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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12일 목요일

아름다운 사랑이여! (1)

수정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섰다.
늦은 오후의 방안은 아늑함이 느껴졌다.
그가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예상보다 깔끔한 방안의 모습에서 그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말이 없이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나는 순간 어색함에 잠시 고개를 돌리고 두 손은 핸드백을 말아 쥔 채 다소곳이 서있었다.
그는 여전히 침묵인 채로 담배를 한개 피 피워 입에 물었다.
앉으라고 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그는 침대에 걸터앉아 말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 저기....... 지나가는 길에......”
수정은 어색한 분위기에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여전히 그는 말이 없다.
나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앉으려 했는데.......
그가 나지막이 말을 했다.
“ 그냥 서 있어요.......”
수정은 앉으려다가 도로 일어서 처음 모습 그대로 있어야 했다.
그가 담배를 천천히 비벼 끄고 나에게로 걸어왔다.
건장한 남자라는 것을 나는 다시 한번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정의 앞에 서서 오른손을 들어 그녀의 왼쪽목덜미를 감싸 안듯 어루만졌다.
수정은 쑥스러운 듯 어깨를 약간 움츠렸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수정의 입술을 지그시 누르며 아랫입술을 밑으로 살짝 당기자
수정의 아랫니가 고른 치열을 보이며 드러났다.
그러면서 그의 손은 수정의 귀밑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가 수정을 똑바로 쳐다보자
그녀는 수줍은 듯 눈을 밑으로 내려 깔았다.
“ 이제.......“
그가 말끝을 흐리며 말을 하자 그녀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궁금함에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 이제.......당신에게 존댓말은 하지 않을 거야 ”
“ 당신이 이렇게 나를 찾아온 이상.......”
“ 나에게 당신은 더 이상 친구의 엄마는 아니니까.......”
“ 그래도 되지.......? ”
그는 거침없이 물었다.
“ .......”
수정은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가 순간적으로 생각이 안 난다.
그녀가 말이 없자 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잡고 천천히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갖다 대었다.
그녀는 순간 입을 다물었지만 이내 그의 혀를 받아드리고 있었다.

“ 으음.......음.......”
입이 막혀 있어 소리가 온전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언제나 그의 키스에 반응 하고 있었다.
그가 입을 떼자 그녀는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 하 아.......”
그는 그녀의 턱을 치켜들고 그녀의 눈을 내려다보며 다시 한번 말했다.
“ 그래도 되지.......?”
그녀는 턱이 잡혀 있어 자유롭지 못 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그에게 동의했다.
“ 당신의 입으로 듣고 싶어......“
그가 말했다.
“ 그.......그래.......”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그녀가 대답했다.
그가 이번엔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빨았다.
“ 으 흑.......”
그녀가 고개를 한껏 뒤로 제치며 그의 입술을 받았다.
그의 손이 그녀의 정장 스커트를 찢을 듯이 파고들며 순식간에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그의 입은 이제 그녀의 목 젓을 빨아대기 시작했다.
“ 아아 하 학.......저기.......아.......아파.......”
그녀는 정말 아픈 듯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목에 두 팔을 걸고 매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순간 그를 처음 만날 때의 일들이 아련히 떠오르고 있었다.


일년 전........
그는 아들의 친구로 처음 수정의 집에 왔었다.
아들은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하여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늦은 시간 다급하게 울리는 초인종소리에 수정은 아들의 늦은 귀가에 대해 한마디 하려고 나름대로 근엄한 얼굴로 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곳엔 이미 만취가 되어 버린 아들과 힘겹게 아들을 부축하고 있는 그가 서있었다.
“ 어머 !.......”
“ 이게 웬일이야!”
“ 저.......죄송합니다. 정호가 술을 너무 많이.......”
“ 아 그래 들어와요.......미안해서 어쩌나.......”
“ 아, 아닙니다, 적당히 먹도록 해야 되는 건 데...,....”
“ 오늘 여자친구와 헤어졌나 봐요.”
“ 아.......그래요.......”
아들이 그 동안 사귀던 여자가 있었나보다 라고 수정은 생각했다.
성하가 정호를 제방에 뉘어놓고 나오자 수정은 시원한 음료수를 내왔다.
“ 감사합니다.”
성하는 가볍게 인사하고 벌컥벌컥 단숨에 잔을 비웠다.
“ 힘들었을 텐데 잠시 앉아요.......”
“ 네. 어머니 말씀 놓으세요.......”
“ 저는 정호 친구인데요.”
“ 아무리 그래도 첨부터 그게 되나요.......”

