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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0일 월요일

한낮의 정사 -11 (욕망의 늪)


나는 여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여 돈을 꽤 벌었다. 나는 그 돈으로 연립주택에 전세를 들었다. 대학생 신분으로 혼자 사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큰 평수는 필요하지 않았으나 마침 값이 떨어질 때여서 20평짜리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사는 곳은 2층이었다. 한강변에 위치해 있고 전망도 비교적 좋았다. 연립 앞으로는 언제나 푸른 강물이 우쭐렁대고 흘러가고 있었다. 뒤에는 동네였다. 1, 2층짜리 낡고 오래된 단독 주택들이 즐비해서 재개발 문제가 한창 논의 되고 있었다. 

겨울이었다. 나는 병원에 실습을 나가기도 했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다. 한동안은 남자들을 사귀지도 않았다. 성병에 한 번 걸린 이후로 나는 남자들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졌다. 인생이란 참으로 기이한 것이다. 나는 그렇게 쉬고 싶었으나 내가 사는 연립주택 뒤의 1층짜리 단독주택에 사는 여교사가 내 시선을 잡아끄는 바람에 나는 다시 남자들을 만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는 여관에서 일하면서 많은 남자들과 관계를 했다. 처음에는 남자들과 몸을 섞으면 흥분도 하고 긴장도 했으나 차츰차츰 나는 돈을 벌기 위한 섹스일 때는 무감각해 지게 되었다. 일테면 이런 식이었다. 여관에 들어오는 손님들은 대개 밤늦게 술에 취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밤 10시부터 손님들의 호출이 시작 되는데 나는 지정된 방에 들어가면 인사를 하고 옷을 벗은 뒤 침대에 올라간다. 남자들은 거의 대부분 샤워를 하고 속옷만 입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남자를 눕힌 뒤에 간단하게 애무를 하고 장화를 신겨준 뒤에 관계를 한다. 장화를 신겨주면 성병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따금 장화 신는 것을 거부하는 손님이 있어서 실갱이를 벌이기도 하지만 손님과 싸울 수가 없어서 나는 손님의 요구를 들어줄 때도 있었다. 

다음에는 손님이 나에게로 올라와 살을 섞는다. 나는 그때부터 거짓으로 신음을 하는 척 하기도 하고 비명을 지르는 척 하기도 한다. 일부러 손님에게 바짝 달라붙으면 대개의 손님들은 10분도 안되어 일을 마친다. 나는 뒷처리를 하고 욕실에 들어가 씻은 뒤 옷을 입고 나오면 그것으로 그만인 것이다. 손님 쪽에서는 1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일을 마쳐서 허전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대기실로 돌아와서 기다리다보면 바로 호출이 오기도 하고 그것으로 끝일 때도 있었다. 
어느 날은 새벽까지 계속 호출이 와서 바쁘게 이 방 저 방 돌아다닌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대부분의 시간들이 적막했다. 손님들과의 관계에서는 거품 같은 욕망도 일어나지 않았고 무미건조하기만 했다. 
연립주택 뒤에 사는 여교사가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동네 미장원에서였다. 내가 커트를 하기 위해 미장원에 들어가자 30대의 여자가 나오고 있었는데 뒷집에 사는 여자였다. 연립 주택을 나설 때나 들어올 때 우연히 눈이 마주치곤 했기 때문에 그 여자얼굴이 낯익었던 것이다. 

"어서 오세요." 

미장원이라는 것이 대개 여자들 수다를 떠는 장소이기도 했지만 내가 커트를 할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글세. 연립주택에 사는 주희네서 내려다보면 그 집 침실이 훤히 내려다보인다는 거야." 


여자들은 처음에 나 때문에 입을 조심하는 듯 낮게 속삭였으나 어느 정도 시간이지나자 마구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주희네는 내가 사는 연립주택 3층에 사는 집이었다. 바로 내가 사는 집 위층이었다.

"어머머. 그럼 어떻게 해? 옷을 갈아입는 것도 다 보이겠네?"
"옷 갈아입는 것만 보이겠어? 밤일 하는 것도 보이지..." 
"거기가 어떻게 알아? 봤어?"
"봤지." 
"어머머!"
"어떻게 해?" 

여자들도 음담패설에는 신경을 바짝 쓴다. 

"뭘 어떻게 해? 남자 여자들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남자 거시기도 보여?" 
"그렇게 궁금하면 주희네 가서 봐."
"2층은 더 잘보이 겠네." 


