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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8일 월요일

동해바다..2

커튼을 사이로 보이는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내가 얼마나 잠을 잔 것인지도 몰랐고, 또 지혜가 샤워를 끝내고 내 옆에 알몸으로
누워있었던 시간이 얼마나 오래 되었었나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친구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혜의 친구들은...?
모든 것이 꿈속 같았다.
지혜의 부드럽고 아름다고 따뜻한 몸위에 이렇게 누워있는 것이 너무도 포근하였다.
이대로 모든 시간이 정지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지혜와는 이틀 후면 헤어질 것이고, 또 언제 만나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기차에서 만나서 이 곳 이 상황이 되었지만, 사실 지혜에 대하여서도 잘 모른다.
단지 가 본 적은 없지만 많이 들어본 병원의 간호원이라는 것 뿐.
정확한 나이도 모르고, 또 어느 과에서 일을 하는지도 몰랐다.
나 스스로도 나 자신이 꼼꼼하다고 생각하여 왔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알지도 못하는 여인과
짧은 시간에 이런 달콤함을 나눌 수 있었는지.....
아무래도 좋았다.
내가 안아보고 싶은 여자와 같이 이렇게 한 몸이 되어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지혜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탄탄하면서도 부드러운 유방을 손으로 살며시 만져보았다.
정말 이쁘게 생긴 봉우리였다.
유두가 다시 솟기 시작하였으며, 나도 모르게 또 핑크빛 유두에 내 입을 가져갔다.
지혜는 또 불이 붙기 시작하는지 샘이 꼼질거리기 시작했으며,
그로 인한 자극에 내 것도 다시 부풀어지고 있었다.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나의 율동에 지혜는 다시 흐느끼기 시작하였고,
열정적인 동작으로 우리는 두번째의 파도소리를 듣게 되었다.
결합을 풀지 않고 두번 느끼는 오르가즘이었다.
포근한 나른함이 온 몸에 퍼지었고, 우리는 달콤한 잠에 빠져 들었다.
얼마동안이나 잔 것일까?
눈을 떠 보니 지혜가 옆에서 내 가슴에 손을 올려 놓고 자고 있었다.
언제 입었는지 팬티와 브라를 입고 있었다.
욕실에 가기 위해 살며시 일어나는 나의 기척에 지혜가 눈을 떳다.
욕실에서 소변을 보고 온 나는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병채 입에 대고 마셨다.
지혜가 머리쪽 벽에 붙어있는 작은 붉은 등을 켜고, 침대 머리쪽으로 기대고 앉았다.
"곤하게 주무시던데....전 아까 깨어서 순금이의 삐삐에다가 메세지를 넣었어요.
작은 아버지댁에서 자고 간다고요. 그리고 준호씨는 강릉시에서 아는 친구를 만났다구요.
그리고, 제 시계를 보니 지금 밤 11시에요...
우리 식사를 안했는데, 식사를 하러 나갈까요? "
실상 약간 시장기를 느끼고 있었고, 밤이 더 깊어지면 식사 할 곳이 없을 것도 같다는 생각에
우리는 옷을 입기 시작하였다.
낮과는 대조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밤 공기가 상쾌하게 느껴졌다.
"저기 회초밥집으로 가요...제가 사드릴께요..."
나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콩콩 뛰어가는 그녀의 뒤를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느릿 느릿 따라갔다.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은 무리들이 몇 있었다.
연인과 함께, 혹은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쪽 테이불로 가서 초밥을 주문한 지혜와 나는 조용히 흐르는 음악을 듣고 있었다.
게리무어의 스틸 갓 더 부르스가 잔잔히 실내를 적셔주었다.
이때였다.
주문한 초밥을 들고 오는 여자의 얼굴을 무심코 본 순간,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수였다.
지수가 분명하였다.
그 여자도 오다가 나를 발견하였는지 걸음을 주춤거리지 않았는가?
나와의 시선을 애써 피하며, 태연한 척 음식을 놓고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한 후
총총걸음으로 가는 그녀를 바라보는 나의 얼굴은 떨리고 있었다.
"아는 여자인가 보죠?"
가는 그녀와 나의 얼굴을 번갈아 보던 지혜가 물었다.
"아, 아니..그저 아는 사람하고 많이 닮은 것 같아서.....자, 식사하지."
분명 지수임에 틀림이 없었다.
얼굴은 물론이고 음식을 놓는 손이며 긴 머리가 조금 짧아진 듯 했으나,
걸어가는 걸음걸이도 분명 지수였다.
그러나 그건 먼 추억속의 지나간 일이었다.
한 때 진정으로 사랑하였던 여인을 생각지도 못하던 장소에서 보게될 줄은....
아니...지수와 닮았지만, 지수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너무 똑 같지 않은가?
나는 테이블에 놓여있는 냅킨을 한장 주머니에 넣었다.
여기 전화번호가 적혀 있을 터였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올 때도 나는 안쪽을 살펴보았으나,
지수의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
차를 한잔씩하고 들어가자는 나의 제안을 그녀는 흔쾌히 승락했고,
조용한 찻집으로 향하였다.
그녀는 이제 나에게 팔장을 끼었다.
"아까 그 여자 준호씨의 옛 사랑이죠?"
"......"
"전 준호씨의 눈빛에서 그걸 느꼈어요. 여자에게는 직감이란 것이 있어요.
괜찮으시면 이야기 해 주실래요? 듣고 싶어요.
저는 모레....아니 지금 열두시가 넘었으니 내일 여길 떠나요.
우리 언제 다시 만날지 몰라요..
아니, 영원히 이것이 마지막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준호씨의 옛추억을 듣고 싶어요."
헤이즐넛의 향긋한 향을 마시면서 지혜의 눈을 보았다.