수정은 정호 친구를 다시 보았다.
시원스런 외모에 체구도 건장한 것이 참 잘생긴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벌써 1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 주스 한잔 더 줄까.......요.”
아들 친구지만 조금은 어렵게 생각되어 수정은 쉽게 말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 네.......갈증이 좀 나네요. “
수정이 냉장고로 주스를 가지러 가는 모습을 성하는 바라보고 있었다.
정호 녀석은 참 이쁜 엄마가 계시군.
성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적당한 키에 몸매도 제법 균형이 잡힌 것 같은 모습의 수정이었다.
어깨를 내려오는 긴 웨이브 진 풍성한 머릿결이 우아하면서도나이는 들었지만 여성스러움을 아름답게 표출하고 있다.

나이도 사십 중반은 됐을 텐데........
첫 인상이 참으로 묘하게 느껴진다.
다정하고 포근한 어머니의 모습 속에 원숙하고 농염한 여인의 자태가 나면서 한편으로 긴 머릿결로 인한 청순한 어린 여자의 채취도 풍긴다.
성하는 정호가 저런 엄마가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수정이 주스 한잔을 가져와 성하에게 건넸다.
“ 감사합니다.......”
수정은 성하 옆에 조금 떨어져 앉으며 말을 건네 본다.
“ 처음 보는 친구인 것 같은데.......”
“ 아! 네, 전 대학 동기예요, 이번에 같이 입학 하면서 알게 된.......”
“ 아! 그렇구나.......이름이......?“
“ 성합니다, 김 성하.”
“ 어디 살아요?”
“ 말씀 놓으세요.......”
“ 그게 좀 어렵네요.......다음에 또 보게 되면.......”
수정은 왠지 아들친구가 여느 아이들처럼 쉽지 않다고 느껴졌다.
“ 네. 저는 대방 동에 살고 있습니다.”
“ 부모님도 같이? “
“ 아뇨, 전 혼자에요...,....어릴 적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 어머! 그래요...,...“
“ 그래도 보기에는 아주 훌륭히 자란 것 같아서 보기는 좋네요.”
“ 저......,아버님은.......? “
“ 정호 아빠도 2년 전에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 네.......”

얘길 들어본 즉 정호와 둘이서만 살고 있는데
정호의 엄마가 커피숍을 하고 있어 생활은 넉넉한 편인 것 같았다.
원래 좀 사는 집인 것 같았다.
“ 성하는 키가 훤칠하네.......얼마나 되요?”
수정이 묻는다.

“ 180정도 됩니다.
“ 좋아하는 여자 많겠다..,....키도 크고, 잘생기고.......
“ 우리 정호도 조금 더 컸으면 좋겠는데.......
“ 하하, 무슨.......말씀을요”
“ 저, 어머니 이제 가봐야겠어요. 너무 늦어서.......
“ 괜찮으면 자고 가요. 정호 방에서.......
“ 아닙니다. 집에 가서 편하게 자야죠.
“ 그래요. 그럼, 오늘 고마워서 어떡하지?
“ 담에 소주 한잔 사 주 세요. 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성하의 모습이 수정은 좋게 느껴졌다.
“ 안녕히 계세요, 정호 내일 깨면 잘 달래주시고요.”
“ 그.......그래 잘 가요.......”
수정은 성하를 처음 만났지만 가슴이 헹 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인 것 같았다.
아들의 친구인데 커다란 남자로 느껴지는 건 무슨 감정일까?
다시 보고 싶었다.
우연을 가장해서라도.......
그렇게 첫 만남은 지나갔고 며칠의 시간이 지난 뒤 느닷없이 정호가 입대 선언을 하게 되어
친구들과 송별회를 한다고 나가고 수정은 혼자 집에 있었다.

아마도 여자친구와의 헤어짐에 도피성 짙은 입대인 것 같아 수정은 마음이 안 좋았다.
엄마로서 마땅히 해줄 것이 없는 게 안타깝기도 했다.
저녁이 되기 전의 늦은 오후가 언제나 수정은 좋았다.
느긋하게 커피한잔을 타놓고 한가로움을 즐기던 수정은 갑자기 성하의 모습이 생각났다.
어린 아들친구 인데 커다랗게 자신에게 각인된 모습 이었다.

정호랑 동갑이라고 했는데정호랑 같이 있으면 성하가 꼭 형 같은 모습이랄까.......
수정은 성하가 보고 싶었다.
오늘도 어쩌면 정호와 같이 어울리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같이 집에 오는 것은 아닐까?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생기는 자신에게 어이가 없기도 했다.

사람의 마음은 이런 것인가.......
한번 보고 싶다 생각이 되니 더욱 진하게 성하가 그리워지는 것이었다.
순간 수정은 자신에게 최면을 걸듯 도리질을 하며 생각을 떨쳐버리려 애썼다.
시간은 오늘도 밤12시가 되어간다.
수정은 지금 아들 정호 보다 성하를 더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자신에게 이해가 되지 않으며 정호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무슨 감정일까?
남자를 느낀 것일까?
수정은 혼자 갖은 생각에 초인종소리가 들리는지도 모르고 앉아 있었다.

