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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0일 월요일

한낮의 정사 -12 (섹스 중독증 )


나는 대학교 4학년을 바쁘게 보냈다. 나는 그 무렵 입주과외를 했는데 내가 가르치는 학생은 중학생이었다. 그 집에는 중학생 하나와 초등학생 하나가 있었다. 둘 다 남자들인데 주인 부부는 동대문에서 운동용품 상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대개 여자가 점포를 지켰고 남자는 배달이라던가 운동단체를 찾아가 단체 주문을 맡아 오는 일을 했다. 
내가 그 집에 입주 과외교사로 들어간 것은 형식적인 일이었고 집에 어른들이 없는 것을 걱정한 주인 부부가 파출부를 두느니 대학생 하나를 두어서 아이들 정서에 좋은 영향을 받으라고 배려한 것이었다.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이들과 공부도 하고 주인 부부가 늦게 돌아오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저녁을 먹이는 일도 했다. 반찬도 하고 밥도 하고 빨래까지 세탁기에 넣어서 돌리자 주인 여자는 너무나 좋아했다. 

남자가 나를 좋아한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그의 이름은 정덕재였다. 
나도 정덕재가 싫지 않았다. 그는 한때 야구선수를 했는데 투수의 생명인 팔이 부러지는 바람에 운동을 포기한불운의 사내였다. 운동을 했기 때문에 어깨가 떡 벌어지고 허벅지가 굵었다. 팔은 단단한 근육질로 뭉쳐져 있었다. 

"미안해. 정아야..." 


어느 날 밤 정덕재가 내 방에 숨어 들어왔다. 내가 막 잠 자리에 들려고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였다. 

"아저씨!" 


나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부인이 아래층에 자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나는 부인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던 것이다. 부인에게 들키면 좋은 꼴을 당하지 못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정덕재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나는 숨이 콱 막히는 것 같았다. 나는 솔직하게 밤에 잠이 오지 않으면 그의 건장한 몸을 생각하면서 마스터베이션을 했었다. 그러나 막상 내가 원하던 일이 닥쳐오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돼요." 


나는 그를 떠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팔은 너무나 완강했다. 게다가 그는 여자를 다루는 일에 익숙하여 나를 꼼짝하지 못하게 끌어안은 뒤에 재빨리 입술을 포개왔다. 

"읍..." 


나는 소리를 지를 수가 없었다. 그의 손 하나가 빠르게 잠옷 자락을 들치고 내 삼각형 속옷을 끌어내리려고 했다. 나는 그의 팔을 움켜쥐었다. 

"아저씨!" 

나는 입술을 떼어내고 소리쳤다. 


"난 정아가 좋아." 

그가 내 손을 뿌리치고 속옷을 끄집어 내렸다. 나는 그것을 다시 끌어올렸다. 

"안돼요. 이러시면 안돼요..." 


그의 손은 집요했다. 내 속옷은 몇 번이나 내려갔다가 올라갔다가 반복했다. 

"정아를 사랑해."
"아, 아저씨..." 

나는 서서히 기운이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완력만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정아가 너무 예뻐."
"아저씨!" 


나는 그의 팔을 떼어내는 대신 그의 넓은 가슴에 안기고 말았다. 그때 이미 내 속옷은 발밑으로 흘러내려가 있었다. 그는 잠옷을 들추고 얼굴을 내 가슴으로 가져왔다. 나는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내 가슴이 그의 입속으로 깊숙이 빨려 들어갔다. 

"으..." 


나는 신음소리를 삼켰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몸이 더워져 왔다. 그는 나를 안아서 침대에 눕혔다. 부인이 잠에서 깨어날지도 몰랐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우리는 정신없이 몰두했다. 

"고마워." 

얼마 후에 그가 일을 끝내자 땀을 닦으며 말했다. 

"저두...고마워요."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허지만 전 아직 못했어요."
""못했다구?" 

그는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전 이제 시작이라구요." 

나는 차갑게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
"다시 해요." 
"뭐?"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랄 거 없어요. 지금 당장 하자는 것은 아니니까요. 아줌마가 알면 안 되니까 내일 아침에 다시 해요.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있을 테니까 가게에 나갔다가 거래처에 가는 척하면서 돌아오세요."
"알았어." 

그는 옷을 입고 내 방을 나갔다. 나는 그가 방을 나가자 비로소 담배를 피워 물었다. 

