아......”



“희숙아, 사랑해......”



“하악, 저도...... 하악...... 사랑해요...... 소장님......”



따뜻한 희숙이의 몸 안에서 더욱 원기를 얻는 강주의 좆은 더욱 커진 듯 드나들며 희숙의 속살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아흑...... 아학...... 학, 학, 아학......”



어느덧 희숙이는 온 몸을 고양이처럼 웅크린 채 오직 엉덩이를 강주에게 맞추는 데만 온 정신을 집중해 한 순간 자신의 몸은 오직 사타구니뿐이라는 착각을 일으켜 다급히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본다.
강주는 마지막이 몰려오는 듯 희숙이의 한쪽 다리를 머리 위로 길게 올려 측면으로 붙어 속도를 올린다.



“아학, 학, 학, 학, 학......”



“흐으으윽...... 울컥...... 꿀럭...... 크으윽......”



“아흑...... 소장니임...... 사랑...... 해요......”



강주는 좆이 꽂힌 채로 희숙이의 다리를 몸 앞으로 돌려 엉덩이 뒤로 누워 가슴을 애무해 준다.



“흐으으응...... 하앙...... 흐으으음......”



“희숙아......”



“하아응...... 네에......”



“그냥...... 후후......”



“피이...... 소장님......”



“응......”



“푸훗...... 그냥......”



“소장님......”



“또, 장난치려고......”



“아니에요......”



“그래, 왜?......”



“한 번만 내 맘 대로 불러도 되요?”



“백 번이라도 불러라......”



“여...... 보......”



“그래...... 여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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