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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21일 토요일

밤에 피는 꽃, -2

안방 문을 활짝 열어 제끼는 요란한 서슬에 돼지 엄마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인혜를 쳐다 보았다. 분주하게 화장을 하며 나갈 준비를 하던 다른 여자들의 시선도 인혜에게 집중 되었다.

"왜 그래? 방울아."

  지난 몇 년간 돼지 엄마에게 많은 돈을 벌어 준 복덩이인 인혜다. 처음 인혜가 이곳에 팔려 왔을 때 말을 안 듣는다고 죽일 년 살릴 년 하며 멱을 따던 때와는 달리 지금의 돼지 엄마의 음성은 무척이나 다정했다.

"엄마! 나 돈 좀 줘."

  그러나 돈 얘기만 나오면 돼지 엄마의 두 눈이 실쭉해 진다.

"돈은 뭐 할라구 그래? 요즘처럼 궁짜 낀 때에. 정말 주머니가 바닥이다. 바닥이야."

  인혜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그리고 약간 표독스럽게 말했다.

"그래두 줘. 이십 만원 필요 해. 찍어 둔 게 있단 말야."

"아이구 이 년아. 니 빚이 지금 얼만데 거기에 이십 만원을 또 얹어? 돈 없어! 못 줘!"

  돼지 엄마는 부러 눈을 부릅 떴다. 인혜는 히쭉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는 곧 단호한 인혜의 말이 이어졌다.

"엄마 나 지랄 치는 거 보구 싶어?
어쨋건 결국 내가 다 갚는 거 아냐? 빨랑 돈 줘. 경자 언니 추운데 밖에서 기다린단 말야."

  인혜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면 어떤 것도 소용이 없었다. 그것을 이미 돼지 엄마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인혜는 돼지 엄마가 데리고 있는 9 명의 아가씨 중 가장 높은 소득을 올려 주는 최상급 푼 이었기 때문에 인혜의 요구를 거절 할 수 없었다.

"으휴. 싸가지 없는 년. 그렇게 돈에 치이면서도 돈 무서운 줄 모르고..... 이십 만원이 어디 애들 이름이냐?"

  벽을 파고 만든 금고를 열고 행여 누가 볼세라 그 큰 몸집으로 가린 채 돈을 세며 돼지 엄마는 연신 투덜거렸다. 꼼꼼하게 세 번을 더 세고 나서 돼지 엄마는 방 바닥에 돈을 내 던졌다.

"엣다. 이 년아. 가져 가."

  인혜는 돈을 대충 구겨 쥐고 돌아서 나가며 돼지 엄마에게 들으라고 비양거렸다.

"씨이팔~ 내 씹 팔아서 엄마는 나날이 부자 돼구, 나는 빚만 쌓이네....... "

"아유! 아유! 조 망할 년! 조 주둥이!.........."

  인혜의 등 뒤에서 돼지 엄마의 화통같은 소리와 다른 여자들의 킬킬대는 웃음 소리가 한데 어우러졌다.

"가자. 언니. 돈 가져 왔어."

  인혜는 좀 전에 철없이 경자를 자극한 것이 미안해서 일부러 다정하게 경자의 팔짱을 끼었다. 경자는 황씨에게 가볍게 눈 인사를 하고 인혜의 종종 걸음에 맞추어 걸음을 빨리 했다.

"근데 넌 뭐 사려구 하는데?"

"응. 전부터 봐둔 옷이 있어. 그리고 나두 화장품이 좀 떨어진게 있구........."

"좋겠다. 사고 싶은 옷 있다구 다 살 수 있으니....... 요즘같은 궁끼에....."

  둘은 재잘거리며 큰 길을 따라 봉림 극장 길을 지나 교차로를 향해 나갔다. 한창 퇴근 시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버스 정거장에 서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인혜와 경자에게 한번씩은 내리 꽂혔고 몇 몇 남자들의 눈은 집요하게 그녀들의 자태를 쫓아갔다.
12월 초의 쌀쌀한 날씨에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짧은 원피스 위로 검정 세무 반코트를 걸친 인혜나, 누가 봐도 가짜라고 생각되는 회색 털코트의 치렁한 자락을 끌며 걷는 경자의 모습은 남자들의 시선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 진한 화장과 주위를 전혀 의식 하지않는 행동으로 그녀들이 청량리 588 골목의 야화(夜花)임을 모를 사람은 없었다.