이튿날 아침 나는 학교에 가는 척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정덕재는 약속대로 부인과 함께 가게로 나갔다가 혼자서 돌아왔다. 나는 시미즈 만을 걸친 채 칵테일 두 잔을 마련했다. 

"이제는 우리 둘뿐이군." 


그는 서둘러 옷을 벗었다. 나는 그에게 칵테일을 먼저 마시도록 했다. 나도 칵테일을 마셨다. 

"오늘은 나를 만족시켜 주어야 해요.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나도 남자 경험은 좀 있어요. 이왕 이런 관계에 빠지는 거 후회가 남지 않도록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부인이 있는 정덕재와 어울릴 바에야 철저하게 엔죠이 하고 싶었다. 

"홍콩을 보내 줄까?" 

정덕재의 눈이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좋아요." 
"엉금엉금 기어가게 만들어 주겠어."
"기대하겠어요." 


나는 정덕재를 쳐다보며 말했다. 정덕재가 나를 부드럽게 안았다. 나는 정덕재에게 안겨서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을 문질렀다. 그의 입에서 커피 냄새가 희미하게 풍겼다. 그는 나를 안고 둔부를 애무해 왔다. 나는 그의 바지 지퍼를 열고 손을 밀어 넣었다. 

"음..." 


정덕재가 가늘게 신음소리를 흘렸다. 나는 정덕재가 나를 안고 있는 동안 두 손으로 바지 혁대를 푸르고 바지를 밑으로 흘러내리게 했다. 
아침이었다. 
어느 집에서 피아노를 치는지 '엘리제를 위하여'가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며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정덕재를 내 침대로 인도했다. 넓은 집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올 사람이 없을 테니까 천천히 해줘요." 


정덕재가 서둘러 나에게 몸을 싣자 나는 그의 귀에 낮게 속삭였다. 

"알았어." 


정덕재가 웃으며 내 가슴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가 두 손으로 둥근 가슴을 애무하기 시작하자 서서히 몸이 더워지고 기분 좋은 전율이 전신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나는 허리를 비틀었다. 그는 내 가슴을 손으로 애무하다가 입을 가져 왔다. 그의 혀가 젖무덤 위에서 둥글게 원을 그리고 다음엔 젖무덤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음..." 

나는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가슴이 예뻐..." 

정덕재가 가만히 속삭였다. 


"아, 기분 좋아..." 

나는 고개를 뒤로 잔뜩 젖혔다. 그때 그가 나에게 몸을 실어왔다. 

"윽!"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딱 벌렸다. 무엇인가 내 몸속 깊숙이 침입해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그의 등을 바짝 끌어안고 두 다리를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진퇴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진퇴를 반복할 때마다 눈을 감고 신음소리를 뱉어냈다. 그는 내 몸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부인과의 성생활이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는 성의 기교를 풍부하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여관에서 조바 생활을 한 경험이 있었다. 그러한 생활이 오래 되자 성에 대해서 무감각했으나 기교는 다양하게 알고 있었다. 나는 그를 침대위에 눕혔다. 그는 30분쯤 진퇴를 반복하자 땀을 흘리며 헐떡거리고 있었다. 


"쉬고 있어요." 


나는 그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굵은 땀방울을 입술로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는 건장 했으나 배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나이 때문에 오랫동안 시간을 끌 수 없을 것이었다. 나는 위로 올라가서 둔부를 가만히 내려놓았다. 


"헉!" 

내가 둔부를 내려놓자 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는 서서히 둔부를 상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 

그의 눈빛이 몽롱했다. 그는 내 팔을 움켜잡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 정아야..."
"왜 그래요?" 
"하, 할 것 같아..."
"안돼요!" 
"못 견디겠어. 도저히..." 

 정덕재가 눈을 꽉 감았다. 나는 비긋이 웃었다. 그는 거미줄에 걸린 불쌍한 벌레였다. 

"윽!" 


정덕재가 갑자기 몸을 세차게 떨었다.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나는 그때 마악 절정을 향해 치달리려고 하던 참이었다. 그러나 정덕재가 몸을 세차게 떨면서 곤두박질을 친 것이다. 나는 내 안으로 뜨거운 분수가 쏟아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나 내 안에 있는 욕망의 찌꺼기가 모두 발산된 것은 아니었다. 