나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그녀의 맑은 눈에 지수의 얼굴이 겹쳐왔다.
"진정으로 사랑했던 여자였지....
내가 재수할 때 학원에서 알게 되었는데, 우리는 서로 많은 시간을 보냈고
서로 정이 들기 시작하였던거야.
그 여자도 나를 사랑했었고 우리는 먼 미래를 꿈꾸기도 하였었지.
그런데....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마 그녀가 대학에 입학한 그 해 가을쯤 이었을꺼야.
그녀는 나를 멀리하기 시작하였고, 난 한 동안 방황하기 시작하였었어.
그리고 난 무엇때문에 그녀가 나를 피하는지 알려고 하였고,
그 이유가 그 여자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 때부터 나는 사랑을 하는 것이 두렵게 되었고, 나는 그 여자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이를 갈고 있었어....
또 난 더 이상 그 어떤 여자와도 사랑은 안 하겠다고 다짐을 하였지.
내 머리속에 들어있는 그 여자의 모든 것을 지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몰라.
하지만 세월이 흘러가고 가끔 그 여자의 생각이 날 때, 미움보다 연민이 느껴지는거야....
이상하지..."
담배를 피워물은 나는 서서히 불을 붙이며 다음 말을 이어갔다.
"그 후 그 여자가 어디서 사는지, 무엇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고,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지.
그런데 전혀 만나리라고는 예상도 못한 여기에서 그 여자와 닮은 여자를 보다니....
왜 하필이면 회집에서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나게 되다니..
그 여자가 아닐거야. 아니길 바래....."
아무 말도 없이 듣고있는 지혜는 커피만 마시고 있었다.
호텔에 돌아와 지혜와 나란히 누워서도 지수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지혜는 지금 나의 옆에 누워, 손을 나의 가슴에 올려 놓고 새근 새근 자고 있다.
전에 나의 옆에 이렇게 누워 잠이 들던 지수가 떠올랐다.
나의 옆에만 있으면 더 없이 행복하다는 지수의 모습이 자꾸 생각이 났다.
나는 주머니속의 횟집 내프킨을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지혜와 보낸 밤의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지혜을 먼저 택시를 태워 보낸 나는
어제 밤 커피를 마시던 카페로 들어갔다.
담배를 피워문 주머니에서 횟집의 전호번호를 확인하고 테이블에 있는 전화기의 버튼을 눌렀다.
"네에...초우입니다."
상냥한 여자 목소리가 수화기 저쪽에서 들려온다.
지수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저...거기 종업원으로 있는 김지수씨 좀 부탁합니다."
"네에? 여기 김지수라는 종업원은 없는데요...."
아니란 말인가?
"저어...머리가 좀 길고 얼굴이 갸름한 여자분인데...."
"아~~아르바이트 하는 김언니인가 본데....잠시만요...."
테이블에 올려놓은 수화기를 통하여 언니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걸어오는 소리에 이어서 낯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지수였다.
얼마만에 들어보는 목소리인가.
하나도 변한 데가 없었다.
"음...나 준호인데..."
아무말도 없이 숨소리만 들리었다.
전화를 하긴 하였지만 다음 할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았다.
"좀 만나줄 수 있겠어?"
"지금은 곤란해요."
"그럼 언제 시간이 나?"
"오늘은 시간이 없고 내일은.... ."
"그럼 내일 오후 1시쯤 전화를 다시 할께."
전화를 끊고 나는 생각했다.
'만나서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엉겁결에 만나 주지 않겠느냐고 하였지만 만나서 무슨 말을 하자는 것인가?'
준호는 스스로 바보같다고 생각하였다.
이미 지수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아닌가?
일행이 있는 텐트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준호는 단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몇 일이 지난것 같았다.
지혜가 일행에게 돌아가서 나에게 말하여 준 각본대로 하였을 것이고,
나는 또 그렇게 지혜의 말대로 하루를 보내고 온 것이 되어야 하였다.
내일 여자 일행들이 떠난다.
그리고 나는 지수에게 전화를 하여야 한다.
텐트에 돌아온 나는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었고 그 친구와 같이 있다가 지금 오는 길이라고,
거짓으로 얼버무렸고, 지혜는 눈으로 인사를 하고 그녀의 일행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만식이와 다영이는 순금이의 고모집에 같이 갔다가, 고모의 아들이 만식이와
술 한잔을 하자는 바람에 만식이는 고모의 아들에게 잡혀서 함께 지내고 온 것이었고,
순금이와 다영이도 고모집에서 자고 온 것이었다.
텐트에 남아 있던 재경이와 영찬이, 그리고 승희와 민선은 어제밤을 어떻게 보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건 간에 내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나와 지혜의 일을 그들이 간섭할 일이 아닌 것처럼...
다들 해수욕을 하러간다고 나갔을 때도 나는 혼자 텐트에 누워, 지수 생각을 하였다.
지혜와 그렇게 뜨거운 밤을 보내었지만, 지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마음 한구석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타고난 바람둥이인가?
해수욕을 하던 영찬이가 혼자 돌아왔다.
내일 여자들이 가는데, 송별회를 마련해 주어야하지 않겠냐는 거였다.
그리고 적당한 기회에 재미를 보자는 이야기도 빼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영찬이의 말소리가 귀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나 강릉시내에서 지수를 봤다."
"뭐? 지수를?"
영찬이도 지수를 잘 알고 있었다.
나와 영찬이가 처음 만날 즈음 나와 지수는 항상 붙어다녔으니까.
그리고 영찬이 뿐만 아니라, 만식이나 재경이도 지수를 잘 알고 있는 거였다.