나는 여자들의 말에 깜짝 놀랐다. 내가 사는 2층에서 여교사가 사는 집을 내려다보면 더 잘 보인 다니. 나는 커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창가로 가서 여교사의 집을 훔쳐보았다. 여자들의 말 대로였다. 내 집 건너 방에서 뒤를 내려다보자 놀라울 정도로 여교사의 집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있었다. 마당은 물론 거실과 침실이 옆에서 보는 것처럼 자세히 내려다보였다. 나는 커텐을 내렸다. 
여교사 쪽에서 내가 훔쳐보는 것을 알게 할 수는 없었다. 그 대신 나는 커텐을 여미고 틈 사이로 내다볼 작정이었다. 그러나 그날 낮은 아무 이상이 없었다. 여교사는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샤워를 했고 그 집에는 드나드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그날 밤 여교사는 혼자서 잠을 잤다. 나는 그녀의 방을 밤 11시까지 훔쳐보다가 침대로 돌아와 누웠다. 그러나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이 여교사에 대해 수군거리는 소리가 자꾸 귀를 간 지럽혔다. 
여교사의 이름은 신선자.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의 한 사범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월곡동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생물학 교사로 부임했다. 남녀공학의 미션계 학교였다. 그녀가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기 시작한지 1년이 지났을 때 학교에 좋지 않은 소문이 나돌았다. 

그녀가 3학년 학생과 연애를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았던 것이다. 학교 교장실에 투서가 들어가고 교육청에도 여교사를 해임하라는 전화가 빗발쳤다. 학교에 진상조사위원회가 설치되고 마침내 그녀는 해임되었다. 그녀와 문제를 일으킨 학생은 곱상하게 생긴 3학년 학생이었다. 그 학생의 말에 의하면 여교사가 먼저 꼬리를 쳐서 자신이 말려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나중에 내가 알게 된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여교사의 자취방에 어느 날 문제의 고등학생이 술에 취해 들어와 강간을 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 고등학생은 여교사를 위협하여 그 뒤에도 계속 관계를 가졌다. 여교사는 아이까지 임신하게 되었으나 그 사실을 폭로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 쓴 채 교단을 떠나기로 했다. 여교사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을 가르친 것이 잘못이었다. 

여교사는 몇 년이 지난 뒤에야 다시 교직에 복귀했다. 나는 그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이튿날 여교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를 하고 학교로 출근을 했다. 나는 여교사가 옷을 갈아입는 것을 보았다. 여교사는 베이지색 투피스로 정장을 했는데 창을 향해 서서 속옷을 갈아입는 바람에 여자의 은밀한 비고가 일목요연하게 눈에 들어왔다. 여자의 삼각분기점에는 숲이 무성했다. 

'아...' 

나는 나도 모르게 속으로 마른 침을 삼켰다. 여교사는 속옷을 줏어 두 다리에 꿴 뒤에 브래지어도 갈아입었다. 브래지어와 속옷이 모두 흰색이었다. 나는 여교사가 출근을 하자 커피와 토스트로 아침을 때우고 학교로 갔다. 
여교사는 저녁 늦게야 어떤 남자와 함께 돌아왔다. 나는 창가에 의자를 갖다놓고 앉아서 여교사의 집을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집에 들어오자 곧바로 옷을 벗고 뒤엉켰다. 여교사는 남자의 등에 매끄러운 두 다리를 감고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내 눈에는 남자의 등과 허연 엉덩이만 보였다. 
그러나 그들이 얼마나 그 일에 열심이라는 것은 쉽사리 짐작할 수 있었다. 여교사와 남자는 30분쯤 그렇게 뒤엉켰다. 나는 손으로 마스터베이션을 했다. 두 사람의 뒤엉켜 있는 모습을 본 순간 억제할 수 없는 욕망이 솟구치고 있었다. 

나는 그날 이후 여교사의 방을 계속 훔쳐보았다. 여교사의 남자는 계속 바뀌었다. 여교사는 수많은 남자들을 섭렵하면서 자신이 젊었을 때 어처구니없게 당한 고통을 보상받으려고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욕망의 늪 -1 


인간은 욕망의 동물이다. 욕망으로 살고 욕망으로 죽는다. 나는 학교에 다닐 때 세계의 성풍속이라는 책을 읽은 일이 있었다. 이 책에는 세계의 기기묘묘한 성의 풍속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나는 이중에 몇 가지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기로 한다. 