  인혜와 경자는 '뭘 봐? 짜식들아' 하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고 당당하게 사람 사이를 헤치고 걸어 나갔다. 개 중 용기있는 남자 둘이 휘파람을 불었다. 큰 길만 아니었다면 인혜나 경자는 그 놈들에게 다가가 팔짱 끼고 꼬실만도 했지만 바로 옆에서 요란하게 호각을 불며 교통 정리를 하고 있는 경찰을 무시할 수 없었다. 요즘처럼 단속이 심한 때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무덤을 파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돌연 인혜가 걸음을 멈추었다. 같이 멈춘 경자는 의아해서 인혜를 쳐다 보았다. 인혜의 시선이 멈추어 있는 곳은 봉림 극장 옆에 붙어 있는 조그만 대서소 였다. 한 청년이 가게 문을 닫고 있었다. 문에 자물쇠를 걸던 그 청년은 그의 앞에 선 두 여자를 보더니 빙긋 웃으며 고개를 숙여 꽤나 정중하게 인사했다. 인혜도 전혀 그녀 답지 않게 고개를 숙여 답례를 하는 것 이었다. 경자도 얼떨결에 따라 인사하고 말았다.

"어디 가시나 보죠?"

"예. 옷 좀 사려구요. 근데 지금 퇴근 하시나 봐요?"

(어라라? 이게 뭐하는 수작이야?)

  지켜 보는 경자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런 경자를 전혀 아랑곳 하지않고 인혜와 청년의 대화가 이어졌다.

"예. 도장 파는 손님이나 대필 하려는 사람도 밤엔 거의 없으니 들어가 봐야죠."

"예. 그럼 조심해서 들어 가세요."

"예. 인혜씨도......"

(어쭈? 이 년 봐라. 지 이름까지 다 가르쳐 주었네. 이 년 이거 미친 거 아냐?)

  경자는 청년이 인혜의 본 이름을 알고 있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바닥에서 노는 계집이 자신의 진짜 이름을 알려 주는 경우는 왠만한 경우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 이었다. 경자가 계속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에 인혜와 청년은 또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나누었다. 가방을 어깨에 둘러 멘 청년은 그녀들이 지금 지나 온 버스 정거장을 향하여 걸어가는데 다리를 절고 있었다.

(애구...... 찐따 잖아? 얼굴은 반반한데,.... 안됐네......)

"야 이 년아!
니들 하는 꼴 보고 소름 돋아서 죽는 줄 알았네. 완전 닭 살이다.
아우~ 징그러워....... 쟤 뭐하는 작자야?"

  인혜는 빙긋 웃었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했다.

"키키...... 비밀! 가르켜 줄 수 없어."

"요런 쓰앙 년! 비밀이 어디 있어? 너 죽을겨? 빨랑 토해 내!"

  팔짱을 꽉 낀 채 경자는 다른 손으로 인혜의 반대 쪽 옆구리를 간질였다. 간질임에 무지하게 약한 인혜였다. 길에서 많은 사람이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혜는 몸을 꼬며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에 놀란 사람들의 시선이 일순간에 두 여자에게 집중 되었다. 경자를 확 뿌리 친 인혜가 교차로를 향해 달렸다. 경자는 놓칠 새라 소리를 빽지르며 인혜의 뒤를 쫓았고, 사람들은 그 행동이 재미 있어서 계속 그녀들의 동작에 눈 길을 고정 시켰다.

  결국 교차로에서 잡힌 인혜는 교차로 다방으로 끌려 들어가 경자의 집요한 추궁에 입을 열고 말았다. 그러나 강요에 못 이기는 척 했지만 실은 스스로 알려주고 싶어하는 것을 경자는 인혜의 태도를 보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여름에 나 그 조가튼 새끼가 콘돔 안 쓰고 그냥 싸는 바람에 병 걸려서 보름 동안 공친 적 있었잖아? 그 때 동생한테 돈 보낼 날은 됐는데, 엄마는 내가 일 안하구 쌩 깠다구 완죤히 안면몰수 하더라구...... 어찌나 열 받던지 그냥 극장 앞으로 튀어 나와 손님 잡을라구 했지.
근데 정말 개 같이 비만 오는거야...... 씨양~ 그러니 놈씨는 찾을래야 찾을 길이 없구.....,
비 죽죽 맞는데 너무 엿같아서 눈물이 엄청 흐르대..."