그리고 우리 둘의 사이가 어떠하였고, 또 어떻게 헤어졌는가도 알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냐? 다시 사랑만들기라도 하자고 했니?"
"말은 무슨 말..."
"자아식, 그래서 얼굴 표정이 다르게 보였구나. 잘 해봐라.
아직도 그 애한테 미련이 있는건지....쪼다 같은 녀석.
그나 저나 오늘 스케줄이나 잘 엮어 봐라. 쟤네들의 마지막 날이니까..."
"영찬아, 너가 스케쥴을 잡아. 비용은 여기 있으니까...."
나에게 쓰고 남은 회비를 받아든 영찬은 나를 힐끗 보더니 밖으로 나아갔다.
영찬이가 어떻게 오늘 밤의 송별회를 요리할 것인가 생각을 하면서도
지수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했다.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어둑어둑한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해가 지자마자 송별회가 시작될 것이라고 낮부터 떠벌이고 다니던 만식이가 알아 보았다는
송별회 장소로 향하였다.
역시 간이 주점이었는데, 서울에서 내려온 대학생들임직한 학생들이 장소를 단기간에 임대하여
천막을 치고 테이블을 준비한 실내 포장마차 정도 규모의 장소였다.
무대인 듯한 곳에는 제법 마이크와 앰프, 그리고 조명시설도 해 놓았고
통기타와 간단한 키보드도 준비가 되어있었다.
벌써부터 자리는 거의 차 있었고, 만식이가 예약을 한 아홉자리는 무대 바로 앞자리였다.
샴페인과 케익까지 준비한 것이 흡사 누구의 생일축하자리 같았다.
"자아...여러분, 주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자.."
마이크를 잡은 한 학생이 무슨 중대 발표나 하듯 법석을 떨었다.
"여기 서울서 오신 선남선녀들이 삼박사일동안 달콤한 추억을 만드시고 내일 떠나신답니다.
본 업소에서는 추억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하여 떠나시기 전날 오시는 여러분들에게는
파격적인 싸비쓰를 해 드리며, 아울러 샴페인과 케익을 준비하여 드리오니 많은 애용 부타케요.
자~~그럼 내일 가시는 이쪽 분들을 위해 건배를 합시다....거언배~~~"
이곳 저곳에서 박수소리와 터져 나왔다.
모두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서울에서는 썰렁하기 이를데 없는 저런 멘트 가지고도 깔깔대고 웃을 수 있는 것은
여행만이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건너편에 앉은 지혜를 보면서 잔을 들었다.
테이블위에 켜놓은 장식초의 불빛을 받아 그녀의 눈동자가 빤짝이며 빛났다.
하얀 입술을 보이며 웃는 지혜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자..이번에는 이쪽 테이블에서 노래하실 분 무대로 나오시기 바랍니다."
주위에서 밀어내는 승희가 머리카락을 올리며 무대로 나아갔다.
박수소리를 받은 승희는 남행열차를 열창하였으며, 계속하여 영찬이가 나가서 들어보지도 못한
팝송을 자기 자신의 통키타 반주에 맞추어 지루하게 불렀다.
어제 그 황홀하였던 순간이 떠올랐다.
매끄러웠던 지혜의 몸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지혜는 무대의 영찬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한잔 따라드릴께요."
내 옆에 앉아 있던 민선이가 술병을 들고 나에게 말하였다.
"고맙습니다....."
"준호씨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생각에 몰두하여 말도 붙이기가 겁이 나요."
"아, 아닙니다...그나 저나 민선씨는 그동안 재미있게 보내셨어요?"
"아뇨, 그러지 못한것 같아요. 오늘 마지막 밤이니까, 뭔가 특별히 보내고 싶어요.
자아... 한잔 더 받으세요."
술을 따르려고 몸을 가까이 한 민선의 향기가 좋았다.
무슨 향기인지도 몰라도 전에 지수에게서 맡을 수 있는 냄새였다.
"저어, 준호씨와 다른 분들은 일주일 예정하고 오셨다면서요?"
"네에, 그렇지만 곧 올라가려고 해요.
만일 저 친구들이 안 간다고 해도 저 혼자라도 올라가야겠어요...."
올 때는 마냥 기쁘고 설레었던 여행길이었지만, 지금의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지혜와의 밤.
그리고 또 그 밤에 우연히 만난 잊혀졌던 옛 사랑.
나 자신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감정이 물밀듯 몰아쳐왔다.
서울에 가고 싶다.
내 작은 방에서 조용히 나를 다시 정리하고 싶었다.
다정하게 붙어 앉아있는 민선이와 나를 지혜는 가끔 쳐다보았고,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애써 지으며 무대를 응시하곤 했다.
민선이는 오늘밤을 나와 같이 보내려고 작정한 듯 내 잔의 술이 비어지기가 무섭게
다시 채웠으며, 민선이 역시 잔을 비우는 속도가 느리지 않았다.
지혜보다 이쁜 민선이가 내 옆에서 나의 술상대를 해주는 것이 싫지는 않았으나,
나의 머리속에서는 내일 지수에게 전화하고 만날 생각으로 가득하였다.
다른 테이블에서도 나와 노래들을 불렀고 적당히 취기가 오른 일행들의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었다.
다영이와 만식이, 순금이는 여전히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재경이와 승희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속삭이고 있었으며,
영찬이의 재담을 들으면서 간간히 고개를 젖혀 웃는 지혜는 이쪽을 의식하고 있었다.
"저 좀 나갔다 올께요."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면서 민선에게 이야기하였다.
"화장실 다녀오실거면 저도 갈려고 해요. 같이 가요."
밖의 공기가 상큼하게 느껴졌다.
조금 떨어져 있는 화장실로 향하는 나의 팔에 팔짱을 끼면서 민선이가 이야기했다.