중세 유럽에서는 수도원이 사창가 역할을 했다. 베네딕토파의 수도원 쇼덴에서는 9명의 수도사가 7명의 첩 2명의 본처, 8명의자식을 거느리고 있었다. 
가르스텐의 수도원에서는 수도사 18명이 12명의 첩, 12명의 본처, 19명의 자식을 갖고 있었다. 아크라르의 수녀원에서는 40명의 수녀들이 19명의 자식을 데리고 살고 있었다. 

1563년의 일이었다. 1589년 스페인 귀족인 마리안나는 어머니의 권유로 수녀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3년 동안의 견습과정을 마치고 마리아라는 세례명을 받은 마리안나는 경건한 봉사생활에 전념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창에서 밖을 내다보다가 귀족인 장 파오로가 수녀원의 여학생 이자벨라를 유혹하여 호색적인 유희를 즐기는 것을 보게 되었다. 마리안나는 이자벨라를 처벌하고 파오로도 질책했다. 그러나 그는 귀족이었기 때문에 아무 벌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마리안나를 증오하여 그녀를 유혹했다. 경건한 생활을 하던 마리안나는 한 번 유혹에 빠지자 걷잡을 수없이 파오로와 애욕에 빠졌다. 파오로는 1주일, 또는 2주일 동안 수녀원에 머물렀고 마리안나로부터 거절당하면 다른 수녀들과 닥치는 대로 놀아났다. 

마리안나는 파오로와 밀회를 거듭하다가 임신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이를 사산했고 두 번째 파오로의 자식을 잉태하자 낙태약을 먹었으나 유산에 실패했다. 그녀는 할 수없이 아이를 낳아서 살해했다. 후에 그녀는 파오로와 공모하여 이 일을 잘 아는 보조수녀와 낙태약을 판 상인을 살해했다. 그러나 이들은 마침내 대주교에게 발각 되어 종교재판을 받게 되었다. 

"수녀들은 마치 짐승의 암컷과 같았습니다. 서로 나와 관계를 하지 못해 안달을 했지요." 


파오로는 종교재판에서 수녀들이 얼마나 음탕했는지 낱낱이 고백했다. 나는 그 부분을 읽고 수녀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하고 의아해 했다. 그러나 얼마 후에 나는 수녀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들은 수녀들이기에 앞서 욕망을 갖고 있는 인간이었다. 
미리안나는 밀라노의 감옥에서 14년 동안이나 유폐 생활을 했다. 47세가 되어서 출옥한 그녀는 등은 구부러지고 머리는 백발이 되어 폭삭 늙은 노파와 같은 행색을 하고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욕망을 갖고 있는데 사람들은 낮에는 그것을 비난하고 밤에는 찬양한다. 수녀들은 대개가 그 사회에서 도피하기 위해 수녀원을 택했기 때문에 지금의 수녀원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줄리어스 시저도 호색한 인물 중의 하나였다. 
로마인들은 줄리어스 시저가 전쟁에서 이기고 개선하면 '로마의 여자들이여. 몸을 깨끗하게 하라. 희대의 색마, 간통의 명인, 대머리 시저가 개선하였다' 하고 험담을 했다. 갈리아 원정, 이집트 정복, 소아시아 점령 등 전쟁 영웅인 그는 수많은 여인들과 간통을 했다. 
그리고 이집트의 왕녀 클레오파트라를 만나 사랑을 불태웠다. 클레오파트라는 시저에게 몸을 바침으로써 로마로부터 독립을 하려고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시저는 암살되었고 클레오파트라라는 안토니우스의 여자가 되었다. 그러나 안토니우스도 전쟁에 패하여 그녀의 꿈은 물거품이 되어 안토니우스가 죽자 자신도 독사에게 유방을 물게 하여 죽었다. 기이한 자살이었다. 

나는 욕망이 남달랐다. 세계의 성풍속사라는 책을 읽고 인간이 한낱 버러지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다수의 사람들은 버러지 같은 인간들의 욕망을 억제하고 있었다. 제도나, 도덕적인 규범을 만들어 자유로운 성의 욕망을 억제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소설가 장정일이 구속되었다가 집행유예선고를 받았다. 나는 그가 쓴 소설 '네게 거짓말을 해봐'를 구할 수 가 없었으나 우연히 통신에 올라온 2 페이지는 읽을 수 있었다. 
불과 2페이지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소설은 충격적일 정도로 남녀의 성행위에 대해서 상세하게, 그리고 전위적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소설 문장이 하나도 추악하게 여겨지지 않았고 검찰이 그를 구속하자 쓸쓸했다. 나는 우리나라의 문학작품이, 순수문학이든 대중문학이든 법의 잣대로 평가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법의 잣대로 예술을 평가하는 것은 문화 후진국에서나 있는 일이다. 