"그래. 너 그 때 정말 되게 고생 했지? 하여간 넌 빚 때문에 지랄 맞게 고생이야."

"응. 나 빚 다 갚으면 돼지 엄마 그 년 다시는 안 보구 살거야. 씨이발 년~.
하여튼 그렇게 서러운데 마침 퇴근하던 준구 씨가 내가 엄청 불쌍해 보였나 봐.
갑자기 다가 와서 우산을 척 받쳐 주더라구.
엄청 놀라기도 했지만 그보단 잘 됐다 싶어서 방으로 데꾸 왔지."

"저 사람 이름이 준구구나? 응. 그래서 긴 밤 거하게 보냈어?"

"풋!........ 어데? 방에 안 들어 오려는거 무작정 끌고 왔더니 이 남자가 기냥 구석에 앉아서 쩔쩔 매는거야. 나두 막상 방으로 데리곤 왔지만 비 맞으며 펑펑 울고 있는데 우산 씌워준게
하두 맴에 사무쳐서 함부로 찝적대지 못하겠더라구. 그래서 웃기는 꼴이 되어 버렸지. 멍하니 서루 방바닥만 보구 있는데,  준구씨가 그냥 일어나더니 여기 한번 들어오면 돈을 내야 되는 거는 자기두 잘 안다구 얼마냐구 묻더라."

"쿡! 혹시 그 남자 고자 아냐?"

"언니! 씨발. 내가 맴 먹구 말하는데 그 따우로 말할거야?"

"아냐. 아냐. 미안 해. 계속 해 봐."

"씨이... 내가 그 마당에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겠어? 그냥 돈 생각 말구 조금 있다 가라구 했지 뭐. 사실 속으론 좀 분위기 띄우고 나서 한번 할라구 붙잡았는데, 그냥 얘기하다 보니 자꾸 딴 얘기만 하게 되는거야. 그 놈의 비 때문에 처량해서 안하던 얘기를 막 하구 말았어. 근데 준구씨가 참 편하게 말을 들어 주더라. 그래서 한 코 뜨려던 생각은 저절루 그냥 쑥 들어가구 말았지. 뭐."

"얘기가 잘 나가다가 재미 없게 되버리네. 이 년아! 몸 파는 년이 자기 얘기 다 하구 나면 뭐가 남니? 남자 받으면 그저 아무 생각없이 다리 벌리고 돈 받음 되지. 쯧!"

"나두 그 날 왜 그렇게 미쳤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왜 그런 날 있잖아?
언니두.... 옛날에 미쳐 나간 적이 있다고 곰티 언니가 갈켜 주던데...."

"예라이. 고 년이 할 말 안 할말 전혀 못 가리누만. 하여튼 너 조심해야 돼. 이 바닥에서 그딴 생각하다간 망하는거 하루 아침이야. 이젠 좀 알만한 때가 됐다 싶었는데 아직두 멀었네. 하는 꼬라지보니........"

"아무튼 근데 놀랍게도 준구씨가 그 날 내 얘기 듣고 갈 때 돈을 내 주더라구.
오십 만원이나...... 엄청 놀랐지 뭐. 나중에 알고 보니 다음 날 인쇄기에 쓸 자판을 살 돈 이었다구 하대...."

"어라라? 뭔 소리야? 그게......"

"꿔주는 거라구 하며 내 놓더라구.
씨이.... 꼭 그지가 된 기분이 들어서 받고 싶진 않지만 워낙 급해서 그냥 넙죽 받아버렸어.
그치만 돈은 다음 달에 바로 갚았어."

"거.... 좀 희한한 남자네........"

"아무튼 그렇게 알게 된 사람이야.
그 뒤로 나를 찾아 온 것두 아니구 나도 돈 갚을 때 빼군 왠지 쑥스러워서 못가겠더라.
지나다가 우연히 만나면 그냥 반가워하는 그런 사이야."

"예라이! 이 년아. 우연히 만나는게 아니라 니가 일부러 왔다갔다하면서 우연을 만드는 거 같은데........ 이 년 이거 결국은 지가 좋아하는 거잖아? 말을 빙빙 돌리긴......  조심해! 이 년아 몸 파는 년이 무슨 사랑이야?
너만 망가진다구....... 하여간 아직도 너 철들려면 멀었다."

  경자의 핀잔에 인혜의 입술이 삐죽 거렸다.