'병신...'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고 정덕재의 넓은 가슴 위에 엎드렸다. 일단 가쁜 호흡부터 고르고 볼 일이었다. 
아직도 아침이었다. 커텐 사이로 맑고 청량한 아침 햇살이 틈입해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그가 담배를 피우는 동안 그에게서 떨어져 일어나 그의 와이셔츠를 걸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를 위해 주방 냉장고에서 주스 캔을 꺼내서 올라오자 그는 샤워를 하고 나와서 속옷을 걸치려 하고 있었다. 

"고마워?" 

그가 주스 캔을 따서 한 모금 마셨다. 


"뭘 하시는 거예요?"
"돌아가 봐야지." 
"벌써요?" 
"열한시야. 마누라가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거야." 
"한 번 더해요."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속옷을 벗겼다. 


"정아!" 

그간 놀라서 나를 쳐다보았다. 


"전화 걸어서 타이어 펑크 났다고 그러세요."
"정아. 남자는 한 번 끝나면 한 참 있어야 돼." 
"그건 걱정 마시고 핸드폰으로 전화나 거세요." 


그는 마지못한 듯 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그가 전화를 거는 동안 그의 하체로 얼굴을 가져가서 페라치오를 하기 시작했다. 

"음..." 


정덕재는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나는 열심히 폐라치오를 했다.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였다. 
두 번째는 좀 더 오래 할 수 있었다. 

"정아는 대단해. 아가씨가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어..." 


두 번째 관계가 끝나자 정덕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감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시작일뿐예요." 

나는 중국집에 요리를 시켰다. 그때 벌써 12시가지나 있었다. 


"그래?" 

정덕재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세 번째는 점심을 먹은 뒤에 욕실에서 샤워를 하면서 했다. 그는 간신히 버티었다.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졌어..." 

 세 번째 관계가 끝나자 정덕재는 지친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말했다. 

"또 하고 싶어요!"
"뭘라구?" 

정덕재는 기가 질린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에게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몸이 으실으실 떨려서 목욕탕으로 해서 집에 먼저 들어가겠다고 말하라고 시킨 뒤에 네 번째를 시도했으나 그때 아이들이 돌아오는 바람에 내 목적은 이룰 수 없었다. 
나는 그를 내 침대에서 숨어 있게 했다. 아이들이 집 앞에 있는 차를 보고 아빠가 돌아오셨느냐고 묻자 목욕하러 가셨다고 거짓말로 둘러댔다. 아이들은 우유 한 잔을 마시고 학원으로 갔다. 나는 아이들이 대문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한 뒤에 내 방으로 돌아와 침대로 올라갔다. 

"정아, 이제 그만해..." 

그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난 아직 못했어요." 

나는 차갑게 말했다. 


"정아는 불감증이야."
"불감증?" 
"그래. 불감증에 불모증이야. 그렇잖으면 섹스 중독증이던가..."
"흥!" 


나는 코웃음을 쳤다. 내가 불감증이라는 것, 내가 불모증이라는 것은 나를 모욕하는 말이었다. 게다가 그는 나에게 섹스 중독증이라는 치욕적인 말까지 내뱉고 있었다. 


계약 동거 -


내가 어떻게 하여 섹스 중독증이 되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나는 그 말을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이해했다. 그리고 그것이 정신질환의 하나라는 것, 우울증이나 기타의 정신 질환에 의해 강박관념이 심했을 때 발생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한때 불모증으로 인해 우울증을 앓았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불모증으로 대인기피와 강박관념에 시달렸는데 그것이우울증으로 발전했던 것이다. 
내가 섹스에 남달리 집착을 하는 것도 그러한 정신질환에 의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당시에 그것을 몰랐다. 나는 사람들을 거의 사귀지 않았다. 나는 달팽이처럼 안으로 안으로 숨어들었고 집이나 학교에서나 나 혼자서 지냈다. 대학에 갓 입학을 때 처음 사귄 남학생, 하숙집의 총각도 내 자신에 대해서 설명한일은 없었다. 

나는 그들을 항상 경계했다. 
그것은 여관에서 아르바이트 매춘을 할 때도 비슷했다. 나는 언제나 혼자 있었다. 수많은 남자들을 내 몸속에 받아들이고 수많은 남자들과 관계를 했으면서도 나는 그들에게서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없었다. 
나는 그날 과외교사를 하는 집의 남자, 정덕재의 진을 완전히 빼버렸다. 그는 엉금엉금 기어서 안방으로 내려갔는데 주인 여자가 돌아오자 끙끙 앓는체했다. 여자는 감기약을 사온다, 사골국을 끓인다 하고 법석을 떨어댔다. 나는 모르는 체하고 속으로 웃었다. 