같은 날 만화가 이현세는 약식기소로 벌금 3백만 원을 선고 받았다. 장정일은 순수 예술가, 이현세는 대중 예술가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작가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집행 유예를 선고 받거나 벌금을 선고 받았다는 것은 분명히 불행한 일인 것이다. 나는 자유로운 사랑을 한다는 성의 자유론자이다. 그렇다면 나 역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여교사가 섹스를 하는 것을 훔쳐보던 어느 날 내가 살던 방에 강도가 침입했다. 나는 새벽 무렵에야 잠이 들었는데 잠결인데도 누군가 나를 애무하는 듯한 기분 좋은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때 꿈을 꾸고 있었다. 누군가의 애무로 인해 그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꿈을 꾸다가 애무를 당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꿈은 이런 것이었다. 나는 밀림 속을 걸어가고 있었다. 모르기는 해도 아프리카나 아마존의 밀림일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하여 밀림 속을 걸어가게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야자수 같은 이름모를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란 밀림 속에서 나는 겨우 가슴과 둔부만 낡은 천 조각으로 가린 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때 밀림 어딘가에서 북소리가 들리더니 한 떼의 토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긴 창을 들고 있었고 얼굴에는 울긋불긋한 색칠을 하고 있었다. 
나는 공포에 질렸다. 그들은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다가 내 팔다리를 묶어서 긴 장대에 매단 뒤에 장대를 어깨에 둘러매고 걷기 시작했다. 나는 장대에 팔다리가 매달려 대롱거렸다. 

'이것들은 식인종이 분명해...' 

나는 겁이 덜컥 났다. 그들은 한 시간쯤 걸은 뒤에야 분지에 이르렀다. 분지에는 수많은 남자들이 있었는데 기이하게 여자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부드러운 잔디 위에 팽개쳤다. 그리고는 불을 피운 뒤에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이내 밤이 왔다. 울창한 밀림 위로 보름달이 떠오르고 어느 계곡에선가 늑대가 짖어댔다. 나는 소름이 오싹 끼쳤다. 그때 남자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남자들 중 하나가, 추장으로 생각되는 사내 하나가 내 다리를 벌리고 나에게 엎드렸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랫도리가 뻐근했다. 추장이 일을 마치자 다른 토인들이 차례로 나에게 덤벼들었다. 

'아...' 
나는 그때서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아마조네스 꿈을 꾸고 있었다. 물론 아마조네스는 여인들만 산다는 전설의 나라다. 그러나 내가 꾸고 있는 아마조네스는 남자들의 나라였다. 여인들만 사는 아마조네스에 남자 하나가 들어가면 천국이 되지만 남자들만 사는 아마조네스에 여자가 들어가도 천국이 된다. 
나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꿈을 꾸고 있었다. 내가 꿈을 꾼 것은 그때였다. 나는 누군가 내 위에 엎드려 있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누, 누구야?" 
"흐흐..." 

검은 그림자는 징그럽게 웃기만 했다. 나는 검은 그림자를 떠밀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의외로 완강했다. 그는 내 위에 엎드린 채 내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 속옷을 끌어내리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속옷을 움켜쥐었다. 


"잠자코 있어!" 

검은 그림자가 나를 윽박질렀다. 목소리는 의외로 앳되었다. 


"왜 이래?"
"몰라서 물어? 재미 좀 보자고... 이거 보이지? 반항하면 얼굴이 성하지 않을 줄 알아!" 


놈은 나에게 날이 시퍼런 부엌칼을 들어보였다. 

'쳇!'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검은 그림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저항을 하지 않았다. 저항을 했다가는 무슨 짓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놈은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는지 재빨리 내 두 손과 다리를 나이롱 줄로 묶어서 침대 모서리에 묶었다. 그리고는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나는 팔다리를 바둥거려 저항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저항은 쉽지 않았다. 놈이 내 위로 올라 왔고 함부로 가슴을 만졌다. 

'더러운 자식...' 