"아이 씨. 그런게 아니라니까. 사랑은 무슨.....?
그냥 너무 고마운 사람이라서.........나두 알 거 다 안다구. 내가 그래두 지금 11 통에선 젤 잘나가는 푼 아니우? 그 정도두 모를까봐?"

"고럴 때가 더 위험한거야. 이 년아.
너두 언니 나이 쯤 되면 그걸 알 수 있어. 아무튼 맘을 그렇게 쉽게 붙이면 안돼!
근데 그 남자 다리를 절던데......?"

"응. 군대 가서 뭐 잘못 돼어서 의병 제대 했대.
지금 하는 작은 대서소는 아버지가 하던 거 이어서 하고 있는 거구."

"어쭈 이 년 봐라.
너 아무리 아니라고해도 그 정도로 서로 속까지 다 까벌려 떠들어 알고 있는 정도면 진짜 보통은 아닌 거 잖아? 정말 걱정되네. 그리구 너 종도 놈이 알면 어쩔려구 그러냐?"

"이 씨발. 종도 그 새끼야 알건 말건..... 뭔 상관이야?
기생충 같은 놈!
만약 뭐라고  그러면 확 들어 엎어 버릴거야. 그리구 언니 내 주제에 무슨.......?  난 그런 감정 안 갖고 살고 있어. 괜히 걱정 하지마. 자! 나가자. 옷 가게 문 닫겠다."

  계속 추궁하는 경자의 말에 대꾸하기 싫은 듯 인혜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값을 지불하고 나가는 인혜의 뒷모습을 경자는 근심어린 시선으로 바라 보았다. 아주 오래전에 자신도 겪었던 적이 있었던 일인지라 걱정이 안될 수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일은 인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일이므로 경자로서는 어쩔 방법이 없었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반대편에 서 있던 빨간 가죽 코트에 역시 빨간 부츠를 신은 여자가 반가이 손을 흔들었다. 경자가 입을 씰룩거렸다.

"장미 조 년. 돈 벌어 갈려구 오네. 난 왜 쟤는 해 주는 거 없이 얄미운지 모르겠어."

  건성으로 손을 흔들며 경자가 말했다. 인혜가 킥 웃었다.

"장미 언니가 부러워서 그런거지 뭐. 그건 질투야. 질투.
여기서 제일 성공해서 나간 언닌데. 쿠쿠........ 경자 언니는 그렇게 못해서 배알이 꼴린거지."

"예라이 이 년아. 말하는 거하구...... 넌 그 조둥이 땜에 한번 되게 경 치를거다.
하긴 니 말대로 내 배알이 꼴려서 그런 것두 있겠지만 장미 조 년이 은근히 사람을 꽤 갈군다구. 너야 장미보다 지금 훨씬 더 인기가 좋으니까 감히 건드릴 생각도  안하는 거야.
조 년은 위도 아래두 없어. 장미라면 이를 가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키키.... 그래두 잘 지내봐요. 언니한텐 그래두 깍듯하잖아?"

  자신을 씹는 줄도 모르고 장미는 신호가 바뀌자 종종 걸음으로 건너 왔다.

"방울아. 경자 언니. 어디 가는거유? 일 시작할 시간 아냐?"