며칠이 지나자 주인 여자는 남편이 기가 허하다면서 보약까지 지어다 먹였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남편을 데리고 사골에 가서 스태미너 식이라고 장어를 사 먹이고 돌아오기까지 했다. 
나는 정덕재가 장어를 먹고 돌아온 다음날 정덕재를 또 내 침실로 불러들였다. 


"정아야. 이제 우리 이런 관계 청산하자." 

정덕재는 폭풍 같은 정사가 끝나자 울상이 되어 나에게 사정을 했다. 

"아저씨, 보약도 먹고 장어를 먹었으니 힘이 나실 거 아녜요? 오늘 힘 좀 쓰세요." 


나는 정덕재를 눕혀 놓고 거칠게 공격을 해댔다. 

"안돼!"
"왜요?" 
"정아도 시집을 가야지. 부인이 있는 남자와 이런 짓을 하는 것은 옳지 않아."
"난 그따위 생각해 본적 없어요." 
"정아야. 제발..." 


남자가 애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그날도 정덕재의 기운을 모두 뽑아버렸다. 그는 마침내 나에게 돈을 줄 테니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 나는 주인남자의 제의를 거절 했다. 

"정아 제발 나 좀 괴롭히지 말아.
""괴롭히는 게 아녜요." 
"내가 돈도 주고 다른 사람도 소개해 줄게..."
"소개요?" 
"그래. 내 친군데 부인도 없고 얼마던지 눈치 안보고 즐길 수 있어..."
"그 사람도 좋다고 그래요?" 
"정아 같이 센 사람 만나 보는 것이 소원이래." 


나는 그때서야 귀가 솔깃했다. 나는 그 무렵 섹스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거기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어때? 정아도 좋고 나도 좋잖아?"
"좋아요." 
"그럼 내일 방을 비워줘.."
"알았어요." 


나는 정덕재가 원하는 대로 다음날 방을 비워주었다. 그리고 연립주택에 살던 전세금과 정덕재에게서 받은 돈을 합쳐 오피스텔 하나를 전세 얻었다. 
다음날 나는 학교로 주임교수를 찾아갔다. 나는 리포트를 엉터리로 제출했기 때문에 학점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까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간호학과는 대개가 여자가 주임교수인데 내가 다니던 학교는 50대의 남자닥터였다. 그는 내가 다니는 대학 부속병원 과장이기도 했다. 머리가 반질반질한 대머리였다. 

"웬일인가?" 

그는 한가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닥터들은 대개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그는 줄담배를 피워 대서 학생들로부터 굴뚝닥터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선생님 뵙고 싶어서요." 

나는 애교를 부렸다. 닥터의 눈이 안경 안에서 번쩍하고 빛을 퉁겼다. 

"너 왜 교태를 부리냐?"
"어머!" 
"평소에는 한 번도 찾아오지 않다가 학점 먹일 때면 중뿔나게 쫓아오지..."
"전 그런 거 때문에 온 게 아녜요." 
"그럼 뭐야?"
"실은 진찰 받으러 왔어요." 

나는 닥터 옆으로 다가갔다. 

"진찰? 진찰을 받으려면 병원으로 와야지 왜 학교로 와?"
"선생님에게 직접 진찰 받고 싶어서요." 
"어디가 아픈데?"
"여자의 비밀스러운 곳예요." 
"비밀스러운 곳이라..."
"진찰해 주세요." 
"그럼 문을 닫고 오너라." 


나는 닥터가 시키는 대로 주임교수실의 문을 닫고, 그가 눈치 채지 않도록 안에서 실린더 보턴을 눌러 잠가버렸다. 

"선생님. 혹시 불모증이라고 들어보셨어요?"
"불모증? 성기에?" 

그가 호기심에 빛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외국 여자들 중에는 더러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드문 걸로 알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한 번 봐주시겠어요."
"그래. 어디 볼까?" 


나는 그의 앞에 바짝 다가가서 스커트를 위로 걷어 올렸다. 물론 그 안에는 속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속옷도 밑으로 끌어내렸다. 의사 앞이라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었다. 

"음." 

그가 마른 침을 꿀컥 삼켰다. 