놈이 일을 끝마치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나는 간신히 목에 묶인 밧줄을 풀렀다. 기분이 씁쓸했다. 놈의 얼굴도 이름도 알 수 없었으나 느닷없이 당한 일이라 더욱 씁쓸했다. 
나는 이 생각 저 생각 하느라고 날이 훤히 밝았을 때에야 잠이 들었다. 
이튿날 점심때가 되어서야 일어난 나는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복수를 해야 돼...' 

그러나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점심을 먹은 뒤에 동네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놈이 나에게서 훔쳐간 것은 별로 없었다. 내가 귀중품을 사는 스타일이 아니라 지갑만 가져갔던 것이다. 그 지갑엔 신용 카드와 돈이 20만원쯤 들어 있었다. 
내가 사흘째 동네를 배회하자 철가방이 따라붙었다. 동네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는 배달원인데 나는 얼마 전에 중국요리를 시켜서 먹은 일이 있었다. 그때 놈은 공연히 나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아마 내가 허벅지가 죄 드러난 짧은 스커트를 입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놈은 나와 얼굴이 마주치면 재빨리 고개를 외면하거나 숙였다. 

'저 놈이야!' 

여자에게는 육감이라는 것이 있다. 나는 놈이 나를 겁탈한 놈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변장을 한 뒤에 며칠 동안 놈을 미행했다. 그 결과 놈이 일이 끝나면 중국집에 딸린 작은 방에서 혼자 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너도 한 번 당해 봐야 돼...' 

 나는 속으로 웃었다. 
중국집이 쉬는 날이었다. 나는 놈이 양복을 빼입고 어디론가 나가자 열쇠 만드는 사람을 중국집으로 불러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한 뒤에 열쇠 하나를 만들었다. 
밤이 왔다. 나는 소주 한 병을 사서 반쯤 마셨다. 그리고 중국집으로 가서 놈이 돌아올 때를 기다렸다. 그날은 비가 오고 있었다. 나는 골목 모퉁이에서 비를 맞으며 놈을 기다렸다. 
놈은 12시가 다 되어서야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며 돌아왔다. 놈이 비틀거리며 계단을 올라간 뒤에 한참을 기다리자 마침내 불이 꺼졌다. 

나는 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긴장이 되는지 문 앞에 이르자 가슴이 뛰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시린다에 열쇠를 넣고 돌렸다. 딸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중국집 홀은 조용했다. 밖에서 비 내리는 소리만 점점 크게 들리고 있었다. 
나는 놈이 자고 있는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놈은 네 할개를 펴고 자고 있었다. 나는 준비해간 나이롱 줄로 놈의 팔다리를 묶었다. 놈은 잔뜩 술에 취해 있어서 인지 그때까지도 깨지 않고 있었다. 나는 얼굴에 검은 스타킹을 뒤집어썼다. 

"누, 누구야?" 

내가 놈의 눈을 수건으로 가리려고 하자 그때서야 놈이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저승사자!" 

나는 싸늘하게 내 뱉았다. 


"왜, 왜래요?"
"잠자코 있어.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나는 놈의 눈앞에 부엌칼을 들이댔다. 놈이 눈이 크게 떠지더니 헉 하고 자지러지는 신음소리를 내 뱉았다. 나는 놈의 눈을 수건으로 가린 뒤에 스타킹을 벗었다. 그리고 놈이 꼼짝을 하지 못하도록 팔다리를 단단히 묶은 뒤에 책상과 창에 묶어서 네 활개를 펴게 만들었다. 

"소리를 지를래?" 

다음에 나는 놈에게 부엌칼로 위협을 했다. 


"아, 아니요." 

놈이 떨면서 대답했다. 
나는 놈의 바지와 속옷을 벗겼다. 놈은 불안한지 계속 바둥거렸다. 나는 옷을 벗고 놈에게 기어 올라갔다. 

"어때?"
"좋습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밤 12시가 넘어서 중국집을 기웃거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공포에 질려서 떨고 있는 놈을 마음껏 희롱했다. 
놈은 너무나 일을 빨리 끝냈다. 나는 입과 손을 이용해 놈에게 페라치오를 해주었다. 놈은 처음에는 기쁜 표정을 지었으나 시간이 흐르자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새벽이 되었을 때는 울면서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 

'이제 다시는 여자들을 강간하지는 못하겠지...' 


내가 중국집을 나왔을 때는 날이 훤하게 밝아 골목에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나는 만족하여 우산을 깊숙이 눌러쓰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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