“ 엄마! 문 열어요.......“
정호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수정은 깜짝 놀라 얼른 문을 열어주었다.
“ 뭐하고 계셨어요?..,...그렇게 벨을 눌러도.......”
“ 아.......아저 뭐 좀 생각하느라고...,...송별회는 잘했어?”
“ 뭐 특별한 거 있나 , 술 한 잔씩 먹는 거지 뭐.......”
“ 친구들은 다 헤어졌어?”
“ 응.......”
“ 성하도 있었니?”
성급한 질문이란 걸 깨달으면서 아차 싶었다.
정호는 수정을 쳐다보며 말한다.
“ 엄마는 성하를 어떻게 알아?”
“ 어.......그날 너 많이 취한 날 알았지.......”
“ 으응.....,..성하 밑에 있어 내가 빌려줄게 있어서 같이 왔어“
“ 어머! 그럼 들어오라고 하지.......“
수정은 반색을 하며 말했다.
“ 그러게 말이야....... 근데 굳이 나보고 가져오래,”
“ 이상한 놈이야. 피곤해죽겠는데...,...”
“ 엄마 나 내일 일찍 나가야 돼 10시까지 집결지로 가야 되나 봐.......”
“ 그럼 내가 갖다 주고 올까?”
“ 그럴래? 엄마가 갖다 주고와 그럼.......”
“ 그래 뭔데 줘봐.......”

수정은 책을 받아들고 현관을 나섰다.
1층에 내려가니 성하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콩닥거리는 듯 하다.
“ 서.......성하야.......”
그가 놀란 듯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 어.......어머니.......”
“ 왜 올라오지 않고.......”
“ 그.......그게 저.......”
성하는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 이거 전해주라네...,....”
“ 정호가 내일 일찍 나간다고 해서. 피곤한 가봐.......”
“ 네.......”
잠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고 있었다.
성하는 책을 받아들고 걸음을 돌리려했다.
“ 성하!......”
수정은 왠지 모를 다급함에 성하를 부르고 있었다.
성하는 멈칫하며 수정을 바라보았다.
“ 잠시 들어가 차 한 잔 하고가지.......”
하며 성하의 눈치를 살핀다.
“ 아뇨 시간이 많이 늦은 것 같아서.......
“ 다음에 한번 들릴게요.”
“ 저기.......정호가.......”

수정이 뭔가 물어보고 싶다는 듯 정호를 들먹인다.
“ 네 말씀하세요.”
“ 저기 잠간앉아서.......”
수정이 아파트 놀이터 벤치를 가리킨다.
둘은 벤치에 앉았다.
수정은 자신이 성하를 붙잡았음에도 딱히 할 말이 없는 듯 가지런히 모은 두 발끝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 정호는 군 생활 잘 할 거에요. “
성하가 먼저 말을 건넨다.
“ 으응 그래야지...,...”
“ 이왕 군대 가기로 한 거 잘하고 와야지.......”
수정은 대화가 되는 것이 반가운 듯 얼른 말을 받았다.
“ 성하는 군대 언제 가려구해?”
“ 저는 안 가요. 못 가는 건가?...,...”
“ 고아라서 그런 가 봐요.......”
“ 아! 그렇구나.......근데 성하는 애인 있어?”
수정은 물어 놓고도 합당한 질문인가 생각되었다.
“ 없어요!”
간단한 대답이었다.
관심 없다는 표정인 것 같기도 했다.
“ 왜?......”
수정은 자신이 기대하는 말이 성하의 입에서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냥 내 또래는 왠지 관심이 안가서.......”
“ 그럼.......어떤?......”
여자에게 관심이 있냐는 물음이었다.
“ 저는 엄마를 일찍 여의어서 그런지 엄마가 있는 친구들이 부럽고......,”
“ 남녀관계를 떠나서 엄마세대의 여자 분들과 애기 하는 게 더 좋아요.”
수정은 이해 한다는 듯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 그럼 나랑 애기 하는 것도 괜찮아?”
성급한 질문에 아차 싶었지만
수정은 그의 의중을 알고 싶어 그를 쳐다보았다.
성하는 고개를 돌려 수정을 바라보았다.
은은한 가로등 불빛에 비춰지는 수정의 모습이 어머니의 포근함이라기 보단 작고 앳된 모습으로 보였다.
“ 네.......”
성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호호호, 기분 좋네.”
수정은 정말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 처음 봤을 때부터.......”
성하의 음성이 묵직하게 수정의 가슴에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수정은 혼자 그 말을 되 뇌이다 너무도 경솔하게 말을 해버렸다.
“ 나도 성하가.......”

이게 무슨 일이야.........
수정은 쑥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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