"이렇게 하는거.. 괜찮지요?"
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 자유로운 반대손만을 이용하여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어제 제 친구들하고 별일 없었어요?"
"어젯밤에도 술 마셨어요.
둘씩 둘씩 짝이 맞는다고, 영찬씨가 오붓한 시간을 보내자고 술을 사 주셨어요.
그리고 승희와 재경씨는 어딘가 오랫동안 데이트를 하다가 들어왔고,
저는 영찬씨와 바닷가에 앉아서 있었어요."
재경이와 승희가 둘이?
그렇다면 어제 재경이가 승희를 가만이 두었을리 만무하였다.
재경이는 여자들 꼬시어서 목적을 달성하는데는 남다른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재경이가 순진하게 보이는 승희와 단 둘이 오랜 시간,
그것도 조금은 들뜨기 쉬운 해수욕장에서 밤시간을 보냈다는 것은 뻔 할 뻔자였다.
"영찬이와는 이야기만 하셨어요?"
"왜요?"
"아, 아뇨.. 그냥 궁금해서요..."
"후훗..말 안할래요. 나중에 궁금하시면 영찬씨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여자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나온 민선이는, 나에게 다시 팔장을 끼며 말하였다.
"우리 저쪽에 가서 이야기 좀 해요. 밤 바닷가의 바람이 너무 좋아요."
소나무 숲 뒷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연인끼리 여기저기서 몸이 거의 같이 붙어서 앉아있다.
어두운 숲속에 앉아있는 어떤 연인들은 상당히 진한 키스를 하고 있는 것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호젓한 곳에 자리를 잡은 민선이와 나는 아무 말이 없이 앉아 있었다.
나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오는 민선이가 말하였다.
"저 좀 안아 주세요. 옷을 얇게 입어서 추워요..."
아무 말도 안하고 민선의 어깨에 팔을 돌려 안았다.
지혜보다 작은 몸이 내 품에 들어왔다.
민선의 가슴이 내 팔에 느껴졌다.
얇은 옷 위로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이 느끼어졌다.
"준호씨.., 어제 지혜와 같이 보내셨죠? 같이 잤죠?"
갑자기 입을 연 민선의 말에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았을까?'
"오늘 낮에 돌아온 지혜의 얼굴에 사랑의 황홀함이 아직도 남아 있었어요.
지혜는 거짓말을 하였지만, 저는 속일 수가 없어요.
진짜 짜릿한 황홀경을 맛본 사람의 여운이 지혜의 얼굴에, 눈안에 있었어요."
그런 황홀경의 자취를 읽을 수 있다면 민선이 자신도 그런 황홀경을 경험하였다는 말이 되었다.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대답 대신 두 손을 뻗어 민선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작은 얼굴의 앵두같은 도톰한 입술이 떨리고 있었고,
나는 힘을 주어 거세게 그 작은 입술을 빨기 시작하였다.
"흐흡~~~흡."
신음 소리가 민선의 입가에서 새어나왔다.
나의 손은 그대로 민선의 가랑이 사이로 향하였다.
짧은 핫팬티를 입고 있는 민선의 바지 오른쪽 허벅지 사이로 손가락을 넣었고,
민선은 다리를 들어 나의 손에 자유를 더하여 주었다.
"으음....아 핫..."
손가락이 들어가자마자 민선의 뜨거운 살이 만져졌다.
이미 흥건히 젖는 액체의 도움으로 쉽게 작은 동그란 곳에 도달하였다.
민선의 입안을 혀로 온통 헤집으며, 그녀의 동그란 곳에 손가락을 넣었다.
민선의 그곳은 정말 좁았다.
겨우 오른쪽 손가락 검지가 하나 들어가는데도 빡빡함을 느낄 정도였다.
주름이 느껴졌다.
그 주름은 살아서 내 손가락을 휘감기 시작하였다.
가운데 손가락으로 바꾸어 넣은 다음 둘째 손가락으로는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찾아서
자극을 주었다.
"음...아아아아~~~~나 나...미치겠어...."
그녀의 클리토리스는 팥알 만한 크기였다.
입으로 빨아주고 싶었지만 여기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입으로는 그녀의 입안 구석 구석을 애무하여 주었고,
나의 손은 그녀의 동그란 곳에서 최고로 예민한 부분을 만지고 있었으며,
또 다른 한 손은 이미 그녀의 가슴 속에서 유두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도 비록 나의 바지 위였지만 솟아있는 나의 물건을 잡고 있었다.
"아아아...하하...아아...그만 그만....제발..."
갑자기 몸이 떨더니 그녀는 손으로 나의 오른손을 제지하였다.
오르가슴에 도달한 것이었다.
뜨거운 액체가 나의 손에 느끼어졌다.
손을 움직여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다시 움직였다.
그녀는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나의 손을 꺼내려고 하였다.
"제발....아~~~너무 짜릿해요...."
난 손을 빼내었고, 그 손을 내 코에 가져다 대었다.
"으음....."
지수의 냄새가 났다.
바로 이 냄새였다.
그 냄새는 여자들마다 비슷 비슷한 것 같아도 사람마다 독특하다는 것을
어느 책에서인가 읽은 적이 있었다.
"이제 준호씨 해 드릴께요...."
거친 숨을 고르며, 민선이가 앉은 채 내 바지의 지퍼를 내리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거기 준호와 민선씨, 맞아요?...."
조금 밝은 윗쪽에서 만식이의 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몸을 빼며 민선이가 옷을 추스렸다.
나는 반쯤 내려진 바지 지퍼를 올리며 대답하였다.
"으응. 민선씨하고 여기 있어. 왜?"
거의 가까이 다가오는 만식이 말했다.