  팽팽하게 볼륨 있는 몸매에 화사한 얼굴의 장미는 과연 588에서 손가락 꼽는 푼 답게 화려했다. 장미는 이곳에선 근래에 전설처럼 되어버린 창녀였다. 이 곳 여자가 가장 잘 빠진 경우는 놈씨 하나를 제대로 물어 살림 차려 나갈 때 였다. 물론 그런 살림이 그리오래 가진 않고 대부분 얼마 지나면 깨져서 다시 되돌아 오지만 그래도 몸 팔고 사는 고된 생활에서 한동안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한 성공으로 여겨졌다. 더구나 그런 식으로 놈씨를 하나 물어 살림 나갈 때는 그 놈씨가 대부분의 푼들을 꽁꽁 묶고 있는 빚이라는 압박을 해방시켜 준 뒤라 다시 돌아 오더라도 어느 정도 여유있는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 전까진 포주에게 묶인 노예 같은 생활이지만 한번 빠져 나간 뒤 다시 돌아 올 때는 일단 포주와 동등하게 계약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금새 다시 빚이 쌓이게 되면서 노예의 생활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런데 장미는 그런 살림을 차려 준 놈씨를 물은 것도 아닌데, 순전히 자기 몸 만으로 빚 다 갚고 해방을 맞았다. 지금은 돼지 엄마와 계약 맺고 집에서 출 퇴근하는 일종의 아르바이트 창녀였다. 방석 집보단 약간 격이 높은 술집에 한 군데 나가면서 돈을 벌어 궂이 588에 올 필요는 없었지만 과거에 자신을 찾던 단골이 아직도 만만치않게 많은터라 한 주일에 두어번 정도 출근을 하였다. 워낙 다른 푼들에 비해서 발군의 용모를 갖춘터라 한창 때는 놈씨들이 줄을 이어 차례를 기다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니 장미의 성공은 다른 푼들에게 부러움과 시샘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생각 못한다고 장미도 자연히 한 눈 깔고 동료 푼들을 쳐다보는 습관이 생겨 욕을 많이 먹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장미 이후에 가장 잘 뜨고 있는 인혜와는 사이가 괜찮았다. 사실 누구나 잘 사귀는 인혜의 성격과 처음 양 볼에 홍조도 안 가신 인혜가 588에 끌려 들어 왔을 때 진절머리나게 서러워하던 긴 일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안쓰러워한 경험들이 바닥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똑같이 힘 없는 밑바닥 인생이라 도움을 줄 순 없었지만 사실 그 때에 왠만한 사람들은 모두 다 인혜를 이 바닥에서 내 보내고 싶어 하였다. 큰 돈을 주고 인헤를 사온 돼지 엄마와, 기생충처럼 인혜를 빨아 먹고 살아가는 둥기 종도만이 악랄하게 인혜를 보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몇 달이 지나도 굽히지 않고 울고 불고 발버둥치며 반항하는 인혜에게 똑같은 무리에 속해 있으면서도 한줄기 측은한 시선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장미 언닌 언제봐두 짱짱하우. 나 지금 경자 언니랑 옷이랑 화장품 사러 가."

"그래? 그럼 이따가 잠깐 시간 나면 쐬주나 한 잔 하자구....... 경자 언니두요. 이따 봐요."

  총총히 장미를 보내고 인혜와 경자는 큰 길의 종합 양판점에 들어갔다. 당장 바닥 난 화장품을 몇 개 고르고, 인혜는 보름 전부터 눈 독 들여 놓은 투피스 타입의 야한 노란옷을 사서 점원을 놀라게 하였다. 그것은 이 가게에 걸린 옷 중에 제일 비싼 옷이기 때문 이었다.

"옷걸이가 워낙 좋은 년이라 완전히 옆 사람 기 죽이네. 야! 테레비에 나오는 왠만한  년들 뺨친다."

  경자 뿐만 아니라 점원도 감탄하는 눈치였다. 칭찬은 듣기 좋은지라 은근히 뽐내면서 인혜는 아예 묵은 옷은 종이 가방에 넣고 새 옷 차림으로 가게를 나섰다. 문득 조금 더 일찍 나와서 옷을 샀으면, 돌아 갈 때 대서소의 준구를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화사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인혜의 숨길 수 없는 마음 이었다.
가게 앞에 진열대엔 연말이라 카드가 주욱 진열되어 있었다. 동생에게 보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르기 시작했다.

"동생한테 보낼라구?"

"응. 연말인데 카드 한 장 보내 줘야지."

"참 너 같은 년두 없다. 완전히 봉림 극장 동시상영 싸구려 영화에 나오는 그런 주인공 년하구 똑 같아.
잘난 꼬라지에 몸 팔아 매 달 돈 보내야 하는 동생도 있고........ 정말 너 데꾸 영화 찍으면 그냥 실제 쌩 이야기니 실감나게 해 치울텐데 왜 안 찍나  모르겠어?"

  인혜가 경자의 말에 싱긋 웃었다.

"키키키.....  글쎄...... 나두 잘 모르겠네. 사실 잘 할 자신 있는데. 영화 배우 되면........"

  동생에게 보낼 카드 말고도 인혜는 슬쩍 한 장을 더 골랐다. 그 모습을 보며 경자는 속으로 혀를 다시 찻다. 누구에게 주려는지 대충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가자. 벌써 9 시가 넘었네. 몸으로 먹구 사는 년들이니 이제부터 신나게 팔아 봐야지."

  버스 정거장에서 교통 정리를 하던 경찰 둘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돌아가는 길에  우선 정거장에서부터 시작해야지하는 생각이 인혜와 경자의 머리에 동시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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