"선생님, 어때요?"
"나도 처음 보는 일이라 뭐라고 말을 못하겠군." 
"결혼하는데 지장 없을까요?"
""남자와 관계를 해봤어?" 
"네." 
"어땠어?" 
"크게 지장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나는 속옷을 끌어올리려고 했다. 

"잠깐..." 

그때 그가 내 손을 막았다. 


"네?"
"촉감은 어땠어?" 
"글쎄요..."
"정아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학술적인 관심에서 내가 좀 만져 봐도 괜찮을까? 오해는 하지 말아..." 
"네. 괜찮아요." 


나는 속으로 웃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나에게로 손을 뻗쳐 왔다. 그는 꽤 오랫동안 나를 손으로 음미했다. 나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음..." 

그의 애무가 계속되자 나는 신음을 흘리는 척했다. 그러자 그의 애무는 농도가 더욱 짙어졌다. 


"선생님!" 

나는 그의 머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정아야, 도저히 못 견디겠구나."
"선생님 저도 그래요..." 

나는 잔뜩 교태를 부렸다. 그는 재빨리 자신의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옷을 벗는 것을 도와주고 무릎으로 올라갔다. 

"정아야, 고맙다..." 

관계가 끝나자 교수는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제가 부탁 하나 드려도 돼요?" 

 나는 눈웃음을 치며 물었다. 


"그래. 말해 봐."
"저 레포트 때문에..." 
"알았어." 
"고마워요. 선생님..." 


나는 그의 반들반들한 이마에 키스를 해주었다. 학점은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나는 정덕재의 친구라는 김판석이라는 사내를 만났다. 그는 키가 작달막했고 얼굴이 온순했다. 김판석을 만난 것은 동대문에 있는 한 다방에서였다. 김판석의 가게도 그곳에 있었다. 

"점심이나 함께 하시죠."
"네." 

나는 고개를 다소곳이 숙이고 대답했다. 
그는 내가 대학생이고 간호학과 학생이라는 사실이 흡족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종묘 근처의 갈비 집에서 점심을 먹은 뒤에 종묘로 들어갔다. 종묘는 숲이 우거져 있었다. 도심 속에 있는데도 호젓하고 공기가 청정했다. 나는 그의 팔짱을 끼었다. 숲에서 풍겨오는 녹향에 마음이 싱그러웠다. 

"여기 어때요?" 

김판석이 물었다. 그는 치아가 유난히 하얀 사내였다. 웃을 때마다 하얀 치아가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호젓하고 좋아요." 

나는 기분이 상쾌하여 대답했다. 


"덕재에게 얘기 들었어요."
"어떤 얘기요?" 
"섹스 중독증이라는 얘기요."
"그 분은 의사가 아니예요." 
"본인은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상관 안해요." 
"..." 
"아저씨는 그런 문제에 관심 있어요?" 
"아니요. 대학생과 연애해 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절 대학생이라고 생각하세요?" 
"대학생 아닌가요?"
"대학생이긴 하지만 좋은 대학생은 아니예요." 


나는 김판석 앞에서 마음이 선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인상이 선량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눈빛이 맑았다. 우리는 오솔길을 따라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숲으로 들어 갈수록 상쾌한 녹향이 짙게 풍겨 왔다. 

"정아씨." 

그가 문득 걸음을 멈췄다. 


"네?" 

나는 그를 따라 걸음을 멈추었다. 


"눈을 감으세요." 

나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그가 부드럽게 안아서 입술을 포개왔다. 나는 온 몸이 녹아드는 듯한 기분에 몸을 떨었다. 그의 입술은 영롱한 새벽 이슬이 묻은 꽃잎처럼 촉촉 하게 젖어 있었다. 

"정아씨."
"네." 
"우리 계약 동거 할래요?"
"글쎄요."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런 것은 책이나 영화에서 보았지 실제로 경험한 일은 없었다. 

"서로가 싫증이 나면 자유스럽게 헤어지고 좋으면 계약기간을 연장하고..."
"좋아요."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날 밤 나는 그와 함께 그의 아파트로 갔다. 그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혼자서 살고 있었다. 그러나 아파트는 넓었고 차도 고급 외제 승용차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만족했다. 내가 몇 번씩 섹스를 요구해도 그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3개월 만에 그에게서 싫증이 났다. 나는 그와 헤어졌다. 나는 그 후에 대학을 졸업했고 대학병원에 간호사로 취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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