"짜식. 민선씨와 여기서 단둘이 뭐하고 있는거냐? 찾았잖아....모두 기다리는데...
둘이 나갔다고 지혜씨가 말해주더라. 빨리 가자."
우리 둘이 무슨 짓을 하였는지 검사하는 듯 위아래로 힐끔거리며 말하고 있는 만식이를
다영이도 거들었다.
"내일 아침에 가는데 민선이도 그렇지. 같이 보내야 할 것 아니니...지지배..."
아직도 부풀어 있는 나의 아래를 의식하며, 엉거추춤 일어나서 그들을 따라갔다.
민선이도 엉덩이를 손으로 털며 일어났다.
'자식 오려면 조금 있다가 올 것이지....'
앞서 가는 민선이의 볼록하고 탱탱한 엉덩이의 움직임을 보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질펀한 술 분위기가 그득한 간이 주점으로 돌아온 나는 지혜의 눈을 마주 보기가 불편하였다.
내 마음과 행동을 항상 알고 있는 지혜 아닌가?
잠깐 마주친 그녀의 눈빛도 그걸 말하여 주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술로 건배를 하고, 이차를 가자는 만식이의 말에 계산을 하고 일어섰다.
이차는 먼저 온날 밤에 갔던 디스코텍으로 가자고 여자일행들이 말하였고,
남자들은 별 다른 이견없이 따랐다.
이미 많은 술을 마신 뒤였음으로 조금은 흐트러진 자세와 목소리로 왁자지껄 몰려간 그곳은
한창 붐비고 있었다.
음악소리때문에 큰 소리로 말을 해야 들리는 홀안에 자리를 잡자,
영찬이가 옆자리에 앉아 내 귀에 입을 대고 말을 하였다.
이런 대화 모습은 다른 사람들이 보더라도 귓속말로 보이지 않았고,
자연스런 대화방법일 수 밖에 없었다.
그 만큼 음악소리가 컸다.
"야, 민선이랑 재미 좀 봤냐?"
"재미는 무슨 재미...."
"저거 유방과 그 부분이 죽여주더라...!"
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얼굴을 돌려 영찬을 바라보았다.
'그럼, 민선이와 영찬이가 어제 밤에....
아까 민선이도 영찬이에게 물어보라고 하지 않았던가? '
영찬은 나에게 웃으며 한쪽 눈을 찡긋하였다.
저것이 무슨 의미인지....?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즐기려고 온 여자들 같았고, 우리도 무언중에 그런 약속을 하고 떠났던 것이 아니었던가?
나는 영찬이의 귀를 당겨 물어보았다.
"재경이와 승희는 별일 없었니? "
영찬이는 한심스럽다는 듯이 나를 본 후 얼굴을 가까이 대고 대답하였다.
"그 자식이 가만 둘 녀석이냐? 어제 승희를 두번이나 까물어치게 하였다고 자랑을 하더라."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어제 나 자신도 지혜와 같이 황홀한 시간을 보내었지만, 다른 녀석들이 여자들과
그런 시간을 보내었다고 듣는 자체가 알 수 없는 화가 났다.
이런 기분이 왜 드는걸까?
지독한 이기주의의 발상에서 기인된 것일까?
알 수가 없었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에 기분이 언짢아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여자들이 한심한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만식이와 다영이 사이만 별 일이 없었다는 것이 아닌가?
음담패설로는 백번이라도 관계를 가진 것처럼 느끼게 하는,
아니 말로써는 아예 부부처럼 행세하는 만식이와 다영이였지만 아직 포옹도
제대로 못하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주거니 받거니 또 질퍽한 술자리가 계속 되었다.
여자들도 술기운 때문에 대담하여지는지, 승희가 영찬이의 목에 두손을 감고
몸을 밀착한채로 춤을 추고 있었고, 지혜는 재경이에게 몸을 맡긴채 무대를 돌고 있었다.
나는 착잡한 마음에 담배를 피어물었다.
만식과 다영은 다정스런 어린애들과 같이 킥킥거리며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무슨 이야기거리가 저렇게 많은 것일까?
만식이와 다영이가 문득 부러웠다.
한동안 일행의 행동을 무심히 지켜보고 있던 민선이가 잔을 들고 내 옆자리에 앉았다.
"저....준호씨. 이따가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요?"
무슨 답을 하여야 하는지 얼른 생각이 나질 않았다.
지금 민선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으므로....
대답을 기다리는 민선에게 고개를 끄덕여 응답하였고, 나는 담배를 끄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혼자 밖으로 나온 나는 텐트를 향하여 걸어갔다.
지수를 이곳에서 보고난 후 스스로 생각해도 나의 행동이 달라진 것 같았다.
내일 그녀를 만나보아도 지금의 내 생활에는 변화가 있을 리 없었다.
그렇지만 왜 나의 마음은 이렇게 지수를 향하여 있는 것일까?
또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평소에 시계를 차고 다니지 않는 버릇을 후회하였다.
텐트에 들어가서 누웠다.
혼자 있는 텐트속이 편안하였다.
불 꺼진 텐트 안에 비추이는 은은한 달빛도 좋았다.
내일 여자일행들이 올라간 후 지수를 만나고 나도 돌아가고 싶었다.
서울 내 방이 다시 그리워졌다.
밖에서 낯익은 목소리들이 들리었다.
그들이 돌아온 것이었다.
각자 텐트로 들어가는 듯 싶었다.
"자냐? 자식...또 지수 생각이구나."
영찬이가 텐트를 열고 들어왔다.
만식이와 재경이는 다른 텐트로 들어갔고, 옆에 여자들도 자기들의 텐트로
다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이따가 주위가 잠이 든 후, 자기와 승희를 위해 잠시 텐트를 비워달라고 하는 영찬이의 부탁에
가슴이 뛰었다.
승희와 약속을 하고 신호를 보내면 승희가 나온다는 거였다.
승희는 민선이와 옆 텐트에 들었다고 하였다.
부탁을 하는 영찬에게 하는수 없이 대답하였다.
"나 눈좀 붙일테니까, 시간이 되면 깨워라. 밖에 나가 한 시간쯤 자리를 비켜줄 테니까."
"알았어. 고맙다"
영찬이 담배를 물고 밖으로 나갔다.
잠은 오지 않았고 지수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왜 강릉에 있는건지?
또 무엇때문에 강릉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인지 궁금하였다.
내일 집에 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점점 굳어지고 있었다.
저 친구들 서울에 가서도 당분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 누구도 만나지 않고 공부에만 몰두하고 싶었다.
이런 저런 생각에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영찬이가 커튼을 젖히며 불렀다.
"준호야....준호야..."
나는 담배를 물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많은 텐트들이 불이 껴져 있었고 주위는 고요했다.
어깨를 툭 치는 영찬이의 웃는 하얀 이가 달빛에 반사 되었다.
파도 소리가 솨~~~아 하고 들려왔다.
서너 걸음 앞 소나무 옆에 서 있던 승희가 영찬의 손짓에 텐트로 다가왔다.
가볍게 목을 숙여 인사를 하고 겸연쩍은 듯이 영찬이 열고 기다리는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난 하늘을 향하여 길게 담배연기를 뿜었다.
텐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소나무 숲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일행이 지나갔다.
"준호씨...."
나를 부르는 여자의 음성이 발자욱 소리와 함께 등 뒤에서 들려왔다.
누굴까?
조용히 부르기 때문에 얼핏 목소리가 구분되지 않았다.
민선이가 살그머니 걸어오며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까 저에게 시간을 내주신다고 하시고선....."
아~~그랬었지!
난처하여 그저 끄덕인 고개가 생각났다.
"저...지금 저 혼자 텐트에 있어요. 아시겠지만, 승희와 영찬씨가 저 텐트로 들어갔잖아요?
영찬씨와 약속을 하였다고 승희가 아까 저에게 귀뜸해 주었어요.
그래서 저도..., 준호씨와 같이 보내려고 승희와 같은 텐트에서 자기로 했어요....
같이 가요..."
마땅히 갈 곳도 없는 지금.
천천히 몸을 돌려 민선이가 나온 텐트로 향하였다.
영찬과 승희가 있는 텐트에 가까워오자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간간히 들리는
승희의 신음 소리가 귀에 들려 왔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신음 소리를 안으로 감추는 모양이었다.
민선이 앞서 들어가 자리를 비켜주는 여자의 텐트안으로 들어서자 향긋한 내음이 풍기고 있었다.
지나가면서 몇 번 열려진 텐트사이로 보기는 하였지만 들어와 보기는 처음이었다.
역시 여자들은 어딜 가나 아기자기한 것은 마찬가지인가 보다.
구석에는 오밀 조밀한 인형들이 매달려 있었고, 바깥을 볼 수 있는 투명하고 조그만 비닐창에는
레이스 달린 커튼이 쳐 있었다.
"렌턴을 켤까요?"
"아니....되었어요."
멀리서 승희의 가쁜 신음소리가 이따금씩 들려왔다.
민선은 그 소리에 자극이 되는지, 어두움 속에서 내 입술을 찾았다.
내 입술을 비집고 들어온 민선의 혀는 갈증에 타는지 내 입속 모든 액체를 뺄아들였다.
민선과 나의 몸은 자연스럽게 바닥으로 뉘여졌다.
머리쪽 바깥 텐트에는 영찬이와 승희가 격한 섹스를 나누고 있었고,
또 그 윗쪽에 있는 텐트는 재경이와 만식이가 잠을 자고 있을 거였다.
그리도 발 쪽에 있는 텐트에는 지혜와 다영이, 그리고 순금이가 들어가 자고 있었다.
어쩌면 모두들 깨어서 저쪽 텐트와 이쪽에 모든 청신경을 바짝 세우고
한 소리도 놓치지 않으려고 듣고 있는지도 몰랐다.
내 입술을 빨던 민선이가 가쁜 숨을 쉬며 나직히 말했다.
"아까 제가 준호씨에게 할려고 했던 것, 지금 해 드릴께요."
나의 대답을 기다릴 틈도 없이 민선의 손은 나의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있었고,
이어서 점점 비대하여 오는 나의 물건을 꺼내었다.
"아..아...."
민선은 나의 거대한 물건이 놀라웠는지 신음 소리를 내며, 아래 위로 용두질을 치기 시작했다.
나는 또 꿈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민선이는 나의 물건에 얼굴을 가까이 하여 입술로 귀두를 물었다.
마치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처럼 입으로 애무하기 시작하였다.
따뜻한 느낌이 온 몸으로 퍼져 왔다.
지혜와 있었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난 민선이의 샘을 만지기 위해 민선의 엉덩이를 찾았다.
엉덩이를 나의 손으로 돌린 민선은 하늘로 치켜든 엉덩이를 벌려 주었다.
헐렁한 치마 속으로 손을 가져간 나에게 민선의 맨살이 느껴졌다.
민선이는 속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
"흐응~~~아흥...."
내 손이 그녀의 질퍽한 그곳에 닿자 신음소리를 내었고, 텐트 천정을 향한 그녀의 엉덩이는
저절로 움직여졌다.
나의 고환까지 입으로 애무하여 주는 그녀의 입술에 나는 견디기 힘들었다.
"나, 나....곧 끝날 것 같아....어헉~~"
그녀는 나의 말에 더욱 세게 빨기 시작하였고 그녀의 동그란 샘에 나의 손가락을 넣는 순간,
그녀의 입안에서 강한 폭발이 있었다.
파도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그녀는 나의 몸에서 나온 것을 남김없이 삼키고 있었다.
눈을 감았다.
이 순간에 지수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나는 나른함을 느끼며 그녀의 허름한 치마를 걷어 올렸다.
텐트 안으로 밀려드는 희미한 달빛에 허연 그녀의 둔부가 들어났다.
그녀의 엎드린 엉덩이를 내 입으로 가지고 왔고, 나는 몇 시간전에 만졌던
그녀의 팥알을 찾기 시작하였다.
애액으로 질펀한 그녀의 수풀을 헤치며 터질듯이 팽팽해져 있는 그녀의 팥알을 찾은 나는
정성을 들여서 입으로 빨기 시작하였다.
아주 부드럽게, 또....살며시 강하게.
민선이는 거의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내었다.
오랜 시간을 그런 자세로 민선이의 샘을 애무하면서도 머리로는 지수가 떠오르는 것을
내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가느다란 신음 소리를 내던 민선이가 갑자기 나의 머리를 잡고 몸을 떨었다.
강렬한 수축이 내가 물고 있던 그녀의 돌기까지 전하여졌다.
민선이가 발하는 절정의 신음소리를 듣고, 작은 그녀의 샘이 강렬한 수축작용을 하는 것을
느낀 나는, 다시 나의 단단해진 것을 그녀의 작은 샘에 가져다 대었다.
정말 그녀의 샘은 작았다.
서서히 삽입한 나는 새로운 느낌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아파서인지 아니면 환희의 신음인지는 몰라도, 민선이는 계속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나의 몸은 엄청난 힘으로 조여주는 그녀의 샘에 곧 무너지고 말았다.
"으음....아하~~~"
가는 신음소리를 내며 다시 그녀의 작고 깊은 곳에 힘찬 분출을 하였고,
그녀는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린채 가늘게 떨고 있었다.
"너무 좋았어요."
나의 등을 어루만지면서 민선은 나직히 말했다.
나는 민선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일어나 옷을 추스렸다.
영찬이도 일을 다 치루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승희가 돌아올 것 아닌가?
누워있는 민선의 손을 한번 잡아주고 밖으로 나왔다.
영찬이가 있는 텐트를 주시하여 보았다.
이미 일이 다 끝났는지 조용하였다.
몇 발자국 건너에 있는 소나무 뒷편에서 승희가 천천히 걸어왔다.
아마 우리 보다 먼저 일이 끝나고, 승희가 민선의 텐트에 들어갈려다가
내가 있음을 눈치채고 기다린 것 같았다.
승희가 멋적은 듯이 고개를 숙이고 민선의 텐트로 들어갔다.
나도 영찬이가 혼자 있는 텐트로 들어갔다.
'자슥....옷이라도 걸치고 자지...'
완전한 나체로 자고 있는 영찬이의 몸을 담요로 덮어 주면서 그 옆에 누웠다.
얼마나 잤을까?
밖은 환하고 옆의 영찬은 보이지 않았다.
여자들의 텐트를 철거하는 소리가 들렸고 짐을 챙기는 소리도 났다.
밖으로 나와 보니 여자들의 짐은 거의 챙겨져 있었고, 떠날 준비가 다 된 모양이었다.
"잠꾸러기 아저씨....우리 곧 떠나요."
밝게 웃는 다영이가 지나가면서 인사를 했다.
한쪽 구석에서는 지혜와 민선이가 마지막 짐을 가방에 넣고 있었다.
"드디어 가시는군요."
멋적은 인사를 하며 다가갔다.
지혜는 얼굴에 미소만 띄우고 짐을 꾸렸고 민선은 나를 보면서 말을 하였다.
"준호씨, 그동안 즐거웠어요. 혹시 다음에 길에서 우연히 만나더라도 모른 척 하지 마세요."
영찬이가 저쪽에서 큰 소리로 말하면서 뛰어왔다.
"자....차를 시간 맞춰 탈려면 빨리 빨리 가야합니다.
다 정리 되었으면 갑시다. 내가 차타는 데까지 바래다 드리죠."
그 말에 여자들은 각자의 짐을 들고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만식이와 다영이가 많은 사람들이 있거나 말거나 포옹을 하였다.
악수를 나눈 후 멀어져가는 지혜, 민선이, 승희, 다영이, 그리고 순금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영찬이와 만식이는 그녀들의 짐을 들고 같이 바래다 주었다.
아마 영찬이는 연락처를 서로 교환할 것이었다.
지수만 아니면 나도 당장 올라가고 싶었다.
아침겸 점심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한 후, 어제 갔던 카페에 도착한 것은
거의 오후 한 시가 다 되어서였다.
전화의 다이얼을 돌리는 내 손은 떨렸고, 수화기에서는 지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십분 쯤 후에 카페에 나타난 지수의 모습을 보자,
옛 추억들이 주마등같이 스쳐 가기 시작하였다.
서서히 걸어와 내 앞의 의자에 다소곳이 앉는 지수는 여전한 모습이었다.
조용히 차를 마시는 그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보고싶어 하였던 모습이었나....!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나의 마음은 평온하였다.
"오래간만이군...."
담배를 피워물며 꺼낸 나의 첫 말이었다.
"네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하는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전 준호씨에게 죄책감이 많이 들었어요..."
지수와 나와의 만남과 헤어짐의 경위를 대체로 밝히면 이러하였다.
우리는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대학에 입학하여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을 때에도
계속하여 만나고 있었고, 나와 그녀는 여전히 사랑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수업이 끝나면 나를 찾았고, 내가 수업이 끝나면 그녀의 학교로 가서
그녀를 만나곤 하였다.
우리는 서로만을 생각하기로 약속을 하였었고, 졸업을 하자마자 결혼을 하자고
약속까지 하였었다.
공식적인 일을 제외하고는 서로 다른 이성과의 만남은 물론
이야기도 하지 말자고 손가락을 걸어 약속을 했었다.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는 그 흔한 미팅 한번 참석하지 않았다.
우리는 공개적으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리고 다니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친구들은 아예 미팅때 나를 제외시키곤 하였다.
그러나.....
학교 생활이 두어 달 쯤 지난 어느 날.
그녀는 같은 과 남학생과 공동 과제를 맡게 되었고, 자료를 찾으러 도서실이며 자료실을
같이 다니게 되었다.
남자와의 만남이 없던 지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생활에 나를 만난 거였고,
새로운 생활속에서 자연히 다른 남성의 다른 분위기에 끌린 것일까?
자연히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 그 남학생과 차츰 가까와 진 거였다.
그 학생과 지수는 식사도 자주 같이 하게 되었다.
같이 다니는 횟수도 많아졌고, 그러다가 마침내 어느 날은 단 둘이 늦게까지
술을 마신 적도 있었다.
물론 나에게는 철저히 비밀로 하였었고, 또 난 지수를 믿었기에 늦는 날에는
다른 일로 늦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매일 만나던 우리는 만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으며, 만나지 못하는 날에는
전화통화라도 몇번씩 하였던 우리는 그 숫자도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수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지수의 다이어리를 무심코 열어보았다.
전에도 서로의 다이어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열어보곤 하였던 것이었다.
거기에서 언제부터인가 내가 알 수 없는 이상스런 문자들이 쓰여진 것을 발견하였다.
내가 자신의 다이어리를 열어보고 있는 것을 본 지수는 신경질적으로 자기의 다이어리를
내 손에서 뺏어갔다.
전에는 상상도 못 하였던 일이었다.
그 이상한 문자를 발견한 뒤에도 나는 지수를 의심하지 않았고,
역시 사랑을 하였었다.
수업이 일찍 끝난 어느 날.
나는 지수 학교로 갔다.
지수를 만나기 위해 전에 하던대로.
지금 시간에 수업을 하고 있을 강의실로 향하던 나는 내눈을 의심하였다.
학교안에 있는 작은 연못의 벤치에 남자와 가깝게 앉아 교태를 부리고 있는
지수를 발견하였던 것이다.
숨이 막히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그들의 행동을 살폈다.
그들은 아주 친한 연인 사이처럼 손을 잡기도 하고, 가벼운 포옹을 하면서 다정히 이야기하였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그녀는 나의 접근을 알지 못하였다.
"지수야...."
나의 부름에 화들짝 놀란 지수는 어찌할 바를 몰라했고,
남자는 일어나 강의실로 향하면서 지수에게 말하였다.
"지수야...그럼 이따가 여섯시에 전에 그 장소에서 봐....."
대답을 못하고 어쩔 줄을 모르는 지수에게 그 녀석은 손을 흔들고 사라졌다.
지수를 데리고 찻집으로 간 나는 지수에게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지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의 눈에 불이 쏟아지게 하였다.
이건 하늘이 노래지는 일이었다.
아까 그 녀석이 지수랑 공동으로 과제를 하였던 남학생인데,
입술교환은 벌써 셀 수가 없었고, 아무도 없는 그 남학생 집에서 갈 데까지 갔다는 거였다.
다이어리의 그 알 수 없는 표시는 키스와 섹스의 횟수를 표시하였다는 것도
나중에 안 사실이었다.
나의 손이 지수의 뺨에 올라갔다.
그리고 말없이 그녀을 떠난 후, 지금에 이른 것이었다.
그로부터 나는 그녀를 잊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술도 마셨고, 방황도 하였으며, 거리의 여자를 안아보기도 하였고,
쉽게 넘어가는 여자들을 꼬득여 목적을 달성하고 지수에 대한 보상을 찾으려 하였다.
"병운씨도 저를 배신하고 다른 여자에게 갔어요.
그 때, 저는 준호씨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었어요....용서 해주세요..
저도 준호씨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흐흑흑.."
이미 지난 일이었다.
용서하고 자시고 할 것도 나에게는 남아있지 않았다.
나에게 다시 그런 정열과 순수함이 돌아올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강릉에는....방학동안 학비라도 벌어보려고,
아는 언니 소개로 아르바이트 온 거에요...."
이미 나에게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단지 한 때 무척 사랑하였었고, 또 그리워하였던 여인이었기 때문에...
그 추억을 완전히 지우지 못 하였기 때문에... 만나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횟집에서 우연히 보았을 때, 또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것은 나의 마음속 한 귀퉁이에
지수가 항상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보고 싶었던 지수도 만나보니 오히려, 그 때 내가 느끼었던 배신의 씁쓸한 맛이
다시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래, 이제 서울로 돌아가자...모든 것을 다시 정리하자.
서울의 내 작은 방이 떠올랐다.
"지수....행복하길 바래...."
내미는 나의 손을 잡지 못하고 쳐다보는 지수의 이슬 맺힌 눈에는 애원의 빛이 역력하였다.
지수야...미안하다.
난 다시 너를 사랑할 수가 없어.....
나는 오히려 마음이 개운하였다.
당장 서울로 가고 싶었다.
나 혼자라도 당장 올라가련다.
테이블에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고 있는 지수를 남겨두고 나온 나는,
눈부신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길을 걸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준호야...작은 네 방에서 너를 다시 발견해보렴....'
태양은 푸른 하늘에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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